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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인문계 고교 수업 혁신 도전기

by 김현섭 2015. 12. 1.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수업 혁신이란 구호는 공허하게 느껴질 수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경우, 교사 중심 수업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의 배움을 강조한 수업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지만 인문계 고교의 경우, 입시 제도와 치열한 경쟁 학습 문화 속에서 수업 혁신은 왠지 낯설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수업 혁신을 특정한 수업 모형을 적용하거나 이벤트형 수업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수업 혁신은 한 번의 맛있는 프랑스 요리가 아니라 매 끼니 맛있고 따뜻한 쌀밥을 짓는 것처럼 일상 수업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수업 혁신이란 소수의 학생들만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이 배움에 몰입할 수 있는 수업을 할 수도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무기력하게 잠자는 학생들이 많은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의 현실 속에서 어떻게 모든 학생들의 배움을 일깨울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신천고 행복수레 이야기

신천고등학교는 설립된 지 얼마 안된 경기도 시흥시 소재 인문계 고등학교이다.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의지가 다른 학교에 비해 그리 높지 않은 편이라 수업하기 쉽지 않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선생님들마다 수업을 하는데 많은 고민들과 어려움이 있었다. 3년 전 한 선생님이 메신저를 통해 수업 혁신에 관심이 있는 선생님들을 모집하였다. 수업을 잘하는 교사들이 모인 것이 아니라 수업을 통해 지치고 힘든 교사들이 모인 것이었다. ‘행복을 담는 수레’(행복수레)라는 이름으로 수업 동아리가 시작하였다. 먼저 독서 나눔 활동을 통해 수업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고등학생들에 맞는 학생 참여식 수업에 대하여 공부하고 실천하였다. 그래서 협동학습, 융합 교육, 수업 나눔, 공동 수업디자인 모임 등 다양한 실천을 통해 서로에게 수업 친구가 되어주고 함께 수업에 대하여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올해에는 혁신학교 철학에 대한 공부와 수업공동체 만들기 연수를 진행하였고, 희망자를 중심으로 수업 나눔 활동을 전개하였다. 수업 공개를 하면서 동영상을 촬영하여 수업 동아리 선생님들과 함께 보고 수업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수업 나눔 운동의 정착을 위해 외부 전문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수업 나눔을 진행하였다. 그리고 그동안의 고민과 성과들을 행복 수레라는 자체 저널 형태로 만들었다.



 

수업코칭 이야기

올해 학교 차원에서 수업 나눔과 수업 코칭 프로그램을 전격적으로 도입하였다. 일반 교사들 뿐 아니라 교장, 교감 선생님도 수업 혁신의 필요성을 공감했기에 과감하게 수업 코칭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었다. 수업동아리인 행복 수레를 중심으로 자발적인 수업 공개와 수업 나눔을 실시하였고, 희망하는 교사를 중심으로 외부 수업 코치 선생님들의 도움을 받아 개별적인 수업코칭 활동도 동시에 실시하였다. 개별 수업코칭에는 3명의 교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하였다. 집단 코칭인 수업 나눔과 개별 코칭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면서 학교 안에서 수업 나눔 운동을 정착시키려고 노력하였다. 2015학년도 수업코칭 프로그램을 경기도교육청 교사의 전문적 학습공동체 활동과 연계하여 다음과 같이 진행하였다.

일 정

주 제

시간

강 사

비고

311

오리엔테이션

1

행복수레

희망자

연수

325

혁신학교 철학 공부

1

행복수레

48

수업방법과 평가연구회의 방향

1

행복수레

422

수업 성찰 및 수업 관찰 연수

2

외부 강사

전체연수

520

수업 나눔

2

행복수레

희망자

연수

63

수업코칭 및 수업공동체 만들기 연수

3

외부 강사

전체연수

624

수업 나눔

2

행복수레

희망자

연수

78

수업 나눔

2

행복수레

722

12일 중간결과협의 워크숍

8

행복수레

826

독서스터디, 수업공개, 수업나눔,

1차 개별 수업코칭 활동

2

외부 수업코치 행복수레

99

독서스터디, 수업공개, 수업나눔

2

외부 수업코치

행복수레

923

독서스터디, 수업공개, 수업나눔

2

외부 수업코치

행복수레

1014

독서스터디, 수업공개, 수업나눔,

2차 개별 수업코칭 활동

2

외부 수업코치

행복수레

1028

독서스터디, 수업공개, 수업나눔

2

외부 수업코치

행복수레

1118

자료집제작 편집

3차 개별 수업코칭 활동

2

외부 수업코치

행복수레

1127

개별코치, 연구 성과 나눔 발표회

2

외부 수업코치

행복수레

전체연수

129

자료집제작 편집

1

행복수레

희망자

연수

1216

자료집제작 편집

1

행복수레

1230

12일 최종결과 워크숍

8

행복수레

 



물음표로 만들어 가는 느낌표

여현진 샘(신천고)

 

누군가가 나의 수업을 지켜본다는 것은 꽤나 큰 부담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비단 교사인 저 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이들은 평소보다 수업에 집중했고 제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러나 차차 시간이 경과될수록 아이들은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익명의 설문지를 통한 설문을 하였습니다. 설문지를 통해 아이들이 제 수업에서 어떤 점을 좋아하고 어떤 점을 아쉬워하는지에 대해서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후, 수업코치 선생님들과 1:1 수업나눔 시간을 가졌습니다. 수업의 주안점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자신의 수업점수를 스스로 매겨도 보았습니다. 수업 코치 선생님들은 저에게 여러 가지 물음표들을 던졌습니다. 질문은 대부분 제가 수업 중에 하는 행동, , 그리고 학생들이 보인 반응들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자연스럽고 이제는 이미 일상적으로 받아들이게 되어버린 현상들에 대해서 질문을 받는 동안, 저는 정곡을 찔린 기분이 들었습니다. 생각하지 않고 당연하게 여기던 것들의 의도와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수업시간에 하는 활동들의 목적과 의도를 다시 한 번 상기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진도 나가기에 바빠서, 혹은 귀찮아서 놓치고 지나가던 수업의 진정한 목적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다시 한 번 교단에 서던 처음의 마음을 되뇌어보게 된 것 같습니다.

수업 코칭 이후 여러 가지 질문들을 통하여 몇 가지를 깨닫고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좋은 수업에 대해서 고민하면서 어떠한 정답을 찾는데만 집중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각자 다른 특성을 가진 학생 모두에게 알맞은 완벽한 정답의 수업은 있기가 힘듭니다. 수업모형은 수천, 수만 가지가 있으며 각각의 수업방식은 각각의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학생들의 특성에 알맞고 내가 잘 할 수 있는 방식을 선택하고 또 응용하여 하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두 번째는 제가 아이들의 능력을 완전하게 믿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평준화된 지역에서의 수업과 비평준화 지역에서의 수업은 많이 달랐습니다. 그 격차와 다름이 저에게는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아이들의 능력과 가능성을 저도 모르게 낮추어 보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이제는 아이들의 능력을 믿고 아이들이 능동적으로 또 스스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기다려주기로 하였습니다. 교사는 아이들이 한 단계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걸 다시 한 번 마음깊이 새기게 되었습니다.

세 번째는 교사도 완벽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수업에서 실수를 할 수도 있고 계획했던 수업활동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모든 교사들이 말이죠. 덕분에 완벽하지 않은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것에 두려움을 가졌던 저에게, 도전에 대한 용기를 가질 수 되었습니다.

완전한 변화나 성공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이전에 가져왔던 물음표들 중에서 느낌표로 변화한 것들이 있고, 그 느낌표들로 인해서 위안을 얻기도 하고 용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풀리지 않는 수많은 질문들과 물음표들을 함께 나누고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 그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내가 가지는 고민이 비단 나만의 것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들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위로가 되면서 동시에 제 자신이 조금 더 단단해진 것 같습니다. 힘이 빠지고 지칠 때도 있지만 그러한 순간 순간을 받아들이고 버틸 수 있는 힘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수많은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반복해가면서 차차 더 좋은 교사가 되기를 희망해봅니다.



최종 발표회, 강연 강연 °C

지난 1127일 전체 교사들이 모여 강연 강연 °C라는 이름으로 최종 발표회를 진행하였다. 1년 동안 교사들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실천했던 성과들을 모 강연 프로그램을 패러디하여 전체 교사들과 함께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교장 선생님부터 새내기 교사까지 그동안 고민한 내용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연구시범학교 발표회처럼 우수 사례들을 발표한 시간이 아니라 1년 동안 각자 고민하고 실천했던 주제와 과정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함께 고민을 나누고 성장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