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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혁신교육지원법 공청회 참여 이야기

by 김현섭 2012. 12. 5.

지난 12월 3일(월) 국회교육혁신포럼에서 주관한 가칭 혁신교육 지원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다녀왔습니다. 토론자로 참여하면서 법 제정 관련 제언을 했습니다. 여기에 검토 의견을 올립니다. 혁신교육이 성공적으로지원될 수 있는 제도적, 법적 지원 방안이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추진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가칭) 혁신교육 지원법 제안서 검토 의견

1. 제안 취지에 대하여

학교 혁신에 대한 공감대가 진보와 보수를 넘어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현재의 학교 모습은 교사,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만족도 낮은 상황이다. 학교 혁신을 위해 교육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며 전체 학교 혁신을 이끌어가기 위한 선도학교가 필요하다. 물론 비슷한 취지의 연구시범학교가 있지만 외적 인센티브(인사상 승진가산점, 예산 등)로 인하여 그 취지가 실천 과정에서 변질되었고 실질적인 교육력 제고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새로운 혁신 선도 학교가 필요하고 이를 뒷밤침할 수 있는 제도적, 법률적 지원방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2. 국가교육위원회가 꼭 필요한가?

다양한 정치 세력과 교육계 및 시민들의 참여 과정을 통해 국가교육의 기본 방향을 결정하고 추진할 수 있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추진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핀란드의 경우, 교육적 성과들이 지속적으로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여야를 막론하고 국가수준에서 교육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토대로 교육 정책이 꾸준히 진행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대선을 앞두고 대선 주자들의 교육 공약을 살펴보면 국가교육위원회 내지 교육개혁위원회의 성격의 기구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국가교육위원회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로만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각론을 검토해보면 예상되는 문제점들이 있다. 일단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원의 다수가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교육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교육위원회에서 보수 진영의 영향력이 더 커진다면 과연 진보 진영에서 이를 잘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제안서에는 국가교육위원회 구성인원수를 20명으로 하면서 대통령, 여당, 야당에서 10명, 교원 및 교육시민단체에서 10명을 제시하고 있다. 정부 추천 인사가 10명이라고 했을 때 구체적으로 인원수를 정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대통령 4인, 여당 3인, 야당 3인인지 대통령 3인, 여당 4인, 야당 3인인지 구체적으로 인원 배당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교원 단체의 경우, 1만명을 기준으로 1명씩 최대 3인을 추천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이 기준에 따라 계산해 보면 교총 3인, 전교조 3인이 나올 수 있고 나머지 교원 단체들은 추천하기 힘들다. 그런데 교육시민단체를 5인으로 제안하고 있는데, 그렇게 되면 교총 3인, 전교조 2인이 될 것이다. 교육시민단체도 학부모단체와 일반 교육단체 등으로 나눌 수 있기 때문에 누가 위원에 들어갈 것인가의 문제를 생각해보면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현재 교육 제도의 체제는 교과부-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지역교육청)-단위학교의 4단계이다. 그런데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는 자칫 국가교육위원회-교과부-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지역교육청)-단위학교 체제로 갈 수 있다. 단계가 많을수록 단위학교의 자율성은 오히려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기본 체계와 그 성격을 분명하게 하지 않으면 자칫 기관의 갈등만 증폭할 수 있고 단위학교에서는 상위기관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3. 학교 혁신 기반을 위한 초중등 교육법 개정에 대하여

■ 학교 시설의 법제화

좋은 학교 시설을 규정하는 최소한의 시설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다만 이에 대한 교육 투자 재원이 확보된 상태에서 추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 교장, 교감의 수업 문제

교원을 수업하는 사람으로 규정하여 교장과 교감도 수업을 의무화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교감을 행정지원팀 리더로 규정하면서 교장, 교감에게 수업까지 하라고 한다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것이다. 학교 행정 혁신이 잘 이루어지면 교사들의 행정 업무가 줄어들고 상대적으로 교장, 교감, 행정직원들이 행정 부담이 커진다. 서양 학교의 경우, 수석 교사나 평교사들은 수업에만 담당하고 상담 교사들이 생활지도 업무를 담당하고 교장, 교감, 행정직원들이 행정 업무를 담당한다. 즉, 3개의 업무가 확실하게 구분되고 있다. 그런데 제안서 내용을 살펴보면 교장, 교감이 기존에 비해 많은 행정 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하면서 수업까지 하라고 하는 것은 자기 주장의 모순이라고 본다.

■ 교육 활동의 구체적인 역할 문제

교사의 교육 이외의 업무 할당 금지 조항이 있는데 교육이라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를 규정해야 한다. 교육 활동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기존 시각은 수업, 생활지도, 행정 업무를 모두 포괄하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교육 활동은 여기에서 행정 업무를 제외한 것인데, 행정 업무의 성격상 행정 직원이나 행정 실무사에게 전적으로 위임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교육 계획이나 전략 수립을 행정실 직원이나 행정실무사에게 위임할 수 없다. 그래서 보직 교사에게만 한시적으로 배당해야 한다고 하였다. 여기에서 문제는 한시적이라는 표현이다. 과연 이러한 업무가 한시적으로 처리하는 일인가에 대한 부분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 교원평가제 문제

현재 교원평가는 근무평정제도, 교원능력개발평가, 성과급 제도 등 3가지가 운영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중복되는 평가로 인하여 여러 가지 문제점이 발생한다. 이 부분에 대하여 대선 주자들도 통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기존 평가의 문제점은 잘 알고 있기에 통합된 형태의 교원평가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새로운 교원평가제의 기준과 방식 그리고 평가 결과가 어떻게 활용되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승진 점수에만 반영할 것인가, 부적격교사 퇴출까지 염두할 것인가, 성과급 예산만을 반영할 것인가 등의 고민이 필요하다. 여기에서 제시하고 있는 대로 기존 교원평가제도들을 동료 평가와 학생 평가로 대체한다 하더라도 그 결과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 교육과정 문제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대강화하고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한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경우, 입시 위주의 파행적 교육과정 구성이 예견되므로 특정 과목에 대한 최대 시수와 최소 시수는 규제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학교 기록물 조항과 관련하여 최소 필수 사항만 기록하게 한다면 생활기록부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을 것이다. 학생생활기록부는 학생 생활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이 구체적으로 기록이 될 수 있어야 하고 그 결과를 교육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생활기록부 기재 내용을 최소화하면 대학에서 입시 자료로서 학생생활기록부 활용도의 비중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그것은 대입 전형 자료로서 내신 제도의 비중이 떨어지는 것으로 연결될 것이다.

■ 교사별 자율평가제 도입 문제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신장시키기 위해서는 교사별 자율평가제 도입이 필요하다. 교육의 목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절대 평가제도로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의미에서 여기에서 제시하고 있는 교사별 자율평가제와 절대 평가제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찬성한다.

다만 교사별 자율평가제와 절대평가제가 확립되는 경우, 상위학교에서의 신입생 전형 기준이 달라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체제가 확립되는 경우, 대학 입장에서는 고교 내신에 대한 비중이 줄어들고 입학사정관제 확대나 대학별 본고사 형태의 논술 면접 등이 상대적으로 강조될 가능성이 높다.

■ 학교운영위원회 문제 및 교장, 교감의 역할 규정 문제

제안서에는 학교 중요 결정 사항의 민주적 절차를 확립하기 위해 학교운영위원회를 심의 기구가 아니라 의결 기구화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심의기구에 비해 의결기구화한다는 것은 현재보다 그 역할이 보다 더 강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학교 교육활동을 총괄하는 교장과 교감은 학교운영위원회에서 제외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학교운영위원회에서 결정된 사항을 교장, 교감이 위원회에 참여도 하지 않은 채 시행하라는 것인데, 이 경우, 교장과 교감의 역할 자체에 대한 문제가 발생한다. 상당수의 학교들이 관료제 문화 속에서 교장, 교감의 지도 체제로 인하여 민주적인 운영이 잘 이루어지고 있지 않고 그 결과로 학교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도가 떨어지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교장, 교감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나 참여해도 의결권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하면 교장, 교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든 결과가 생길 것이다. 이는 교장보다 학교운영위원장이 힘이 더 세진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렇게 되는 경우,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그러므로 교장, 교감 역할에 대한 세부 역할과 논의가 사회적 합의 과정을 통해 정리된 후 개정해야 한다.

학교장 자격증의 선발 기능을 폐지하고 기본적인 요건을 갖춘 사람들에게 교장 자격증을 부여하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감 자격증을 폐지하고 부장 교사 중 수석 부장 형태로 교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의미있는 접근이라고 생각한다.

4. 미래 학교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과 관련하여

■ 미래 학교 명칭

미래 학교는 현재의 혁신학교와 동일한 개념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 같은데, 명칭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고 생각한다. 혁신학교 명칭을 그대로 쓰는 것은 혁신학교가 이미 진보교육감의 브랜드화된 학교혁신 정책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학교라는 표현을 그대로 사용한다면 보수 진영에서는 그 명칭에 대한 부정적인 반발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명칭에 있어서 진보와 보수를 아우를 수 있는 합의된 명칭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미래 학교 교장 문제

미래 학교 교장은 내부형 공모 교장으로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하여 동의하지만 동시에 기존 교장들도 공모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서는 완전한 내부형 공모제를 본교 재직 교원 중 추천이라고 정의했는데, 그것은 교장 선출 보직제와 비슷한 개념인 것 같다. 평교사 출신들도 교장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되어야 하지만 교장 선출 보직제와 비슷한 개념으로만 접근한다면 또 다른 문제점에 봉착할 수 있을 것이다. 교장은 기본적으로 교육의 본질을 이해하고 교육 철학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고 학교 구성원을 아우를 수 있는 능력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좋은 교사가 꼭 좋은 교장은 아니다. 실제 평교사 출신 교장들이 행정 경험이 적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그러므로 평교사들도 교장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되 교장에게 필요한 전문성과 자격이 검증된 뒤 교장으로 임용될 수 있어야 한다.

■ 학교운영위원회,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의의 의결기구 법제화 문제

이 부분은 각 기구들이 의결기구화가 되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에 대한 진지한 연구와 검토를 통해 추진하는 것이 좋다. 오히려 의결기구화가 부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각 기구가 의결기구화된 상태에서 동일 사안에 대하여 각 기구들이 상이한 결정을 내렸을 때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학부모회의에서 보충 수업을 늘이고 자율학습을 강제화하자고 주장한다면 이에 대하여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의 문제가 생긴다. 각 기구가 갈등할 때 조정자로서 교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교장은 학교운영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의결기구화가 학교 갈등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이미 대안학교의 사례를 살펴보면 상대적으로 힘이 강한 학부모회와 교사회가 갈등이 일어나 학교 운영이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 부분은 대안학교 사례 연구를 통해서 좀 더 면밀하게 검토하고 나서 추진해도 늦지 않는 부분이다.

■ 문화예술학년제 문제

문화예술교육의 진흥을 위해 문화예술학년제를 실시하자는 것은 의미있는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육과정상 문화예술 과목을 50%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문화예술학년제는 전인 교육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부분이 있는데, 전인 교육이 자칫 반지성주의 성향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덴마크의 경우를 살펴보면 고1 과정에 진로탐색학교를 설치하고 학생들의 의사에 따라 1년 과정의 진로탐색학교에 다니다가 일반 학교로 전학할 수 있다. 학생의 의사에 따라 진로 탐색을 위한 쉼표 기간을 제도적으로 허용하고 있는 사례이다.

그런데 문화예술학년제를 획일적으로 실시하는 경우, 교육과정 운영상의 문제과 교원 수급 문제 등을 발생할 수 있다. 예술계 학교가 아닌 학교에서 50%이상 문화예술 과목을 수강하게 하는 것은 무리한 시도라고 생각한다.

■ 교육지원청(지역교육청) 폐지 및 학교지원센터화

교육지원청(지역교육청)을 폐지하고 대신 학교지원센터를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기존 교육지원청의 업무를 시도 교육청으로 이관하고 대신 인력과 자원들을 학교지원센터로 만드는 것이다. 학교지원센터는 말 그대로 단위학교 교육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활동을 하는 것이다. 교수학습지원센터, 학교컨설팅센터, 교사연수기관, 지역사회협력센터, 교수학습자료센터, 수업컨설팅센터 등의 역할을 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덴마크의 경우, 이러한 학교지원복합기능을 수행하는 교육지원센터가 지역별로 구축되어 운영되고 있다.

교육지원청이 폐지되면 교과부-시도교육청-단위학교 형태로 단순화될 것이다. 단순화된 위계 구조가 단위학교의 자율성을 실질적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행정 업무의 실질적인 감축이 일어날 것이다. 어느 조직이던 존재하는 동안 존재 이유와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할 수 밖에 없고 다양한 사업 추진은 단위학교에 또 다른 행정적인 업무만 가중시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