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수업혁신

첫 수업, 어떻게 시작할까?

by 김현섭 2017. 2. 24.

설렘과 두려움, 긴장과 기대 등 다양한 감정이 교차되는 첫 수업 시간.

학생들은 첫 시간 어떤 선생님과 1년 동안 수업을 할 것인가에 대하여 궁금해 한다. 교사도 어떤 학생들과 만날 것인가 기대한다. 그런데 많은 교사들은 첫 수업 시간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걱정이 앞선다. 고경력 교사들도 고민스러운 부분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보여지는 교사의 첫 인상과 이미지가 앞으로 펼쳐질 1년 동안 많은 영향력을 주기에 더욱 중요하다.

 

 

첫 수업 시간을 망치는 방법

 

일단 다음 방법만큼은 피하는 것이 좋다.

 

첫 시간에 교사의 자기 이름만 소개하고 바로 진도 나가기

많은 교사들이 이렇게 첫 수업을 여는 경우가 많다. 자기 이름 정도만 알려 주고 바로 교과서 첫 단원부터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냥 수업을 하는구나하고 별 기대없이 수업에 임하기 쉽다. 기본 틀을 만들지 않고 진도만 나가면 3월 수업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겠지만 4월 이후 수업에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수업과 상관없는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여놓기

첫 시간부터 진도 나가기 애매한 경우, 교사가 나름대로의 자기 교육 철학을 이야기하거나 수업과 상관없는 경험을 장황하게 이야기하는 것이다. 첫 시간이라서 교사의 이야기에 대하여 학생들이 집중하여 경청하기는 하지만 이것은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 교사의 이야기가 학생들에게 공명이 일어나지 못하면 학생 입장에서는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러한 이야기는 학생들의 학습 흥미를 유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감시킬 수 있다.

 

엄격하게 군기(?) 잡기

학기 초에 꽉 잡아야 일 년이 편하다라고 믿는 교사들이 쉽게 취하는 행동이다. 첫 시간 엄격한 분위기를 잡고 수업을 하려고 한다. 만약 일부 학생들이 실수를 하거나 문제 행동을 보이면 의도적으로 심하게 야단치는 것이다. 일종의 기 싸움에서 학생들에게 밀리지 않으려고 교사가 의도적으로 세게 나가는 것이다. 이 경우, 질서 세우기는 어느 정도 성공할 수 있겠지만 관계성와 형평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재수(?)없게 걸린 학생이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무표정한 태도로 학생을 대하기

무표정하게 학생들을 대하게 되면 학생들 입장에서는 교사가 학생들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 것으로 여긴다. 교사가 학생들을 사무적으로 대하면 학생들도 교사를 인격이 아니라 우리에게 지식을 전달하고 행동을 통제하려는 사람으로 여긴다. 교사의 내면 상태는 그대로 표정과 태도로 그대로 드러나게 된다.

 

 

1학기 첫 수업 시간에 놓치지 말아야 할 8가지 내용

그렇다면 첫 수업 시간을 어떻게 열어야 할까? 첫 수업 때 꼭 해야 할 것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특별하게 자기 소개하기

교사가 자기 이름만 소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 그렇다고 가족 자랑 등 수업과 상관없는 사적인 내용을 장황하게 늘어놓는 것은 더 의미가 없다. 교사의 교육철학과 가치 등을 이야기하면 좋다. 훈계처럼 일방적으로 늘어놓는 것보다 교사에게 기억 남는 사건이나 장면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면서 재미있게 소개하면 좋다. 어렸을 때 사진, 내가 닮고 싶은 사람, 내가 사랑하는 것, 교직 생활에서의 좋은 추억 등이 담긴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다. 또한 하얀 거짓말 찾기 등도 좋은 소개 방법 중의 하나이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교사의 삶을 좀 더 재미있게 소개할 수 있을 것이다.

 

2. 교과에 대한 학습 동기 유발하기

선생님, 수학을 왜 배워요?”

수학을 모르면 대학 진학하기 힘들어

전 대학에 관심이 없는데요.”

교사가 자기 교과 과목을 왜 배워야 하는지 학생들에게 동기 부여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교사는 자기 담당 과목을 학생들이 왜 배워야 하는지 설명해야 할 일종의 의무가 있다. 교사는 자기 담당 과목이 좋아 그것을 전공하여 담당 교사가 되었겠지만 학생들은 전혀 그렇지 않을 수 있다. , 수학을 좋아하기 때문에 교사는 수학 교사가 되었겠지만 수학을 못하거나 싫어하는 학생들은 수학 공부의 필요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교사는 학생들에게 힘들어도 수학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학생들에게 설득력있게 동기 부여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실용적 측면에서만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 학생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수 있는 가치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사가 먼저 자기 교과에 대한 이해와 사랑이 있어야만 가능하다. 교과의 필요성에 대하여 학생들 입장에서 다가갈 수 있도록 진지하게 고민해야만 한다. 수학 공부의 동기 부여를 하려는 경우, 수학적, 논리적 사고력 신장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만물 속에 숨겨진 수학의 원리와 실제 사례 등 그 과목이 추구하는 궁극적 가치를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감성적으로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감성적으로 풀기 힘들다면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져서 학생들 마음 속에 질문을 남길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생들이 마음 속에 좋은 질문을 남기면 교사가 없어도 학생들이 수업 시간에 열심히 해당 과목을 공부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3. 과목에 대한 전반적인 교육과정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안내하기

1학기 내지 1년 동안 해당 과목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전반적인 교육과정에 대하여 개괄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유의미한 학습에서는 수업에서 먼저 배워야 할 내용을 개괄적으로 소개하면 학습 효과가 더 뛰어나다는 것을 강조한다. 마치 컴퓨터에 자료 저장 시 폴더를 미리 생성하여 자료를 체계적으로 넣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는 것처럼 수업에서도 1학기 내지 1년 동안 배울 내용에 대하여 학생들 머리 안에 폴더를 미리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교사가 수업 계획서를 미리 작성하여 학생들에게 첫 시간에 배부하면 좋다. 교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기 부담스럽다면 교과서 차례 부분을 중심으로 학생들이 직접 마인드 맵 방식으로 전체 내용을 정리할 수 있도록 시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4. 교수학습활동과 수행 평가 계획 안내하기

내용적 지식(교육과정)에 대한 소개가 이루어졌다면 과정적 지식(교수학습방법)도 소개하는 것이 좋다. 설명식 강의법, 프로젝트 수업, 협동학습, 독서, 토의 토론, 실습 등 주로 수업 시간에 사용할 수업 방식에 대하여 미리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이에 맞는 지필 평가와 수행 평가 방식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대개 내용적인 지식은 지필평가, 과정적인 지식은 수행 평가와 관련이 있다. 지필 평가에서 객관식 문항과 논서술형 평가의 비중과 특징을 설명하고, 수행 평가에서 다양한 평가 방식과 특징 등을 세부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대개 학기 초 수행 평가 항목과 비율만 소개하고 구체적인 수행 평가 기준과 방식을 소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나중에 세부적인 수행 평가 방안을 확정하여 실시하면 다른 교과목 수행 평가 기간과 겹쳐서 학생들의 학습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 평가의 목적은 단순한 테스트(test)를 넘어 피드백(feedback)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첫 시간 세부적으로 평가 계획을 소개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수행 평가의 경우, 각 수행 평가 방식에 따른 수행평가 루브릭(평가기준표)을 세부적으로 소개하면 좋다. 수업 활동과 수업 평가가 분리되면 학생들의 학습 동기 부여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 인문계 고교에서 학생 참여식 수업을 기획한다면 각 수업 방법에 따른 세부적인 평가 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수업과 평가가 분리되면 학습 동기 부여에 있어서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5. 관계 세우기

수업에서는 관계와 질서의 조화가 중요하다. 그런데 관계와 질서 중 우선 순위를 정한다면 관계 세우기에 먼저 해야 한다. 관계란 사회적 상호작용친밀성을 넘어 신뢰성단계까지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상담자와 내담자 사이에 레포(rappo)가 필요하듯이 수업에서도 교사와 학생 사이의 레포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친밀성을 세우기 위한 방법에는 학급 세우기 활동과 모둠 세우기 활동 등이 있다. 우리 학급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는 활동이 학급 세우기 활동이고, 우리 모둠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는 활동이 모둠 세우기 활동이다.

첫 수업에 들어가면 교사 입장에서 유난히 눈에 띠는 학생들이 있다. 대개 모범생이거나 문제 학생 등이다. 이 중에서 교사가 문제 가능성이 있는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의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먼저 인사하고 웃는 표정으로 대화를 건네고 제일 먼저 그 학생 이름을 외워서 부르는 등의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문제 가능성이 있는 학생이 수업의 방해자가 되기 전에 먼저 교사가 그 학생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야 한다. 친밀한 관계 세우기를 통해 궁극적으로 깊은 신뢰 관계로 나갈 수 있는 단계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 평상시 교사가 해당 학생의 감정 계좌에 많이 저축을 해야 나중에 문제가 생겨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관계 형성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면 문제가 생겨서 교사가 해당 학생을 야단을 치더라도 자기 문제 행동을 규칙과 관련하여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관계 형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가 발생하여 야단을 치면 해당 학생은 자기 잘못이 아니라 교사가 자기를 싫어한다고 잘못 오해할 수 있다. 만약 첫 시간 가장 문제가 있을 것처럼 보이는 학생이 있다면 교사가 먼저 그 학생에게 다가가 교과 담당 도우미 학생 등으로 삼는 것도 좋다. 이를 통해 그 학생과 친밀한 개인적인 관계를 잘 맺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6. 수업 규칙 세우기

관계 세우기가 어느 정도 이루어졌으면 이를 토대로 질서 세우기를 추진해야 한다. 수업 규칙 세우기는 수업의 질서를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활동이다. 어떤 교사는 수업 규칙을 말하지 않고 상황에 따라 규칙을 꺼내드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학생들 입장에서는 수업 규칙을 잘 모르기 때문에 교사가 싫어하는 행동을 별 다른 생각 없이 할 수 있다. 교사가 훈육의 일관성을 놓쳐서 나중에 학생들이 불만을 드러낼 수 있다. 어떤 교사들은 수업 규칙을 일방적으로 말로만 제시하거나 두리뭉실하게 넘어가는 경우가 있다. 수업 규칙을 제정한 교사는 수업 규칙을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학생 입장에서는 충분히 동의하지 않은 수업 규칙에 대하여 자발적으로 따르기 쉽지 않을 수 있다. 학생들은 수동적인 태도로 마지 못해 교사의 수업 규칙에 따라가기 쉽다. 그러므로 교사가 수업 규칙을 일방적으로 정하여 그 이유를 설명하는 것보다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수업 규칙을 생각해보고 토의 토론 과정을 통해 합의하여 수업 규칙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 좋다. 수업 규칙 세우기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질서의 중요성을 깨닫고 수업 규칙을 이해하고 지켜야 할 동기를 자연스럽게 가질 수 있다.

 

7. 교과에 맞는 공부하는 방법과 수행 평가 요령 등을 구체적으로 가르치기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알면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프로젝트 수업을 한다면 프로젝트 수업 진행 과정에 대한 소개와 함께 포트폴리오 및 보고서 작성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것이다. 특히 선배들이 했던 수행 평가물이 있다면 그것을 제시하여 구체적인 학습 방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 프리젠테이션의 경우도 세부 발표 요령, 파워 포인트 등 프리젠테이션 작성 및 디자인 방법, 주의 사항 등을 세부적으로 가르쳐주는 것이다. 노트 정리시 코넬 노트를 활용한다면 코넬 노트 작성법을 소개하고 실제로 코넬 노트 방법으로 직접 활동하고 이에 대하여 피드백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알아야 스스로 공부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이에 따른 교사의 피드백이 잘 이루어지면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 향상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8. 모둠 구성 및 모둠 세우기 활동

협동학습을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모둠을 구성하고 모둠 세우기 활동을 하면 좋다. 모둠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모둠 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습 주제와 진행 방식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모둠 구성을 하면 좋다. 모둠 구성은 동질 집단보다는 일질 집단, 6인 모둠보다는 4인 모둠으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모둠 세우기(Team-Building) 활동을 통해 모둠의 정체성과 모둠원간의 친밀성, 모둠 공동체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위에서 제시한 8가지를 다했다면 이제 교과서 진도를 나가도 좋다. 물론 위에서 제시한 8가지를 첫 시간 1시간에 모두 담을 수 없다. 그렇다면 그 이후 몇 시간에 걸쳐 수업 시간에 다룰 수 있다.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첫 시간에 만날 학생들이 작년에 담당했던 학생들보다 배움의 상태와 의지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작년 학생들보다 상태(?)가 좋다면 감사한 마음으로 수업에 임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마음의 단단한 각오를 가지고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학생들의 배움 상태가 좋지 않더라도 교사로서 그 학생들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사랑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첫 수업의 문을 열어야 한다. 사랑은 이성과 감정 뿐 아니라 의지도 포함된 개념이다.

http://www.sooupjump.org/goods/goods_view.php?goodsNo=1000000064 

 

빅3카드

수업디자인연구소

www.sooupjump.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