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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협동학습과 협력학습,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by 김현섭 2013. 9. 26.

최근 협력학습이 교육계에서 화두로 대두된 계기는 혁신학교 운동과 관련이 깊다. 혁신학교 운동에서 중요한 주제 중의 하나는 협력과 공동체의 가치를 학교 구조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한 것이다. 특히 진보 진영의 교육학자들은 구성주의 맥락에서 협력학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협력학습에 대한 담론이 대두되면서 기존의 협동학습과 차이점에 대한 질문이 생겼다. 용어상으로는 협동(Cooperative)과 협력(Collaborative)이 비슷하기에 이 둘의 개념이 혼동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의 차이점이 무엇이고 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서구에서도 많은 학자들이 두 용어를 혼용하기도 하지만 각각의 학술적인 발전 맥락은 조금 다르다. 협동학습은 레빈, 도이치 등의 사회 심리학적 연구 성과를 교실에 적용한 것을 바탕으로 미국의 존슨, 슬래빈, 케이건 등이 발전시킨 교수학습방법론이다. 이에 비해 협력학습은 비고츠키, 피아제, 로티 등의 구성주의자들의 교육철학적 고민을 교실에서 실천하면서 사용한 개념이다. , 협동학습은 사회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교수학습방법론적 접근이고, 협력학습은 구성주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교육철학적 접근이다.

그러다 보니 협동학습은 미세 담론(교수학습방법)은 풍부하나 상대적으로 거대 담론(교육철학)이 다소 부족하고, 협력학습은 거대 담론은 충부하나 미세 담론은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그런데 두 개념은 차이점도 있지만 공통점이 더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비교

협동학습

협력학습

개념

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

탈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

접근

사회심리학적 접근

구성주의적 접근

특징

교수학습모형 중심

교육철학적 담론 중심

공통점

학습 공동체 지향

우리나라의 경우 초창기에는 소집단 협력학습, 협동학습, 협력학습 등의 용어를 혼용했으나, 90년대 중반 이후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에서 협동학습을 실천하고 케이건 박사의 책을 협동학습으로 번역, 보급하면서 협동학습이라는 용어로 통일하여 사용하게 되었다. 그리고 정문성 교수가 협동학습의 이해와 실천이라는 책을 통해 협동학습 이론과 모형들을 정리하면서 협동학습이라는 용어가 자리를 잡아갔다. 그러다가 최근 혁신학교 운동에서 구성주의에 영향을 받은 교육학자들이 협력학습이라는 용어를 다시 사용하면서 현재 두 용어를 모두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동학습과 협력학습은 모두 궁극적으로 학습 공동체를 지향하기에 개념적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공통점과 차이점 중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에 따라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하기도 하고 그렇지 않기도 하다.

협력학습과 협동학습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구조적인 접근에 대한 입장 차이이다. 조별 학습, 협동학습, 협력학습은 모두 학습 공동체를 지향하고 학생 상호 간의 활발한 사회적 상호작용을 극대화하여 학습 효과를 올리자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또래 가르치기를 강조한다.

 

하지만 구조화 여부에 대한 입장 차이가 확연하게 드러난다. ‘조별 학습비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이다. ‘조별 학습은 학생 관리상의 문제, 무임승차자 및 일벌레 학생 문제, 모둠 간의 학습 편차, 학습의 비효율성 등의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한 것이 협동학습이다. 협동학습은 이러한 조별학습의 문제점을 구조화된 접근으로 보완하였다. 그래서 협동학습은 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이다. 협동학습은 학생 간의 긍정적인 상호의존성을 높이고 개인적인 책임을 분명히 하며 모든 학생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참여하게 함으로써 수업에 소외되는 학생들이 없도록 한다. 이를 위해 신호를 만들고 세밀한 수업 모형, 절차에 따라 수업을 진행하며 긍정적인 행동에 대해 보상하는 등 다양한 시스템을 구축하여 운영한다.

그러나 협동학습에서 활용하는 행동주의적인 접근 방식(세밀한 진행, 교사 주도성, 보상 및 각종 신호)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이 구성주의이다. 구성주의는 객관적인 인식론에 대하여 비판하고 주관적인 인식론에 근거하여 지식을 상대적이고 창출할 수 있는 그 무엇으로 이해한다. 그리고 학습 과정에 있어서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강조하고 교사는 학습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기대한다. 이러한 구성주의 입장에서 강조하는 것이 협력학습이다. 그래서 협력학습에서는 구조화된 접근을 비판하고 그 대안으로 탈구조화된 접근을 강조한다. , 외적 동기 유발(신호나 보상)을 사용하지 않고 내적 동기 유발 방식을 통해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협력하여 과제를 완성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협력학습은 탈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라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원칙적으로 볼 때 조별 학습에서 협동학습으로, 협동학습에서 협력학습 단계로 발전하는 것이 좋다. 그런데 협력학습의 한계도 고민해야 한다. 협력학습은 구성주의적인 입장을 가지다 보니 구성주의의 한계를 뛰어넘기 힘들다. 구성주의의 전제 중의 하나는 학생들을 학습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교실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학습 의지가 낮은 경우들이 많이 있다. 학습 의지가 낮은 학생들이 대다수인 교실에서 처음부터 협력학습적 접근을 하다보면 여러 가지 문제점에 직면한다. 수업 시간에 학습 의지가 없고 딴 짓하는 학생들이 있다면 해당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사가 언제까지 기다려줄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한다. 협력학습은 자칫 기존 조별학습으로 변질되기 쉽다. 탈구조화가 아니라 비구조화로 흘러갈 수 있다는 것이다. 개념적으로는 조별 학습과 협력학습이 구분되지만 실제 수업에서는 이 둘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협력학습은 학생들이 어느 정도 학습 의욕과 기초 학습 능력이 있을 때 사용할 때 효과적이지만, 학습 의지가 부족한 학생들이 많은 경우에는 협동학습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그러므로 협동학습이나 협력학습의 실천 과정에 있어서 단계별 전환이나 실천 여부는 교사의 판단과 의지, 학생들의 학습 수준이나 학습 의지 상태 등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