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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풀무학교 탐방기

by 김현섭 2015. 12. 2.

지난 수능일, 소명학교 선생님들과 함께 풀무학교를 방문하여 학교 이야기를 나누었다. 몇 가지 질문을 중심으로 풀무학교의 이야기를 정리해보았다. (소명학교 정승민 샘 정리)

 

풀무학교의 학교철학, 더불어서 사는 한 사람을 키워내는 것

우선 1958년의 423일 개교한 풀무학교가 지금까지 견뎌 온 세월의 무게감이 느껴졌다. 격랑의 한국현대사의 지난 세월을 모두 겪은 학교이기 때문이다. 풀무학교가 내다본 통찰과 안목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57년의 역사는 그냥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서부터 풀무학교에 대한 관심이 싹텄다. 풀무학교의 노력은 우리 교육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풀무학교의 교육목표는 더불어서 사는 평민’, ‘위대한 평민이다. 한 사람 한사람의 깬 평민이 중요하며, 남 위에 서는 것보다 모두 더불어 살아야 하고,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이 정말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는 것이다. 풀무학교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뛰어나 한 사람의 열 걸음 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똑같은 열 걸음 이지만 훨씬 의미있고 사회를 밝고 건강하게 한다고 말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모두 훌륭하고 바르게 키워내기 위해 힘써야 한다는 교육의 방향이 분명해 보였다. 설립목적은 이찬갑 선생님의 개교사 마지막에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도시교육선발교육물질교육간판교육출세교육에서 벗어나 새 교육은 새로운 시대의 총아일 농촌을 중심으로 한, 농촌교육으로, 민중교육으로, 실력교육으로, 인격교육으로, 이 민족을 소생시키고 이 인간을 새로 나게 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에게 설명해준 박현미 선생님은 진리를 추구하는 공동체와 이 정신이 맞닿아 있다고 했다. 풀무학교의 학생은 진실함과 겸손함이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강조한다. 풀무에는 일소공도라는 말이 있다. ‘일만하면 소, 공부만 하면 도깨비, 풀무의 학생들은 소나 도깨비가 아닌, 일도하고 공부도 하는 사람이 되자는 것을 강조한 말로 풀무학교의 인재상을 엿볼 수 있는 단어다. 풀무학교는 농업학교이지만 교과 과정은 보통 과목 60%, 실업 과목 30%에 성서, 문화, 환경, 특별활동 등 자유교양 10%로 짜여 있다. 풀무학교의 인재상이 교육과정에 반영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성서 위에 서있는 풀무학교, 그리고 학생들의 10가지 약속

풀무학교는 설립자 때부터 성서를 가르쳐 왔다. 성서는 매일 스스로 읽도록 하고 있다. 교리를 주입하는 것은 아니고, 학생들이 3년 동안 신구약을 모두 한 번씩 읽어보도록 한다. 풀무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은 10가지 약속을 하게 된다.

 

1. 성서를 성실하게 배우겠습니다.

2. 열심히 공부하며 일도 소중히 여기겠습니다.

3. 나 자신과 다른 사람의 인격을 존중하겠습니다.

4. 감사와 사과를 분명히 표시하겠습니다.

5. 맡은 책임을 잘 하겠습니다.

6. 흡연, 음주를 하지 않겠습니다.

7. 이유 없이 결석, 결강을 하지 않겠습니다.

8. 좋은 독서와 예술의 취미를 갖겠습니다.

9. 특정한 이성과 사귀지 않겠습니다.

10. 장차 쓸모 있는 사람이 되도록 준비하겠습니다.

 

그 중에 첫 번째가 성서를 성실하게 배운다는 것으로 성서를 통해 더불어 사는 길에 대해서 배우기를 권하며 다른 종교 배경을 가진 학생들도 학교교육에 동의하면 입학을 제한하지 않았다. 성서의 확고한 가치를 신뢰하고 누구든지 성경 안에서 품어내려는 철학이 선발에도 풀무의 신앙교육과정에도 녹아있었다. 신앙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말은 단순하게 교리교육만 하지 않고, 성서로부터 지혜와 영감을 얻고, 삶의 본보기로 예수님의 삶을 배우는 것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최근 근본주의적 종교 갈등이 표출되는 오늘날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했다.

 

풀무학교의 의사소통구조

풀무학교의 교사는 평등한 관계다. 교장도 직함만 가지고 있고 실제로 권리나 의무가 다른 선생들과 똑같다. 목소리가 크다고, 설득을 강하게 하는 사람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으나 반대의 의견도 분명하게 낼 수 있다. 교사회의에서 모든 것을 공유한다. 한 사람의 뛰어난 생각은 없다고 한다. 자신의 생각을 다수에게 설득시켜야 한다. 다수가 그게 좋겠다고 하면 결정을 하게된다. 이것은 민주적 학교운영으로 이어진다. 설립자인 이찬갑,주옥로 선생님은 우리는 무두무미(無頭無尾), 머리도 꼬리도 없다.”며 교장도 사환도 없이 예수님이 주인이라는 정신으로 서로 협력하기로 했던 전통이 57년간 내려오면서 내려온 전통이었다.

 

풀무학교의 위기, 하나님의 간섭하심과 도우심으로 극복하다

풀무학교의 위기는 1980년대에 학교를 일반학교로 전환하느냐 농업고등기술학교로 남을거냐의 문제였다. 나라의 지원을 받지 않다보니 돈이 너무 없었기 때문에 선생님들 안에서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한 독지가가 재정 후원을 약속해서 일반학교로 돌아가기로 결정을 다했는데 그 일이 제대로 진행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풀무학교 선생님들은 하나님의 간섭하심이 있지 않았다 생각한다고 했다. 그래서 현재는 대한민국에서 하나밖에 없는 풀무농업기술학교로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다. 80년대 후반 즈음에는 학생모집이 안되서 문을 닦을 위기를 맞닥뜨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때 정농회라는 단체에 이야기를 해서 학교에 학생이 없어 문을 닫을 위기다라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당시 정농회에 있는 회원들이 자기 자녀들을 많이 보냈다. 그러면서 전국에서 학생들이 오기 시작했다. 90년대부터는 전국단위로 학생 모집을 하게 되면서 좀 더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고 대안학교 운동이 사회적 관심을 끌게 되면서 많은 학생들이 풀무학교에 자원하였다.

 

풀무학교와 입시의 관계 그리고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전공부 생태농업과

풀무학교는 대학입시 자체를 거부하지 않았다. 대학에 진학해서 배움을 이어가는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하지만 대학진학을 위한 수단이 풀무학교는 아니라고 선을 분명하게 그었다. 그럼에도 일부에서는 풀무학교의 교육과 학생들의 진로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는 게 아니냐고 문제제기한다. 풀무학교가 농업기술학교라고 해서 농민만을 키워내는데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다른 전공을 찾아가더라도 풀무교육과정을 경험한 학생들은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을 체득하게 된다. 학생들은 학교 교육을 통해 함께 생각하는 법, 협력하는 방법을 충분히 배웠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풀무의 교육과정을 통해 오히려 입시위주의 교육을 받는 학교보다 오늘날 사회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길러내고 있었다. 풀무를 졸업하고 바로 농사를 짓지 않더라도 더불어 사는 사회의 일원으로 자신의 역할을 감당 할 수 있을 것이며 대학을 다니면서 다양한 경험을 통해 좀 더 성숙한 농민으로 돌아올 수도 있으며 그 역시 더불어 사는 평민의 인재상과 동떨어지지 않는다고 보고 있었다. 또한 졸업 후 농업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전공부 생태농업과2001년에 열었다. 마을 속에 풀뿌리 지역대학을 둔 것이다. , 이것이 진짜 진로교육이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풀무학교의 장기 전망과 발전 과제

역사가 50여년이 넘게 흘러운 풀무의 숙제는 무엇일까? 이찬갑, 주옥로 선생님 그리고 홍순명 선생님 등 1세대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 희생을 바탕으로 지금도 30년 이상 근무하는 선생님의 노력이 뒷받침되고 있다. 이들은 박봉에도 사상은 높고 생활은 검소하게라는 정신을 따라 살아온 세대다. 가르치는 내용대로 살았던 세대였다. 이제는 이런 전통을 후배 교사들에게 요구하는데 한계가 있다. 선배 교사들과 후배 교사들의 세대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면서 조화를 이루어 낼 것인가가 풀무학교의 발전과제였다. 교사상을 어떻게 전수하고 교육하고 풀무학교의 핵심가치를 소화해서 학생을 만날 것인가의 문제다. 최근에는 교사 수급과 관련해 비정규직형태로 채용을 하다 보니 더더욱 가치를 공유하는 교육이 쉽지 않다고 판단했다. 내년에 교육연구소를 만들자는 논의가 있었다. 풀무교육연구소(가칭)를 마을에 두어 풀무학교와 협력 체제를 구축한다면 좀 더 다양한 대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아마도 무엇이든지 상의하는 풀무학교의 문화가 반영돼서 나온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장기적으로 마을결합형 학교에 대한 것은 이사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유지 발전시킬 것이다. 지역을 위해서 학교가 일꾼을 만들어내고 지역사회는 학교에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해주는 함께 사는 지역에 대한 가치는 서로 윈윈하는 전략이다. 지금까지 풀무신용협동조합, 풀무 비누협동조합, 갓골어린이집 등 12개의 유관 기관을 설비하거나 설립에 협력하였다. 이 기관들은 처음에는 학교에서 시작했지만 지금은 완전히 주민에게 돌려주어 주민들이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었다.

한 학교가 교육을 넘어 마을을 살리고 지역 사회를 섬기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앞으로도 풀무학교 같은 좋은 학교가 전국적으로 많이 확산되길 소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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