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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수업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각

by 김현섭 2013. 8. 21.

1. 수업은 과학인가? 예술인가?

수업을 이해하는 세 가지 기본적인 관점이 있는데, 과학, 예술, 종교적 기예(장인/craft)이다. 과학적 관점은 수업을 도입, 전개, 마무리 3단계 입장으로 접근하면서 각 단계별로 해야 할 요소들을 설정하여 분석적으로 풀어가는 방식이다. 과학적 수업은 논리적이고 깔끔한 수업이다. 예술적인 관점은 수업을 직관적으로 풀어가는 수업으로서 정서적으로 접근하는 방식이다. 발도로프 수업, 다중지능수업, 이야기 중심 수업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예술적 수업은 감성적이고 감동적인 수업이다.

작년 어떤 초등학교의 선생님 수업을 참관한 적이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 선생님이었는데, 국어 교과서 대신에 과감하게 나니아 연대기 소설책을 텍스트로 활용하면서 이야기 중심으로 수업을 이끌어갔다. 교실을 나니아 연대기 공간을 재구성하였다. 교실 블라인드에는 나니아 연대기 주인공 그림으로 채워져 있었고, 소설속의 중요 도구인 옷장이 교실앞 쪽에 비치되어 있었다. 학생들이 책상을 둘러앉도록 'ㄷ'자 형태로 자리를 배치하고 소설책을 학생들이 돌아가며 읽도록 하였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소설 속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초대하였다. '얘들아, 책 읽는 것을 잠시 멈추고 눈을 감도록 해보자. 그리고 교실 한가운데 용이 있다고 상상해보자. (잠시 여유) 자, 그럼변 조용히 눈을 떠보자. 미숙아 너는 이 용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이야기 해보렴' ...

이러한 수업 방식으로 연구 수업을 했는데, 강평회 결과는 최악이었다. 왜냐하면 과학적 관점에서의 수업 문화에 익숙한 교장, 교감 선생님 입장에서는 도저히이해하기 힘든 수업이었던 것이기 때문이었다. 동료 교사들도 새로운 방식의 수업에 대하여 어떻게 피드백해야할지 난감해 하는 상황이었다.  이 선생님은 수업을 과학이 아니라 예술로 이해하고 접근한 수업이었기에 다른 교사들이 쉽게 평가하기 힘들었던 것이다.

종교적 기예(장인) 관점에서의 수업은 과학과 예술을 포괄하면서 동시에 배운 지식을 구체적인 삶으로 구현할 수 있도록 하는 수업이다. 지식을 깔끔하게 전달하거나 감동적으로 전달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교실에서 배운 지식이 학생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반응하고 구현되어야 살아있는 수업이라는 것이다. 수업을 도입, 전개, 마무리라는 기존 3단계의 틀에서 벗어나 초월(삶에 실천하기) 단계를 4단계로 포함시킬 수 있어야 한다. 브루멜른, 반 다이크 교수 등이 이러한 입장이고 프레이리도 실천적 공유 전략을 통해 지행일치적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종교적 기예(장인)적 관점에서 수업을 바라보게 되면 교사라면 누구나 수업 앞에서 겸손해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수업을 잘해도 학생들이 구체적인 삶이 변화되고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2. 수업에 대한 질문 던지기 : 누가, 왜, 무엇을, 어떻게?

수업은 4가지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거시적으로 볼 때 누가(존재론, 관계론)’, ‘(교육철학)’, ‘무엇(교육과정)’, ‘어떻게(교수학습방법)’ 4가지 차원에서 수업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무엇'과 '어떻게'는 눈에 보이는 부분이고 '누가'와 '왜'는 눈이 보이지 않는 영역이다. 그러다 보니 기본 수업 공개 및 강평회에서는 무엇과 어떻게에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하였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에 의하여 규정된다. 수업도 마찬가지이다.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방법을 결정하는 것은 존재론과 관계론, 교육철학적 관점에서 결정된다. 그러므로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누가와 왜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누가와 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에 수업 관찰자가 직관력만으로 알 수 없다. 수업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수업 현상에 대한 원인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나서 수업자에게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를 통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누가/)을 이해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수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수업 코칭을 할 수 있는 출발점이 생기게 된다.

협동학습 수업도 마찬가지이다. 협동학습 수업 장면을 관찰하면 모둠과 수업 모형밖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협동학습 수업 장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이 두가지로는 온전히 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협동하려는 마음, 운영, 사회적 기술, 협동학습의 4가지 기본원리 등을 볼 수 있어야 협동학습이 제대로 보인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그 수업의 전체로 이해해서는 안된다.

그러므로 수업 관찰 및 분석의 전문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에 있다. 수업의 장단점은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학부모도 쉽게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수업을 참관해보면 자연스럽게 눈에 띠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현상 너머에 있는 근본 원인을 통찰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교사가 수업 시간에 자문자답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가정하자. 수업 관찰자가 수업자에게 자문자답을 하는 것에 대하여 수정하기를 요구하면서 구체적인 대안까지 제시한다고 해서 자문자답이 실제 수업에서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어떤 교사가 수업 시간에 자문자답을 하는 이유는 교사마다 상황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새내기 교사로서 발문법에 대하여 체계적으로 훈련받지 못해서 일어나는 행위일 수도 있고, 교과서 진도 분량이 많아서 수업에 대한 여유를 잃어버렸기 때문에 일어난 행위일 수도 있다. 학생들이 기초 실력이 매우 낮거나 학습의지가 매우 낮아서 교사의 질문에 대하여 학생들이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행위일 수 있고 교사가 닫힌 질문을 선호해서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만 하다보니 학생 입장에서는 정답을 말하기 두려워해서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일어난 일일 수 있다. 이러한 행위 속에 숨겨져있는 근본 원인을 통찰하지 않고서 대안(특정 학생을 지목하여 질문하고 대답 기다리기 등)만을 제시한다고 해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3. 수업 비평의 장점과 한계

기존 수업 관찰 시각들은 한 두가지 관점만을 강조한 측면이 있다. 객관적인 수업 평가 기준에 따라 수업을 평가하고 피드백을 하였다. 그러다보니 소위 수업 평가 기준에 따라 수업이 획일화되고 경직된 틀 안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수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양적 접근과 질적 접근이 있다. 양적인 접근은 체크리스트나 학업성취 향상도 등을 통해 분석하여 평가하는 접근이라면 질적인 접근은 해석이나 판단을 유보하고 참여관찰, 교사 인터뷰, 하생 설문 조사나 심층 인터뷰 등을 통해 교육인류학적 관점에서 수업 현상을 기술하는 접근이다. 양적 접근에 비해 질적인 접근이 수업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지만 현실적으로는 질적 수행 연구 방법이 그리 실용적이지 못하고 경제적인 비용이 많이 들거나 번거롭기 때문에 학술적 목적 외에 일반화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양적 접근과 질적 접근의 변증법적으로 통합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 것이 이혁규 교수가 제안한 수업 비평이다. 수업 비평은 예술 비평에서 착안하여 교육학에 적용한 것이다. 영화 평론문을 쓸 때 감독과 배우를 인터뷰하고 촬영 현장에 직접가서 참관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완성된 영화 1편만 보고 비평문을 쓸 수 있는 것처럼 수업도 그 자체 한 시간만을 보더라도 다양한 시각에서 꼼꼼하게 바라보면서 해석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수업 비평의 핵심은 수업 현상을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는 것이다. 수업 비평은 수업에 대한 고정 관념을 깨고 유연하게 수업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수업 비평은 수업에 대한 시각을 넓혀준다. 관찰자 시점에 따라 수업을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수업자 입장, 학생의 배움 입장, 텍스트(교육과정) 입장, 교사와 학생과의 상호 작용 입장, 교수학습방법적인 입장, 수업 비평가의 주관적인 해석 관점 등 다양한 시각에서 수업을 해석할 수 있다. 수업 비평은 수업의 담론을 풍부하게 해준다.

예를 들어 한 교사가 다중지능에 기반을 둔 진로 수업을 실시했다고 가정하자. 수업자 입장에서 이 수업을 해석하면 교사가 진로 수업을 담당한 이유가 무엇이고 진로 문제를 풀어가는 데 있어서 활용한 본인 사례와 경험의 배경이 무엇인지 등으로 풀어갈 수 있다. 학생의 배움에서 이 이 수업을 해석하면 진로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개별 학생들의 반응과 모둠 활동시 참여도, 학생 상호 간의 과제 협력 정도 등을 중심으로 풀 수 있다.  텍스트 입장에서 해석하면 여러가지 이론 중에서 다중지능이론으로 진로 수업을 풀어간 이유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학습 분량의 정도와 수준에 대하여 이야기할 수 있다. 교수학습방법적 측면에서 한 차시 수업 동안 교사가 활용한 수업 기법과 학습 동기 유발 방법 및 학생 통제방법을 중심으로 풀 수 있다.

그런데 수업 비평의 한계는 수업 개선을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수업 개선에 대한 로드맵을 제공하지 않는다. 예술 비평은 예술 감상을 목적으로 하는 비평이기 때문에 주관적인 해석을 통해 감상의 폭을 넓혀준다. 하지만 수업 관찰은 수업을 감상하기 위해 이루어지는 행위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수업 공개는 수업 개선을 목적으로 이루어지는 목적적 행위이다. 예술 감상과 수업 관찰은 목적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업 비평은 수업을 이해하는 데 지평을 넓혀주긴 하지만 수업 개선을 하는데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비평은 수업을 이해하는데 매우 큰 도움이 된다. 교사는 수업비평적 관점에서 수업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훈련을 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