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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아이들이 공부하기 힘들어 하는 이유는?

by 김현섭 2013. 3. 8.

 

공부는 힘들기는 하지만 공부가 주는 기쁨이 있습니다. 어떤 교육철학자도 공부 자체가 고통스러운 것이니까 열심히 이 고통을 잘 감당하고 극복하면 결과적으로 행복을 얻을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평생 교육 사회로 접어든 현재의 상황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을 보면 많은 사람들이 퇴근 이후에 공부에 열심을 내고 있습니다. 물론 스펙을 쌓기 위해 공부하는 경우는 다르겠지만 일반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주는 기쁨이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초중고 시절에서는 공부하는 것이 그리 기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고교 시절 공부의 경험은 진로를 앞두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아가면서 공부했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대학 진학 이후 대학생 시절에는 공부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서 제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공부의 경험 중 가장 즐거웠던 시기는 대학원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원해서 하는 공부였고 제가 관심있는 분야를 나름대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부했기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즐거웠고 열심히 한 만큼 성적도 좋아 장학금까지 받았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이 공부하는 것을 힘들게 생각합니다. 공부가 곧 고통으로 여겨집니다. 그래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해보면 학교생활에서 가장 좋은 시간은 수업 시간이 아니라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입니다. 친구들과 함께 놀고 쉬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그렇다면 수업 시간에 공부하는 것이 기쁨이 되지 않고 아이들에게 고통으로 다가오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째, 학습량이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학습량을 줄여야 한다고 많은 사람들이 주장합니다. 그래서 교과서 쪽수를 의도적으로 줄이기도 합니다. 교육과정 개정시 총론에서는 분량을 줄여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각론에 들어가면 교과이기주의로 인하여 전공자들이 자기 전공 분야가 줄어드는 것을 결사적으로 반대합니다. 그러다보니 교과서 쪽수가 줄어든다고 해서 지식의 양이 별로 줄어들지 않습니다. 학습 분량이 많다보니 학생들은 많은 지식을 소화하기 힘들어 하고 교사들도 짧은 시간 안에서 많은 지식을 전달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수업 방식이 일제학습이나 문제 풀이식 수업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많은 학습 분량은 학습의 깊이를 심화시키지 못합니다. 많은 지식을 대충 짚고 넘어가는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둘째, 학습 난이도가 높아서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학습 분량이 많으면 자연스럽게 학습의 난이도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현행 대입 논술고사 문제를 분석해보면 고교 교육과정을 충실하게 공부한 학생들이 쉽게 풀 수 없는 수준의 난이도 문제가 출제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학생 입장에서는 학교 공부로만으로는 대학 입시 준비에 한계가 있다는 걸 알고 사교육에 의존하여 공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습 난이도가 높은 이유는 현행 평가 제도에 달려 있습니다. 현행 평가는 상대 평가 방식이기 때문에 난이도를 낮게 출제하면 우수한 성적의 동점자들이 많이 발생하게 되어 변별력이 떨어지게 됩니다. 때문에 시험 문제의 난이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학습 난이도가 높아지는데, 이때 문제가 되는 것이 학습 진도를 따라지 못하는 학습부진아 학생들입니다. 학습 부진 현상이 벌어지게 되면 초기 단계에서는 보충 수업이나 개별 학습을 통해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지만 고학년으로 올라가게 되면 학습 부진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월성 교육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에게 주로 관심이 있지, 공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한 배려에는 별로 관심이 없습니다. 그래서 학습 부진 학생들이 많은 일부 인문계 고교나 전문계 고교에서는 수업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셋째, 시험이 주는 스트레스가 있습니다. 현행 평가 방식이 상대평가 방식이기 때문에 모든 학생들이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해도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닙니다. 누군가는 1등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꼴찌를 할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상대평가는 선발과 배제라는 패러다임에서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상대 평가 안에서는 학생들이 상호 간의 경쟁을 통해 늘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교육 경쟁의 근본 원인은 사회 구조와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의 임금 격차가 크고 대졸자와 고졸자의 임금 격차가 큽니다. 그러다보니 단순직종은 노동자를 구하지 못해 구인난을 겪고 반대로 전문 직종은 경쟁이 치열해서 명문대학이나 유학을 다녀와도 취직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습니다. 사회 구조가 근본적으로 변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교육에 있어서만 경쟁 구조를 완화시키기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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