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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한국형 수업혁신 모델의 방향은 무엇인가?

by 김현섭 2012. 3. 21.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은 어떠해야 하는가?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지만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의 철학적 방향을 제시하는데 있어서 공통 분모를 찾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예컨대, 교사 중심, 지식 중심에서 학생 중심, 경험 중심으로 전환하고 경쟁학습에서 협력학습으로 전환하자는 것에 대하여 비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각론 수준에서의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을 제시하라고 하면 그리 쉽게 답변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을 고민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특정한 수업 혁신 모델을 통해서 모든 수업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고자 하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시대적 흐름이나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개별화교육, 정보통신활용(ICT) 교육, e-learning, 수준별 수업, U-learning 등 특정한 수업 혁신 모델들이 정부 주도의 수업 혁신 모델로 부각되었다. 교육 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수업 혁신 모델들은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었지만 그 부작용도 많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사들은 새로운 수업 혁신 모델들을 교실에서 실천할 것을 강요받았고 교사들은 마지 못해 따라갔다. 이러한 외부로부터의 수업 개혁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잊혀져 갔다. 최근의 혁신학교 운동에서 수업 혁신 모델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경기도 혁신학교 운동에 있어서 수업 혁신 모델로 각광받은 것이 배움의 공동체 모델이다. 그래서 혁신학교에서의 수업 혁신 모델로서 배움의 공동체 모델이 상대적으로 부각이 되고 있지만 배움의 공동체 모델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특정 수업 혁신 모델로서 수업 혁신을 추진하려고 할 때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면서 유연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우리는 흔히 미국 교육은 어떠하다, 핀란드 교육은 어떠하다라고 쉽게 말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기’ 방식인 경우가 많다. 필자는 선진 국가들의 교육 현장을 탐방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나라들의 학교를 탐방하면서 느낀 것은 같은 나라라 할지라도 학교마다 다양한 수업 혁신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인수 대도시 학교냐 소인수 시골학교냐에 따라 수업 방식이 달랐다. 또한 같은 학교라 할지라도 과목에 따라 교사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예컨대, 핀란드의 경우, 일반 수업을 관찰해보면 팀티칭이나 협동학습, 프로젝트 수업으로 수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강의식 위주의 일제학습이나 학습지 활용 수업, 문답법 등 일반적인 수업 방식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는 핀란드 교실에서 무엇인가 차별화된 수업 방식을 기대하고 수업 관찰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특별한 그 무엇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 교실과 핀란드 교실에서의 가장 큰 차이점을 한 가지 발견했는데 그것은 수업 시간에 핀란드 학생들이 졸거나 떠들지 않고 교사의 지도에 따라 본 수업에 충실하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과후 수업이나 특정한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모두 본 수업에 충실하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교의 경우,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직업 학교에서 직업 관련 실무 기술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인문계 학교에서 학문의 기본 소양에 충실한 수업을 하고 있었다. 공부에 관심없는 학생들은 직업 학교에서 희망 직업 기술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공부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인문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핀란드에서는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을 뿐이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해야만 진정한 수업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셋째, 한국적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수업 혁신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적 특수한 상황이란 수직적 대인 관계 질서를 강조하고 내용보다는 형식을 강조하는 유교주의 문화, 남북한 분단 상황에서 비롯한 열악한 교육 재정이 빚어낸 다인수 학급 문화, 좁은 땅과 한정된 자원, 그리고 많은 인구수에서 비롯된 치열한 경쟁 문화 등을 말한다. 핀란드 교육 체제가 우리 교육 체제보다 좋다고 해서 핀란드 교육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인문학교를 나와 대학을 졸업한 전문직 종사자들과 직업학교를 나와 육체 노동직 종사자들의 급여 수준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북유럽 복지 국가(핀란드, 스웨덴, 덴마크)들과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는 우리나라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가 잘되어 있고 교육 방향에 대하여 진보와 보수를 떠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핀란드 교육 현실과 중앙집권제 문화와 진보와 보수간의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은 동일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수업 혁신 모델을 어설프게 적용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교육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고 교육 현실을 혁신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부터 한걸음씩 풀어간다면 한국적 수업 혁신 모델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교수학습방법의 경우, 내용교수법(pck)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교육과정에 근거한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여 접근해야 수업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컨대, 과학시간에 ‘부력’이라는 개념을 가르친다고 했을 때 지금까지 개발된 수많은 수업 모형이 다 의미있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력이라는 개념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모형은 몇 개가 안될 것이다. 부력을 가르치기에 가장 적절한 수업 모형을 찾아 적용하거나 마땅한 수업 모형이 없다면 교사가 새롭게 개발하여 가르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단원의 특성에 따라 그에 적합한 수업 방식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일제학습에 적용하기 쉬운 학습 단원에 일제학습을 적용하고, 개별학습이 필요한 부분에 개별학습을 적용하고, 경쟁학습을 적용하기 좋은 부분에 경쟁학습을 적용하고, 협동학습이 필요한 단원에 협동학습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컨대, 단순한 지식이나 개념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설명법 등의 일제학습 방식이 좋다. 그런데 단순한 지식이나 개념을 가르치려고 하는데 있어서 협동학습이나 프로젝트 수업 모형을 적용하려고 한다면 교사가 고생만 할 뿐 실질적인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는 학습의 효율성만 떨어뜨릴 뿐이다.

넷째, 기존의 수업 혁신 모델들의 장점들을 우리 나라 실정에 맞추어 새로운 수업 혁신 모델을 찾아 시도해 보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특정 수업 혁신 모델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만 집중하여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아무 것도 실천하지 않고 냉소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를 발견한다. 이러한 자세를 버리고 각 수업 혁신 모델의 장점을 찾아 한국적 상황에 맞는 실천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각 수업 혁신 모델의 장점들을 실천을 통해 구현해나가야 한다. 즉, 배움의 공동체 모델에서는 교사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 중시 및 학생의 배움 강조를 배워야 하고, 협동학습 모델에서는 학생 상호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 및 다양한 교수학습모형을 배워야 하고, 프레네 교육 모델에서는 민주주의 교육 실천을 배워야 하고, 프로젝트 수업 모델에서는 이론과 실천의 조화를 배워야 한다. 각 학교마다 다양한 수업 혁신 모델들을 실천하면서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서 각 학교에 맞는 최상의 수업 혁신 모델을 찾아나갈 수 있어야 한다. 최적의 수업 혁신 모델은 ‘百校百色’, ‘百人百色’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