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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수업 혁신의 단계

by 김현섭 2012. 3. 21.

수업 혁신 모델을 고민하는데 있어서 핵심은 수업 모형이라기보다는 교사의 역량이다. 교사가 자기 수업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교사의 수업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좋은 열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 수업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수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편이다. 객관적으로 수업을 잘 못하는 교사라 할지라도 교사 자신은 자신의 수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편이다. 새내기 교사 시절(초임-5년차 내외)에 교사들은 자기 수업에 대한 스타일이 어느 정도 형성되고 결정된다. 이렇게 형성된 교수 스타일은 교직 생활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좋은 교수 습관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좋은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나쁜 교수 습관은 특별한 계기가 없이는 쉽사리 바뀌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업 변화는 자기 수업의 장단점을 스스로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기 교수 스타일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성격유형(MBTI)검사나 다중지능이론(MI) 등은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자기 수업에 대한 반성을 위해서는 자기 수업에 대한 기록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기 수업을 기록하는 방법은 자기 수업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방법과 수업 일지를 기록하는 것 등이 있다. 자기 수업을 디카나 캠코더를 이용하여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자기 수업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몇몇 업체에서 자기 수업 자동 녹화 장치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기자재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수업지도안을 쓰는 것도 자기 수업에 대한 기록이 될 수 있겠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더 좋은 방법은 수업일지를 쓰는 것이다. 자기 수업에 대한 고민, 수업 전개 방식, 학생들의 반응, 성공과 실패 등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일기를 쓰듯이 자연스럽게 기록하는 것이다. 수업일지를 교사나 교과연구 카페에 올려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생들에게 배움 일지를 쓰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생들이 수업시간 마다 배운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 보도록 하는 것이다. 배움일지는 학생들의 배움의 어디까지 이루어지고 있고, 어디에서 멈추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학생 입장에서는 복습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최근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에서 도입한 복습공책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례라고 생각한다.

둘째, 전문적 교사 공동체 구축을 통해 자기 발전을 구조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수업의 질을 올리기 위한 전문적 교사 공동체 구축을 위해서 다음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수업 친구 만들기

교사의 자기 성찰로만으로는 수업 전문성 신장으로 바로 이어지지 않는다. 자기 성찰은 수업 혁신에 출발점이다. 동료성에 기반을 둔 피드백을 통해 교사의 수업 전문성을 신장시킬 수 있다.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방안이 같은 학교 안에서 수업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신뢰할만한 동료 교사를 수업 친구로 삼는 것이다. 기존의 경력 교사와 새내기 교사를 묶는 멘토와 멘트의 관계를 뛰어넘는 것이다. 멘토와 멘티는 경력차에 따라 도움을 주고 받는 관계이지만 수업 친구는 동료 교사들끼리 편하게 1:1로 엮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수업 친구끼리 수업 자료를 나누고 수업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 된다.

혁신학년제 내지 교과협의회 활성화

학년협의회와 교과협의회를 활성화하고 행정 중심에서 수업 중심으로 혁신시켜야 한다. 지금까지의 학년협의회나 교과협의회는 학교 행사를 추진하기 위한 일종의 행정 업무 협의체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수업 연구나 생활 지도 연구 등이 여기에서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학년협의회를 통해 초등의 경우, 교과별 분담 수업 연구 체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중등의 경우, 체계적인 학생 생활 지도 협의체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교과협의회를 통해 동일 교과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에 대한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 실질적인 수업 개선을 이룰 수 있는 기초 단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최근 경기도에서 실시하는 혁신학년제 방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수업동아리 (혁신학교 학습동아리)

교사 수업 동아리 활동을 조직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수업 개선에 관심있는 교사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학습 조직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필자의 경우, 학교 내에서 범교과적으로 수업 방법을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는 교사 수업동아리를 조직하고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를 통해 교사들의 수업 문화를 바꾸어가는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외부 강사 중심의 연수 방식으로 진행하다가 점차 내부 교사들을 중심으로 독서 토론을 하고 자기 수업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이처럼 자발적인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사 학습 동아리를 조직해서 활동하는 것이 좋다. 이때,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경기도의 NTTP나 서울의 혁신학교 학습 동아리 사업이나 각 시도교육정보원에서 추진하는 학교단위 교실수업개선팀 등으로 응모하여 추진하면 학습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지원금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구현고 행복수업모임 이야기

구현고는 서울시 구로구에 위치한 학교로서 개방형 자율학교로 시작해서 현재는 공립형 자율고로 운영하고 있는 학교이다. 구현고 행복수업모임은 2009년부터 시작되었다. 수업에 관심있는 교사들을 쿨 메신저를 활용하여 공개적으로 모집하여 자발적으로 수업 동아리를 조직하였다. 수업 동아리 기본 취지에 동의한 교장, 교감 샘의 지원을 통해 학교 차원에서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2011년 활동의 경우, EBS에서 방영한 ‘선생님이 달라졌어요’를 같이 시청하고 수업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특강을 하면서 전체 교사들에게 홍보를 하여 많은 분들이 올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하였다. 그리고 나서 파커 팔머가 쓴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는 책을 스터디하였다. 독서 토론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하면서 전체 선생님들이 한 장씩 담당하여 요약 발제를 하도록 하였다. 기말고사 기간을 활용하여 혁신학교인 용인 흥덕고에 방문하였고 엠티 형식으로 멤버쉽을 다지는 기회를 가졌다.

2학기에는 각자가 개발한 수업 자료를 나누었다. 그중에서 한 사람이 전체 대표 수업을 하였고, 수업 결과는 동영상으로 촬영 편집하였고, 수업 공개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한 교사들에게 동영상을 보내주었다. 그리고 나서 수업 강평회를 통하여 수업에 대한 나눔을 실시하였다. 2학기에도 외부 강사를 초청하여 프로젝트 수업 연수를 실시하였다. 활동 결과물들을 잘 정리하여 학기말에 자료집을 엮어냈다. 2학기에는 학교 업무가 많아 다들 바쁘다 보니 참여율이 다소 떨어졌지만 꾸준하게 모일 수 있었다는 것이 좋았다. 모임때 마다 교실에서 저녁 식사를 시켜서 해먹는 것으로 식사를 하였는데, 공동 식사를 통해 멤버쉽을 다지면서 편안한 나눔 시간을 가진 것이 좋았다.

학교 차원의 교직 문화의 개선 및 단위 학교 교육과정 반영

먼저 수업 공개회를 기본 취지대로 회복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기존 수업 공개회는 일시적이고 전시적인 성격이 크다보니 실질적인 수업 개선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수업 공개 문화와 피드백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교사의 수업을 잘 볼 수 있도록 시간표를 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즉, 교사 연수의 날을 교육과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우중고등학교의 경우, 수요일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 수업은 한 교사의 수업만을 공개하도록 하되, 모든 교사들이 돌아가며 공개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조정하였다. 그리하여 한 교사의 수업을 과목과 상관없이 모든 교사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구조화시켰다. 수원 중앙기독중학교의 경우, 모든 교사들의 수업을 상시적으로 개방하도록 문화를 구축했다. 그리하여 수업하는 교사들의 사전 동의 없이도 언제든지 누구나 수업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배움의 공동체에서의 수업공개회는 기존 수업 공개회와는 다른 방식으로 피드백을 실시한다. 즉, 해당 교사를 지적하는 ‘You-message'(너 전달법) 방식이 아니라 ’I-message'(나-전달법) 방식으로 피드백한다. 교사의 가르침 중심의 관찰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 중심의 관찰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배웠는지를 중심으로, 교사의 가르침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수업을 관찰하고 평가한다. 이러한 학교 차원에서의 접근은 전체 교사들의 수업의 역량을 끌어올리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