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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생 수련회, 어떻게?

by 김현섭 2013. 5. 8.

“선생님, 이번에는 어디로 수련회가요?”

“○○에 있는 ○○수련원으로 가려고 해.”

“에이, 거기는 초등학교때 간 적이 있는데, 한마디로 별로 였어요. 다른 수련원으로 가면 안돼요?”

학생들이 중간고사가 마치고 나서 5월-6월쯤 관심사는 학교 차원에서 실시하는 수련회이다. 대개 2박 3일 동안 수련원에 학생들을 위탁해서 학생 수련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학생들에게는 답답한 교실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이기에 많은 학생들이 수련회를 기다리기도 하지만 일부 학생들이 식상해하기도 한다. 교사들에게 수련회는 부담스러운 학교 행사이다. 일단 사전 답사, 가정통신문 발송, 참가 인원 관리, 안전 관리 등 신경을 써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부담스러운 수련회?

많은 학교들이 수련회를 진행할 때 수련 프로그램 일체를 수련원 측에 일임하여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수련원 측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경우, 교사 입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수련회를 진행할 수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련원 쪽에서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교사들끼리 단합대회(?)를 하는 경우도 있었다.

교사들이 모든 수련회 프로그램 기획부터 마무리 단계까지 담당한다면 매우 부담스러운 것이 현실이다. 특히 여교사가 다수인 학교 현실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만약 사고가 발생할 경우, 교사들이 쉽게 대처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다보니 예전에 하던 방식 그대로 관행적으로 수련회가 추진되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일부 학교의 경우, 수련회 프로그램을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신하거나 아예 없애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예전 방식 그대로 별 고민없이 수련회를 진행하거나 아예 없애는 것이 교육적으로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하여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교사 입장에서는 수련회가 힘들어도 교육적으로 의미가 있다면 그 일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서 힘들게라도 추진하는 것이 더 교육적이지 않을까?

흥덕고 통합(테마) 기행 이야기

흥덕고에서는 학생 중심으로 통합 기행 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학생들이 테마를 정해 캠프 일정을 만든다. 예를 들어 자전거 남도 여행, 지리산 둘레길 걷기, 백제 역사 탐방 등 학생들이 관심있는 테마를 정하여 코스를 정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코스를 정하면 이에 맞는 교사를 찾아 소그룹별로 테마 여행을 진행하는 것이다. 올해 통합기행 활동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다.

일 자

사 전 준 비 사 항

3월 28일 ~ 31일

교장선생님 통합기행 설명 / 희망 주제 신청 / 팀별 조원 확정

4월 4일

팀별 역할 정하기 / 주제 선정 / 기획서 초안 작성

4월 5일 ~ 계속

교통편 파악, 숙박가능 펜션 및 민박 파악, 팀별 체험활동 내용 파악,

먹을 것 파악

필요물품 파악 및 정리, 보고회를 위한 준비사항 미리 점검

4월 14일

팀별 사전스터디 실시

4월 15일

세부일정 및 예산안 확정

4월 16일

팀별 통합기행 기획서 완성 / 제출

4월 30일

출정식 / 최종 팀 모임

5월 2일 ~ 4일

통합기행 실시

5월 5일 ~ 12일

통합기행 보고서 작성

5월 13일

통합기행 발표회

올해 흥덕고 통합기행은 역사, 체험, 성찰, 생태 등 관심있는 주제별로 19개팀 269명으로 팀을 편성하여 운영하였다.

구 분

기행 주제(장소)

인원

역사

지리

통합

기행

경기권(1)

인천의 지역 특성 파악(인천 일대)

16명

경기권(2)

생태체험을 통한 상호적 인간 관계형성(양평일대)

18명

경기권(3)

가까운 곳에서, 알뜰한 비용으로 행복한 추억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가평일대)

18명

강원권(1)

분단의 아픔과 소실된 낙산사의 복원 현장 답사

(속초, 고성 일대)

16명

강원권(2)

속초의 지역 특성 파악(속초 일대)

15명

경상권(1)

부산 시민 설문조사를 통한 랜드마크(지역이미지)

조사하기(부산 일대)

15명

경상권(2)

제2의 수도인 부산의 문화와 역사 파악(부산일대)

15명

경상권(3)

남해어촌 마을을 체험하고 역사적인 유물과 타문화 유적지 둘러보기(남해 일대)

10명

전라권(1)

전주 한옥 마을 체험을 통해 우리 민족의 뿌리를 깨닫기(전주, 임실 일대)

21명

전라권(2)

전라도의 맛은 무엇이 다른가? (전주, 임실 일대)

14명

전라권(3)

남도 문화체험과 역사 탐방

(여수, 강진, 벌교, 보성, 전주)

20명

자아성찰기행

바우길

걷기

강원도 자연 탐방 및 자아성찰(정선, 강릉 일대)

14명

템플

스테이

전등사 템플스테이 및 마니산 등반 통한 자아수련 (강화도 일대)

10명

자전거

순례

강화도 유적지 탐구 및 우리 전통문화 이해

(강화도 일대)

11명

우리문화의 멋과 흥

우리나라의 멋과 흥(전주 일대)

16명

갯벌 탐방

자연휴양림 숲속 생태 체험 및 갯벌 체험

(안면도 일대)

12명

숲 탐방(1)

속리산의 숲과 속리산 부근의 법주사 탐방

(보은 일대)

11명

숲 탐방(2)

숲 생태체험과 환경의 소중함을 깨닫기(증평 일대)

12명

해맑음반

꽃 관람, 추억 사진 촬영(안면도 일대)

5명

19개 팀

269명

이러한 통합 기행은 기존의 수학여행과는 달리 통합기행 준비부터 평가까지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았으며, 다양한 코스의 주제 의식이 반영된 기행이 실천되었다. 학생들이 주체가 되어 준비 및 실행을 하는 과정에서 책임감과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학생들 스스로 기획하는 능력과 팀원을 이끌고 설득하는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또한 통합기행 간 팀별 생활 규칙 만들기, 팀 미션 수행 등 실천 과제를 통해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통합 기행 진행에 있어서 어려움도 있었다. 팀별 인솔교사의 부족으로 저녁시간부터 새벽시간까지의 학생 관리가 쉽지 않았다. 교사들의 체력적인 부담과 관리에 따른 책임감이 컸다. 통합기행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사의 정보 수집 및 학생들을 지도하는 역할이 중요하며, 대도시로의 통합기행은 관광 위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므로 통합 기행의 목적과 방향에 대한 교사와 학생의 끊임없는 공유가 중요하며, 사전에 통합기행 준비 모임을 만들어 주제와 코스에 대한 개발이 필요하다.

 

 

수련회 업그레이드!

기존 수련회를 업그레이드를 하기 위해서 다음 몇 가지를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

첫째, 수련회를 가는 목적에 대하여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수련회가 단순히 1년 1-2번 정도 외부로 나가는 노는 행사 정도로만 이해해서는 안된다.

둘째, 교과수업과 연계하여 수련회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소명중고등학교에서는 5월 백두산으로 탐방을 떠났다. 그래서 4월 인문학 수업 주제로 ‘북한’을 주제로 하여 수업 시간 안에 북한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구현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제주도로 떠났는데, 담임 교사들이 코스별로 주제를 정해 학습지 활동을 만들어 워크북을 만들었다. 학생들이 코스를 다니면 워크북 학습지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셋째, 학년별로 테마 중심으로 수련회를 준비하거나 학급별로 추진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에 따른 부담감이 있지만 함께 고민하면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넷째, 수련회 준비를 실무 담당자에게만 미루어 진행하지 말고 수련회 기획 단계부터 학년협의회를 통해 공동으로 준비할 수 있어야 한다. 내실있는 수련회 프로그램을 위해 교사들이 함께 모여 준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섯째, 수련회 과정에서 학생들이 자치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학생들이 수련회 장소 선정 단계부터 진행 단계에 이르기까지 코스를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여섯째, 안전과 모험을 조화시키는 일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학교에서는 수련 프로그램 진행에 있어서 안전을 매우 강조한다. 그래서 위험할 것 같으면 아예 프로그램에서 빼거나 피하는 경우가 많다. 만약 안전 사고가 발생하면 학교 측에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나친 안전의 강조는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무사안일주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때로는 학생들이 도전할 수 있는 모험과제를 주는 것이 교육적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산행이나 국토순례 기행, 지리산 종주 등은 학생들 입자에서는 힘들고 학교 입장에서는 사고날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힘든 도전 과제 수행을 통해 극기 체험을 통해 학생들이 교육적으로 배울 수 있는 것도 많다. 그러므로 안전과 모험의 조화를 추구할 수 있는 수련 프로그램 기획과 진행이 필요하다. 모험적 과제를 도전할 수 있도록 하되, 안전 요원 추가, 여행 보험 가입 등 안전에도 만반의 준비를 기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일곱째, 신뢰할 수 있는 NGO 단체와 연계하여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를 들어 청소년 단체에서 진행하는 한중일 역사캠프에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 수련회가 말 그대로 수련 그 자체의 의미를 살릴 수 있도록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면서 추진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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