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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교감(交感)하는 교감(校監)

by 김현섭 2017. 7. 7.

WORST 교감 3

 

1. 권위를 내세우고 잔소리하는 교감

어떤 교감은 교사들을 학생처럼 여기고 대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초등학교라면 교감이 교사들을 성인이 아니라 초등학생처럼 대하는 경우가 있다. 교사들에게 업무를 세밀하게 지시하고 점검하고 잔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 교사들을 신뢰의 대상보다는 통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이상한 기준(?)의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그 기준에 따라 교사들의 일상 행동들을 체크하여 인사 평점에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당근과 채찍으로만 교사들을 통제하려고 하면 교사들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할 것이다. 교감이 교사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학교 운영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못하고 서로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일들이 자주 생기게 된다.

 

2. 전반적인 학교 실무를 잘 파악하지 못하고 각 부서별 업무를 잘 조율하지 못하는 교감

어떤 교감은 학교 업무를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상급 기관에서 행정 공문이 오면 이를 잘 분류하여 해당 부서에 공문을 보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혼자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부서에 해당 공문을 보내게 되면 해당 부장 교사는 유능하더라도 업무 처리하기가 힘들어진다. 교감이 업무 분장을 잘하지 못하면 부장들끼리 갈등을 유발할 수도 있다. 교감이 학교 업무 전반에 대한 이해가 떨어지면 일단 부장들이나 교사들로부터 신뢰를 얻기 힘들고, 업무 추진 시 여러 가지 문제들만 일으키기 쉽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트러블 메이커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 추진 시 부서별 갈등이 생기거나 심각한 생활지도 사안이나 교사 관련 민원 문제 발생 등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를 잘 처리하지 못하고 오히려 교장이나 부장에게 그 역할을 미룬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다. 교감의 권한은 행사하려고 하지만 그 권한에 따른 책임은 지지 않으려고 하는 경우, 학교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어버릴 것이다.

 

3. 교장과 갈등을 일으키는 교감

교감은 교장을 보좌해야 하지만 때로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하여 두 사람의 대인 관계가 틀어져서 상호 갈등하는 경우가 있다. 또한 연공서열을 강조하는 교직 문화에서 교감이 교장보다 나이가 많거나 대학 선배이면 서로의 관계가 애매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교장과 교감과의 사이가 좋지 않거나 긴밀한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경우, 가장 큰 피해는 학교 행정 실무 업무를 처리하는 부장 교사들이다. 두 사람의 눈치를 보면서 업무를 추진해야 하기 때문에 힘들 수 있고, 행정 업무 처리도 매끄럽지 않을 수 있다.

 

 

만약 교감이 없다면?

 

어떤 대안학교는 교감이 없다. 이 학교는 기존 교감의 부정적인 모습 때문에 개교부터 교감직을 만들지 않고 대신 교무부장이 수석 부장으로서 그 역할을 대행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막상 학교 운영과정에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발생하였다. 교무부장도 자기 업무가 많은데, 다른 부서 업무까지 파악하고 조율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부서 간 업무 조율이 잘 이루어지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학교 업무가 많아져서 결과적으로 교사들의 업무 부담이 커지게 되었다. 왜냐하면 업무 더하기는 잘되었으나 업무 빼기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학교 교육 활동 계획 수립시 중복되거나 일정이 잘 맞지 않는 일들이 생기기도 하였다. 그리고 학교 축제나 야외 체험 활동 등 여러 행정 업무 부서가 함께 추진해야 하는 경우, 부서 간 협조가 원만하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하였다. 특히 부장 간의 갈등이 발생한 경우, 이를 조율하기 힘들었다. 업무 과실이나 근태 문제 등 교사 관련 문제가 발생했을 때 때로는 누군가 악역(?)을 담당하면서 이를 관리해야 하는데, 이것 또한 쉽지 않았다. 또한 학교 운영상 예상하지 못한 문제들이 종종 발생하는데, 이를 원만하게 해결하기가 쉽지 않았다. 특정 부서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이 발생했을 때 해결 주체가 명료하지 않아서 서로 눈치를 보거나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경우, 교장이 교감의 역할도 일부 수행해야 했기 때문에 그만큼 교장도 업무가 늘 수밖에 없었다.

 


 교감의 역할

 

교감의 법적인 지위는 교장을 보좌하고, 교무를 관리하며, 학생을 교육하고, 교장 유고시 직무 대리를 한다. 교감의 권한은 교장 보조자, 교무 관리자, 교무 조정자, 관리 감독자, 사무 위임을 맡은 자, 교육을 행하는 자, 교장 대리자이다. 교감으로서 해야 할 역할은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의 본질을 추구하는 관리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 교감은 학교 교육 활동을 실무적으로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교육의 본질을 추구해야 하고 항상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교육의 본질에 맞게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지 성찰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관리는 한 쪽으로 기울지 않게 중용을 지켜가면서 학교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둘째, 교감은 학교 행정 실무를 잘 알고 꼼꼼하게 처리하는 실무형이어야 한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다양한 부장 역할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교감을 하면 좋다. 주로 특정 부서 부장만 한 경우, 교감이 되었을 때 업무 처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 만약 특정 부서 경험이 부족하다면 해당 부장의 자율권을 최대한 인정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그리고 교육 법전과 각종 편람을 상시 비치해 놓고 법과 규정에 따라 학교 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각종 학교 운영 매뉴얼을 잘 정비하여 그에 따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면 좋다.

셋째, 교육과정 디렉터의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는 교육과정을 구현하는 기관이다. 학교 구성원들이 학교 교육 철학을 공유하고 그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과 교육 활동 계획을 수립하고 잘 추진할 수 있도록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단순한 조직 운영 수준을 넘어 교육의 본질에 맞게 학교가 잘 운영되고 있는지 고민하고 함께 만들어 갈 수 있어야 한다.

넷째, 학교 업무 분담을 잘하고 부서 간 업무 조정을 잘 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의 특성과 상황에 맞추어 적재적소에 인사 배치하고 각 부서별 업무가 효율적으로 잘 분담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감은 부서 간 갈등 시 이를 중재할 수 있어야 하고, 갈등이 일어나지 않도록 원칙을 정해 업무를 추진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사들의 인사 관리도 적절하게 할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교장을 보좌하는 참모 역할을 해야 한다. 교장은 의사 결정권이 있지만 교감은 교장이 좋은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교장과 함께 경영 마인드를 가지고 학교를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교장과 평교사들 사이에서 좋은 가교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교장과 평교사들 사이의 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경우, 일종의 샌드백 역할도 자청하여 나서는 것도 필요하다. 교장과 상의 없이 독단적으로 의사 결정하는 경우,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물론 교장이 부득이한 사유로 교무를 수행하기 힘들 때는 그 직무를 대행할 수 있어야 한다.

여섯째, 학교 내 돌발 사안들을 잘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 학교 운영 시 예상하지 못했던 여러 가지 각종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때, 그 업무를 어떤 부서에서 해야 할지 정리해야 하고 특정 부서 업무라고 보기 힘든 경우에는 교감이 직접 나서서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힘든 업무를 교감이 다른 부장들에게 미루기 보다는 직접 업무를 처리할수록 좋다. 힘들고 어려운 사안이나 문제일수록 교감이 직접 나서서 해결하면 교직원들에게 많은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일수록 좋다. 그리고 다양한 위기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일곱째, 수업 장학이나 수업 코칭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에게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가 수업이다. 교사들이 수업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하고 수업이나 생활 지도 영역에서 힘들어 하는 경우, 역할 모델이나 좋은 선배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 업무 뿐 아니라 수업이나 생활 지도 영역에 있어서도 전문성을 가지고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교사에게 정답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학생들과의 관계나 수업에 대한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필요시 적은 시수라도 직접 수업을 담당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덟째, 교육청, 각종 기관, 지역 사회, 교육시민단체 등 유관 조직과의 대외 관련 업무를 잘 추진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는 지역 사회와 괴리된 섬이 아니라 마을의 한 부분이다. 학교 내 자원 뿐 아니라 학교 외부의 자원도 잘 이끌어내어 학교 교육 활동이 풍성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감이 해야 할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교감은 교사보다 더 많은 능력이 필요하다. 교사는 주로 학생들을 대상으로 일을 하지만 교감은 교사, 학부모, 행정 직원, 학교 관련 인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감 역할을 담당할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교감이 되면 교사들을 힘들게 할 뿐 아니라 전반적인 학교 운영상 많은 문제점들을 유발시킬 수 있다. 교감은 교장이 되기 위한 징검다리, 예비 교장 기간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교감의 역할을 이해하고 이를 잘 수행할 수 있는 사람만이 교감이 되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교감상은 다양한 사람들과 교감(交感)하는 교감(校監)이 아닐까? 이러한 방향에서 교원 승진 제도에 대한 보완도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