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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불통에서 소통으로

by 김현섭 2014. 8. 21.

소통이란 무엇인가?

소통의 사전적인 의미를 살펴보면 사물이 막힘이 없이 잘 통함’, ‘의견이나 의사가 잘 통함을 말합니다. 의사소통이란 가지고 있는 생각이나 뜻이 서로 통함입니다. 영어로 커뮤니케이션(Human Communication)이라고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의사소통은 한 사람 또는 그 이상의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들에게 정보와 이해가 전달되는 과정으로서 두 사람 사이에서 사실, 감정, 태도, 신념, 생각 등을 전달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소통을 잘한다는 것은 말하는 사람이 정보를 정확히 잘 전달하며 듣는 사람이 말하는 사람의 말을 정확히 잘 듣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의사소통이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언어를 통해 상호간에 공감이 성립되도록 하는 과정(process)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사회생활을 하기 위해서 가장 필수적으로 가지고 있어야 하는 능력입니다. 상호간 소통을 위해 사용되는 매체로는 구어(口語)와 문어(文語)는 물론 몸짓, 자세, 표정, 억양, 노래, 춤 등과 같은 비언어적 요소들까지 포함됩니다.

 

불통의 학교

최근 소통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우리 사회에서 복잡하고 고도화되면서 구성원들 간에 불통되는 부분이 많고 그로 인하여 오해하고 갈등하는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학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구성원들 사이의 의사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오해와 갈등으로 인하여 몸살을 앓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반학교에서는 소통에 대한 관심이 적습니다. 관행적 문화 속에서 적절한 거리 두기와 이해관계 조절을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잘되는 것도 없고 잘 안되는 것도 없는 조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컨대, 연구시범학교를 추진하게 되면 승진 점수나 예산에 관심이 있는 소수의 사람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마무리됩니다. 여러 혁신학교들을 방문하여 살펴보면 좋은 혁신학교와 혁신하는 척 무늬만 혁신학교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 둘의 차이점은 교육철학보다는 의사소통 방식에 달려있습니다. 혁신학교 교장 선생님들은 대부분 교육철학은 훌륭하지만 그 철학을 어떠한 방식으로 소통하느냐에 따라 전체 구성원들의 참여 정도가 달라집니다. 속도가 느리더라도 진정성을 가지고 소통하려고 노력하는 학교는 의미있는 변화가 일어나지만 결과만 가지고 조급하게 추진하면서 구성원들과의 소통이 잘 되지 않는 학교는 혁신의 모습만 있을 뿐 의미있는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업은 관계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즉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교사와 지식과 학생과의 관계를 통해 배움이 일어납니다. 그런데 이러한 관계를 이어주는 것이 소통입니다. 소통이 깨지만 관계도 깨지고 배움도 일어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교사는 소통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근본적으로 는 다른 존재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합니다. ‘는 온전히 가 될 수 없지만 그 간격을 줄이는 것이 소통입니다. 소통을 통해 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고 공유하는 부분이 생기면서 우리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철학자 부버는 로 만나기 위해서는 대화가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대화가 끊길 때 ’(인격)의 관계는 그것’(사물, 대상)의 관계로 변질됩니다.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는 더욱 그러합니다. 교사가 살아온 삶의 문화가 현재 학생들이 살고 있는 삶의 문화가 많이 다릅니다. 나이 차가 클수록 세대 차이, 문화 차이가 큽니다. 그래서 소통하지 쉽지 않고 불통은 오해와 갈등으로 발전하기 쉽습니다.

우리 사회는 고맥락 문화 속 의사소통 방식이 주로 이루어집니다. 당사자들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의사표현과 욕구를 드러내기 보다는 함축적이고 상징적인 요구를 통해 자신들이 필요와 욕구를 표현하며 상대방의 태도를 주관적으로 이해하고 숨겨진 의미를 전달하고 파악한다는 것입니다. 고맥락적 문화에서의 의사소통은 확실한 내용보다는 최소한의 정보만을 전달하며 그 이면에 해석할 수 있는 소통의 맥락 상황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고맥락 문화에서의 의사소통의 내용에는 순수한 정보만이 담겨져 있는 것이 아니며 함축적이고 모호하며 간접적일 수 있어 메시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맥락에 대한 이해와 해석이 필요합니다. (Hall, 1976) 우리 학교 문화는 우리 사회 안에서도 상대적 보수적인 집단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컨대, 교장 선생님이 겉으로는 예스(Yes)라고 대답했어도 사실은 노(No)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서 정작 업무 추진할 때 힘든 경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을 몇 번 경험하게 되면 상대방의 말의 의도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고민할 수 밖에 없다보니 더욱 의사소통하기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군대와 학교가 대표적인 고맥락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 집단입니다.

이러한 고맥락 사회에서는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받아들이고 신념과 일치하지 않는 정보는 무시하는 경향을 띠게 됩니다. 따라서 인간의 판단력은 자신의 선입견에 의해 지배당하기 쉽습니다. 확증 편향이란 선택적 사고의 일종으로 사람은 자기의 신념을 확증해 주는 것들을 쉽게 발견하거나 찾는 경향이 있으며 반대로 자기의 신념에 반하는 것은 무시하거나 덜 찾아보던가, 왜곡해서 받아 들이던가 혹은 낮은 가치를 폄하하는 경향을 의미합니다. 미국의 심리학자 드루웨스턴은 사람은 자기 신념에 맞는 정보만 수용하고 자기가 믿고 싶은 정보만 믿는다로 주장합니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실패하면 주변의 사람들이 격려하기 보다는 내 그럴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습니다. 다양한 교육철학을 가지고 있는 구성원들이 모여 있는 큰 학교일수록 의사소통이 쉽지 않습니다.

각자가 사용하는 소통의 언어가 다릅니다. 한국어를 다 같이 사용한다고 해서 소통의 언어가 같다는 것이 아닙니다. 동일한 언어라고 해도 그 언어를 이해하고 사용하는 방식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입니다. 소통의 언어는 그 사람의 성장과정, 집단 문화, 성격과 기질 등에 따라서 각기 다릅니다. 부부끼리의 사랑의 언어도 각기 다릅니다. 결혼 상담가 게리 채프먼은 인정하는 말, 함께 하는 시간, 선물, 봉사, 스킨쉽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서로 사랑하는 부부라 하더라도 각자가 원하는 언어가 다르다는 것입니다. 서로 사랑하는 부부끼리도 그러한데, 사랑하지 않는 사람도 포함된 다양한 사람들이 공존하는 이질적인 사회에서는 더욱 소통의 언어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나와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고 상대방을 공격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언어를 배워서 이야기할 수 있어야 성숙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소통의 문화 만들기

의사소통의 기능은 서로의 생각과 정보를 공유하는 정보교환 기능, 서로의 느낌과 정서를 공유하는 정서적 기능, 집단 내 영향을 미치는 동기부여 기능, 집단 내 활동을 통합하고 조정하는 통제적 기능이 있습니다.(W.G.Scott) 학교 생활에서의 소통은 이러한 기능들이 복잡하게 얽혀져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수업에서의 소통은 정보교환 기능이 상대적으로 강합니다.

소통을 잘하려면 상대방의 말과 입장에만 관심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고맥락적 문화에서는 더욱 그러합니다. 말과 입장 속에 숨겨진 이해관계와 관심사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리고 이해 관계와 관심사에서 더 나아가 심층적으로 숨겨져 있는 상대방의 욕구와 요구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학생이 선생님, 모둠 수행평가를 아예 없앴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 말에 대하여 교사가 모둠 수행 평가를 없앤다는 것이 말이 되는 일이야! 자꾸 불평만 할래? 네가 이끔이 학생으로서 다른 학생들을 잘 독려해서 열심히 모둠 수행 평가 과제를 하도록 노력해야지!’라고 말한다면 소통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선생님이 말과 입장에만 관심을 가지고 반응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학생의 숨겨진 이해관계와 관심사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그 학생은 수행 평가를 잘 보아서 좋은 점수를 받고 싶은데, 모둠 과제 특성상 자기 뜻대로 모둠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아서 수행 평가 점수를 잘 받기 힘들기 때문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좋은 점수를 받고 선생님에게 인정받고 싶은 것이 그 학생의 숨겨진 욕구일 수 있습니다. ‘모둠 수행 평가 점수를 잘 받고 싶은데, 모둠원들이 잘 따라주지 않아서 점수를 제대로 못받을까봐 걱정스럽고 속상한 것이구나라고 선생님이 반응한다면 그 학생의 태도는 많이 달라질 것입니다. 상대방으로 자기의 욕구를 인정받으면 상대방으로부터 사랑받고 존중받는 것을 느낄 수 있고 이로 인하여 부정적인 태도에서 긍정적인 태도로 변할 수 있습니다. 공감적 경청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러므로 갈등 해결은 입장의 옳고 그름을 따지는 것을 넘어 숨겨진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상대방의 욕구를 인정할 때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소통의 학교 문화 만들기

소통의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가 기존 관료적 문화에서 민주적 문화로 혁신되어야 합니다. 수직적 문화에서 수평적 문화로 바꾸어야 합니다. 소통의 학교 문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음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첫째, 교장의 리더쉽 스타일이 바뀌어야 합니다. 카리스마적 교장 리더쉽에서 소통의 교장 리더쉽이 필요합니다. 교장 선생님이 교사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소통하려고 노력해야만 구성원들로부터 신뢰감을 얻을 수 있습니다. 친밀감을 넘어 신뢰감을 얻을 수 있어야 제대로 된 학교 혁신을 할 수 있습니다. 1인이나 소수의 사람들이 이끌어가는 학교가 아니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교 교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어야만 제대로 된 교육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둘째, 학교 안에서 잘 소통할 수 있는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어야만 합니다. 사람을 넘어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합니다. 교직원회의, 학년협의회, 교과협의회, 학생회가 원래 기능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권을 부여해야 합니다. 성공하는 혁신학교들은 대개 기초 단위별로 자율권을 최대한 부여하고 이를 잘 조정하고 있습니다.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 보평초의 미니스쿨제, 서울 남부초의 팀제 운영은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셋째, 속도와 결과보다 소통과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소통을 하려면 시간이 필요합니다. 속도와 결과를 강조하면 진정한 소통이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진정성을 가지고 이해관계를 초월하여 소통하려고 노력할 때 의미있는 변화로 이어집니다.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여기고 느려도 전체 참여할 수 있도록 소통해야 합니다.

넷째, 상대방의 언어를 이해하고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을 가져야 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소통하려면 한 쪽이 다른 한쪽의 언어를 사용해야만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나와 다른 언어를 사용하려면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입장에 서야 합니다. 이러한 역지사지의 자세는 경청의 자세에서 비롯됩니다.

 

소통의 수업 문화 만들기

수업 속의 대화는 주로 정보교환 기능으로 측면에서 사용합니다. 그러므로 교사가 수업을 할

때는 정확하고 명료한 표현을 사용해야 합니다. 억양과 말투의 변화를 통해 학생들이 교사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소통은 근본적인 상호작용이므로 교사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도 이야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만 합니다. 수업 속의 이야기는 지식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피해야 합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수업에서 학생들이 배움이 몰입하지 못할 때 딴 이야기나 개그, 개인기, 놀이 등을 활용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재미를 줄 수 있으나 흥미 유발로 이어지지 못합니다. 재미는 즐거움 자체를 의미하지만 흥미는 대상(지식)에 대한 관심을 의미합니다. 대화나 활동 속에 지식을 담아 소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자신의 삶과 지식을 화학적으로 반응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발문을 잘해야 합니다. 수업 목표를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것보다 수업 목표를 질문으로 바꾸어 학생들에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의 수업목표는 해류의 특징을 잘 이해하고 설명하기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한국에서 미국까지 가장 빠른 바닷길은 무엇일까?’라고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교사가 고민한 만큼 수업의 질이 올라갑니다.

소통의 수업을 꿈꾼다면 먼저 교사의 이야기하는 방식을 성찰해야 합니다. 교사의 말하기가 잘 이루어지는지 살펴보고 말하기가 서툴다면 스피치 연수, 프레젠테이션 연수 등을 통해 배워야 합니다. 언어적 지능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자책할 필요가 없습니다. 다중지능이론을 창안한 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해당 다중지능이 부족해도 노력하면 어느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교사가 학생들을 이야기를 잘 경청하는지 성찰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이야기가 잘 들리지 않는다면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이나 지식 전수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있는지 철학적인 고민을 해야 합니다. 학생들과의 관계 속에서 비롯한 상처 때문이라면 상처를 극복하고 학생들을 의도적으로 사랑하려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교사 자신이 지쳐서 아이들의 이야기가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면 자신에 하고 싶은 일, 배움과 쉼 등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해야 합니다.

또한 학생들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주고 있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일방적인 소통 방식인 강의식 수업으로만 수업을 이끌어가고 있는지 단순한 수업 방법에만 의존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이 부족하다면 협동학습이나 프로젝트 등 다양한 수업 방법에 대한 연수와 실천 노력이 필요합니다.

불통의 문화를 비판하는 비판자로 머물지 말고 소통의 문화를 만드는 개척자로 삶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하나님도 우리와 늘 소통하기를 원하시는 것처럼 우리도 다른 사람과 소통하려고 노력하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