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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대안학교

큐티 교재를 버려야 제대로 큐티를 진행할 수 있다?!

by 김현섭 2015. 3. 9.

청소년들이 큐티 시간에 잘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독 교사들은 교회나 학교에서 학생들과 큐티 나눔을 진행할 때가 많이 있다. 큐티를 진행할 때 성경 본문만 가지고 하기에는 교사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럽기 때문에 시중에 나와있는 청소년 큐티 교재를 가지고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청소년 큐티 교재는 성경 본문이 쉬운 성경으로 되어 있고 묵상 순서대로 편집되어 있어서 활용하기 좋다. , 청소년 큐티 교재를 분석해 보면 대개 [제목] - [성경읽기] [도움말] [이해하기] [적용하기] [기록하기] [기도하기] 등의 순서와 코너로 이루어져있다. 또한 디자인이 예쁘고 캐릭터가 등장하고 빈칸도 적절하게 있어서 활용하기 좋다.

하지만 청소년 큐티 교재를 활용하여 직접 인도해보거나 다른 교사들이 큐티 교재를 가지고 큐티 나눔을 하는 것을 관찰해보면, 큐티 나눔이 생동감있고 깊이있게 나누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큐티 시간에 학생들의 대답은 소극적이고 교사들만 열심히 설교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날까?

성경 말씀 자체가 생명력이 없어서일까? 학생들 관점에서 성경 말씀이 어렵게 느껴지기 때문일까? 청소년들 중에 부모님은 기독인이지만 정작 자신은 아직까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영접하지 못해서일까? 교사들이 말씀 묵상을 인도할 전문성이 부족해서일까? 청소년 큐티 교재 구성 방식이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일단 성경 말씀 자체가 생명력이 없다는 가설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왜냐하면 개인적인 신앙의 유무와 정도에 상관없이 수 천년 동안 성경이 베스트셀러 1위인 것은 비기독인에게도 의미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고 수많은 사람들이 성경을 애독하고 묵상하는 것은 성경 말씀이 가지고 있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성경 단어나 표현이 어렵기 때문일까? 한글 성경에서 가장 많이 활용하고 있는 개역판(개정개역판) 성경은 문어체가 아니라 구어체이고 고어(古語)적 표현이 있기에 무게감은 있지만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그러나 최근 다양한 번역본이 등장하면서 학생들 관점에서 성경 말씀을 이해하기 쉬운 새번역’, ‘현대인의 성경’, ‘쉬운 성경등이 등장하면서 이러한 문제는 어느 정도 극복되었다고 본다.

그런데 교사들이 큐티를 인도하는 방식을 살펴보면 의외로 문제점이 많이 있다. 대개 성경 말씀 읽고 나서 큐티 교재에 나와 있는 질문에 답을 기록한 다음 학생들에게 답변을 유도하고 교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강조하여 설명하고 적용할 부분을 기록하고 기도하면서 마무리한다. 대개 큐티 나눔 시간이 짧은 경우가 많다보니 성경을 읽고 큐티 교재 질문에 대한 답변을 기록한 다음 교사가 성경 본문의 핵심을 말하고 간단히 기도로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이 더 짧으면 결국은 교사가 설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큐티가 설교가 되는 순간 학생들은 수동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신앙이 어느 정도 있는 학생들은 일단 순응하기는 하지만 소극적이거나 무기력한 태도로 흘러가기 쉽다. ‘그래, 성경 말씀대로 하나님을 잘 믿어야 축복받고 하나님 말씀대로 살지 못하면 결국 망할 수 있어라고 단순한 반응 수준에 머물 수 있다. 아니면 아무리 노력해도 하나님 말씀대로 살지 못하지. 하나님이 나를 미워하실 거야. 나는 노력해도 안 되는 못난 놈인가 봐하고 회개와 성찰이 아니라 자책 수준으로 흘러갈 수 있다. 신앙이 없거나 신앙적 회의를 느끼는 학생들은 진짜 하나님은 존재하기는 해?’, ‘하나님은 좋은 분이라고 하면서 왜 그렇게 행동하지?’, ‘언제 큐티 시간이 마치나?’ 등의 생각이 들 수 있다. ‘하나님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러한 율법과 계명을 지킬 필요가 있나?’, ‘하나님이 있다고 해도 그 율법이나 계명을 내가 동의한 것도 아닌데 그대로 따라야 하나?’라고 반항적인 태도를 가지게 될 수 있다. 심지어 하나님이 살아있다면서 나는 왜 이러한 힘든 상황에서 살아야 하지?’, ‘하나님이 나를 이러한 상황으로 몰아간다면 저도 가만히 있지 않을거예요!’하고 보복적인 태도를 가질 수도 있다.

 

 

 

청소년 큐티 교재를 버려야 제대로 큐티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청소년 큐티 교재들이 잘 구성되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만 비판적으로 분석해보면 문제점이 많다.

첫째, 큐티 교재에 나와 있는 묵상을 돕는 질문들이 뻔한 질문과 뻔한 답변들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일단 청소년 큐티 교재 내용의 일부를 분석해보자.

 

제목 : 들어야 열매를 맺지 (마가복음 4:13-25)
 
성경본문 읽기
(생략)
 
이해하기
예수님은 씨뿌리는 비유를 설명해 주십니다. 이는 모든 비유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비유이기 때문입니다. 뿌려진 씨는 하나님의 말씀입니다. 길가는 아예 처음부터 말씀을 거부하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돌무더기는 처음에는 기쁨과 감격으로 듣지만, 곧 어려움이 닥치면 믿음을 버리는 사람입니다. 가시덤불은 말씀을 듣지만, 세상의 염려와 욕심을 따라가는 사람입니다. 좋은 땅은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듣고 마음에 두어 열매를 맺는 사람입니다. 좋은 땅처럼 하나님의 말씀을 자신의 마음 밭에 잘 받은 자는 풍성한 열매를 맺습니다. (13-20)
 
적용하기
예수님은 어떤 분입니까?
예수님은 제자들처럼 우리도 말씀을 깨닫도록 인도해주시는 분입니다. 혹시 이해하지 못하는 어려운 말씀이 있으면 성경을 덮어버리고 믿지 못하겠다’, ‘잘 모르겠다고 말하고 있지 않나요? 성경을 펴서 예수님께 기도하며 묻고, 말씀의 사람들(목사님, 전도사님, 교회 선생님, 부모님)에게 질문하세요. 예수님께서 우리를 도와주실 것입니다.
 
내게 주시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하나님의 말씀이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이미 내 마음에 뿌리내린 생각들은 무엇인가요? “말씀은 재미없고 지루해”, “말씀을 들어도 소용없어와 같은 생각들이 이미 내 마음 속에서 말씀을 강하게 거부하고 있지 않나요? 이러한 거부 반응은 바로 사탄의 방해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잠잠히 자신의 모습을 한번 돌아보세요. 내게 정말 필요한 것은 바로 하나님의 말씀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될 것입니다.
 
기도하기
말씀을 듣고 알아가기 힘쓰겠습니다. 말씀을 통해서 제 신앙이 더욱 건강하게 자라게 해주세요.

 

 

적용하기 단계에서 첫 번째 질문은 예수님은 어떤 분입니까?’라고 질문했는데, 바로 밑에 예수님은 제자들처럼 우리도 말씀을 깨닫도록 인도해주시는 분입니다.’라고 답변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부분과 관련하여 진정 예수님은 말씀을 깨닫도록 인도해주시는 분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어떤 글이나 이야기를 이해할 때 비유적인 표현보다는 직설적인 표현이 이해를 돕는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씨 뿌리는 비유는 여러 가지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비유는 어떤 동기에 의하여 서술되어 있는지, 비유의 궁극적인 대상이 무엇인지, 비유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그리스도의 모습은 무엇인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씨 부리는 비유와 관련하여 어떤 이는 씨가 뿌려진 땅의 종류가 아니라 오히려 씨를 뿌린 행동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성경학자들마다 같은 비유라도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큐티 교재에서는 말씀에 대하여 의심하지 말고 열심히 듣고 알아가는 것에만 초점을 맞추어 서술되어 있다. 제목 자체가 들어야 열매를 맺지라고 표현되어 있는데, 이는 말씀을 듣고 열매를 맺자라는 목표가 분명한 제목이다. 기도하기 내용도 살펴보면 말씀을 듣고 알아가기 힘쓰겠습니다.’라고 서술되어 있다.

 

둘째, 열린 질문을 닫힌 질문 형태로 사용하고 있다.

첫 번째 질문과 관련하여 잘 생각해보면 다양한 답변이 가능하다. ‘예수님은 비유로 말씀하는 분입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을 매우 사랑한 분입니다’, ‘예수님은 농사짓는 것을 잘 알고 계시는 분입니다’, ‘예수님은 좋은 땅처럼 말씀을 듣고 많은 열매를 얻기를 바라는 분입니다등등이 나올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답변이 틀린 답변인가? 큐티 교재에서는 말씀을 깨닫도록 인도하는 분이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경우, ‘예수님은 농사짓는 것을 잘 알고 계시는 분이라고 답변한 학생은 참 난감해질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질문은 하나님의 말씀이 뿌리 내리지 못하도록 이미 내 마음에 뿌리내린 생각은 무엇인가요?’이다. 이것에 대하여 큐티 교재에서는 거부 반응은 바로 사탄의 방해입니다.’라고 단정하고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면서 잠잠히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세요라고 권면하고 있다. 성경 본문 말씀을 묵상해 보면 하나님의 말씀을 뿌리내리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은 사탄의 방해만이 아니다. 길가에 뿌려진 씨앗(15)은 사탄이 가져간 것이지만 돌무더기에 뿌려진 씨앗(16)은 말씀을 들었을 때는 즉시 받아들이지만 속에 뿌리가 없어서 오래가지 못하고 말씀 때문에 환난이나 박해가 일어나면 곧 넘어지는 사람을 말한다. 가시덤불의 씨앗(18)은 세상의 염려와 재물에 대한 유혹과 그 밖의 여러 가지 욕심이 말씀을 막아서 열매를 맺지 못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 하나님의 말씀이 뿌리 내리지 못한 생각은 사탄의 방해만이 아니라 말씀이 뿌리내지 못하는 앝은 마음 상태, 세상의 염려와 재물의 유혹과 여러 가지 욕심 등이 있다는 것이다. 즉 이 질문은 정답이 여러 개인데, 마치 1개의 정답만 존재하는 것처럼 서술되어 있다.

셋째, 신앙이 없거나 부족한 학생들 입장에서 부담스럽거나 받이들이기 힘든 표현이 있다.

큐티 교재에서는 말씀은 재미없고 지루해”, “말씀을 들어도 소용없어라는 생각은 사탄의 방해라고 말하고 있다. 말씀은 재미없고 지루한 이유가 사탄의 방해일 수도 있지만 성경 본문에 따르면 믿음의 부족, 세상의 걱정과 재물의 유혹 등일 수도 있다. 그런데 마치 말씀이 재미없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것을 사탄의 방해라고만 해석한다면 이는 말씀을 편협하게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또한 설교자가 말씀을 재미없고 지루하게 설교하면 학생 입장에서는 설교가 그렇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런데 말씀이 재미없고 지루하다는 것은 사탄의 방해라고만 해석한다면 신앙이 부족하거나 없는 학생들에게는 그 해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큐티 교재가 필요한 이유

 

위에서 지적한 대로 청소년 큐티 교재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 많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소년 큐티 교재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이 있다.

첫째, 처음 성경을 접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신앙 초보 학생들에게는 성경만을 가지고 묵상하고 이해하는데 힘들 수 있다. 성경 배경에 대한 설명이나 질문들은 성경을 묵상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둘째, 성경을 잘못된 해석으로 빠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큐티 교재에서의 해석과 적용이 특정 정답을 향해 서술되어 있다는 것은 문제점이지만 대개 큐티 교재를 집필한 사람들이 전문적으로 신학이나 성경을 공부한 사람들이기에 성경을 엉뚱하게 해석하거나 이단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할 수는 있다.

셋째, 교사가 적은 노력으로 큐티 인도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 특히 초보 기독 교사가 성경만을 가지고 큐티를 인도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 큐티 교재를 활용하면 교사가 쉽게 큐티 나눔을 진행하는데 도움이 된다.

, 청소년 큐티 교재를 활용하는 것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다만 큐티 교재만을 가지고 큐티를 진행하는 것은 성경 말씀의 풍성함을 충분히 누리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신앙이 성숙하고 교사가 깊이있는 성경 말씀 묵상 나눔을 하고 싶다면 과감하게 큐티 교재를 버리고 다른 방식으로 성경 말씀 묵상을 하는 것을 시도하면 좋겠다. 그렇다면 큐티 교재 없이도 학생들과 어떻게 큐티를 풍성하게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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