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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질문하는 학교

by 김현섭 2024. 4. 22.

질문하는 학교?

최근 시도교육청마다 다양한 수업 혁신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생각을 쓰는 교실’, 세종시교육청의 생각자람수업’, 경기도교육청의 깊이있는 수업’, 대구, 경북, 부산시교육청의 질문이 있는 교실등이 추진되고 있다.

올해부터 교육부도 공교육 경쟁력 제고 방안의 일환으로 전개되는 질문하는 학교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초등 54개교, 중등 65개교, 특수 1개교 등 총 120개 학교를 선정해 다양한 수업과 평가 방식을 도전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사가 우수 수업자료를 교육부 플랫폼에 탑재하면 최대 500만원의 복지포인트까지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질문하는 학교란 학생의 자기주도적 질문과 토론이 일상화되는 교실 수업문화를 조성하고, 학생 질문으로 창의력, 문제해결력을 길러줄 수 있도록 다양한 수업 및 평가 방식을 실천하는 학교를 의미한다.

 

최근 다시 ‘질문’이 떠오르는 이유

소크라테스의 문답법(산파술) 이래 질문의 역사는 학문의 역사, 공부의 역사와 함께 하고 있다. 질문은 과거에도 중요했고, 현재에도 중요하고, 미래에도 중요할 것이다. 그래서 시대와 문화를 넘어 질문은 학문과 공부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키워드이다.

우리나라에서 교육정책적으로 질문을 강조한 것은 2015년 서울 및 광주시교육청의 질문이 있는 교실정책이다. 그런데 세월이 지난 지금, 다시 질문이 있는 교실’, ‘질문하는 학교정책이 다시 추진되는 이유가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소위 배움중심 수업은 가르침 중심 수업으로 회귀되었다. 방역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를 유지해야 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코로나를 어느 정도 극복하면서 4차산업혁명을 대비하기 위한 디지털 기반 학습이 강조되었다. 특히 2022Open AI사의 ChatGPT 3.5 등장을 계기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에듀테크 활용 수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하지만 에듀테크 활용 수업은 디지털 기반 시설 및 환경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교육적 성과를 거두는 데 한계가 있었다. 원하는 자료를 찾고 요약하고 원하는 정답을 만들어 주는 능력은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되면서 교육적 성찰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인공지능보다 사람이 잘할 수 있는 것은 문제를 설정하는 것과 질문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좋은 질문을 하려면 고도의 사고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강조하고 있는 깊이있는 학습을 교실에서 구현하려면 결국 질문이 있는 교실, 질문하는 학교가 필요하다.

 

깊이있는 수업, 질문하는 학교

깊이있는 학습을 위한 수업이 깊이있는 수업이다. 깊이있는 수업이란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수업이다. 지식의 분량보다 학습의 전이가 가능한 개념을 중심으로 심층학습이 가능한 수업을 의미한다. 깊이있는 수업을 위해서는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 탐구하는 수업, 몰입하는 수업,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수업,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수업이 필요하다.

 

질문하는 학교는 질문하고, 생각하고, 탐구하고, 몰입하고, 표현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학생들을 키우는 학교이다. 좋은 질문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독서를 해야 한다. 생각하면서 탐구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개념학습, 탐구학습, 프로젝트 수업 등을 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글쓰기, 논술이고, 말로 표현하면 토의토론이 된다. 삶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문제중심 수업, 프로젝트 수업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질문하는 학교에서는 개념기반 탐구학습, 코칭 기반 수업, 융합독서수업(글쓰기, 독서, 토의토론, 논술), 논서술형 평가 등을 추구해야 한다.

질문하는 학교는 교사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집단 지성, 그리고 학교 차원에서 전적인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관련 연구학교 사업은 마중물이 될 수 있지만 그 한계도 명확하다. 연구학교 사업비가 없어도 지속적으로 운영할 수 있어야 진짜 질문하는 학교가 될 수 있다.

 

개념기반 탐구학습 모델

깊이 있는 학습을 잘 이해하려면 여기에 영향을 준 개념기반 탐구학습 모델을 살펴보면 좋다. 연역적 수업설계 방식인 개념기반 학습과 귀납적인 수업설계방식인 탐구학습의 장점을 결합한 것이 개념기반 탐구학습이다. 개념이란 새로운 상황과 맥락으로 전이되는 정신적 구성물이면서, 과정으로부터 도출되는 정신적 구성물이라고 할 수 있다. 개념은 시간, 공간, 상황 속에서 전이될 수 있다. 예컨대, ‘구조라는 개념은 국어과의 이야기 구조, 사회과의 계급 구조, 과학과의 세포 구조 등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념기반 학습은 전통적인 수업 맥락에서 늘 강조되었던 부분이다. 미래교육 담론에서 강조하는 학생 주도성을 강조한 것이 탐구학습이다. 탐구란 진리, 학문을 파고들어 깊이 연구하는 것이다. 탐구학습은 질문, 문제, 시나리오를 제시함으로써 시작하는 능동적 학습이다. 탐구적 사고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교수학습전략이다. 심도있는 탐구 활동이 가능하려면 탐구 주제와 관련한 개념의 이해가 전제되어야 한다. 탐구학습은 탐구질문을 기반으로 전개된다. 탐구질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제이 맥타이 외)

 

탐구적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질문

학생 스스로 해답을 찾아가는 질문

학생들이 학습에 몰입할 수 있는 질문

문제해결을 위한 질문

열린 질문

삶과 연계된 질문

 

예컨대, ‘새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보수적 성향을 가지는 이유는?’ 등이 탐구 질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교육과정 및 수업 디자인에 있어서 핵심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핵심 질문을 도출해야 한다. 그런데 핵심질문이 탐구질문 방식으로 구성되면 깊이있는 학습이 가능하다. 핵심질문을 교실에서 구현하려면 안내질문이 필요하다. 안내질문에는 사실적 질문, 개념적 질문, 논쟁적 질문 등이 있다.

 

[주제] 행복(중학교 도덕과1)
[핵심 질문] 현재 한국사회는 역사상 가장 부유한 시기를 보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안내질문]
사실적 질문 : 우리나라 사람들이 느끼는 행복지수는 어느 정도인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와 그 이유는 무엇인가?
개념적 질문 :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
논쟁적 질문 : 행복은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느끼는 것인가? 목표 도달을 한 결과로 얻어지는 성취감인가?

클라라 마샬과 레이첼 프렌치는 개념기반 탐구학습 모델을 7단계로 제시하고 있다.

 

행복을 주제로 개념기반 탐구학습 모델에 따라 도덕과 수업 디자인 사례는 다음과 같다.

단계 설명 교수학습활동 예시
관계맺기 주제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흥미 유발
학생 삶과 연결하기
내가 가장 행복했던 순간과 그렇지 않았던 순간은? (문답법)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세계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높은 국가는 어떤 나라이고 그 이유는? 한국이 57위를 기록한 이유는? (관련 뉴스 동영상 활용)
집중하기 기본 개념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함 행복이란 ( )이다. 왜냐하면 ( )이기 때문이다.(빈문장 채우기)
행복의 개념과 조건을 이해하기 (교사의 설명, 문답법)
조사하기 학습 문제에 대하여 조사하기 행복에 대한 자료를 찾아 행복의 의미를 조사해보기
우리 학교 학생들의 행복 지표를 개발하여 설문조사하기
조직 및
정리하기
조사한 결과들을 정리하기 우리 학교 학생들이 행복 내지 불행한 이유를 분석하여 정리하여 발표하기
일반화하기 개념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거나 구분하고 일반화된 명제로 도출하기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행복에 대한 정의(“행복이란 이다”)를 내리고 이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체발표)
전이하기 일반화된 명제를 다른 맥락으로 전이하거나 적용하기 행복은 목표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얻는 것일까, 아니면 목표 도달의 얻어 지는 성취감일까?’에 대하여 토론하기
우리 학교 학생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을 토의한다면? (자유토론)
성찰하기 학습 전 과정에 대하여 돌아보고, 메타인지 차원에서 자기 배움의 상태를 파악하기 이번 수업을 통하여 내가 알게 된 것은 무엇인가?(문답법, 배움일지)

 

핵심질문과 출발, 전개, 도착질문

질문 기반 수업 디자인은 핵심질문, 출발질문, 전개질문, 도착질문으로 구성하여 운영하면 좋다.(김현섭, 2015) 핵심질문은 수업목표를 도달하기 위한 수업 방향을 제시하는 질문이다. 핵심질문은 추상적인 질문보다 구체적인 질문, 학생 배움을 고려한 질문이 필요하다. 핵심질문을 수업에서 구현하려면 흥미 유발을 위한 출발 질문, 지식과 이해를 위한 전개 질문, 심화 내지 적용을 위한 도착질문이 필요하다. 출발질문은 흥미 유발을 위한 질문이므로 학생 삶과 연계하여 질문을 만들면 좋고, 선 지식이 없어도 답변하기 좋은 열진 질문이 좋다. 전개질문은 교과 내용, 개념, 사실을 위한 질문이므로 닫힌 질문이 많다. 도착 질문은 전개질문을 이해해야 답변할 수 있는 질문이고, 심화학습을 위한 열린 질문이다. 기존 수업은 전개질문에 방점을 찍고 있다면, 질문 중심 수업은 도착질문에 강조를 해서 수업디자인을 해야 한다.

초등 사회과 4학년 질문 기반 수업디자인 사례

 

초등 4학년 과학과 질문 기반 수업디자인 사례

 

[참고문헌]

교육부 고시 제2022-33

경남교육청(2023), “미리 준비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초등)

김현섭(2015),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 수업디자인연구소

온정덕(2022), ‘역량과 주도성을 기르는 2022 개정 교과 교육과정’, 서울교육 2022 겨울호(249)

제이 맥타이, 그랜트 위긴스, 정혜승 외 역(2016), “핵심질문, 학생에게 이해의 문 열어주기”, 사회평론아카데미

클라라 마샬, 레이첼 프렌치, 신광미 외 역 (2021), “개념기반 탐구학습의 실천“, 학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