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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교컨설팅

by 김현섭 2013. 10. 25.

교사로서 학교 생활이 재미가 없어요. 늘 반복되는 일상 생활의 연속이네요. 지금까지 여러 학교에서 근무했지만 학교 교육과정도 비슷비슷하고 운영도 큰 차이가 없어요. 교장 선생님의 학교경영 스타일에 따라 학교 운영 방식이 달라질 뿐 나머지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우리 학교도 이제는 변화될 시기라고 생각해요. 당장 전반적인 신입생 감소로 인하여 신입생을 모집하기가 예전보다 쉽지 않고 인근 학교와 비교해도 우리 학교가 더 나은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우수한 교사와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있다고 무조건 좋은 학교가 되는 것이 아니다. 공립학교는 교원 인사 특성상 순환되기 때문에 어떤 학교가 잘한다고 소문이 나면 다른 학교도 비슷하게 따라 한다. 그러다 보니 학교마다 비슷한 사업들이 추진된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 담당자가 바뀌기 때문에 의미있는 일이라 하더라도 꾸준히 지속되기 힘들다. 사립학교는 교원 인사 특성상 상대적으로 안정되어 있고 역량을 모으기 쉽기 때문에 학교 교육활동을 내실있게 꾸준히 추진할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부 구성원간의 이해 관계에 따른 갈등, 많은 업무로 인한 전체 구성원들의 사기 저하, 폐쇄적 문화로 인한 안이함 등이 있다. 교육적 환경이 바뀌고 정부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교육 사업을 요구받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정체되기 쉽고 학교 구성원 모두가 행복감을 누리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문제없는 학교는 없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보더라도 공립학교이든 사립학교이든 혁신학교이든 아니면 대안학교이든 간에 문제없는 학교를 본 적이 없다. 외부적 시각에서 볼 때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학교인 것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내부적 시각에서 살펴보면 각기 나름대로의 다양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다만 좋은 학교가 그렇지 않은 학교의 차이점은 자기 학교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대한 방식에서 차이가 날 뿐이다. 때로는 외부에서 도움을 받는 컨설팅이 학교 혁신에 큰 도움이 된다.

 

학교컨설팅과 학교장학은 다르다.

 

최근 학교컨설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학교 간 경쟁 심화, 전반적인 학생수 감소, 대입 제도 변화, 지역 평준화, 학교의 다양화 특성화 등 교육 정책 변화 등으로 인한 외부적 환경의 변화와 학교구성원간의 갈등, 내부 구성원들의 소진(burn-out) 현상 등으로 인한 내부적인 요인이 맞물리면서 학교마다 위기 의식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컨설팅이란 학교 자생력 함양과 학교교육의 질 향상을 위하여, 단위학교와 학교 체제 구성원들의 요청에 따라 전문성을 갖춘 교육체제 내외 전문가들이 문제와 과제 해결을 도와주는 활동이다. (진동섭 외, 2008)

그런데 현재 학교컨설팅이란 이름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일련의 활동들을 살펴보면 학교컨설팅이라기 보다는 학교장학에 가깝고 학교컨설팅이 이루어진다해도 그 수준이 기대 이하인 경우가 많다. 학교 장학과 학교 컨설팅은 학교 교육활동을 돕는다는 점에서는 얼핏 비슷한 것 같지만 실제 접근 방식이 상이하다. 학교 장학은 학교 혁신을 연역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라면 학교 컨설팅은 귀납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 학교 장학은 객관적인 학교 평가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에 따라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 평가하고 피드백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학교가 이고 학교평가자가 이다. 학교평가자가 해당 학교가 그 기준이 도달하지 못할 때 힘(인사 내지 예산 지원)에 의하여 강력한 피드백을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학교 컨설팅은 학교가 의뢰인 자격으로 전문적인 컨설던트에게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다. 여기에서는 학교가 이고 학교컨설던트가 이다. 학교컨설턴트가 도움을 준다 하더라도 학교가 이를 거부하거나 제대로 따르지 못하면 컨설팅의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일부 학교컨설팅의 사례를 살펴보면 부실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일단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스펙 쌓기 일환으로 학교컨설던트를 한다고 자원하여 나서고 있다 보니 학교컨설팅 내용이 부실한 경우가 발생한다. 학교컨설팅 방식도 대체로 학교를 방문해서 3-4시간 정도 학교 관련 서류를 살펴보고 교감이나 연구부장 등 몇 사람과 이야기하고 나서 식사하는 것으로 일정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몇 일 뒤 1-2쪽 짜리 컨설팅 보고서를 보내는 것으로 학교컨설팅을 마무리한다. 이러한 학교컨설팅 사례는 바쁜 학교 업무에 추가 부담만 줄 뿐 실제로 학교 발전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교육청이 단위학교를 컨설팅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교육청은 단위학교를 관리 감독하는 상급 기관이기 때문에 교육청이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장학을 실시하는 오류에 쉽게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교육청은 법적으로 인데 의 위치에 있으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그래서 최근 교육부에서 사용하는 단어가 컨설팅장학이라는 것인데, 이는 장학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감추기 위한 수단일 뿐 실제로는 장학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있다. 컨설팅과 장학은 개념적으로 상이하기 때문에 꼭 분리되어 사용되어야 할 개념이다. 컨설팅은 민간 전문가 그룹을 통해서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 장학 활동은 꼭 필요한 활동이고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이다. 다만 교육청이 장학을 넘어 컨설팅까지 한다는 것은 무리라는 것이다. 교육청은 직접 학교 컨설팅을 나서는 것보다 단위 학교에서의 학교컨설팅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학교 컨설팅 비용을 지원하고 학교컨설팅 기관 설립 및 운영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덴마크 교육지원센터 등 선진국 사례처럼 지역교육청이 학교교육지원센터로 전환하고 학교장학이 아니라 학교컨설팅할 수 있는 전문기관으로 탈바꿈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컨설팅의 원리와 절차

 

학교컨설팅은 자발성, 전문성, 독립성, 자문성, 한시성, 학습성의 원리가 있다. 자발성이란 의뢰인의 자발적인 요청에 의하여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성이란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학교컨설던트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자문성이란 학교컨설던트가 의뢰인을 대신하여 교육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컨설팅의 최종 결과는 의뢰인에게 있다는 것이다. 한시성이란 의뢰된 과제는 일정 시간 안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과제가 해결되면 컨설팅 관계는 종료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립성이란 학교컨설던트와 이뢰인 모두가 독립적인 역할을 가지고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습성이란 의뢰인의 전문성 함양을 지향하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학습의 성격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컨설팅은 현안 과제를 학교 내부 구성원들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쉽지 않을 때, 학교 운영과 관련하여 외부의 객관적인 의견이 필요할 때, 학교 내 정치 역학 관계가 충돌할 때, 문제 진단 및 해결 능력이 부족할 때, 학교컨설팅을 계기로 학교 구성원을 학교 교육활동을 반성하고 새로운 힘을 모을 필요가 있을 때, 학교 교육 활동에 대한 전반적인 혁신의 필요성이 모아질 때 필요하다. 학교컨설팅의 일반적인 절차는 다음과 같다.

준비

진단

해결 방안 구안 및 선택

실행

종료

 

준비단계는 학교가 컨설팅을 의뢰하고 예비 진단을 통해 컨설팅의 규모와 내용을 조율하고 컨설던트를 섭외하는 것이다. 진단 단계는 설문조사, 심층 인터뷰, 참여 관찰 등을 통해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하여 자료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단계이다. 해결방안 구안 및 선택은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해결 방안을 모색하고 그 대안을 찾아서 선택하는 것이다. 실행 단계는 워크샵, 연수, 수업 관찰 및 분석, 사례 분석, 포트폴리오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실천하는 것이다. 종료 단계는 컨설팅 실행 결과를 평가하고 최종 결과를 학교 구성원들에게 보고하는 것이다.

이러한 학교 컨설팅 작업은 크게 진단 및 분석과 해결책 제시 및 실행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진단 및 분석과정을 통해 학교 구성원들의 생각을 모으고 학교 교육 활동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문제점을 찾는 것이다. SWOT 분석, 매킨지의 7S 모형(공유 가치, 전략, 구조, 관리 시스템, 구성원, 경영 스타일, 기술) 등 다양한 기법을 통해 학교 구성원들이 직접 이야기를 나누고 문제 의식을 공유하는 것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공통의 문제의식을 공유해야 그 다음 해결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해결 방안 실행 과정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작업이다. 교육과정 혁신이 필요하다면 교육과정 전문가와 함께 교육과정 워크샵을 통해 단위학교 특성에 맞는 교육과정을 함께 디자인하는 것이다. 수업 혁신이 필요하다면 수업 공개 및 수업 코칭 활동, 수업공동체 만들기 등을 통해 수업에 대한 고민들을 해결해 가는 것이다.

 

학교컨설팅 활성화 방안은?

 

학교컨설팅이 활성화되려면 첫째, 단위학교가 정기적으로 학교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5년을 주기로 정기적으로 학교컨설팅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둘째, 학교컨설팅을 잘 감당할 수 있는 민간 기관을 설립하거나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청이 직접 하는 것보다 교육청이 학교컨설팅 기관을 설립하거나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셋째, 다방면의 전문가들이 학교컨설던트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수석교사나 활동가 교사들이 다른 학교 컨설팅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학교컨설팅 비용을 실질적으로 현실화하고 이에 대한 예산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컨설팅을 제대로 하려면 경험상 최소 1개교당 최소한 1천만원 정도 예산이 확보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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