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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내 수업 질문이 좋은 질문인지 스스로 확인하려면?

by 김현섭 2015. 12. 23.

내 수업 질문이 좋은 질문인지 스스로 점검하려면?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단행본 출간 이후 관련 연수 등을 통해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많은 선생님들이 하는 질문이 어떻게 질문해야 좋은 질문을 할 수 있는가?”이다.

좋은 질문을 만드는데 있어서 효과적인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좋은 질문에 대한 감각을 기르고 질문 역량을 기르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좋은 질문에 대한 몇 가지 원칙이 있다. , 짧고 단순한 질문, 확인 질문, 반복 질문, 연속 질문, 요약 질문이 좋다는 것이다.

 

짧고 단순한 질문 사례

-“논설문과 설명문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확인 질문 사례

-“이 그림을 네가 직접 그렸니?”

반복 질문 사례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기 위한 글을 무엇이라고 하나?” “신문 사설은 어느 종류의 글인가?”

연속 질문 사례

-“사형 제도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니?”, “찬성 입장이라면 그 이유가 무엇이니?”, “또 다른 이유가 있니?”

요악 질문 사례

-“지금까지 이야기한 내용을 간단히 요약한다면?”

 

그런데 좋은 질문의 원칙을 안다고 해서 수업에서 잘 사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수업의 맥락에 따라 질문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습 주제에 따라 질문이 달라질 수 있고, 학생들의 학습 수준이나 상황에 따라 질문이 달라질 수 있다. 어떤 경우에서는 좋은 질문이 다른 경우에서는 별로 좋은 질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수업을 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것이 핵심 질문을 만드는 것이다. 핵심 질문이란 수업의 흐름을 관통하는 질문이고 교육과정 재구성과 교수학습방법 선정의 기준이 되는 질문이고 학습 목표 도달과 관련한 질문이다. 그런데 수업 디자인을 하면서 핵심 질문을 만든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가장 쉬운 방법은 학습 목표를 의문형으로 만드는 것이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설명할 수 있다가 학습 목표라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은 무엇인가?’라고 바꿀 수 있다. 하지만 단순하게 학습 목표를 의문형으로만 바꾸는 것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 왜냐하면 교사의 수업 주안점과 고민이 핵심 질문 속에 녹여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주제로 한다면 네가 살아가는 이유는 무엇인가?’, ‘행복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핵심 질문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 질문이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질문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생의 목적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하여 행복이라고 말했고 행복을 최고선(도덕)’이라고 설명하면서 중용의 덕목을 이야기한다. 그러기에 아리스토텔레스 사상의 핵심 내용을 질문으로 바꾸어 학생들에게 사고하면서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을 소개한다면 효과적으로 그의 사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사 시간에 동학 농민 운동이 학습 주제라면 동학 농민 운동이란 무엇인가?’라고 핵심 질문을 만들 수 있겠지만 유교 사관이냐 식민 사관이냐, 민족 사관이냐, 실증 사관이냐에 따라 강조하는 부분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동학 농민 운동을 믹족 사관 입장에서 접근한다면?’이란 질문을 핵심 질문으로 삼는다면 동학 농민 운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수업할 때와는 접근 방식이 크게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핵심 질문은 대충 생각한다고 나오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 내용을 교사의 자기 고민으로 풀어낼 때 나올 수 있는 질문이다. 교과서 지식이나 내용을 열심히 준비하는 것보다 학습 주제에 대한 핵심 질문을 만드는 것이 수업을 보다 풍성하게 이끌어낼 수 있다.

 

핵심 질문을 수업에서 잘 풀어내려면 수업의 흐름과 맥락에 맞게 출발 질문, 전개 질문, 도착 질문이 필요하다. 출발 질문은 학습 흥미 유발 질문을 말한다. 전개 질문은 학습 내용의 이해를 돕는 질문이다. 도착 질문은 학습 내용을 심화시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과 학습 내용을 학생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적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질문이 포함된다.

예컨대, 학습 주제가 홍길동전이라면 출발 질문은 네가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하지 못한 상황이 있다면?’이 될 수 있다. 전개 질문은 홍길동전에 등장하는 인물과 그 성격은 무엇인가?’ 등이 될 수 있다. 도착 질문은 우리 사회에서 불의한 일한 일이 있다면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가?’ 등이 가능할 것이다.

 

[출발질문시 유의사항]

출발 질문을 만들 때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

 

1. 학생의 흥미를 끌만한 소재를 잘 찾아야 한다.

일단 학생들의 관심사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등학교 사회과 환경 보호 단원에서 출발 질문으로 우리 동네에 골프장이 건설된다면?’이라는 질문을 만들었다고 가정하자. 골프장 건설과 환경 보호는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내용이기 때문에 내용상 좋은 질문일 수 있다. 하지만 초등학생 중 골프장에 다녀본 경험이 있는 학생들은 거의 없기 때문에 이 질문으로 수업 시간에 활용한다면 학생들이 대답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질문을 우리 동네에 테마 파크가 만들어진다면?’이라는 질문으로 바꾼다면 학생들이 대답하기 훨씬 쉬울 것이다. 학생들이 좋아할만한 시설이긴 하지만 동시에 환경 보호와 관련하여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 주제로 이야기를 한다면 보다 풍성한 이야기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2. 좋은 질문은 학생 입장에서 답변하기 좋이야 한다.

교사가 다짜고짜 학생들에게 정의란 무엇인가?’라고 질문하기 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군가로부터 불공평한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까?’라고 질문하는 것이 학생들의 답변을 이끌어내기 쉬울 것이다.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 워크샵을 진행할 때 주로 사용하는 피드백 방법이 교사들이 만든 질문을 다른 교사들에게 질문을 해보는 것이다. 교사가 질문을 만들다보면 자기 고민 속에 빠져 학생 입장에서는 대답하기 곤란한 어려운 질문이 될 수 있다. 좋은 질문인지 스스로 점검할 때는 자기가 만든 질문에 대하여 예상 답변을 기록해 보는 것이다. 질문 형식에 따라 답변의 폭과 깊이가 달라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3. 가급적 닫힌 질문을 피해야 한다.

홍길동전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니?’라고 교사가 질문한다면 학생 입장에서는 아니면 아니요밖에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닫힌 질문 자체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학생 흥미 유발하는데 있어서 닫힌 질문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공식 문서 예시 이름으로 홍길동을 자주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형태로 열린 질문을 한다면 학생들은 다양한 답변을 하기 쉬울 것이다. 학생들의 답변 비율이 클수록 학생의 수업 참여도는 더 높아질 것이다.

 

4. 출발 질문이 전개 질문과의 논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도, 너무 멀어도 문제이다.

예컨대, ‘행복을 주제로 수업을 진행한다고 가정하자. 출발 질문으로 사람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라고 질문한다면 행복이라는 주제로 이끄는 데 많은 시간과 과정이 필요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언제 행복하다고 느끼는가?’라고 질문한다면 전개 질문인 행복의 조건은 무엇인가?’과 논리적 거리가 가깝기 때문에 출발 질문이 전개 질문화되기 쉽고 이러한 경우, 효과적인 흥미 유발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출발 질문과 전개 질문은 적절한 논리적인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5.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흥미 유발의 효과가 낮아진다.

출발 질문으로 질문의 난이도가 높으면 학생들이 대답하기 좋지 않을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하는데 있어서 사회 구조 이해와 변혁에 있어서 마르크스와 베버의 차이점을 비교한다면?’이라는 질문을 한다면 이 질문 자체는 좋은 질문일 수 있지만 이 질문을 통해 최소한 흥미 유발할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난이도가 높은 질문은 학생들에게 흥미 유발이 아니라 오히려 흥미를 반감시킬 수도 있다. 도착 질문에서는 난이도가 높은 질문이 필요하지만 출발 질문에서는 가급적 피하는 것이 더 좋다.

 

[전개 질문시 유의사항]

전개 질문을 만드는 것은 다른 질문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 항상 일상 수업에서 주로 활용하는 질문들이 전개 질문이기 때문이다. 다만 전개 질문이 너무 많으면 학습 내용을 이해하는데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적절한 질문 수를 뽑아내어 수업에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체적인 질문으로 시작해서 추상적인 질문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질문과 질문의 논리적 연결이 자연스러워야 한다. 엉뚱한 질문으로 인하여 수업 내용이 산만해져서는 안된다.

 

[도착 질문시 유의사항]

도착 질문을 만들 때는 다음의 유의 사항을 생각해보면 좋다.

 

1. 심화된 지식으로 연결하는 질문이어야 한다.

도착 질문은 심화된 지식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전반적으로 학생들의 학습 수준이 낮다 하더라도 때로는 학생들의 학습 수준을 넘어 도전할만한 의욕을 고취할 수 있는 도전 과제를 제시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늘 해류의 특징에 대하여 배웠는데, 뱃길을 선정하는데 있어서 해류와의 상관관계는 어떠할까? 한국에서 미국으로 배로 이동할 때의 뱃길과 반대 방향의 뱃길은 동일한가? 다른가? 최단거리일까?’ 등의 질문을 던진다면 학생들은 해류의 특징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해류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실제 삶과 연결하는 능력을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2. 삶과 연결되는 질문이어야 한다.

파커 파머가 지적했듯이 수업의 가장 큰 문제점 중의 하나가 이론과 실천의 분리, 앎과 삶의 분리이다. 수업 시간에 배운 지식이 시험을 위한 지식이 아니라 구체적인 삶에 적용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이 말은 모든 지식이 실용적이어야 더 가치있다는 식의 실용주의적 관점을 강조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모든 지식이 삶 속에 적용될 수 없고, 이론적 지식 자체가 의미있을 수 있다. 다면 지식 자체가 아니라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인 지혜를 학생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학 시간에 자신의 혈액을 체취하여 실험을 통해 자기가 알고 있는 혈액형과 일치하는지 점검해본다면?’이라는 질문으로 혈액 실험을 직접 학생들이 해본다면 평생 혈액형을 잊어버리는 일은 없을 것이고 피의 소중함을 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3. 모든 차시 수업에서 도착 질문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학습 주제와 단원의 성격에 따라 도착 질문이 필요없는 경우가 있다. 단순한 지식의 이해를 다루는 학습 단원이라면, 진도 분량이 많다면 때로는 도착 질문을 생략할 수 있다. 매 시간 도착 질문을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관념에서는 벗어나야 한다. 하지만 학습 주제별로, 단원별로 한 번 이상 도착 질문을 활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

 

4. 도착 질문은 여러 차시에 걸쳐 수업으로 풀어낼 수 있다.

도착 질문 1가지를 1차시 수업 안에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차시 수업에 걸쳐 활용할 수 있다. 대표적인 방식이 PBL(문제 중심 수업) 모형이나 프로젝트 수업 모형이 여기에 해당된다. 프로젝트 수업에서는 도착 질문 1가지를 1달 이상 한 학기 동안 풀어낼 수도 있다. 교사의 수업 주안점에 따라 도착 질문은 유연하게 풀어갈 수 있다.

 

수업 질문에는 왕도가 없다. 끊임없이 고민하면서 만들어내어야 좋은 수업 질문을 만들 수 있다. 좋은 수업은 학생들 마음 속에 좋은 질문을 남긴다. 수업 속에 질문이 살아있어야 감동과 여운이 있는 수업을 할 수 있다. 수업 디자인 단계에서 교과 지식을 이해하는 것보다 핵심 질문에 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더 좋은 수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