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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2028 대입제도 개편안의 논서술형 평가 확대 정책에 대한 몇 가지 질문들

by 김현섭 2023. 10. 15.

지난 1010() 교육부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국가교육위원회에 보고하고 의견 수렴을 요청하였다. 그런데 개편 시안 내용에 대하여 교육 및 교원단체들이 기대보다는 우려와 비판을 표명하고 있다. 그 이유는 충분한 사전 연구와 의견수렴없이 시안이 나왔고, 개편 시안 내용 중 상당 부분이 문제가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편 시안 내용 중에서 논서술형 평가 확대 방안 자체는 많은 사람들이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다. 다만, 논서술형 평가가 우리 교실에 안착하려면 다음의 풀어가야 할 여러 가지 질문들이 있다.

교육부 관련 보도 자료 일부

 

1. 논서술형 평가가 학교 내신은 되지만, 수능은 안되는 이유는?

이번 개편 시안에서는 학교 내신 평가에 있어서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수능에서는 논서술형 평가를 반영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그런데 학교 내신에서는 논서술형 평가의 비중을 늘이라고 하면서 정작 수능에서는 논서술형 평가를 제외한 것은 일종의 논리적인 모순이 아닐까? 수능에서 논서술형 평가가 잘 이루어져야 학교에서도 논서술형 평가가 잘 이루어질 수 있다. 논서술형 평가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있어야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물론 교육부에서는 수능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반영하지 않은 이유를 사교육 증가유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명시하였다. 그리고 교사의 평가역량 강화를 통해 해외 주요국처럼 학교에서 논·서술형 평가가 보편적으로 잘 운영된다면, 향후 국가교육위원회 중심으로 미래형 수능 등 발전적인 논의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추후 논의로 미루었다. 학교 내신에서 논서술형 평가가 잘 이루어지고, 고교 교육과정 수준에 맞추어 논서술형 문제를 출제하고, 절대평가 방식에 따라 평가한다면, 논서술형 평가에 따른 사교육 증가 걱정은 기우(杞憂)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학교에서는 논서술형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고, 예전 본고사처럼 고교 교육과정 수준을 넘어서거나 상대평가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사교육 증가는 필연적인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학교 내신과 수능의 이원화 평가 방식이 학생들 입장에서는 내신 수업에서는 논서술형 대비를, 수능에서는 5지 선다형 대비를 해야 하는 이중의 고통이 될 수 있다.

 

2. 논서술형 평가를 상대평가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선다형 객관식 평가는 기술적 차원에서 상대평가 방식으로 운영하기 좋지만, 논서술형 평가는 상대평가로 운영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논서술형 평가는 타당도는 높지만, 선다형 평가에 비해 신뢰도, 객관도, 실용도가 낮을 수 있다. 특히 채점자의 변덕이 문제될 수 있는 객관도 문제가 있기에, 개방형 논서술형 평가 문항의 경우, 학부모들의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미 일부 교사들은 현재 학교 평가 문화에 대하여 과정중심 평가, 성장중심 평가가 아니라 민원중심 평가(?)라는 자조섞인 농담을 하기도 한다. 특히 교육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이 높고,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 학부모들은 학교 평가에 대하여 민감한 반응을 보여서, 조금이라도 실수를 하면 큰 문제가 되어 재시험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민원 발생 소지를 줄이기 위한 평가를 고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사의 주관성을 전제한 논서술형 평가 확대는 교사들에게 엄청난 평가 부담으로 다가갈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논서술형 평가 시 정량평가화하는 것이다. , 형용사 중심 표현보다는 측정 가능한 행동적 언어 표현으로 루브릭(채점기준표)을 서술하되, 질보다는 양에 초점을 맞추어 운영하는 것이다. 예컨대, 논서술형 평가 문항이 한국사회의 인구 감소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3가지 이상 제시하라고 했을 때, 루브릭 상 해결방안 3가지를 모두 제시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학생이 3가지 해결 방안을 1~2문장으로 간단하게 서술해도 성취기준에 만족하기에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어떤 학생이 1가지 해결 방안만을 창의적인 관점에서 심도있게 1000자 이상 서술해도 평가 기준상 만점이 아니라 1/3의 점수만 받게 된다. , 질보다 양이 중요한 평가가 될 수 있다.

평가의 목적이 학습목표 도달 여부를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것이라면 절대평가가 가장 이상적인 평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선발중심 평가가 필요할 때 상대평가가 보완적인 차원에서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 시안대로 논서술형 평가를 절대평가 뿐 아니라 상대평가로도 병기한다면 결과적으로 상대평가 방식으로 운영한다는 것이다.

논서술형 평가를 상대평가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예전 대학 본고사처럼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변별력을 높이려면 평가문항 난도 수준을 높일 수밖에 없고, 학생들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주요 주제보다는 학생들이 예상하기 힘든 어려운 주제를 선택하여 평가문항을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 처음에는 난도가 평이하겠지만 시간이 갈수록 난도가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점수에 민감한 학생과 학부모들이 많을수록 유사 정답을 둘러싼 민원 발생 여지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 경쟁교육의 폐해와 왜곡 현상이 발생할 것이다.

교육부의 원안은 논서술형 평가를 절대평가 방식으로 하자는 것이었는데, 시안에서는 이를 뒤집고 상대평가 방식을 제시하였다. 이는 일부 학교들의 점수 부풀리기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 점수 부풀리기 현상을 없애기 위해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로 하자는 방안은 마치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기 힘들다는 논리와 비슷하다. 점수 부풀리기 현상을 없애기 위해서 평가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보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할수 있는 평가 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바칼로레아(IB)는 평가의 질 관리를 위해 평가에 대한 교사 연수와 컨설팅, 그리고 복수 채점, 3(IBO)의 채점 확인, 문제 발생시 해당 학교에 대한 패널티 부여 등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했다. 그러기에 세계 속의 많은 명문 대학들이 학생들의 IB점수를 인정하여 학생 선발의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바칼로레아(IB)나 해외 선진국 평가 체제를 벤치마킹하여 시간이 걸리더라도 한국형 바칼로레아(KB)를 구축하여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논서술형 평가는 절대평가 방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3. 논서술형 평가를 위한 교사의 평가 전문성과 자율성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논서술형 평가가 학교에서 잘 운영되려면 교사의 평가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평가의 객관도, 신뢰도 문제를 극복하려면 교사가 고도의 평가 전문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교사들은 선다형 객관식 평가문항으로 주로 출제했고, 주관식 평가 문항도 단답형 서술형 평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기에, 당장 개방형 논서술형 평가문항을 출제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신장시키기 위한 연수와 컨설팅 등이 필요하다. 논서술형 평가문항은 지식과 이해 수준보다는 적용(응용, 활용 등), 분석(비교, 대조 등), 종합(구성, 산출 등), 평가(비판, 결정 등), 창조(산출, 창의 등) 수준에 맞추어 출제되어야 한다. 앞으로 논서술형 평가문항에 맞는 다양한 평가유형들이 연구 개발되고 적극적으로 이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블룸의 교육목표분류체계학

그런데 성공적인 논서술형 평가를 위해서는 교사의 평가 전문성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과 수업도 혁신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은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깊이있는 학습을 전제로 구성되어야 한다. 교과의 한계를 뛰어넘는 융합교육을 전제로 교육과정이 구성되어야 하고, 교과 지식을 넘어 역량중심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수업은 기존 강의식 설명법과 문답법, 문제풀이식 수업 방식만으로 논서술형 평가를 대비하기 힘들다. 일상 수업방식이 독서수업, 융합수업, 토의토론수업, 글쓰기 수업, 문제중심(PBL) 수업 등으로 진행할 수 있어야 제대로 논서술형 평가를 할 수 있다. 국제바칼로레아(IB) 학교 수업을 살펴보면 이를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다.

교육부에서는 논서술형 평가의 신뢰도를 올리기 위해서 과목별 성취수준을 표준화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에 대하여 일각에서는 교육부의 평가기준의 표준화, 평가 현황 점검, 정보공시 상세화 등이 오히려 교사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관료제적 통제 정책들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대학에서의 논서술형 평가 운영을 정부가 관리하지 않는다. 그런데 고교의 논서술형 평가를 정부가 통제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교사에 대한 불신이라고 볼 수 있다. 논서술형 평가는 교사의 전문성에 대한 사회적 인정과 그에 따른 자율성을 보장해야 가능한 평가방식이다. 그런데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고, 교사의 자율성과 교권에 대한 인정이 전제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서술형 평가 확대는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의 원인이 될 것이다. 관료제적 통제 정책의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국제바칼로레아(IB)를 운영하는 국제바칼로레아기구(IBO)처럼 정부가 아니라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받을 수 있는 비영리기구(NGO)가 평가의 질 관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가가 직접 평가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재원을 출자하여 독자성을 가진 전문기관을 만들고, 여기에서 평가 관리하는 방식인 것이다. 그래야 정치적 중립과 사회적 합의에 기초하여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 평가 방식에 비해 실용도 문제가 있어서 교사의 평가 부담이 커지는 만큼 행정업무 감소 등의 실질적인 업무 경감 조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4. 모든 과목에서 논서술형 평가가 가능할까?

학교 내신에서 논서술형 평가로만 전체 평가도 할 수 있도록 비중을 확대한 것은 의미있는 조치라고 생각한다. 지식과 이해 중심의 선다형 평가 비중을 낮추고, 적용, 분석, 종합, 평가, 창조를 강조한 논서술형 평가 비중을 높이는 것은 한국 교육 발전에 의미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논서술형 평가는 교과목 특성상 국어, 사회, 윤리 등의 인문사회학 분야와 융합수업 등 생활교양분야에는 적용하기 좋지만, 영어 등 외국어 분야, 음미체 등의 체육예술분야에서는 한계가 있다. 그래서 논서술형 평가 확대 정책은 이러한 교과목의 특성을 반영하여 논서술형 평가 문항의 비중을 자율적으로 차등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일괄적으로 교육부나 교육청이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여 논서술형 평가 비중을 제시한다면 학교 현장은 또 다른 혼란이 빠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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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섭 칼럼] 논서술형 상대평가 확대, 성공할 수 있을까 - 교육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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