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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깊이있는 학습'을 위한 수업 속 핵심질문 만들기

by 김현섭 2023. 11. 25.

1. 깊이있는 학습을 위한 핵심 질문

 

질문의 힘

학문과 공부의 시작은 질문이다. 질문의 역사는 학문의 역사와 동일하다. ‘학문(學問)’의 어원이 논어(論語)에서 비롯되었는데, ‘배우고 질문하다는 뜻이다. 질문하고 그에 대한 탐구한 내용을 체계화한 것이 학문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아고라 광장에서 질문을 통해 사람들이 자기가 무지함을 알 수 있도록 질문을 활용하였다. 이후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산파술)은 서양 고대 철학과 학문의 중요한 전통이자 학문하는 방법이었다. 다른 한편으로 유대인들이 2천년 동안 나라없어도 자기 민족적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도 하브루타 문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짝을 이루어 서로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공부하면서 유대교 전통을 현재까지 유지, 발전시킬 수 있었다. 질문이 있어야 생각할 수 있고, 생각해야 배움이 일어날 수 있고, 배움이 일어나야 깨달을 수 있다.

질문에는 놀라운 힘이 있다. 도로시 리즈는 질문의 힘을 다음 7가지로 정리한다.

 

1. 질문을 하면 답이 나온다.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응답 반사라고 한다.

2. 질문은 생각을 자극한다.

-질문은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사고를 자극한다.

3. 질문을 하면 정보를 얻는다.

-적절한 질문을 하면 필요로 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4. 질문을 하면 통제가 된다.

-질문은 대답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상황을 통제하는 힘이 있다.

5. 질문은 마음을 열게 한다.

-질문을 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이므로, 질문을 받으면 과묵한 사람이라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드러내게 된다.

6. 질문은 귀를 기울이게 한다.

-질문을 하게 되면 질문을 받는 사람은 답하기 위해, 질문을 하는 사람은 답을 듣기 위해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게 된다.

7. 질문에 답하면 스스로 설득이 된다.

-사람들은 누가 해주는 말보다 자신이 생각해 낸 것을 좀 더 쉽게 믿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활용 수업과 질문

최근 질문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된 이유 중의 하나가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의 등장이다. 2022년 하반기 등장한 CHATgpt 3.5 등장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의 뉴 빙, 구글의 바드 등 다양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나와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현재 교육분야에서도 인공지능 활용 수업에 대한 연구와 실천이 이루어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면 관련 정보를 찾아주는 단순 검색을 넘어 사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기존 정보를 토대로 이를 가공, 정리, 창출하여 제공한다. 예전에 비해 정답을 찾는 것이 한결 쉬워졌다. 그래서 인공지능 활용 수업에서는 정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해졌다. 왜냐하면 어떻게 질문하느냐에 따라 정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질문의 방향과 수준에 따라 정답이 달라진다. 뻔한 질문을 하면 뻔한 대답이 나오고, 낯선 질문을 하면 낯선 대답이 나온다. 낮은 수준의 질문을 하면 낮은 수준의 대답이 나오고, 높은 수준의 질문을 하면 높은 수준의 대답이 나온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려면 다음의 질문 요령을 익히면 좋다.(민락중 조두연 교사)

 

∙ 역할을 부여하기

) ‘()는 중학교 2학년 학생이야. 다음 질문에 대답해줘.’

∙ 대상을 설정하기

) ‘중학교 2학년 친구들을 대상으로 발표하려고 해.’

∙ 질문 내용 정하기

) ‘재미있는 소설을 쓰고 싶어

∙ 형식을 제시하기

) ‘소설 형태로 표현해줘’, ‘해당 장면에 맞는 그림을 그려줘

∙ 세부 조건을 제시하기

) ‘장르는 낭만적인 로맨스 분야로 하고, 현재 서울 소재 학교를 배경으로, 중학교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만들어줘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깊이 있는 학습과 핵심 질문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깊이 있는 학습, 교과 간 연계와 통합, 삶과 연계한 학습, 학습 과정에 대한 성찰을 개발의 지향점으로 삼았다.(교육부, 2021) ‘깊이 있는 학습은 학생이 학습 내용을 자기 지식화 혹은 체화하고 이를 통해 배운 것을 새로운 상황에 적용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소수의 핵심 내용을 깊이 있게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 지식의 양보다 질에 초점을 두어 수업을 하자는 것이다. 깊이있는 학습에서는 교과에서도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내용이면서 동시에 학생들이 삶 속에서 지속해서 활용할 가치가 있는 내용을 강조한다. 교과 간 연계와 통합을 통해 학습자가 여러 교과의 지식과 기능을 서로 관련지어 습득하고 이를 적용하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습과정에 대한 성찰을 통해 메타 학습이 이루어져서 학습에 대한 학습을 해야 한다.

깊이있는 학습은 개념기반 탐구학습에서 영향을 받았다. 개념은 여러 대상이나 현상의 공통된 특성에 기초하여 하나의 범주로 분류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든 추상적인 용어로서 새로운 상황과 맥락으로 전이(轉移)되는 것이다. 예컨대, 구조라는 개념은 국어과의 이야기 구조, 사회과의 계급 구조, 과학과 세포 구조 등으로 다양한 맥락에서 전이될 수 있다. 개념기반 학습은 지식과 이해에 초점을 둔다면, 탐구학습은 적용, 분석, 종합, 평가의 고차원적 사고 전략을 가능할 수 있도록 한다. 탐구학습은 학생들이 지식획득의 과정에 주체적으로 참가함으로써 학생들이 대상(자연, 사회 등)을 조사하는 데 필요한 탐구능력을 몸에 배게 하고, 인식의 기초가 되는 개념 형성을 꾀함으로써 새로운 것을 탐구하려는 적극적인 태도를 기르려고 하는 학습활동을 촉진하는 교수전략이다. 탐구학습은 질문, 문제, 시나리오를 제시함으로써 시작하는 능동적 학습의 일종이다. 그래서 탐구학습은 탐구질문을 기초로 진행된다. 탐구질문은 탐구적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질문으로서 학생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질문, 학생들이 학습에 몰입할 수 있는 질문, 문제해결을 위한 질문, 열린 질문, 삶과 연계된 질문이다. 예컨대, ‘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가지는 이유는?’ 등이 여기에 해당하는 질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개념기반 학습과 탐구학습을 결합한 것이 개념기반 탐구학습이다. 개념기반 탐구학습에서는 교육과정, 수업, 평가에서 탐구질문을 핵심 질문으로 삼을 것을 강조한다. 핵심 질문은 다음의 특징을 가진다.

 

개방형 질문, 하나의 정답이 없는 질문

사고를 촉발하는 질문

고차원적 사고 질문

다른 분야로 전이가 가능한 질문

답 자체를 넘어 정당한 근거를 요구하는 질문

반복할 수 있는 질문

 

개념기반 탐구학습 모델은 다음의 절차를 강조한다.

 

관계맺기 집중하기 조사하기 조직 및 정리하기 일반화하기 전이하기 성찰하기

 

개념기반 탐구학습 모델은 기본적으로 연역적 수업디자인 방식과 귀납적인 수업디자인 방식을 결합한 것이지만 탐구학습을 통해 좀 더 귀납적인 수업디자인 방식에 강조를 두고 있다. , 정답을 말하고 이를 익히거나 그 근거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고 이에 따라 탐구하고, 개념을 이해하고, 이를 기반으로 심화 내지 적용을 해나가는 방식이다. 정답을 배우고 활동하는 것이 아니라 탐구활동을 통해 해답을 찾아가는 방식이다.

 

2. 수업 속 핵심 질문 만들기

수업 디자인의 핵심은 핵심 질문을 만드는 것이다. 핵심 질문이란 교사가 수업을 통해 학생들과 나누고자 하는 핵심 메시지를 담은 질문이다. 핵심 질문을 만드는 것은 수업 디자인의 기본 뼈대(기둥/Post)를 세우는 일이다. 핵심 질문은 수업의 맥락에 따라 세부적으로 출발 질문, 전개 질문, 도착 질문에 의해 구조화되고 뒷받침되어야 한다.

학생을 분석하고 교육과정을 이해했다면 이제 학습 목표를 정하고 그에 맞는 핵심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 핵심 질문은 학습목표나 성취기준을 토대로 만들면 좋다. 그런데 단순히 학습목표를 의문형 문장으로 전환하면 추상적인 질문이 되기 쉽다. 대개 학습목표가 추상적인 언어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를 학생 배움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좀 더 구체화하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언어로 표현하면 좋다.

예컨대, 과학과 수업에서 화산과 지진을 주제로 수업을 한다고 했을 때, 다음과 같이 핵심질문을 만들 수 있다.

학습 목표 화산과 지진이 일어나는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단순 질문 전환 화산과 지진이 일어나는 이유는?”
배움 질문 전환 만약 우리나라에서 화산과 지진 현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핵심 질문은 학습 목표와 학습 주제에 대한 깊이있는 교사의 고민이 결합되어야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그리고 교과 특성이나 주제에 따라서 내용적 지식 뿐 아니라 과정적 지식이 핵심 질문이 될 수 있다. 지식 뿐 아니라 기능이나 태도, 가치 등이 핵심 질문이 될 수 있다. 이때는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다양한 질문을 검토하면서 적절한 질문을 만드는 것이 좋다. 교육과정과 학습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고 교사 스스로 고민하며 묵상할 때 좋은 질문을 만들 수 있다.

 

출발 질문은 도입에 해당하는 질문으로, 학습 주제와 학생들의 구체적인 삶을 연결함으로써 흥미와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고 학생들을 수업에 참여시키기 위한 질문이다.

좋은 출발 질문은 학생 입장에서 답하기 좋고 다양하고 구체적인 답변을 유도할 수 있는 질문이다. 시 수업이라면 시를 좋아하는가?” 보다는 여태까지 읽어 본 시 중에 감동적이었던 시는 무엇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더 좋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시를 거의 안 읽는 학생들에게는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이때 사랑과 자전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라고 질문한다면 좋을 것이다. 그러면 평소에 시를 접하지 않던 학생들도 다음과 같은 다양한 답변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출발 질문 시에 닫힌 질문은 전시 학습을 확인하는 정도로만 사용하고 주로 열린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또한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질문은 학생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어려우므로 구체적으로 질문하는 것이 좋다. 덧붙여 학생들의 관심사와 연결된 눈이 번쩍 뜨이는 질문을 해야 학생을 수업으로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다소 도발적인 질문을 하는 것이 좋다. 학생들의 수업 참여도는 도입 5분 안에 결정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출발 질문은 질문의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으면 좋다. 그래야 학생들이 쉽게 답변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개 질문은 본시 학습에서 다루는 학습내용에 관한 질문으로, 주로 지식과 이해를 묻는 수렴적 질문, 닫힌 질문을 자주 사용한다.

전개 질문은 대부분의 교사들이 이미 사용하고 있는 방식의 질문이므로 만들기 그리 어렵지 않다. 문답법 수업에서처럼 교사가 질문의 주도권을 가지고 진행할 수 있겠지만, 하브루타 수업이나 학습코칭에서처럼 학생에게 질문의 주도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 교사들은 보통 학생들에게 질문의 주도권을 넘기는 것을 불안해하지만, 실제 수업을 해 보면 학생들은 예상보다 훨씬 좋은 질문들을 만들어내고 열심히 참여한다. 또한 학생들끼리 질문할 수 있는 기회를 주면 다양한 질문을 이끌어낼 수 있다. 학생들의 참여나 질문 수준이 교사의 기대에 못 미치거나, 학생들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질문은 교사가 피드백하며 보완해 주면 된다.

 

도착 질문은 배운 지식과 실제 삶을 연결하는 질문으로, 적용, 분석, 종합, 평가에 해당하는 발산적 질문, 열린 질문이다. 수업 흐름상으로는 생각 넓히기(심화), 삶에 반응하기(적용) 단계에 해당한다.

도착 질문은 학습 내용과 학생의 삶을 연결하는 질문이다. 지식은 삶으로 연결될 때에만 의미가 있기 때문에, 도착 질문은 수업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수업에서 도착 질문을 사용하기는 어렵다. 실천으로 연결하기 힘든 지식들도 많을 뿐더러, 학습 내용이 많고 수업 시수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에는 학습 주제별, 혹은 중단원이나 대단원 단위로 활용하면 좋다.

도착 질문은 가급적 구체적으로 실천할 수 있고 확인 가능한 내용을 담아 만들면 좋다. 예를 들어 수업 주제가 행복이라면, “행복하기 위해 꼭 이루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보다는 “3개월밖에 못 산다면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일 3가지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더 좋다. 도착 질문은 상대적으로 난도가 높은 질문을 사용하는 것도 좋다. 학생들의 지적인 도약을 위해 심화 지식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을 자극하면 좋다.

다음은 과학과 수업에서 '화산과 지진'을 주제로 한 출발질문, 전개질문, 도착질문의 사례들이다.

 

핵심 질문 만약 우리나라에서 화산과 지진 현상이 일어난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출발 질문 만약 백두산이나 후지산에서 화산 활동이 일어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2017년 포항에서 지진이 일어났을 때 많은 포항 사람들이 고통을 받았는데, 우리 동네에 포항 지진처럼 강한 지진이 일어난다면?”
 
전개 질문 화산 활동과 지진이 일어나는 이유는?”
지진의 세기 중 규모와 진도는 어떻게 다를까?”
화산 활동과 지진은 어디에서 자주 발생할까?”
 
도착 질문 많은 과학자가 조만간 백두산이 화산 활동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는데, 그렇다면 내가 대통령이라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까?”
우리 동네에서 지진이 일어날 경우를 가정하고, 우리 모둠에서 지진 대피 매뉴얼을 만든다면?”

 

이를 도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핵심 질문 수업단계 특징
출발 질문 도입 흥미유발
(마음열기)
학습 흥미 유발, 학생 참여 유도 질문
학생들의 지적 호기심 유발 (열린/발산적 질문)
전개 질문 전개 지식 이해
(생각 키우기)
학습 내용과 관련된 질문
지식과 이해와 관련된 질문 (닫힌/수렴적 질문)
도착 질문 마무리 심화
(생각 넓히기)
지식과 삶을 연결하기
적용, 분석, 종합, 평가와 관련된 질문 (열린/발산적 질문)
적용
(삶에 반응하기)

 

[참고문헌]

-김현섭(2015),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 수업디자인연구소

-온정덕(2022), ‘역량과 주도성을 기르는 2022 개정 교육과정’, 서울교육 겨울호

-도로시 리즈 지음, 노혜숙 역(2002), “질문의 7가지 힘”, 더난출판

-제이 맥타이, 그랜트 위긴스(2016), “핵심질문, 학생에게 이해의 문 열어주기”, 사회평론아카데미

-클라라 마샬, 레이첼 프렌치(2021), “개념기반 탐구학습의 실천“,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