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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교실에서 배움이 잘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by 김현섭 2014. 5. 13.

무엇보다 배워야 할 지식의 분량이 많으면 배움이 일어나기 힘듭니다. 학생 인지 발달 수준에 맞게 교육과정이 구성되고 적정한 분량의 지식이 제시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의 교육 현실은 그러하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 교육과정과 비교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학습 분량과 난이도가 올라가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만 되어도 수학문제를 부모가 풀기 힘듭니다. 난이도가 높을수록 평가의 변별력은 높아지지만 반대로 학습 수준이 낮은 학생들은 따라가기 힘들어집니다. 인문계 고교의 경우, 3년짜리 교육과정을 2년 안에 운영해야 합니다. 중학교에 비해 지식의 분량과 수준은 높은데 시간은 부족하니 많은 학생들이 배움을 포기하는 일이 많이 벌어집니다.
가르침이 배움에 초점을 맞추지 못하면 배움이 일어나기 힘듭니다. 교사들은 교육과정에 따라 수업을 합니다. 교육과정의 분량이 많으면 지식을 이해...하는데만 해도 시간이 부족합니다. 많은 교사들이 진도 나가기 수업을 합니다. 전시 학습을 통해 지난 시간에 미진한 부분을 발견해도 다시 다루기보다는 그 다음의 진도를 나가야 합니다. 왜냐하면 전시 학습 내용을 다시 설명하면 시간이 밀리게 되고 결과적으로 시험 범위까지 수업 진도를 맞추기 힘드는 일이 벌어지기 때문입니다. 가르침은 배움에 의해서 평가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학생들에게 배움의 목적이 분명하지 않거나 배움의 이유가 학생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그 무엇이 없다면 배움이 일어나기 힘듭니다. 학생들에게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의 경우, 엄마가 공부하라고 해서, 좋은 상급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합니다. 고등학생의 경우, 대학가기 위해, 좋은 대학을 들어가야 보수가 넉넉한 좋은 직장을 얻어서 사회적 성공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공부의 이유를 따지고 들어가면 현실적으로 돈이라는 결론으로 연결됩니다. 그런데 돈은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것이지만 돈이 궁극적인 가치는 아닙니다. 행복은 돈으로 보장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돈보다 높은 인생의 가치를 깨달아야 합니다. 배움의 기쁨과 학문이 추구하는 진리를 사랑할 수 있어야 평생 공부할 수 있습니다. 공부의 결과로 좋은 보수를 보장받는 직장을 가질 수 있겠지만 그 이유로 공부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학생들의 마음 속에서 설레고 벅찬 가치를 심어주어야 제대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배움의 결과가 성적으로만 연결되면 안됩니다. 배움이 잘 일어나면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성적 때문에 배움을 강조하면 배움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왜곡이 일어납니다. 일부 사립초등학교나 특목고 수업을 살펴보면 이러한 현상이 잘 나타납니다. 배움은 전인격적으로 일어나야 합니다. 그런데 배움을 인지적인 영역으로 국한시켜버리면 성적 지상주의로 빠지기 쉽습니다. 성적 지상주의에서는 열심히 공부했어도 성적으로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지식을 시험 문제에 나올만한 것으로 축소하여 접근하면 학교 수업과 학원 수업의 차이가 사라지게 됩니다. 현행 평가 제도 및 방식에 대하여 고민하여 대안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뢰도 뿐 아니라 타당도 있는 평가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평가는 테스트를 넘어 피드백으로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관계가 깨져 있으면 배움이 일어나기 힘듭니다. 수업 속의 관계는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교사와 학생과 지식과의 관계 등으로 나누어 이해할 수 있습니다. 교사의 말이나 지식에 대하여 학생이 신뢰하지 못한다면 배움이 일어나기 힘듭니다. 특정 교사에게 상처받은 학생이 있다면 그 교사의 수업에서 몰입을 경험하기 힘듭니다. 교사와 지식을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이해하고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존중하지 못하면 자연스러운 배움이 일어나기 힘듭니다. 학생 사이에서도 나의 성공이 너의 실패라는 부정적인 상호의존 관계에 놓여있으면 배움이 기쁨이 아니라 불안감으로 느껴질 것입니다. 학생 사이의 상호작용이 끊어져 있다면 배움의 활력을 경험하기 힘들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 사이는 친밀감을 넘어 신뢰감을 바탕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가 좋은 것을 넘어 수업 속의 지식을 통해 삶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인차에 의해 배움이 일어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동일한 학습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닙니다. 언어적 지능이나 논리수학적 지능이 높은 학생들은 배움이 잘 이루어지지만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배움의 속도가 늦을 수 있습니다.
학습(學習)은 배우고 익히는 것을 말합니다. 우리 선조들은 배움과 익힘을 종합적으로 이해했습니다. 익힘이란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배운 것을 내면화하는 것을 말합니다. 현재의 수업 문화를 살펴보면 가르침은 많고 가르침대로의 배움은 많지 않고 익힘의 기회는 적습니다. 수학 시간에 선생님이 열심히 문제 풀이를 해주지만 학생이 선생님의 문제 풀이를 온전히 100% 이해하는 학생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학생이 선생님의 문제 풀이 과정 설명을 이해했다고 해도 학생들이 직접 문제를 풀어보지 않는 한 자기의 지식으로 온전히 이해할 수 없습니다. 예전에 비해 요즘의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비해 성적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도 이러한 측면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많이 배우지만 그것을 자기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지 않고 있습니다. 수업 시간이 많다고 해서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익힘을 강조하는 자율학습(자기주도적 학습)은 매우 중요합니다. 최근에 대두하고 있는 거꾸로 수업 운동이나 학습 코칭도 익힘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의미있습니다.

이번주 목, 금 밤 10시 kbs에서 "나는 선생님입니다"라는 스승의 날 특집 다큐가 방송됩니다. 이때 좋은교사 선생님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1편은 교사의 가르침, 2편은 학생의 배움에 초점을 맞추어 방영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