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교혁신

현행 학교컨설팅 운영 방식의 문제점

by 김현섭 2012. 8. 21.

(1) 컨설팅과 장학의 혼동

학교 컨설팅과 장학은 개념적으로 다르다. 컨설팅은 의뢰인과 컨설던트 관계를 기반으로 의뢰인이 도움을 받을 부분을 전문가(컨설던트)에게 요청하여 도움을 받는 방식이다. 의뢰인의 자발성에 의하여 운영되는 컨설팅은 실질적인 학교 변화를 이끌어내기 쉽다. 그에 비해 장학은 장학기관-피장학기관 관계를 기반으로 상급기관(교과부, 교육청)이 하급기관(단위학교)에 대하여 학교 운영에 대한 평가 기준을 제시하고 그 평가기준에 어느 정도 도달했는지 점검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평가 기준에 도달한 경우, 학교 표창이나 승진 가산점 부여 등의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평가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예산이나 인사상의 불이익 등의 강제력을 행사한다.

최근 교과부에서 학교컨설팅장학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것은 두 개념의 차이점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학교컨설팅장학을 동시에 결합하여 사용하다 보면 실제로는 컨설팅보다는 장학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교과부나 교육청 등 상급 기관에서 학교컨설팅을 실시하면 관계적인 측면에서 수직적인 관계에 있기 때문에 실제적으로는 장학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재 학교컨설팅장학요원들이 장학이라는 문화적인 맥락에서 배워왔기 때문에 말로만 컨설팅을 앞세운다고 해도 실제적으로는 장학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다 보니 명칭은 학교컨설팅이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학교장학으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므로 학교컨설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컨설팅과 장학은 둘 다 필요한 기능이다. 학교 운영상에 있어서 기준에 도달하지 못하거나 학교 운영상 문제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학교 장학이고, 학교가 일정 수준의 기준 이상으로 더욱 잘 운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학교 컨설팅이다. 교과부나 교육청에서는 학교 장학 기능을 직접적으로 담당하고 학교컨설팅에는 직접적으로 참여하기 보다는 학교컨설팅이 잘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접근이 필요하다.

(2) 컨설던트의 자질 부족

학교컨설팅의 핵심은 결국 컨설팅하는 사람이다. 컨설팅 요원의 질적 수준이 컨설팅의 질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재 학교컨설팅장학단 요원들을 살펴보면 그 분야의 전문성이 인정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학교컨설팅장학요원을 선발하는 데 있어서 희망자를 뽑거나 기존 학교컨설팅장학단 요원들이 추천이나 인맥을 통하여 선발되기 때문에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 상태에서 컨설팅 요원이 선발되는 경우가 생긴다. 그리고 선발 과정에 있어서 스펙 중심으로 선발하기 때문에 스펙은 좋으나 실질적인 컨설팅 능력은 떨어지는 사람도 컨설팅 요원에 선발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사람들은 학교컨설팅장학단에 참여하는 것을 하나의 스펙으로 여겨서 전문성이 없는 데도 불구하고 인맥 등을 통해 자원하여 학교컨설팅 요원으로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 자질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는 사람들이 컨설팅 요원으로 활동하다 보니 컨설팅의 질적 수준이 떨어져서 단위학교에서는 그리 큰 도움을 받지 못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단위학교에서도 연례 행사처럼 형식적으로 거치는 단계 정도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학교컨설팅장학이 자율적으로 실시하라고 공문을 보내지만 현실적으로는 학교평가 기준에 포함되기 때문에 자율로 포장된 상태에서 강제적으로 실시된다. 그러다 보니 컨설팅보다는 장학 개념으로 흘러서 효과적인 학교 혁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학교컨설팅 요원으로 선발되어도 학교컨설팅 전문 연수 프로그램이 미진하기 때문에 컨설팅요원에 대한 질적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교컨설팅 요원의 자격은 학교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 경험이 있고 학교 혁신의 철학과 마인드를 가지고 있고 컨설팅에 대한 전문적인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즉, 경험, 마인드, 컨설팅 능력 3가지가 갖추고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훌륭한 학교 컨설던트를 양성하려면 기본적으로 학교 운영에 대한 풍부한 경험을 가진 사람(교사, 행정가 등)들을 대상으로 희망자를 찾아 학교컨설팅에 대한 체계적인 연수 프로그램 과정을 통해 학교 컨설던트를 양성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컨설팅을 직접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부여하여 질적인 수준이 높은 컨설던트들이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학교컨설팅 지원 체제 부족

학교컨설팅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려면 학교컨설팅 요원들이 컨설팅 업무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과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현재 학교컨설팅장학 요원 중 실력이 있고 컨설팅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다른 학교에서 가서 학교컨설팅을 하려고 할 때 학교컨설팅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학교컨설팅을 하려고 하면 시간과 에너지가 많이 투자되어야 한다. 능력이 많은 사람일수록 자기 학교 안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데, 다른 학교에 가서 학교컨설팅을 한다고 했을 때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 만큼 그만큼의 공백이 생길 수 밖에 없다. 컨설팅장학요원이 속한 해당 학교의 학교관리자 입장에서는 그리 탐탁하지 않게 반응하게 된다. 일반 기업에서도 컨설던트는 회사 내 핵심인력을 선발하여 활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전문적인 외부 컨설팅 기관에 의뢰하여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별도의 컨설팅 회사를 중심으로 컨설팅에 대한 업무가 이루어진다. 학교컨설팅이 보다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려고 하면 학교에 소속된 교원이나 학교관리자 뿐 아니라 학교컨설팅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학교컨설팅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관에 소속되어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컨설팅을 효과적으로 진행하려면 소요되는 현실적인 예산이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학교컨설팅 예산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1-2차례 학교 방문 및 인터뷰 방식으로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