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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코칭하는 학교(에듀코칭)

by 김현섭 2023. 12. 20.

성적 하락의 원인?

지난 20236월 교육부에서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하면서 2022국가 수준 학업성취도평가결과를 공개했다. 평가 결과, 중학교 3학년은 국어 과목에서 기초 학력 미달 학생들이 11.3%였고, 수학은 13.2%, 영어는 8.8%였다. 고등학교 2학년 국어 과목의 기초 학력 미달 비율이 8%, 수학은 15%, 영어는 9.3%로였다. 특히 중3 국어의 경우, 2021년도(6%)보다 두 배 가까이로 증가했고, 2017(2.6%)에 비해선 다섯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 성적 하락의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통계를 살펴보면, 코로나 이전에도 전반적으로 학력 하향 추세가 있긴 했지만, 코로나19 기간 동안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이 많이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학교 수업은 주로 온라인 수업, 블렌디드 수업, 제한적인 대면 수업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주로 강의식 설명법과 문답법, 문제풀이식 수업 등으로 진행되었는데, 소위 배움중심 수업보다는 가르침 중심 수업이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자기관리역량이 부족한 중하위권 학생들의 경우, 성적 하락 현상이 많이 나타났고, 특히 중위권 학생들의 하향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교사의 피드백이 필요한 학생들이었지만 코로나 기간 동안 학교가 학생들에게 충분한 피드백을 주기 힘든 상황이었다.

반면 코로나 기간 동안 학생들의 스마트폰 과의존 현상은 더욱 심화되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 정보격차, 접근성, 스마트폰 과의존 분야 2022년도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청소년 10명 중 4명은 스마트폰 의존 현상이 심한 '과의존위험군'인 것으로 조사됐다. 과의존위험군은 잠재적위험군과 고위험군을 합친 것으로 잠재적위험군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조절력이 약해져 일상생활에 문제 발생이 시작되는 단계를 말하고, 고위험군은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통제력을 상실해 일상생활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는 단계를 각각 의미한다. 쉽게 말해 스마트폰이 없으면 일상 생활이 힘든 학생이 그만큼 많아졌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디지털 기기를 활용하는 능력은 기성세대보다 뛰어나지만, 상대적으로 언어적 문해력은 떨어지고 있다. 한글을 알지만 단어를 이해하지 못하고, 단어를 이해하지만 문장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장을 이해하나 문단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단을 이해하지만 글의 개요와 맥락을 잘 파악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많아졌다. 언어적 문해력이 떨어지면 국어 성적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전 과목에 있어서 악영향을 미친다. 왜냐하면 지식을 담는 그릇이 언어이기 때문이다.

 

학습코칭

전통적인 학습지도 방식만으로는 더 이상 학생들의 성적 향상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전통적인 학습지도 방식은 경쟁학습을 통해 학생들의 무한 경쟁으로 몰아놓고, 학생의 개인적 학습성향을 무시한 채 강제적으로 이루어지는 의무적인 자율학습은 학습의욕을 오히려 떨어뜨리는 경우도 있었다. 예전에 비해 학생들의 생활 문화 양식이 많이 바뀌었고, 사회문화적 환경도 달라졌다. 예전 방식을 보다 강화한다고 해서 요즘 학생들의 학습태도를 변화시키기 힘들게 되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학습코칭이다. 학력 문제는 티칭(Teaching)보다는 코칭(Coaching)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코칭이란 상대방의 문제 해결을 위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정이다. 티칭이란 지식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면, 코칭이란 학생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티칭이란 학생이 묻기 전에 교사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라면, 코칭이란 교사가 질문을 하고 학생 스스로 해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티칭은 교사의 가르치는 행위나 지식 자체에 초점을 둔다면, 코칭은 학생의 배움과 성장에 초점을 둔다. 티칭은 학력에 도움이 되지만 코칭은 역량에 도움이 된다.

학습코칭이란 학생의 학습을 촉진하고 도와주는 전략과 방법을 말한다. 전통적인 학습지도 방법에서는 공부를 입신양명(立身揚名)’의 관점에서 사회적 성공 도구로 이해한다. 그에 비해 학습코칭에서는 공부를 통해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자아실현의 도구로서 이해한다. 전통적인 학습지도 방법에서는 미래의 성공을 위해 현실의 어느 정도 희생을 감수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래서 학생들의 특성과 의지에 상관없이 타율적인 훈육 방식으로 지도한다. 하지만 학습코칭에서는 자기주도성에 기반을 두고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태도와 습관을 기르는데 초점을 둔다. 그래서 보상과 처벌이라는 외재적 동기 유발보다는 격려와 자기선택권을 강조하는 내재적 동기 유발을 강조한다. 기존 전통적 학습지도 방법에서는 일부 우등생의 학습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개발된 표준화된 학습방법을 강조한다면 학습코칭에서는 학습심리학에 기반으로 다양한 학습유형을 고려한 개인맞춤형 학습방법을 강조한다.

학습코칭에서는 공부철학, 학습동기 유발전략, 과목별 학습법, 시간 관리 및 학습플래닝, 암기전략, 읽기 및 쓰기 전략, 노트필기법, 학습장애 상담, 시험 준비, 학습유형에 맞는 개인별 맞춤형 학습법 등 공부와 관련한 거의 모든 것을 다룬다.

 

학습코칭을 학교 교육과정에 담기!

최근 학습코칭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아직도 많은 학교들은 학습코칭에 대한 관심이 낮거나 그 수준과 방식이 미비한 경우가 많다. 대개 외부 강사를 초청해 학습플래너 사용법을 가르쳐주는 특강을 개최하거나 학기말에 학습플래너 우수 학생을 시상하는 정도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소수 학생들에게만 도움이 될 뿐 다수의 학생들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학습플래닝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담임 교사가 꾸준하게 학습플래너를 직접 관리하고 피드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외부 학습코치가 기초학력 미달 학생들을 대상으로 방과후 수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낙인효과로 인하여 학생들이 기피하고, 수준별 평가 체제가 아니라 일제평가 체제이기에 학습효과를 단기간 안에 확인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정규 교육과정 안에서 외부 학습코치가 튜터(Tutor)로서 참여하면서 기존 교사와 함께 팀티칭 형태로 일상 수업이 진행되어야 좋다.

학습코칭을 학교 차원에서 접근할 때 좋은 방법 중의 하나는 학교자율시간이나 학교 교과목 개발 시 학습코칭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이다. 전주 덕일중학교의 경우, ‘나는 나비라는 이름으로 학습코칭을 주제로 학교 교과목을 개발하여 운영하고 있다.

[전주 덕일중 ‘나는 나비’(학습코칭) 교육과정 중 일부 구성내용]

단원명 핵심질문 세부질문 교수학습활동
나를
알자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를 어떻게 소개할까?
-나의 장점은 무엇일까?
-나를 표현하는 단어는 무엇이 있을까?
학습유형검사
성격유형검사
나의 장점 파악을 위한 동화책 읽기
6쪽 동화책 만들기
나만의 호() 만들기
읽기 자료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만약 소중한 사람이 남긴 편지의 내용을 잘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떤 기분일까?
-글이 나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주어진 그림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주어진 도표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주어진 자료를 읽고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교과서 속 글을 읽고 정보 정리하기
다양한 그림, 지도의 정보 읽기
다양한 도표(그래프, )의 정보 읽기
쓰기 자료를 표현하는 다양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나의 생각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주어진 정보를 그림과 도표로 표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내 생각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할 때 좋은 점은 무엇이 있을까?
연꽃 기법으로 독후감 작성하기
글의 형태로 주어진 자료를 그림과 도표로 표현하기
학습
전략
학습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미리 계획을 세울 때 좋은 점은 무엇일까?
-학습 동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내 목표를 구체적으로 실행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나에게 가장 적합한 공부 방법은 무엇일까?
-학습 계획을 잘 실천하기 위한 나의 다짐은 무엇인가?
마음 엑스레이활동
내 안의 디딤돌 찾기활동
학습 플래너 작성하기
다양한 학습전략을 배우고 활동해 보기

천안 높은뜻씨앗학교의 중학교 과정의 경우, 플래닝 1시간을 정규 교육과정에 담았다. 고등과정의 경우, 교육과정상 높은뜻코칭(학습코칭과 진로진학코칭) 시간을 1블록(2학점)으로 별도로 두고 있다. 이를 통해 담임 교사가 자기 학급 학생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학습코칭을 실시하고 있다.

 

학력을 넘어 역량으로, 학습코칭을 넘어 에듀코칭으로!

이제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학력을 넘어 역량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아는 것(학력)이 많다고 잘하는 것(역량)이 아니다. 아는 것(지식)을 삶 속에서 실천하고 시행착오의 과정(경험)을 통해 할 수 있는 것(역량)이 되는 것이다. , 지식+경험=역량인 것이다. 그래서 ‘OECD 교육 2030’에서는 변혁적 역량과 학생주도성(행위 주체성)을 강조한다. ‘학생주도성(Student agency)’이란 학생이 스스로 자기 삶의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학습하고 책임 있게 결정하고 행동하는 역량을 말한다.

학생들의 전인적 성장과 학생주도성을 위해서는 에듀코칭(Edu-Coaching, 교육코칭)이 필요하다. 일단 학생은 공부를 하는 사람이기에 학습코칭이 필요하다. 행복한 삶을 위해 공부를 하려면 자기관리코칭이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소명의식(사명감과 가치)을 가지고 미래를 살아가야 할 사람으로서 진로진학코칭이 필요하다. 진로진학코칭이란 자기 이해를 바탕으로 개인이 스스로 자기 진로를 선택하고 상급학교를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자기관리코칭이란 자아정체성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기 생활에 필요한 기초 능력과 자질을 갖추어 자기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에듀코칭은 학습코칭, 자기관리코칭, 진로진학코칭, 학부모코칭 등이 결합된 통합적 개념이다.

에듀코칭 개념도

에듀코칭은 학교급별로 연계되어 운영되면 좋다. 에듀코칭은 학생 발달 단계에 따라 강조되는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기에서는 자기관리코칭과 학부모코칭이 중요하고, 고학년 시기에서는 학습코칭과 진로코칭을 강조하면 좋다. 초등학교 단계에서는 중고등학교 단계와 달리 가정 연계 교육이 중요하므로 학부모코칭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중학교 단계의 경우, 1, 2학년 시기는 자기관리코칭과 학습코칭이 중요하고, 3학년 시기는 진로진학코칭이 중요하다.

고등학교 단계의 경우, 1학년은 진로코칭을 중요하고, 2학년은 학습코칭, 3학년은 진로진학코칭이 중요하다. 특히 고교 학점제가 성공적으로 운영되려면 진로중심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야 하고 진로학업설계지도가 잘 이루어져야 한다. 강원고의 경우, 소위 멘토링 시스템 동아리 학급제라는 독특한 학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동아리 학급이란 진로와 관심사별로 무학년 학급을 구성하고 여기에 멘토링 활동을 강화한 것이다. 즉 기존 학급을 동일 학년제가 아니라 무학년 진로탐색 동아리처럼 운영한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단계부터 체계적으로 에듀코칭이 이루어지고, 학교급별로 이를 연계한다면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학생주도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사의 궁극적인 보람은 임금 수준이 아니라 학생의 성장과 배움에서 비롯된다.

 

[참고문헌]

김현섭, 정혜경, 곽상경, 곽충훈(2024), "에듀코칭(진로학습코칭)", 수업디자인연구소, 근간 예정

김현섭(2023), “미래형 교육과정을 디자인하다”, 수업디자인연구소

김선자 외(2020), "별별학습코칭", 함께교육

정철영외(2023), “진로교육개론“,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