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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수업지도안 작성 대신 수업성찰일지 쓰기를~

by 김현섭 2012. 10. 29.

 

수업지도안 대신 수업성찰일지를~

수업지도안은 일종의 수업 계획서입니다. 수업지도안을 미리 만들어 수업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경우는 수업의 질이 달라집니다. 그러므로 수업지도안을 만들어 수업을 하는 것은 매우 필요한 일입니다. 그런데 수업지도안 작성을 미리 하지 않았다고 해서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수업지도안 작성 자체에 많은 에너지를 쏟아 붇고는 정작 수업 자체는 부실하게 운영할 수 있습니다. 수업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지만 수업 준비가 곧 수업지도안 작성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업 준비는 교재 연구와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한 고민, 학습지 및 학습 도구 준비 등으로 진행할 수 있습니다. 수업지도안 작성만이 유일한 수업 준비 작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수업지도안을 강조하다보면 형식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새내기 교사들에게는 수업지도안을 강조하는 것이 유의미하겠지만 경력 교사들에게는 수업지도안 작성 자체는 큰 의미가 없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추어볼 때 수업지도안 작성보다 도움이 되었던 것은 수업 성찰 일지를 기록하는 것이었습니다. 수업 성찰 일지란 자기 수업에 대하여 반성할 수 있는 수업 일기입니다. 즉, 수업을 준비하면서 가지고 있었던 고민, 수업에 대한 주안점, 실제 수업 진행 상황, 수업에 있어서 성공적인 요소와 그 이유, 실패적인 요소와 그 이유, 학생들의 반응 등을 솔직하게 기록하는 것입니다. 수업 성찰 일지 양식도 존재하기는 하지만 특별한 양식 없이도 자기 수업에 대한 성찰 내용을 솔직하고 진지하게, 그리고 꼼꼼하게 기록하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1년 동안 매주 1회씩 수업 성찰 일지를 기록하여 제가 운영하는 협동학습연구회 사이트와 한국교육과정 교수학습개발센터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습니다. 성공적인 수업 사례 발표에 익숙한 상황에서 수업에 대한 고민과 시행 착오의 과정까지 솔직하게 기록한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용기를 잃지 않고 일 년 동안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성찰 일지를 기록하는 것 자체가 주는 배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3달이 지나고 나니까 학교 업무도 많아지고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지속적으로 올리기 쉽지 않았었는데, 수업 성찰 일지에 대한 주변의 반응으로 끝까지 지속적으로 올릴 수 있었습니다. 수업자료실에 수업지도안을 올려놓는 것보다 수업성찰일지에 대한 반응이 더 뜨거웠습니다. 만약 개인적으로 기록하는 수준으로 그쳤다면 1년 동안 꾸준히 쓰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성공적으로 수업 성찰 일지를 쓰는 습관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서는 개인이 기록한 수업 성찰 일지를 동료 교사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은 매우 의미있습니다. 교내 수업 동아리나 교사의 자율적 연구모임 안에서 이야기하거나 사이트나 SNS 서비스를 활용하여 꾸준히 올려놓은 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다음은 제가 예전에 기록했던 수업 성찰 일지 사례입니다.

"이번 시간부터 모둠 과제를 본격적으로 발표하도록 하였다. 이번 시간에는 존경하는 인물과 그 이유에 대하여 조사한 것과 인격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대하여 발표하도록 하였다. 아무래도 발표 첫 시간이니만큼 예상한 대로 아이들의 발표 준비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다. 대부분 발표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않아 나에게 많이 혼났다. 첫 시간부터 모둠 과제만큼은 확실하게 점검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그래서 과제 발표 준비를 해오지 않은 경우, 매를 들어서라도 책임을 묻는다고 했기 때문에 첫 발표 시간부터 꼼꼼하게 확인하고 점검을 하였다.

하지만 일단 발표 준비를 해 온 모둠의 경우, 발표가 미흡하더라도 너그럽게 격려해 주고 다음 시간에 다시 한번 발표할 수 있도록 점검해 주었다. 발표가 미흡한 경우 다음 시간에 재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첫 발표라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발표 수준이 생각보다 기대 이하였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초등학교 때 발표 수업을 한 적이 없냐고 질문하니까 대부분의 학생들이 발표 수업을 해 본적이 없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들으니 갑자기 머리가 띵해졌다. 그러면 어디에서부터 학생들을 지도해야 할지 난감해졌다. 그래서 고민 끝에 가장 기초적인 부분부터 세밀하게 과제 작성 및 발표 요령에 대하여 설명하기로 하였다.

학생들이 발표할 때 저지르기 쉬운 문제점을 몇 가지로 정리하면서 이에 대한 간단한 요령을 알려 주었다. 파워포인트로 슬라이드를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방법, UCC 제작 요령 등을 가르쳐 주었다. 이번 발표는 처음이었기 때문에 부족한 점을 나무라기보다는 가급적 차분하지만 세밀하게 피드백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수업을 진행하였다. 그래서 발표 이후 발표 태도 및 자세에 대하여 평가를 유보시켰다. 다음 시간에 재발표할 기회를 주고 그때 동료 평가하기로 하였다. 다음 시간에는 더 잘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수업을 마무리하였다.

오늘 발표를 하기로 했던 모둠의 이끔이 학생인 영식이에게 모둠 과제를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물어보았다. 모둠원들이 서로 자기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영식이도 다른 과제들로 인하여 여유가 별로 없어서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다고 했다. 다음 시간에 모둠 과제를 충실히 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였다. 영식이도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미안했는지 죄송하다고 말하였다. 나머지 모둠원들에게도 각자 역할 분담한 것을 확인하고 다음 시간에 잘 발표할 수 있도록 확인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