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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4가지 차원에서 협동학습 바라보기

by 김현섭 2013. 10. 2.

수업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수업에 대한 질문을 잘 던져야 한다. 우리는 대개 수업을 고민함에 있어서 무엇어떻게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 교육과정과 교수학습방법에 대하여 고민을 한다. 두 가지 질문으로만 수업을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 이상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누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누가라는 질문은 존재론과 관계론에 대한 질문인데. 교사에 대한 내면적인 성찰, 학생에 대한 이해,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성 문제이다. 왜라는 질문은 교육철학과 관련된 것으로 교사관, 학생관, 지식관, 개인적인 신념 등을 말한다. 협동학습을 잘 이해하고 실천하려면 이러한 4가지 차원에서의 질문과 대답이 필요하다. 여기에서는 4가지 차원에서의 협동학습 접근을 시도해 보고자 한다.

 

1. 누가 (존재론과 관계론)

 

수업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먼저 누가’(who)라는 문제를 생각해야 한다. 수업의 주체는 교사와 학생이다. 수업은 교사와 학생 사이의 상호 작용 속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수업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먼저 교사, 학생의 존재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교사와 학생 사이의 관계성에 대하여 이해해야 한다.

 

교사

수업을 이해하려면 교사의 인격적인 특성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의 연령, 교직 경력, 학문적 배경, 교과 지식에 대한 이해, 수업에 대한 열정, 학생들에게 대하는 태도, 말투와 억양, 자아정체성, 사고 방식, 행동 방식 등 다양한 모습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교사의 내면 속에 자리잡은 두려움이 있다면 그 원인을 인식해야 한다. 학생들로부터 받은 상처에서 비롯한 학생에 대한 두려움인지, 광대한 교과 지식에 대한 두려움이나 수업 준비 소홀로 인한 지식의 이해 부족에서 비롯한 두려움인지, 아니면 교사 자신의 콤플렉스나 내면적인 상처가 수업 시간에 나타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인지를 알 수 있어야 한다. 수업 속의 두려움의 근본 원인을 잘 알고 있어야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반대로 수업 속에서 자신감이 넘치고 수업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면 수업의 자신감과 재미의 근본 원인을 알 수 있어야 한다.

협동학습은 대인지능이 발달한 교사나 외향적(E)인 성향의 교사에게는 상대적으로 실천하기가 좋다. 하지만 반대로 대인지능이 잘 발달하지 못했거나 내성적(I)인 성향의 교사가 협동학습을 실천하기에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다중지능이론에 의하면 다중지능 자체가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 선까지 발달할 수 있는 것이다. 성격유형이론(MBTI)에서도 성격 유형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상황과 노력에 따라 변할 수 있는 것이다. , 어떤 교사에게는 협동학습이 쉽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지만 어떤 교사에게는 상대적으로 부담스럽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수업 성장이 이루어지려면 교사도 학습 공동체 일원이 되어야 한다. 학생들에게는 협동을 강조하지만 정작 교사 본인은 협동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제대로 협동학습을 실천하기 힘들다. 삶으로 협동의 가치를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 간 협동을 해야 학생 간 협동을 강조할 수 있다. 협동학습은 교사 혼자서 노력한다고 쉽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료 교사와의 협업과 배움의 나눔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

수업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학생은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일반적으로 교육의 개념을 정리할 때 바람직한 행동의 변화라고 정의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수업은 교사의 가르침보다 학생의 배움이 수업 성공의 기준이라고 볼 수 있다. , 교사가 교육공학적 측면에서 완벽하게 수업을 진행했고 잘 가르쳤다 하더라도 수업에서 학생들에게 의미있는 배움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결코 성공적인 수업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행동을 잘 관찰할 수 있어야 하고 학생 입장에서 수업을 잘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배움이 어디에서 잘 이루어지고 어디에서 멈추는 지에 대하여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의 배움에 초점을 맞춘 수업 방식이 협동학습이다. 협동학습은 학생들 사이의 의미있는 사회적 상호작용을 통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교수 전략이다. 하지만 활동이 일어났다고 해서 꼭 의미있는 배움이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활동과 배움이 일치할 때도 있지만 때로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학습 활동이 너무 많으면 학습 활동 자체는 학생들이 기억하지만 학습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성공적인 수업이라고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활동이 많은 수업이 아니라 의미있는 배움이 일어나는 협동학습이 될 수 있도록 교사는 고민해야 한다. 학생들도 성장 과정에서 개별 학습이나 경쟁 학습 문화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에 협동학습 상황에서 제대로 적응하지 못할 수 있다. 그러므로 사회적 기술 훈련이나 의사소통 기술 훈련 등을 통하여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성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성은 교수학습방법적인 측면에서의 사회적 상호작용과는 차이가 있다.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성은 평상시 교사와 학생과의 신뢰 관계 정도를 말한다.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성은 교실 분위기를 좌우한다. 교사와 학생과의 신뢰 관계가 깊은 경우, 수업 분위기가 따뜻하고 편안하고, 서로의 사소한 실수도 포용할 수 있다. 긍정적이고 따뜻한 에너지가 교실을 지배한다. 이에 반해 교사와 학생과의 깨져 있는 경우, 수업 분위기가 냉랭하고 교사와 학생과의 사회적 상호 작용이 잘 일어나지 않거나 어색하고 서로의 사소한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다. 부정적이고 차가운 에너지가 교실을 지배한다. 의외로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상처를 받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많은 학생들이 교사에게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 수업 시간에 교사와 학생들의 의미있는 소통과 배움이 일어나지 않는다.

관계 안에서 진정한 배움이 일어난다. 협동학습은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 학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성을 세울 때 그 의미와 가치가 빛난다. 교사가 학생들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협동학습을 활용한다면 그 안에서 진정한 배움을 기대하기 힘들다. 협동학습은 관계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는 접근이다. 협동학습 활동 자체는 있으나 관계성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의 협동학습 활동은 진정한 배움으로 이끌어내지 못한다. 그러므로 교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의 관계성이 세워지게 되면 복잡하고 다양한 협동학습 모형이나 활동을 적용하지 않아도 진정한 배움이 일어날 수 있고 반대로 관계성이 없는 상태에서의 협동학습 활동은 활동 그 이상의 의미를 기대하기 힘들다.

 

2. (why) : 교육철학

 

모든 교육활동은 의도적으로 선택된 행위로 이루어진다. 교사가 수업을 할 때 학습 주제에 대하여 어떠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할 지 고민하면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 교수학습방법적인 측면에서도 교사 중심, 지식 중심의 직접적 교수전략을 사용할 수도 있고, 학생 중심, 경험 중심의 간접적 교수 전략을 사용할 수 있고, 이 둘의 장점을 결합한 참여적 교수 전략을 접근할 수도 있다. 여기에서 주로 사용하는 교육 활동 선택의 기준이 바로 교사의 교육철학이다. 교육 철학적 관점에서 볼 때 교사관, 학생관, 지식관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에 대하여 교사가 어떠한 입장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수업이 진행 방식이 달라진다.

교사관은 교사가 스스로 바람직한 교사상을 무엇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려고 하느냐의 문제이다. 교사상을 지식의 전달자로 이해하는지 학습조력자로 생각하는지에 따라 교실에서 교사의 역할과 행동이 결정된다. 학생관은 교사가 학생을 어떠한 존재로 규정하고 접근하느냐이다. 지식을 배우는 대상으로 파악하는지, 자기 주도적인 학습의 주체로서 이해하는지에 따라 교실 수업 안에서의 학생의 역할과 행동이 결정된다. 지식관은 지식의 성격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느냐의 문제이다. 지식은 객관적인 실체이고 핵심적인 그 무엇이 있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꼭 가르쳐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반면 지식 자체를 주관적이고 경험적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현대 지식 정보화 사회에서 지식은 폭증하고 있고 학교에서 모든 지식을 가르칠 수 없는 현실에서 학생들이 자기에게 필요한 지식을 가공하여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여긴다.

교사를 지식의 전달자로 이해하게 되면 협동학습을 진행할 때 지식을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추어 수렴적 사고력을 위한 협동학습 활동(숙달구조) 등을 주로 활용할 것이다. 반대로 학습 조력자로 이해한다면 협동을 위한 협동학습 모형처럼 학생의 경험을 강조하는 협동학습을 주로 활용할 것이다. 학생들을 통제의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협동학습을 통해 학생들을 통제하려고 할 것이고 반대로 자기 주도적인 학습의 주체로 이해한다면 협동학습 활동에 있어서 학생들의 학습 선택권을 많이 주려고 노력할 것이다. 객관적인 지식관에 근거하여 협동학습을 활용한다면 지식 자체를 잘 이해하는데 초점을 둘 것이고 주관적인 지식관에 근거하여 협동학습을 활용한다면 경험이나 내용에 대한 재구성에 맞추어 적용하려고 할 것이다. 협동이라는 가치를 실용적으로만 이해하는가 아니면 가치 자체로서 그 의미를 추구하느냐에 따라 협동학습을 대하는 교사의 태도와 적용 방식이 달라질 것이다. 교사에게 있어서 협동학습의 철학에 대한 정립이 어느 정도 이루어졌느냐에 따라 교사가 협동학습을 실천하는 자세와 자신감, 접근 방식 등이 달라질 것이다. 협동이라는 가치의 의미를 이해하고 학습 공동체를 추구하는 수단으로서 협동학습을 잘 이해해야 협동학습을 의미있는 배움의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3. 무엇을(what) : 교육과정

 

무엇을 가르칠 것이냐는 교육과정에 대한 질문이다. 교육과정은 국가수준 교육과정, 지역수준 교육과정, 학교 수준 교육과정, 교사 수준 교육과정으로 나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일반적으로 수업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은 교사 수준 교육과정이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이 학생들에게 구현되는 것은 교사 수준 교육과정을 통해 이루어진다.

교사가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데 있어서 3가지 교사 유형이 존재한다. 첫째, 교과서 진도형으로서 교육과정을 재구성하는데 있어서 국가수준 교육과정이나 기존 교과서 내용을 가급적 있는 그대로 전달하려고 노력하는 유형이다. 여기에 적합한 교과서 체제는 국정 교과서 체제로서 교육과정이 곧 교과서인 경우이다. 둘째, 교과서 재구성형으로서 학생들의 학습 수준이나 교육철학적 고민 등에 따라 교육과정 내용의 기본 틀은 유지하면서 교사가 세부 내용을 재구성하여 접근하는 유형이다. 여기에 적합한 교과서 체제는 검인정 교과서 체제로서 다양한 교과서를 교사가 학생들의 수준과 특성에 맞추어 다양한 교과서를 선택하여 가르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교과서 초월형으로서 국가수준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와는 상관없이 교사가 재량껏 교육과정을 구성하여 수업하는 유형이다. 여기에 적합한 교과서 체제는 자유발행제로서 교사가 직접 교재를 만들어 수업하거나 기존 교재들을 참고하여 일반 책을 교재로 선정하여 수업을 하는 것이다. 교과서 초월형은 방임형과 자율형으로 나뉠 수 있다. 교사가 전문성이 없는 상태에서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가르치는 것은 방임형이고 교사가 고도의 전문성을 토대로 교육과정을 새롭게 만들어 가면서 수업하는 자율형으로 나뉠 수 있다. 방임형은 입시 위주의 파행적 교육과정으로 운영하면서 문제 풀이식 수업을 하거나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독서 활동을 명목으로 방치하는 경우 등이다. 자율형은 교사가 기존 교육과정에 대하여 충분히 연구하고 학생 수준에 맞추어 구성주의 관점에서 새로운 지식을 경험하고 창출할 수 있도록 접근하는 방식이다.

협동학습은 교육과정 자체에 대하여 충분히 이야기하지 않는다. 협동학습은 본질적으로 어떻게 초점을 맞춘 접근이기 때문에 교수학습방법적인 담론은 풍부하나 상대적으로 교육과정에 대한 담론은 부족하다. 그런데 협동학습을 잘 실천하려면 교육과정에 대한 재구성이 이루어져야 한다. 교육과정에서 다루고 있는 지식의 분량이 너무 많거나 난이도가 너무 높으면 협동학습으로 풀어나가기 힘들다. 협동학습을 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교육과정에 맞게 접근하기 위해서 협동학습이 활용될 수 있어야 한다. 수업 디자인에 있어서는 내용이 방법보다 우선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4. 어떻게 : 교수학습방법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는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질문이다. 교수학습방법에 대한 고민은 교육과정의 고민만큼이나 중요한 고민이다. 왜냐하면 교수학습방법에 따라 학습 경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교수학습방법의 문제는 학생 눈높이 맞추기 문제이다. 많이 안다고 잘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학생 눈높이에 맞추어 어떻게 효과적으로 가르칠 것인가에 대하여 고민해야 한다. 학생들에 대한 관심이 있다면 교사가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 학생의 입장에서 고민하게 된다. 이러한 고민은 교수학습방법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수업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교사가 어떠한 교수학습방법을 활용하여 수업을 하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해당 교수학습방법이 학습 내용과 잘 연결되고 있는지, 교사와 학생과의 사회적 상호 작용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학습 활동이 너무 많거나 적은 것은 아닌지, 해당 교수학습활동의 특징과 장단점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잘 살필 수 있어야 한다.

협동학습은 교수학습방법론이기 때문에 다른 수업 혁신 담론에 비해 다양한 교수학습방법들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한 가지 협동학습 방법만 알아서 수업에 적용하는 것과 다양한 협동학습 방법을 알고 있지만 그 단원에 맞게 신중하게 고민하면서 한 가지를 선택하여 수업에 적용하는 것은 그 성격이 다르다. 동일한 협동학습 방법을 사용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와 적용 방식은 다를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