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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우리 학교의 교사상 세우기

by 김현섭 2023. 2. 26.

“우리 학교의 철학은 무엇입니까?”

필자가 학교 교육과정 연수나 학교 컨설팅을 할 때 선생님들에게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이 질문에 대하여 막힘없이 답변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교장 선생님이나 연구부장 선생님은 대체로 답변해도 나머지 선생님들은 쉽게 말하는 경우가 드물다. 학교철학이란 학교가 추구하는 가치와 방향, 학교 교육 활동의 기준점이다. 예컨대, ‘더불어 사는 평민’, ‘경천애인(敬天愛人)’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학교 설립 취지가 분명한 사립학교에 비해 보편교육을 추구하는 공립학교는 학교철학이 보다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대개 학교철학은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되기에 학교 교육활동과 연결하려면 이를 좀 더 구체적인 언어로 재구조화되어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철학은 이를 좀 더 구체화할 수 있는 학교비전, 가치와 덕목, 역량, 교사상, 학생상, 학부모상 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철학의 범위를 위의 내용들을 포괄하여 이야기하기도 한다. 학교장은 학교 경영철학을 가지고 학교 교육활동을 진행한다. 그런데 학교장이 학교 경영 철학이 잘 정립되어 있지 않아서 상황에 따라 다른 결정을 해서 학교구성원들이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또한 학교장의 경영철학이 분명해도 학교 구성원들과 공유하지 않으면 이를 학교 철학이라고 말할 수 없다. 학교장 경영철학이 꼭 학교철학은 아니다! 학교철학은 학교구성원들이 공유해야 비로소 의미가 있고, 학교철학에 대한 공유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학교철학이 없다고 보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학교철학이 중요한 이유는 학교 교육활동의 기본 방향과 교육 활동의 선택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학교철학은 학교구성원마다 학교에 대한 생각과 가치들이 각기 다르기에 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학교구성원들의 힘을 모아 공동의 교육목표를 도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학교 교육활동의 성찰 및 평가 기준이 된다. 예컨대, 일반계 고교로서 학생들의 현재 삶의 행복을 추구할 것인가, 학생 개개인의 진로를 구체적으로 준비하는 것인가, 학생들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인가, 전인교육을 통해 다양한 교육활동을 하는가에 따라 학교 교육활동 및 교육과정의 방향이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비록 학교철학이 입시 준비라고 해도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시로 진학하는 경우가 많은데, 소수의 학생들을 위해 전체 학교 교육과정을 수능을 위한 교육과정으로 운영한다면 문제가 학교철학의 부재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학교철학은 교육과정-수업-평가-입시를 연결하는 기본축이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한 학교가 모든 가치와 역량을 추구할 수 없기에 선택과 집중의 원리에 따라 학교의 자원과 에너지를 집중해야 한다. 그런데 선택과 집중의 원칙이 바로 학교철학인 것이다.

 

학교자치 관점에서 교사상, 학생상, 학부모상 세우기

학교자치란 학교구성원들이 교육과정, 인사, 재정 등 학교 주요 문제에 대하여 민주적으로 협의하여 의사결정하고, 이를 추진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교자치는 위로부터의 하향식 의사결정 방식이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의사결정을 강조한다. 학교자치는 학교구성원들의 참여를 기반으로 진행되기에 교사자치, 학부모자치, 학생자치를 바탕으로 진행된다. 그러므로 학교가 추구하는 교사상, 학생상, 학부모상은 교사회, 학부모회, 학생회가 주체가 되어 정립되어야 한다. 특히 학생들에게 학생상 세우기 활동, 학부모들에게 학부모상 세우기 활동을 하고자 할 때 교사들이 학생회와 학부모회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그 결과를 존중해야 한다. 교사들 입장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더라도 학생회와 학부모회를 믿고 여기에서 만들어진 학생상과 학부모상을 존중하고 학교철학에 반영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생상과 학부모상 세우기 과정에서 필요하면 외부 전문가(퍼실리테이터)를 세워서 진행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학교철학과 가치, 역량을 세우고 이를 바탕으로 교사상, 학생상, 학부모상을 세워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학교철학과 교사상, 학생상, 학부모상이 충돌된다면 학교철학 관점에서 이를 조정하면 된다.

교사상 세우기 활동

교사회 차원에서 제대로 교사상 세우기 활동을 하려면 교사 플래닝 활동이 전제되어야 한다. 스케줄링은 시간 관리를 위한 일정관리라면, 플래닝은 목표-전략-시간배치-실행-피드백 등을 아우르는 개념으로서 목적이 있는 시간 관리이다.

좋은 교사란 무엇인가?’
나는 어떤 교사인가?’
교사로서 어떤 사명의식을 가지고 있고, 어떠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가?’
교사로서 교직 역량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고, 성장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위의 핵심질문에 대하여 고민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음의 교사 사명선언서를 작성하면 좋다.

 

나사렛새꿈학교에서는 2023년 교사다모임을 통해 교사상을 다음과 같이 정립하였다.

 

1.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교사

2. 소통과 협력으로 이끄는 교사

3. 전문성을 지닌 교사

 

이에 대하여 전체 교사들이 신학기 준비 워크샵을 통해 각 교사상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하여 이야기하였다. 교사상에 대한 구체적인 의미를 논의하여 정리한 것이다.

 

[학생 성장을 지원하는 교사]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해 수업을 잘하는 교사

졸업 이후의 삶을 잘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사

긍정적인 피드백을 하는 교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지원하는 교사

학생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교사

자조기술(식사, 배변, 이동)을 잘 지도하는 교사 등

 

[소통과 협력으로 이끄는 교사]

아이들의 의사표현을 잘 관찰하고 존중하는 교사

학부모와의 대화를 통해서 요구를 잘 파악하여 반영하는 교사

긍정적인 대화를 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교사

열린 마음과 경청하는 교사 등

 

[전문성을 지닌 교사]

끊임없이 배우는 교사

학생의 특성을 잘 파악하는 교사

전문적 학습공동체와 수업코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교사

자기만의 브랜드를 가진 교사 등

위의 내용들은 학교관리자나 학부모들의 요구에 의하여 만들어진 내용이 아니라 교사들이 스스로 고민하면서 논의한 내용들이다. 교사자치는 교사에 대한 권리뿐 아니라 의무와 책무성도 포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