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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무뚝뚝한 학교

by 김현섭 2013. 3. 8.

“저기 어떤 선생님을 찾아뵈러 왔는데요..”

“....”

행정실무사나 사환이 나와 무표정한 표정으로 나와 이야기한다.

“네, 어떤 일로 찾아오셨나요?”

외부 학교 방문자들이 학교에 방문할 때 흔히 겪는 일이다. 외부 학교 방문자들이 학교에 방문하는 이유는 학교에 용건이 있는 사람이다. 대부분 학부모이거나 학교 행정 관련 업무차 방문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외부 방문자가 처음 학교에 방문할 때 받는 인상은 무뚝뚝하다는 것이다. 행정실에 찾아가면 다들 컴퓨터 앞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는데, 누구를 만나러 왔다고 하면 무표정한 표정으로 무슨 일로 왔느냐고 물어본다. 자기 일이 아니면 별로 관심을 쓰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학부모가 담임 선생님을 만나러 가도 마찬가지이다. 일단 담임 선생님이 있는 교무실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작은 학교는 교무실이 하나이어서 큰 문제가 안되지만 큰 학교인 경우, 교무실이 여러 개이기 때문에 해당 선생님이 있는 교무실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다. 학부모 입장에서 교무실에 들어가면 왠지 모를 부담감이 있다. 그런데 교무실에 누가 들어가면 친절한 표정으로 맞이해 주는 사람이 거의 없다. 그래서 용기를 내서 교무실 입구 쪽에 앉아있는 선생님에게 용기를 내서 누구를 만나고 싶다고 이야기해야 한다. 그래서 학부모조차 선뜻 학교에 방문하는 것이 약간 긴장되고 낯설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교사가 다른 교무실을 출입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한다. 요즘 학교 교무실은 OA 사무화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어서 자리마다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교무실에 들어가면 컴퓨터 앞에서 각자 자기 업무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별 용건없이 들어가면 뻘쭘해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특별한 용건이 없는 한 다른 교무실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무뚝뚝한 태도는 직접 방문 뿐 아니라 학교에 전화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겪게 된다.

학교는 왜 무뚝뚝할까?

일단 교사들이나 행정 직원들이 너무 바쁘다. 수업이 없는 시간이라 하더라도 처리해야 할 행정 업무들이 너무 많다. 그러다 보니 자기 일이 아닌 이상, 누군가 새로운 사람이 교무실에 들어간다 해도 일일이 관심을 가질 여유가 별로 없다. 대개 친한 사람이 아닌 이상, 낯선 사람에게 친절한 태도로 대한다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비록 친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수다를 떨면 그만큼 내 업무 시간이 줄어들기 때문에 그만큼 손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교사나 직원들이 무의식 속에 내가 '갑'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그러므로 '갑' 입장에서는 특별히 아쉬울 것이 없고, 용건이 있는 '을'이 아쉬울 것이라는 것이다. 학부모가 교육의 동반자라는 의식보다는 왠지 부담스러운 존재로 여기는 무의식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친절한 학교들

몇 년전 중국 난징 국제학교(NIS)에 방문했었다. 학교 본관 중앙 현관에 전체 교사들 사진을 붙여 있었고 각 선생님 연락처가 게시되어 있어서 외부인들이 쉽게 해당 선생님을 만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하고 있었다. 심지어 중앙현관 입구에 호텔 입구처럼 작은 안내 데스크도 있었고 행정 직원이 근무하면서 안내 업무를 보았다. 한쪽에는 인터폰이 설치되어 있어서 해당 교사나 직원과 직접 연락을 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중앙 현관에 TV가 걸려 있었는데, 교사들의 개인 소개 프로필이나 학교 교육 활동을 상영되고 있었다. 이러한 세심한 모습을 보고 학교에 대한 좋은 인상을 받았다.

 

 

2011년 핀란드 공립 중학교를 방문했더니 중앙 현관에 작은 안내 데스크가 있었다. 여기에 학생 두 명이 앉아있었는데, 우리가 방문하자 학생들이 나와 친절하게 웃으며 우리를 맞이해주었고, 학교 방문시 학교 안내를 도와주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그 학생들은 우리나라로 따지면 선도부나 주번 학생 제도와 비슷한 것이었다. 전체 학생들이 돌아가며 안내 데스크를 지키면서 외부인들의 방문을 환영하면서 안내 하는 일을 하고, 쉬는 시간이나 점심 시간에 학생들이 복도에서 뛰거나 사고치지 않도록 돕는 일을 하고 있었다.

서울 구현고등학교의 경우, 외부 공식 손님이 오면 중앙 현관 입구에 '◯◯◯의 본교 방문을 환영합니다'라는 환영 안내표지판이 있다. 심지어 방문하는 사람의 사진을 해당 소속 기간의 홈페이지 등을 통해 사진을 구해서 표지판에 넣어서 붙여 놓는다. 그러면 외부 손님이 학교로 들어올 때 깜짝 놀라고 작은 감동을 받는다. 물론 이러한 방식이 모든 외부 손님에게 통하는 방식은 아니다. 특별한 손님(장학사나 학교 탐방 공식 방문자 등)일 경우에만 적용한다. 처음에는 아부하는 것처럼 보여 오버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만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인을 환영하는 안내 표지판에 감동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꼭 아부의 관점으로 볼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였다.

수원 중앙기독초등학교의 경우, 1층 입구에 들어가면 도서관이 있다. 학교도서관이 1층 중앙 현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설치되어 있는데 개가식으로 운영되면서 학부모들도 자유롭게 도서관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래서 학부모들이 자녀를 기다리려면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가 자녀를 만나 하교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작은 까페 형태의 파이샵이 있어서 외부인들이 와서 편하게 이야기하고 싶을 때 누구나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였다. 여기에서는 각종 커피 및 차음료와 함께 다과도 판매하고 있어서 누구나 까페에서 외부 사람들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였다. 게다가 학교에서 파이샵을 직접 운영하면서 장애우들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어서 장애우를 위한 일자리 공간 역할도 하고 있다.

 

 

학교를 이렇게 바꾸면?

첫째, 중앙 현관을 학교 안내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교사 안내판을 설치하고 학교 운영 철학 및 학사 일정 등 학교 운영 전반에 대한 정보를 게시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여기에 안내 인터폰을 설치하여 만나고 싶은 사람과 쉽게 연락을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물론 여건만 된다면 학생들이나 학부모 자원봉사자, 행정 보조 직원들이 앉아 있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외부 인사 환영 안내판을 상설적으로 설치하여 필요시 해당 부서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이다.

 

둘째, 학부모나 외부인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1층 입구에 학부모실이나 작은 까페 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학부모가 교육 동반자라고 하지만 실제로 학부모들을 위한 별도의 공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학부모실이나 작은 까페 공간을 통해 외부 사람들이 들어오더라도 편안하게 만나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열리면 더욱 좋을 것이다.

셋째, 열린 마음과 친절한 태도를 가지도록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교직원들에 대한 친절 교육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물론 친절 교육으로 교직 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학교 철학이 바뀌어야 학교 문화가 바뀔 수 있다. 즉, 학부모를 교육의 동반자라는 의식을 가져야 학부모에 대한 친절한 태도가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다. 외부 학교 인사(장학사, 외부 방문자 등)도 교육 동지라는 의식을 가져야만 친절하게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학생들에게 인사 교육을 잘 훈련하는 것이다. 안산 동산고의 경우,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교육 때부터 인사 교육을 강조한다. 그래서 학교 안에 처음 보는 외부인들이라도 어른이라면 누구나 인사를 하도록 하였다. 학교에 오는 사람은 학교와 관련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친절하게 대해야 한다고 교육 받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동산고를 방문한 사람들은 학교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돌아간다. 요즘 고등학생들이 처음 보는 외부인에게 인사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사소한 행동과 습관이 학교 문화를 형성해나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