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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다시, 교사학습공동체

by 김현섭 2023. 8. 29.

최근 코로나가 수업 및 교직 문화에 끼친 영향?

지난 코로나 기간 동안 교실 속 수업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2019년은 배움 중심 수업,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를 강조했었다. 하지만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하여 온라인 수업(콘텐츠 활용 수업, 실시간 쌍방향형 수업)으로 전환되었다. 2021년은 블렌디드 수업으로 진행되었다. 2022년은 대면 수업으로 환원되었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 제한적인 대면 수업이 이루어졌다. 되돌아보면 2020년부터 2022년 수업 형태는 매년 바뀌었지만, 학습구조와 수업 방법적인 관점에서는 비슷했다. , 일제학습과 개별학습 문화 속에서 주로 강의식 설명법과 문답법, 개인 발표 수준 정도로 진행되었다. 올해에 들어서 마스크 해제가 이루어지면서 비로소 다양한 상호작용이 가능해졌지만, 아직도 일부 교실에서는 강의식 수업과 문답법 수준에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경우가 생겼다. 교직 경력이 3년 이하인 저경력 교사의 경우, 본격적인 대면수업은 올해가 처음인 경우도 생겼다.

매월 정기적으로 실시되었던 수업공개와 동료장학(수업강평회) 내지 수업나눔 활동도 코로나 기간 동안 많이 위축되었다. 대개 학교에서 수업공개를 생략하거나 약식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 올해부터 수업공개와 동료장학 내지 수업나눔 활동이 가능해졌지만, 예전만큼 활발하지 못한 상태이다. 사실 교사들이 수업 공개를 꺼려하는 여러 가지 이유들이 있다. 일단 수업 공개 자체가 교사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이 되고, 수업 공개를 일종의 보여주기용 수업이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있다. 그동안 교사들이 수업공개를 통해서 수업성장의 경험보다는 심리적인 상처를 받은 경우가 많았다. 거기에 코로나 특수 상황이 맞물리면서 수업 공개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퍼졌다. 그래서 일부 교사들은 수업공개 자체에 대하여 공개적으로 부정적인 입장을 이야기한다. 코로나 기간 동안 수업공개 및 동료장학 내지 수업나눔 활동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도 학사 운영에 큰 문제가 없었는데, 구태여 이를 재개할 필요가 있는지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한다. 또한 일부 학교에서는 수업공개를 진행해도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일단 학교관리자가 수업에 들어오지 않는 동료장학 방식을 선호하고, 실제 수업공개 시 다른 동료 교사의 수업에 참관하지 않거나 짧은 시간만 보고 수업참관록을 대충 작성하여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일부 학교관리자들은 이러한 경향에 편승하여 자기가 수업 참관을 하지 않는 것이 교사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교권을 보호(?)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향까지 나타났다.

 

교사학습공동체? 교사동호회?

학교 안 교사학습공동체 활동도 코로나 기간 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조했기에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일부 교사들은 교사학습공동체 시간을 일찍 퇴근하는 날로 이해하거나 일종의 요식 행위로 여긴다. 교사학습공동체의 리더 성향에 따라 활성화 여부가 결정되기도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교사학습공동체 시간이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정기적으로 배정되어 있지 않거나 시간이 배정되어 있어도 다른 연수나 회의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일부 지역의 학교들은 교사학습공동체 참여 활동에 대한 성과급 점수 반영을 하지 않게 되면서 일부 교사들의 참여가 떨어지기도 한다. 반대로 어떤 학교는 교사학습공동체 활동 참여 여부를 성과급 반영 지표로 삼아서 한 명의 교사가 여러 개의 교사학습공동체에 이름만 올려놓고, 점수만 얻으려고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일부 지역의 경우, 교육청 차원의 교사학습공동체 지원사업이 오히려 문제가 되기도 한다.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을 연수 시간으로 인정하는 것을 넘어 교사학습공동체 주관 연수 준비 시간을 연수 시간으로 포함해서 연수와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의 구분이 애매하게 된 경우도 있다.

일부 학교나 교사들은 교사학습공동체를 교사동호회와 구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교사학습공동체란 교사의 전문성 신장과 학생 학습 증진을 위하여 비판적으로 탐구하고 협력적으로 실천하며 끊임없이 깨우고 실천하는 교사들의 결속체(서경혜)”이다. 교사학습공동체를 지역교육청마다 전문적 학습공동체, 교원학습공동체, 수평공동체 등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참여자의 범위를 교사 뿐 아니라 학교관리자나 행정직원도 포함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교사학습공동체와 교사동호회(교사동아리)는 구분되어야 한다. 교사동호회나 교사동아리는 교사들이 친목도모나 참여자들의 이익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는 교사모임이다. 그에 반해 교사학습공동체는 모임 구성원이 아닌 사람들(다른 동료교사나 학생들)에게 이익(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일부 교사들이 건강 관리와 친목도모를 위해 스포츠댄스 모임을 만들었다면, 이는 교사동호회이지만, 체육 교사들이 수업시간에 스포츠댄스를 활용하기 위해 모임을 가졌다면 교사학습공동체인 것이다. 교사 모임이 곧 교사학습공동체가 아니라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통한 학생의 학습 증진이 이루어져야 교사학습공동체인 것이다.

 

교사학습공동체에 대한 일반교사와 부장교사들 간의 의견이 다른 이유?

최근 교육디자인넷에서 두 학교에서 학교컨설팅을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그런데 전문적 학습공동체 관련 문항에서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다. 인천 I고교의 경우, 전체적으로는 70.7%로 긍정의 비율이 높았지만, 부장교사의 긍정비율은 54.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교사학습공동체의 자발적 참여에 대해 긍정 비율이 매우 높았으나 부장교사들이 일반 교사들에 비해 긍정적 응답률이 낮았다.

 

<1> 우리 학교 교사들은 전문성 향상을 위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학습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다

사례수 전혀 아니다 아니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 평균
% % % % %
전체 41 1 (2.4) 6 (14.6) 20 (48.8) 14 (34.1) 41 (100.0) 3.15
직위 학교관리자(교장, 교감) 2 0 (.0) 0 (.0) 2 (100.0) 0 (.0) 2 (100.0) 3.00
부장교사 11 1 (9.1) 3 (27.3) 6 (54.5) 1 (9.1) 11 (100.0) 2.64
교사 28 0 (.0) 3 (10.7) 12 (42.9) 13 (46.4) 28 (100.0) 3.36

 

<2> 우리 학교의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교육과정 수업, 생활교육, 진로진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잘 연구 실천하고 있다

사례수 전혀 아니다 아니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 평균
% % % % %
전체 41 1 (2.4) 4 (9.8) 23 (56.1) 13 (31.7) 41 (100.0) 3.17
직위 학교관리자(교장, 교감) 2 0 (.0) 0 (.0) 2 (100.0) 0 (.0) 2 (100.0) 3.00
부장교사 11 1 (9.1) 2 (18.2) 6 (54.5) 2 (18.2) 11 (100.0) 2.82
교사 28 0 (.0) 2 (7.1) 15 (53.6) 11 (39.3) 28 (100.0) 3.32

 

전북 W고교의 경우도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에 대한 부장교사와 일반교사 간 인식 격차가 벌어졌다. 수석교사 및 부장교사 그룹은 55.6%의 부정 응답률을 보인 반면, 일반 교사들은 73.5%의 긍정 응답률을 보였다. 전문적 학습공동체의 교육과정 수업, 생활교육, 진로진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연구 및 실천 여부는 학교관리자는 50.0%, 수석교사 및 부장교사들은 66.7%의 부정 응답률을 보였지만, 일반 교사들은 73.5%의 긍정 응답률을 보였다.

 

<3> 우리 학교 교사들은 전문성 향상을 위해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학습공동체에 참여하고 있다

사례수 전혀 아니다 아니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 평균
% % % % %
전체 45 1 (2.2) 14 (31.1) 25 (55.6) 5 (11.1) 45 (100.0) 2.76
직위 학교관리자(교장, 교감) 2 0 (.0) 1 (50.0) 1 (50.0) 0 (.0) 2 (100.0) 2.50
수석교사 및 부장교사 9 1 (11.1) 4 (44.4) 4 (44.4) 0 (.0) 5 9 (100.0) 2.33
교사 34 0 (.0) 9 (26.5) 20 (58.8) 5 (14.7) 9 34 (100.0) 2.88
<4> 우리 학교의 전문적 학습공동체가 교육과정 수업, 생활교육, 진로진학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잘 연구 실천하고 있다

사례수 전혀 아니다 아니다 그렇다 매우 그렇다 평균
% % % % %
전체 45 3 (6.7) 17 (37.8) 21 (46.7) 4 (8.9) 45 (100.0) 2.58
직위 학교관리자(교장, 교감) 2 0 (.0) 1 (50.0) 1 (50.0) 0 (.0) 2 (100.0) 2.50
수석교사 및 부장교사 9 2 (22.2) 4 (44.4) 3 (33.3) 0 (.0) 9 (100.0) 2.11
교사 34 1 (2.9) 12 (35.3) 17 (50.0) 4 (11.8) 34 (100.0) 2.71

 

왜 일반교사들과 부장교사들의 인식 격차가 생겼을까? 이는 교사학습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대개 일반 교사들은 교사동호회(문화예술활동)도 교사학습공동체로 여기고, 교사모임 자체를 교사학습공동체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어서 긍정 응답률이 높다. 하지만 부장교사들은 학교 교육활동과 학생의 학습 증진을 위한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이 잘 이루어지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상대적으로 부정 응답률이 높게 나타났다고 해석할 수 있다.

 

교사학습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방안

교사학습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은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이 실제 학교 교육활동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수업공개 시 교사학습공동체 차원에서 사전에 공동 수업디자인 활동을 실시하고, 이를 기반으로 수업 공개를 하고, 수업 나눔 활동을 하는 것이다.

수업공개 및 수업코칭 활동

 

수업나눔 활동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하여 학교자율시간을 운영하는 것이다. 해당 학년 담임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사학습공동체를 구성하여 학년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거나 학교 교과목 개발을 하는 것이다. 2022년 전북 덕일중학교에서 학습코칭, 오송중학교에서 생태전환사회를 위한 세계시민교육, 함열여중에서 다문화 수업 자료 개발이 교사학습공동체 차원에서 진행되었다. 올해 서울 방이중학교의 경우, 교사학습공동체 차원에서 학교 신설과목으로 공존을 개발하고 있고, 홍익대부속중학교에서도 코딩을 통한 픽셀아트 프로젝트가 개발 중이다.

방이중 학교교과목 개발과정

 

자발적인 교사학습공동체 활동을 통한 교사의 전문성 신장은 대개 긍정 방향의 교사들에게 이루어진다. 하지만 부정방향의 교사들에게는 이러한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 부정 방향의 교사들을 움직이게 하려면 외적 동기 유발을 위한 인센티브 체제(성과급 평가 점수 반영, 연수 시간 인정, 활동보고서 제출 등)가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래서 교사학습공동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현실적인 지원정책은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내적 동기 유발 전략과 외적 동기 유발 전략을 적절하게 혼용할 필요가 있다.

전문직의 특징 중의 하나는 동료들의 피드백과 검증을 통해 전문성을 신장시킨다는 것이다. 의사의 전문성은 동료 의사들의 검증과 치료 경험 공유를 통해 이루어진다. 변호사의 전문성은 다른 법조인(판사, 검사 등)을 통해서 검증된다. 학자는 학회에 자기 논문을 검증받는 과정을 통해 학문적 수월성을 유지한다. 교사의 전문성도 동료 교사들의 검증과 피드백을 통해서 이루어진다. 교직 문화를 개선하려면 교사의 개인주의 문화를 극복하고 집단지성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