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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교=도서관?!

by 김현섭 2013. 4. 2.

“여기 학교 도서관이 어디 있죠?”

“4층 왼쪽 복도 끝에 있어요.”

“.....”

개인적으로 수업 혁신이나 협동학습 등으로 단위학교 연수 강사로 초청받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개 교사 연수를 학교 도서관에서 하는 경우가 많아서 각 학교 도서관을 많이 방문하게 된다. 예전에 비해 학교 도서관 시설은 많이 현대화되었지만 대개 학교도서관 위치는 학교에서 찾기 힘든 곳에 있는 경우가 많다. 그에 비해 교장실과 행정실은 대체 1층 중앙현관 쪽에 있어서 누구나 손쉽게 교장실과 행정실을 찾을 수 있다.

내가 수원 중앙기독초등학교에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놀랐던 것은 학교도서관이다. 학교도서관 위치가 1층 중앙현관 로비 쪽에 있었다. 그 이유는 학교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가 도서관이라고 생각해서 학교 건축할 때부터 우선적으로 학교도서관을 1층 중앙부에 설치해 둔 것이었다. 학교도서관을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였고 지역사회에도 공개하여 학교도서관에 많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 지역주민들이 이용하고 있다. 학생들 하교 시간에 맞추어 부모가 도서관에서 자녀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는 광경을 쉽게 볼 수 있다. 학교 도서관은 책을 배치하고 열람할 수 있도록 했을 뿐 아니라 멀티미디어방, 소규모 토론실이 설치되어 다양한 매체를 열람하거나 방과후 소모임 토론모임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였다. 학교도서관은 책을 단순히 대출해주는 곳이 아니라 학생들이 공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배려된 종합 공간이라는 것이다.

[수원중앙기독초 도서관 사진]

 

 

수업과 연계한 도서관 활용 수업

인문계 고등학교인 송곡여고에서는 도서관 활용 수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송곡여고에서는 도서관 사서 교사와 사회과 교사들이 팀 티칭 형태로 수업을 공동으로 준비한다. 수업을 공동으로 디자인하고 수업 진행을 사회과 선생님이 진행하고 사서 선생님이 자료를 찾고 정리하는 활동을 한다. 교과 교사가 수업 진행을 하고 사서 교사가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문제해결(PBL) 수업모형을 진행한다. 한국사 도서관 프로젝트 수업 사례(이덕주 사서 교사 정리)를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국사 수업시간이다. 오늘은 윤희네반 아이들의 국사 도서관 프로젝트 수업 발표가 있는 날이다. 지난 3주간 학급당 10시간씩 도서관에 와서 수업을 한 5개 학급 중엔 윤희네반 아이들이 도서반 학생들도 많고 나에겐 애정이 많이 가는 반이다. 하지만 국사 선생님의 말에 의하면 교실수업을 할 때 자신을 좌절시키고 가장 상처주는 반이란다. 역시나 도서관에서 하는 프로젝트 수업에서도 집중하지 않고 딴짓하고 엎어져 있는 아이들이 많았다. 그런데도 국사교사도 이런 아이들에게서 감동을 받았단다. 정말 의욕없고 안하는 아이들인줄 알았는데 프로젝트 주제를 정하고 의논을 하고 자료를 스스로 찾는 모습에서 아이들에 대하여 새로운 발견을 했다고 한다.

발표날인 오늘은 더욱 어수선하다. 컴퓨터에 자료를 깔고 아직도 완성을 못해서 지금도 노트북을 잡고 작업하는 조도 있고 또 한쪽에선 아이들이 한복을 꺼내 입고 난리다. 한복에 고름도 메지 못해서 국사선생님이 아이들 한복 고름 메주느라 정신 판 사이에 아이들 여기저기 엎드리고 이 어수선한 와중에 아이들 발표가 시작된다.

갑자기 한복을 곱게 입은 아이들 5명이 우르르 나가더니 <기생>이란 주제로 발표를 한다. 안 그래도 이쁜 아이들이 화려한 한복을 입고 자신들이 조선시대의 기생으로 빙의를 해서 발표를 하니 주목도 짱이고 발표도 나름 화려하다. 오늘날의 걸그룹에 비교하기도 하고 세습이 되는지? 어떤 훈련을 받았는지? 아이들은 같은 여성의 입장에서 많은 남성들의 사랑을 받았던 기생들에 대한 호기심을 아낌없이 발휘하여 도서관의 책과 원문 데이타베이스의 논문까지 찾아서 발표를 한다.

국사선생님은 이런 아이들에게 완전히 뿅갔다. 나도 감동먹었다. 사서교사를 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그동안 열 시간의 수업을 도서관에서 하는 동안 힘들고 때론 속터졌던 것이 한순간에 녹아 내린다.

다음 조들도 만만치 않다. 방송작가로 빙의해서 의자왕을 장희빈을 탐구하고 다른 관점의 자료를 찾아서 비교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새로운 드라마 컨셉을 발표한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삼국사기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등까지 들먹이며 같은 상황에 대해서 역사의 평가가 엇갈리고 사료가 다르고 역사적 자료라고 해서 무조건 믿을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봐야 된다는 것을 스스로 알아내고 있다.

지난 한 달간 도서관에서 국사수업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나는 팀프로젝트 수업, 아이들의 실제생활과 연관되면서도 따로 정답은 없어서 아이들의 흥미와 자발성을 유지할 수 있는 PBL 문제들을 국사선생님과 의논하며 개발하였다.

국사교사와 이번 수업을 같이 의논하고 준비하면서 더욱 친해졌다. 나도 국사교사가 아이들에게 그래도 한 가지 심어주고 심은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국사 선생님은 역사에 대한 흥미, 그리고 역사기록에 대한 맹신이 아닌 비판적 검토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어했다. 국사 선생님도 나의 의도를 알았다. 학생들이 도서관 사서교사를 활용하여 스스로 정보를 찾아내서 가공하여 설득력있게 표현할 수 있는 경험을 갖도록 해보자는 것을 이해해주었다.”

교과교실 = 교과 도서관

서울 구현고의 경우, 교과교실제를 도입할 때 거점교실을 만들어 운영하였다. 거점교실이란 교과별로 대표 교실을 만들어 각종 기자재를 비치하고 교실은 작은 교과도서관 형태로 구성한 것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도덕과 교실을 만들면서 교과 도서관 개념을 도입하였다. 그래서 교실 안에 책장을 비치하고 고등학교 도덕과 및 윤리과 관련 도서들을 수백권을 구입하여 비치하였다. 필독서의 경우는 동일한 책을 40권씩 구입하여 1년 동안 3권의 필독서를 수업 시간 안에 읽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필독서를 마인드 맵으로 간단히 정리하도록 하고 책 내용을 워크북을 통해 정리할 수 있도록 하였다. 독후감을 독서이력서에도 학생들 스스로 올릴 수 있도록 하여 진로 진학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리고 독서 토론 동아리를 조직하여 점심 시간마다 독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복도를 작은 도서관으로~

서울 효제초등학교의 일부 교실을 증축할 때 열린교육 개념을 도입하여 만들었다. 그러다보니 기존 교실에 비해 복도를 넓게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넓은 복도 공간에 학급 도서관 개념을 도입하였다. 그리하여 책장을 비치하고 바닥에 작은 의자나 까페트를 깔아 학생들이 책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소명중고등학교에서도 교과교실제를 도입하면서 복도 공간을 학교도서관 형태로 구성하였다. 그리하여 복도에 책장과 모둠책상, 의자 등을 배치하여 학생들이 이동하는 복도 공간이 아니라 책을 읽고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등에 학생들이 책을 읽거나 숙제하거나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 공간으로 변신할 수 있었다.

[소명중고등학교 복도]

 

독서가 중요하고 학교 안에서 도서관이 중요하다고 말로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책을 소중히 여기고 학생들이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학교 공간을 바꾸어야 한다. 또한 하드웨어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측면에서도 독서가 수업 활동의 중요 활동이 될 수 있도록 수업을 디자인할 수 있어야 한다. 이제 과감하게 학교를 도서관으로 리모델링해보자. 당장 이것을 실천하는 것이 힘들다면 학교도서관을 1층 중앙으로 옮기는 노력부터 시작해보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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