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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수업 속의 질문은 살아있는가?

by 김현섭 2015. 2. 28.

수업 속의 질문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지식을 연결하는 생명줄입니다. 학생들에게 질문이 살아있다는 것은 배움이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질문이 사라진 교실은 배움이 죽어 있는 교실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학생이 수업에서 배운 지식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지적 호기심이 생겨서 심화된 지식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지식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면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 대하여 질문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학교 교실을 살펴보면 질문없이 수업이 진행되는 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잘 질문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학생들은 원래 질문을 하지 않는 성향일까요

유치원과 초등학생 저학년 학생들에게는 수업 시간에 배우는 지식들이 매우 흥미롭고 호기심의 대상들입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질문을 서로 하려고 노력합니다. 대개 별형이나 동그라미형 학생들이 교실에 많이 있기 때문에 엉뚱한 질문을 많이 나오기도 합니다. 이때, 학생 질문에 대한 교사의 피드백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학생들에게 흥미 유발이 잘 이루어지지 않게 되고 점차 학생들 마음 속에서 질문들이 사라지게 됩니다. 초등학교 고학년 교실 이후부터는 학생들이 질문을 던지는 힘을 점차 잃어버리게 됩니다.

교사들이 학생들의 질문에 대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잘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학생들의 질문에 대하여 답변하다 보면 준비한 수업 진도 분량을 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사가 생각한 학습 내용과 벗어난 질문이라고 생각하면 쓸데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하고 질문에 대하여 무시하거나 부정적인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면 학생 입장에서는 질문하는 것이 위축될 수밖에 없고 지식의 분량이 많아지게 되면 점차 질문의 힘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계획한 대로 많은 분량의 지식을 잘 전달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게 되면 의도하지 않게 질문에 대한 답변을 소홀히 하게 됩니다. 교사들 중에는 학생과는 달리 네모형 유형이 많이 있기 때문에 준비한 만큼 진도나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수업을 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네모형 선생님 밑에 있는 별형 학생은 기를 펴기 쉽지 않습니다. 별형 학생들의 창의적 질문, 학습 주제를 벗어난 질문들에 대하여 네모형 선생님이 적극적이고 공감적으로 반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교사가 수업 준비가 충분하지 않을 때 학생들의 질문에 대하여 소극적이거나 공격적인 반응을 보일 수 있습니다. 교사들은 가르치는 지식의 전문가로서 학생들의 질문에 대하여 모든 것을 답변해 주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교사가 모든 지식을 완벽히 알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자기가 모르는 지식을 학생들이 질문하면 당황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교사로서 수업을 할 때 이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학습 단원 중 가장 자신이 없는 부분을 어쩔 수 없이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 있었습니다. 내 부족함을 숨기기 위해 다양한 학습 자료(학습지, 프리젠테이션 자료 등)를 만들어 수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전교 1등 학생이 갑자기 손을 들어 질문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질문은 예리하고 학습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이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평소 상황이었으면 선생님도 이 부분은 잘 모르는 것이 있으니까 다음 시간에 알려줄게라고 이야기했을텐데, 당황하다보니까 제대로 답변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리게 되었습니다. 어색한 침묵이 흐르자 고개를 숙였던 학생들도 고개를 들고 저를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학생들의 시선이 저에게 모여지는 순간 얼마나 힘들고 쥐구멍이라도 숨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때 수업 마침종이 울렸습니다. 그제서야 마음의 안정을 찾고 다음 시간에 그 질문에 대하여 선생님이 답변하도록 할께라고 순간적으로 위기를 모면했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학생들에게 좋은 질문을 기대한다면 교사가 먼저 학생들에게 좋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합니다. 질문은 이론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배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사들은 학창 시절 선생님들로부터 좋은 질문을 받아보거나 좋은 질문을 해 본 경험이 거의 없습니다. 질문은 거의 하지 않고 살았거나 질문을 사용해도 닫힌 질문, 지식과 이해를 묻는 저차원적 질문들을 주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므로 교사가 질문에 대하여 의식적으로 노력하지 않으면 지금까지 배워왔던 방식대로 질문하지 않거나 질문을 하더라도 닫힌 질문만 주로 사용할 것입니다.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가 다음 세대까지 이어갈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깨려면 의식적이고, 꾸준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하루 아침에 질문 습관이 변하지 않습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학생들에게 배움으로의 초대장을 보내는 행위입니다. 질문에 반응을 보인다는 것은 배움에 참여한다는 것이고 질문에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배움에 참여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학습 동기 유발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 배움도 잘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그런데 교사가 학생들에게 던지는 질문들을 분석해 보면 주로 열린 질문보다는 닫힌 질문을 많이 합니다. 다양한 정답을 유도하기 보다는 하나의 정답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많은 교사들이 질문 형태는 열린 질문인데, 정작 반응은 닫힌 질문처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기가 원하는 답변이 나왔을 때만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정답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원하는 답변일 때는 시큰둥하게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게 되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교사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학생이 교사의 마음과 생각의 의도를 꿰뚫어 볼 수 있는 독심술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교사가 원하는 정답을 말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수업 참관을 해보면 교사의 질문에 처음에는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답변을 보이지만 수업이 점차 진행되면서 답변이 줄어들거나 사라지는 경우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수업 디자인의 핵심은 핵심 질문을 뽑는 것입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학습 목표를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학습 동기 유발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수업은 목표없이 이루어지는 활동이 아닙니다. 그래서 수업 준비할 때 학습목표를 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수업 도입 단계에서 학습 목표를 단순하게 제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학생들의 흥미 유발을 유도하고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있습니다. 좋은 질문을 만들면 좋은 수업을 준비할 수 있습니다. 핵심 질문을 만드는 것은 수업 디자인의 기본 뼈대를 세우는 일입니다. 핵심 질문 하나만 가지고 1시간의 수업을 이끌어 가기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수업은 질문과 질문으로 연결되어야 생동감이 넘칩니다. 물론 질문이 너무 많아도 산만해져서 학습하기 힘듭니다. 적절한 질문을 찾아 질문과 질문을 연결해 나갈 수 있어야 합니다. 특히 출발 질문과 도착 질문이 필요합니다.

핵심 질문은 출발 질문, 전개 질문, 도착 질문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출발 질문이란 학습 흥미 유발을 유도하는 질문으로 학생들의 학습 참여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출발 질문은 학습 주제와 학생들의 구체적 삶을 연결하면서 지적 호기심을 유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출발 질문은 도발적이고 섹시한 질문일수록 좋습니다. 출발 질문은 마음열기(도입) 단계에 해당하는 질문입니다.

예를 들어 윤리 시간에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과 자본주의정신 부분을 수업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학습 목표는 베버가 말한 자본주의 정신을 이해하고 올바른 경제 윤리의 자세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학습 목표는 학생들에게 별로 매력적이지 않게 다가갈 것입니다. 왜냐하면 학생들 중에서 베버라는 학자를 처음 접하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고 경제 활동에 종사하면서 경제 윤리에 대하여 고민하는 학생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를 질문으로 바꾸면 학생들에게 의미있게 다가갈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학습 목표를 의문형으로 단순히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베버가 말한 자본주의 정신이란 무엇인가?’라고 바꾼다고 해서 학생들에게 흥미롭게 생각할 가능성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를 근대 초기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인 중국 황하문명이나 아랍 문명권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덜 발달한 서유럽에서 자본주의가 시작하고 발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내지 경제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지역에서 자본주의가 발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바꾸면 다가오는 의미가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어떤 과학 선생님의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습니다. 해류의 특징을 주제로 수업을 했는데, 학습 내용 자체는 평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은 출발 질문으로 컵라면에 물을 붓고 입김을 불면 라면 덩어리는 어떠한 움직임이 있는가?’을 던졌습니다. 이 질문의 내용은 해류와 대류의 관계성을 말하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그 수업 참관 이후 컵라면을 먹을 때 마다 해류와 대류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전개 질문은 본시 학습에서 다루는 학습 목표와 학습 내용과 관련한 질문입니다. 대체 전개 질문은 학습 목표를 의문형으로 바꾸면 됩니다. 예를 들어 학습 목표가 문장에서 주어와 서술어를 구분하여 말할 수 있다라면 전개 질문은 다음 문장에서 주어와 서술어를 찾는다면?’등의 방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전개 질문은 주로 지식과 이해를 묻는 수렴적 질문, 닫힌 질문입니다. 전개 질문은 생각 키우기(전개) 단계를 이끌어가는 질문입니다.

도착 질문은 배운 지식과 실제 삶을 연결하는 질문입니다. 적용, 분석, 종합, 비판과 관련한 질문으로 발산적 질문, 열린 질문입니다. 도착 질문은 생각 넓히기(재구성), 삶에 반응하기(초월) 단계에 해당하는 질문입니다. 물론 매 차시 수업을 삶에 반응하기로 연결할 수는 없지만 지식을 삶 속에서 실천 가능한 주제인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시도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앞에서 예를 든 해류 수업에서 도착 질문은 한국에서 미국까지, 미국에서 한국까지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바닷길은 무엇인가?’였습니다. 정답은 단순 직선 거리가 아니라 해류를 따라가는 길인데, 해류의 방향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빠른 바닷길과 미국에서 한국으로 가는 빠른 바닷길이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태평양 해류의 방향을 알아야만 그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아갈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만 몰입되는 것이 아니라 지식과 삶을 연결했기에 수업 이후에도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었습니다.

실제로 수업 디자인을 해보면 전개 질문을 만드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출발 질문과 도착 질문은 상대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좋은 출발 질문과 도착 질문을 만들게 되면 다음 순서는 상대적으로 쉽게 풀립니다.

좋은 수업을 준비하려면 교사에게 좋은 질문을 뽑아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질문을 뽑으려면 먼저 학습 목표와 내용에 대한 깊이 있는 묵상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교과서에 제시된 내용을 아무 생각없이 전달하는데 급급해 하지 말고 교사가 먼저 교과서에 질문을 던지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교사가 교과서에 말을 걸어야만 좋은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질문을 하려면 브레인스토밍을 해야 합니다. 다양한 질문을 평가없이 쏟아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동료 선생님들끼리 함께 수업디자인을 한다면 더욱 좋은 질문을 찾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