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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현재형의 미래학교, 특수학교

by 김현섭 2023. 6. 25.

미래교육의 방향

미래를 살아갈 현재 아이들에게 학교가 과거의 지식과 경험만 전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물론 현재와 미래가 큰 차이가 없다면 학교가 과거와 현재의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미래사회가 예측 불가능하고 변동적이고, 모호하며, 복잡하다면, 학교가 단순한 지식과 경험을 전달하는 것 이상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미래교육이란 미래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역량을 추구하는 교육이다. 많은 미래학자들과 교육학자들이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소그룹 중심의 네트워크화

개인맞춤형 교육과정

학습가족, 학습공동체 강화

학업성취기준 도달 중심의 무학년학점제

직업 역량 기반 평생교육 체제

지역연계 교육과정 운영 및 마을교육공동체

학교자치와 특색화된 학교 교육과정 운영 및 자율성 확대

스마트한 학교 공간(온오프라인 교실, 유연한 공간 운영, 마을교실 등)

교육과정 디렉터, 학습코치로서의 교사의 역할

 

그런데 이러한 미래교육의 방향성을 이미 잘 실천하고 있는 현재형의 미래학교가 특수학교이다. 필자는 6년 전 우연한 기회에 나사렛새꿈학교와 연결되어 수업코칭을 6년 동안 진행했다. 올해는 서진학교에서 수업코칭을 하면서 많은 특수학교 선생님들을 만나 수업 및 학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개인적인 경험들을 통해 특수학교가 가지고 있는 많은 장점들을 정리해보고자 한다.

 

 

일반학교가 특수학교로부터 배울 수 있는 5가지 장점

■ 개인맞춤형 교육과정과 개별화 수업, 소인수 학급

특수학교 교육과정은 일반학교 교육과정에 준하여 운영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반학교 교육과정 그대로 운영할 수 없다. 그래서 학생들의 장애 유형과 정도에 따라 기존 일반학교의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운영하고 있다. 시각장애, 청각장애, 정신지체, 지체장애, 정서장애 등 장애 유형에 따라 특수학교 교육과정 운영 방식도 달라진다.

같은 특수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도 장애정도와 특성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동 학급에서도 개별화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 대개 수업 디자인 시 가나다 3단계로 구분하여 개별화 수업을 진행하지만, 실제로는 학생 개인별로 동일 주제를 수준과 특성에 맞게 접근해야 한다.

일반학교도 교육과정 자율성이 현재보다 확대되어 특색있는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반학교에서 개별화 수업을 진행하려면 학급당 인원수가 적어야 한다. 왜냐하면 다인수 학급에서는 개별화 수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학교도 학생수 감소 현상으로 인하여 점차 학급당 인원수가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기에 일반학교에서도 개별화 수업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적극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

 

■ 학생맞춤형 교육시설

특수학교는 장애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교육시설이 필요하다. 대개 특수학교는 일반학교에 비해 복도가 넓은 편이다. 그 이유는 휠체어를 사용하는 학생들이 손쉽게 이동할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학생이 있으면 복도에 개인 휠체어를 보관할 수 있다. 장애 학생 특성상 일반학생에 비해 수업시간에 교구를 많이 활용한다. 그래서 별도의 교구제작실 및 창고가 있어서 교사들이 수업에 필요한 교구를 직접 제작하거나 교구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새꿈학교의 경우, 중도중복장애학생들을 위한 보조공학기기(톡 버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서진학교의 경우, 교구제작실과 창고가 잘 구비되어 있어서 수업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서진학교 교무실 옆에 미용실이 있다. 학생들이 자기 용모에 관심을 가지고 깔끔하게 단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장애학생들이 일상 생활에서 불편할 수 있는 키오스크를 비치하여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고 있다. 교내 까페가 있어서 학교 구성원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일 뿐 아니라 직업 연계 교육활동까지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일반학교에서도 공간 혁신이 잘 이루어져서 복도가 이동 공간 이상의 복합 공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놀이 및 휴식 공간이나 독서 공간 등으로 재구조화하면 좋다. 학생들의 교육적 필요에 맞게 특수학교처럼 세심한 공간 배치와 시설이 구비되어야 한다.

 

■ 팀티칭 체제

특수학교에서는 기본적으로 팀티칭 수업 방식으로 진행한다. 대개 정교사 뿐 아니라 보조교사와 공익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보조교사와 공익요원이 장애정도가 심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개별 지도를 한다.

일반학교에서 기초학력 미달 학생 지도 시 대개 방과후 수업으로 보완하려고 하지만 그 효과는 높지 않다. 왜냐하면 해당 학생들이 방과후에 별도로 남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일종의 낙인효과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때문이다. 수학과 영어 등 기초교과 수업 시 보조교사가 기존 수업에 들어가 팀티칭 방식으로 해당 학생들을 개별 지도를 하는 것이 더 좋다. 세종 소담초처럼 3개반 담임 교사들이 팀을 이루어 수학과 팀티칭 수업 체제를 구축하여 운영하는 것도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다.

 

■ 긍정적 행동 지원(Positive behavior support, PBS)

최근 일반학교에서 고민거리 중의 하나가 정서·행동 위기 학생들의 증가이다. 특히 코로나 이후 정서·행동 위기 학생들이 많아지면서 학교마다 해당 학생들을 생활지도하는데 있어서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회복적 생활지도는 학생 생활 지도하는 데 있어서 좋은 대안이긴 하지만, 정서·행동 위기 학생들을 지도하는데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정서·행동 위기 학생들은 ADHD(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 품행장애, 반항장애, 우울, 무기력 등의 정서·행동 장애 행동을 한다.

정서·행동 위기 학생들을 생활지도하는 데 있어서 좋은 대안 중의 하나가 긍정적 행동 지원이다. 긍정적 행동 지원이란 바람직한 행동을 증가시키기 위하여 효과가 입증된 증거기반의 실제를 적용하여 교수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일련의 절차를 말한다. 학생이 보이는 문제행동의 이유를 이해하고 문제행동이 왜 발생하는지에 대한 가설에 따라 개인의 독특한 사회적, 환경적, 문화적 배경에 적합한 종합적인 중재를 고안하는 문제해결 접근방법이다. 문제행동을 개별 학생이 지닌 문제로 국한하기보다 학생을 둘러싼 환경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으로 바라보며, 보다 종합적이고 생태학적 접근이 병행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단기간에 문제행동을 감소시키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전반적인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장기간에 걸쳐 지속되는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서울시교육청)

긍정적 행동 지원의 특징은 문제행동의 환경과 원인 파악, 환경 조정, 대체행동, 긍정행동 강화 및 보상, 성찰과 피드백이다. 긍정적 행동 지원 운영은 문제행동을 표적 행동으로 선정하고, 문제 행동을 관찰한다. 예컨대, 어떤 학생이 수업시간마다 엎드려 잠을 잔다면 그 행동을 표적 행동으로 선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행동의 원인에 대한 가설을 세운다. 예컨대, 밤늦게까지 게임을 하기 때문인지, 기초학력이 부족하여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무기력 상태에 빠져있는 것인지, 원래 체력이 약해서인지 등등 다양한 가설을 마련한다. 선행 사건을 수정하는 예방 전략이나 후속 결과 중심의 반응 전략을 세운다. 예컨대, 예방전략으로 쉬운 학습과제를 주고 도전할 기회를 준다든지, 해당 학생이 좋아할 만한 영상을 보여주거나 협동학습을 통해 잠을 자기 힘든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반응 전략으로 잠을 자지 않은 경우, 칭찬하거나 잠자고 싶을 때 특정 책상에서만 잠을 잘 수 있도록 긍정적인 타임아웃 행동을 하는 것이다. 수업시간에 잠자기 대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할 수 있도록 대체행동을 마련하여 학생이 잠자는 행동에 빠지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방 및 반응 전략을 실행하고 실제로 해당 학생의 문제행동이 어느 정도 수정되었는지 확인하고, 가설로 세운 원인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적절한 전략을 세우고 긴 호흡을 가지고 실행하는 것이다. 정서·행동 위기 학생들은 단기간의 지도로 문제행동이 수정되는 것은 아니기에 중장기적인 전략 속에서 지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긍정적 행동 지원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학교가 특수학교이다. 특수학교에서 진행되고 있는 긍정적 행동 지원 접근이 일반학교 버전으로 확대 적용할 필요가 있다.

 

■ 특수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애정과 관심

무엇보다 일반학교가 특수학교에 배울 점은 특수 교사들의 열정이다. 특수 교사들은 일반교사들이 경험하지 못한 어려움들이 있다.

 

학생 배움의 속도가 느려서 학생의 반응을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기 힘들다.

방문 수업의 경우, 교사의 수업 부담이 크고 학부모들의 상담도 해야한다.

내면의 상처가 많은 학부모들과 갈등이 생기기 쉽고, 과도한 요구를 하는 일부 학부모들도 있다.

식사 지도로 인하여 교사들이 편안하게 식사하기 쉽지 않다.

때로는 학생들의 배변 지도도 해야 한다.

보조교사로 인하여 늘 공개 수업을 해야 하고, 교구 준비 부담이 크다.

한 시간 수업이라도 수준이 각기 다른 개별 수업 방식을 동시다발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학생들의 질서 세우기 방식이 학생 장애 정도와 특성에 따라 각기 다르다.

학생들의 돌발 행동에 노출되기 쉽고, 다쳐도 하소연하기 쉽지 않다.

일부 특수 학생들이 체력적으로 강하여 교사가 힘이 부칠 때가 있고, 성적 호기심이 높아 성적 행동 등이 교사들을 당혹하게 할 수 있다.

 

특수학교 교사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묵묵히 감당하고 있다. 필자는 특수 선생님들이 무엇보다 학생 존재 자체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도전을 받았다. 필자가 보기에는 특수학생이 다소 부담스러운 행동을 해도 너무나 사랑스럽고 귀엽다고 말하는 선생님을 보면서 아이들의 애정과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교사가 교육의 희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