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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알파고 선생님이 등장한다면?

by 김현섭 2016. 3. 14.

2의 스푸트니크 충격?, 알파고 충격!

인공지능(AI)인 알파고 대 이세돌의 바둑 대국에서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를 상대로 꺾은 사건은 가히 충격적이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인공지능(AI)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영화를 통해서도 미래 사회에서의 인공지능 문제를 다루기는 했지만 그저 먼 미래에서 일어날 추상적인 문제 정도로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사건은 인공지능이 인간만의 고유 영역이라고 생각한 직관과 추론 능력을 컴퓨터가 계산을 통해 계산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알파고는 딥 러닝(Deep Learning)을 통해 인공지능이 스스로 학습할 수 있도록 하여 단순히 입력된 정보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빅 데이터 기술과 접목되면 인간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단계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1957년 소련이 최초 인공 위성인 스푸트니크호가 성공하면서 미국은 이른바 스푸트니크 충격을 받았다. 이를 통해 미국은 대대적인 교육적 반성 운동이 일어났다. 이번 사건도 교육계에 일명 알파고 충격이라고 이름붙일 수 있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2013년 영국 옥스포드대에서 나온 보고서는 인공지능의 발달로 앞으로 20년 안에 미국 702개 직업 중 47%가 사라질 거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단순 노동직 뿐 아니라 전문직의 상당 부분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인공지능의 발달로 사라질 직업 2위에 교사를 꼽기도 한다.

알파고를 만든 구글에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업 분야 중의 하나가 교육이다. 그 이유는 그만큼 교육분야가 사업 발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것이다. 구글에서는 수년 전부터 이미 현직 교사들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해오고 있다. 주로 구글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수업 및 교육 활동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다룬다. , 검색, 번역, 구글 앱스 활용법(문서, 설문지 등), 유튜브 활용법, 세계문화유산을 살펴볼 수 있는 구글 컬처럴 인스티튜트, 간접적인 체험학습을 할 수 있는 익스피디션, 구글 지도 활용법, 구글 서비스를 활용한 다양한 수업 모형 등을 다룬다. 실제로 구글에서 개발한 여러 가지 기술을 수업에서 활용하면 유용한 것들이 많이 있다. 인공지능과 구글에서 개발한 서비스들을 연결하면 어떠한 일이 생길까?

 

 

만약 알파고(인공지능) 선생님이 등장한다면?

 

이상적인 개별학습이 가능하다

이미 교육방송이나 인터넷 강의가 보편화되어 있다. 그런데 기존의 교육방송이나 인터넷 강의는 일제 학습 형태로 진행되기 때문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교육방송이나 인터넷 강의는 학교 수업의 보완재로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일방 통행이 아니라 쌍방 통행을 가능하게 해준다. 인간 교사만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역을 인공 지능 교사가 대체해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학습 구조적 측면에서 일제 학습이 아니라 개별 학습을 현실적으로 가능하게 해준다. 학생의 학습 수준에 따라 그에 맞는 강좌를 안내해줄 수 있고, 강의 중간에 잘 모르는 것이 있으면 학생이 질문을 하고 인공지능 교사가 대신 그 질문에 대하여 친절하게 설명해줄 수 있다. 교사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수업 중간이라도 궁금한 것이 있으면 얼마든지 질문할 수 있고 적절한 대답을 얻을 수 있다. 오프 라인에서 개별 학습은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개별학습은 원칙적으로 볼 때 학생 개별 학습 수준에 맞는 일대일 교사가 필요하다. 그런데 일대일 교사를 세우는데 막대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일반 학교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이를 보완한 개별 학습이 수준별 수업이다. 하지만 수준별 수업도 교실 공간 문제, 수준별 교사 채용 문제, 수준별 수업 예산 확보 문제, 학업 성취도 향상 문제 등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인공지능 교사는 개별학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점들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들이 많이 활용하는 아이스크림은 이미 학생과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아이스크림 홈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여기에 인공지능이 더해지면 그야말로 놀라운 일이 벌어질 것이다.

 

인공 지능 교사는 지식의 오류가 거의 없고, 고차원적 사고도 한다.

현재 지식과 정보는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그 분량도 어마어마하다. 그런데 검색 기술의 발달은 누구나 손쉽게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었다. 인간 교사는 지식을 습득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고 지식의 범위가 한정되어 있고 지식에 대한 오류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인공지능 교사는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지식과 정보를 처리할 수 있고, 지식의 범위가 광범위하고 오류 가능성이 낮다. 인공 지능의 발달은 지식과 이해 수준을 넘어 적용, 분석, 종합, 평가 수준의 능력을 갖추어 간다. 인공지능은 저차원적 사고에서 고차원적 사고를 가능하게 한다. 직관과 추론 능력을 가진 인공 지능 교사의 등장은 인간 교사들이 하는 일을 상당 부분을 대체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을 통해 실감나는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미 3D 기술, 가상 및 증강 현실, 사물 인터넷 기술 등은 개발되어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현재 대중화되어 가고 있는 추세이다. 많은 국가와 기업들이 차세대 성장 산업으로 이 부분에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 발표된 스마트폰들은 가상 현실을 체험할 수 있는 HMD 기기와 연동할 수 있다. 기어 VR 등을 활용하면 누구나 손쉽게 가상 현실을 체험할 수 있고 현재 관련 기기가 대중화되고 있는 상황이기에 조만간 저렴한 가격에 누구나 구입하여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360도 카메라도 개발되어 누구나 손쉽게 이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들이 인공지능과 결합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지리 시간에 열대 기후에 대하여 배운다면 인공 지능 교사의 지시에 따라 학생들이 가상의 남태평양 섬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과학 시간에 쥬라기 공룡 시대에서 가상 체험을 통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공룡들을 가까이 살펴볼 수도 있을 것이다. 교사의 일방적인 설명 방식보다 해당 지식에 대한 가상 체험을 한다면 최소한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을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인공지능 교사는 교과 수업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 진로 교육 등 창의적 체험 활동도 어느 정도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지능 교사는 비리를 저지르지 않는다.

인공지능 교사는 학생들에게 편애하지 않고 오히려 개별 학생들의 특성에 맞는 수업을 할 것이다. 그리고 촌지나 체벌 등의 도덕적인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앞으로 어떤 수업 변화를 이끌어낼까?

이미 한국의 경우, 저출산의 영향으로 학생 수가 급감하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들면 당연히 교직의 일자리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인공지능 교사의 등장은 교직 일자리를 대폭 축소시킬 가능성이 높다. 소수의 유능한 인간 교사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일반 교사들은 더 이상 학교에서 근무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수업보다는 생활지도, 지식보다는 관계가 소중하기 때문에 인공 지능 교사에 비해 인간 교사의 경쟁력이 있겠지만 고등학교나 대학교의 경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공지능 교사와의 경쟁에서 밀릴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인공 지능이 발달한다고 해서 당장 교직이 없어지지는 않겠지만 교사의 역할은 많이 변할 가능성이 높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볼 수 있는 감성 교육, 관계 및 생활지도, 사회성 교육, 가치관 교육 등은 인간 교사가 담당할 수 있겠지만 전통적 교과 수업 등은 인공 지능 교사가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인간 교사와 인공 지능 교사가 협업하는 수업 형태도 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학교에서는 흥미로운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교사가 교실에서 전통적인 수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기가 원하는 과목을 인터넷 강의 수강을 하고 교사가 이를 점검하고 피드백하는 것이다. 교사가 지식의 전달자가 아니라 학습 코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인공 지능과 거꾸로 수업이 만난다면 많은 교실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교육계 일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거꾸로 수업은 그 성과와 한계가 존재하는데, 여기에 인공지능 기술이 더해진다면 거꾸로 수업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 인공 지능 교사에게 학생들이 인지적 내용을 중심으로 수업을 받고 인간 교사가 학생들이 지식을 익힐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거나 정의적 내용 및 실천적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공 지능의 발달은 전통적 학교 조직의 해체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학습 수준이 각기 다른 다인수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풍경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인공 지능 교사의 등장으로 인하여 교직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교원단체나 노조에서 반대할 수 있을 것이다. 2의 러다이트(기계 파괴) 운동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러다이트 운동이 끝내 산업혁명을 막아내지 못했던 것처럼 이러한 반대 운동이 시대적인 흐름을 막아내지 못할 수 있을 것이다.

 

교사로서 어떠한 삶을 살아가야 할까?

무엇보다 인공 지능의 발달과 이에 따른 인공지능 교사의 등장은 학교 존재 방식과 교사의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것이다. 인공 지능 교사가 등장하기 전에 교사로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인공 지능 교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빨리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어느 날 갑자기 스마트폰이 등장하여 보편화된 것처럼 인공지능 기술도 이렇게 갑자기 등장하여 생각보다 빨리 보급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교사들이 아무런 준비와 고민 없이 인공 지능 교사의 등장을 마주 한다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러므로 인공 지능 교사 문제에 대한 철학적 고민과 현실적인 대안에 대하여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지식의 전달자로서의 전통적인 교사 역할만으로는 변하는 시대에 따라가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강의식 설명 수업, 문제 풀이식 수업만으로는 교사가 변화하는 시대에 살아남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미래 사회에서는 단순한 지식의 습득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구체적인 삶 속에서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며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강조할 것이다. 그렇다면 교사로서 먼저 문제해결력, 창의력, 갈등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역량을 학생들에게 심어줄 수 있는 힘이 있는지 성찰하고 구체적으로 준비해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