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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단위학교의 교육과정 문제에 대한 고민

by 김현섭 2016. 11. 14.

교육과정???

 

이제 학교 외부 환경이 달라졌다!

현재는 제3차 정보화 혁명 시대에서 제4차 혁명이라고 불리 우는 인공지능 시대로 넘어가는 과정에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할수록 산업 구조 뿐 아니라 직업 세계에도 영향을 준다. 단순 노동직 뿐 아니라 전문직에게도 영향을 준다. 미래학자들은 20년 내에 49%의 직업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약사, 운전사, 세무사, 번역가, 보험사, 전화상담원 등은 앞으로 사라질 직업으로 예상하고 있다. 앞으로 젊은이들은 평생 6개까지의 직업을 가질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다. 그런데 주입식 교육을 특징으로 하는 한국의 기존 학교 교육 체제와 문화로는 이러한 변화하는 시대와 문화에 적응하기 힘들다. 현재 학교에서 가르치는 지식은 현재를 위한 과거의 지식이지만 미래를 살아가야 할 학생들에게는 미래를 위한 현재의 지식이 필요하다.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수 급감 현상이 현실화되고 있다. 최근 한겨레 신문에 의하면 학교정보 공시 사이트인 학교알리미에 공개된 전국 6219개 초등학교의 학교별 학생 수를 분석해보니,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초등학교는 전국 2027(32.6%)으로 나타났다. 올해 입학생이 10명 미만인 학교도 1393(22.4%)인 것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인구총조사 자료를 보면, 학령인구(미취학자 포함)19951172413명에서 지난해 8752836명으로 25.3%(2967577) 감소했다. 특히 교육기관 가운데 아이들이 가장 먼저 거치게 되는 초등학교 학생 수 감소가 두드러진다. 교육통계연구센터의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올해 초등학생 수는 2672843명으로, 20년 전인 1996380540명과 견줘 1127697(30%)이 줄었다. (한겨레신문 2016.11.3.)

학생수 급감으로 인하여 학급당 인원수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학교 규모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농어촌 학교 뿐 아니라 대도시 학교의 일부 학교들도 학생 수 감소로 인하여 많은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이제는 학교별로 학생 모집이 쉽지 않게 되면서 학교가 학생 모집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 되어 가고 있다. 학생 수가 줄어들수록 학교 간 학생 모집 경쟁이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다른 학교와 비교하여 다른 특색과 장점을 갖추지 않으면 학교가 학생들을 모집하기 더욱 힘들어진다.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교육과정이 마련하지 않으면 학생 모집이 쉽지 않게 된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의 흐름도 변화하고 있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그대로 가르치는 시대에서 학교 수준, 교사 수준의 교육과정을 강조하는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 그래서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을 대강화하고 학교 수준, 교사 수준의 자율성을 보다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교과서 운영 체제도 국정 교과서에서 검인정 교과서로, 검인정 교과서에서 자유발행제로 옮겨가고 있는 중이다. 이미 상당수의 서구 선진국은 대부분 자유발행제 형태로 교과서를 활용하고 있다. 최근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교육과정 재구성 담론이 활성화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교육과정 재구성 문제는 선택에서 필수로 바뀌어가는 추세에 있다.

 

교육과정 운동의 흐름

교육과정이란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이다. 그런데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의 문제는 결국 왜 그것을 가르쳐야 하는가?’라는 질문과 연결된다. , 교육과정 문제는 곧 교육철학의 문제로 귀결된다.

교육과정 운동의 역사를 분석해보면 큰 틀 안에서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돌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교육과정의 세 가지 축은 지식, 학생의 삶, 사회의 필요이다. 첫 번째 입장은 전통적 지식관에 토대를 두고, 객관론적인 인식론에 근거하여 지식을 강조한다. 전통적 의미의 지식이란 인류 역사 이래 쌓여온 연구 성과물과 경험 등을 말한다. 교과 중심 교육과정, 학문 중심 교육과정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 입장은 학생의 삶에 맞추어 지식을 재구조화하는 것을 강조하면서, 지식에 대한 상대론적인 인식론을 견지한다. 경험 중심 교육과정, 구성주의 교육과정이 대표적이다. 세 번째 입장은 사회의 필요에 맞는 인재를 양성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지식을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세 번째 입장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입장의 장점을 끌어오려고 한다. 이러한 입장은 재건주의 교육과정, 역량 중심 교육과정에서 잘 나타난다. 교육과정 운동의 흐름을 살펴보면 교과중심 교육과정 경험 중심 교육과정 재건주의 교육과정 학문 중심 교육과정 구성주의 교육과정 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나아가고 있다. ,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두 바퀴째 돌고 있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6차 교육과정은 학문 중심 교육과정, 7차 교육과정은 구성주의 교육과정,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에 기초를 두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역사를 살펴보면 교육과정 담론끼리 충돌하는 경우가 있었다. 예컨대, 7차 교육과정 운영 당시 총론은 구성주의 교육과정이었지만 인문계 고교 교육과정은 학문중심 교육과정이었다. 그 둘 사이에서 교사와 학생들은 갈등하였다. 구성주의자들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 담론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한다. 둘 사이의 지식관에 대한 근본적인 입장 차이가 있기에 그 긴장감이 존재한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표방하였지만 예전과 마찬가지로 총론과 각론 사이의 충돌은 존재하고 있다.

필자는 미래형 교육과정이 역량 중심, 가치 중심 교육과정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의 역량 중심 교육과정 담론은 직업인을 위한 핵심 역량 논의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그와 상관없이 불확실한 미래에서 전통적인 지식이나 학생의 경험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자기 인생을 살아가기에 부족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위학교에서의 교육과정을 구성하거나 교육과정 재구성을 할 때도 핵심 역량과 가치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을 해야 한다. 전체 구성원들의 토의와 합의 과정을 통해 학교 상황에 맞는 교육과정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과정 담론들 속에 숨어있는 핵심 질문들

최근 새로운 교육과정 담론들이 등장하고 있다. 미래형 교육과정, 학생 맞춤형 교육과정, 학점제 교육과정, 수준별 교육과정 등등이 그것이다. 이를 이해하려면 각 담론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과 핵심 질문을 이해해야 한다.

다른 학교와 달리 우리 학교만이 가지고 있는 특징과 차별성은 무엇인가?’

원론적인 측면에서 볼 때 학교마다 학생 수준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 집권형 구조였기에 놓치고 있었던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해당 학교만의 특색화된 교육과정이 없으면 앞으로 학교가 생존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학생 수 감소와 함께 학교 간 경쟁이 치열할수록 특정 학교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과 특색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고교의 경우, 흥미와 진로가 다른 학생들에게 동일한 교육과정 운영은 모두가 불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학점제 교육과정이다. 대학처럼 필수와 선택 과목으로 나누어 자기 진로와 흥미에 맞게 과목을 신청하여 공부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학점제 교육과정을 운영하려면 교과교실제가 전제되어야 한다.

학습 수준이 다른 학생들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수업을 하려면?’

수준별 교육과정, 단계별 교육과정 등이 이 질문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수준별 교육과정은 일시적인 효과는 있으나 중장기적 관점에서는 한계가 있다. 학습 수준이 낮은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많은 예산이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최근에는 관심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학습 무기력한 학생들이나 영재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삼각산고 등 일부 혁신학교에서는 학습무기력에 빠져 있거나 학습 의욕이 낮은 학생들을 특별 학급으로 편성하여 그 학급에 맞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반대로 영재 학생들에 맞는 수월성을 강조한 교육과정도 필요하다. 일부 자사고가 비판받는 이유는 수월성은 강조하나 학습 수준이 낮은 사회적 배려 대상자를 위한 교육과정은 미비하기 때문이다. 수월성을 추구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학교 에너지를 수월성에만 쏟아내고 학습 수준이 낮은 학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직접 자기에게 맞는 교육과정을 만든다면?”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교육과정에 대한 새로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학생들이 직접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하고 교육청과 교사들이 지원하는 몽실학교가 그것이다. 앞으로 몽실학교 실험이 교육과정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교육과정 담론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각 담론 속에 숨어있는 핵심 질문을 놓쳐서는 안된다. 각 핵심 질문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는 현실적인 대안들을 다양하게 모색해야 한다. 세부 프로그램은 수정할 수 있지만 핵심 질문 자체를 놓치거나 변질시켜서는 안된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대한 상상력을 가지자.

궁극적으로 교육과정은 교사에 의해 구현된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을 높은 수준으로 구성했다 하더라도 이를 교사가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면 문제가 될 것이다. 이제 교사가 교육과정 기획력을 가지고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교사는 국가수준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지식을 전달하는 기술자 수준에 머물지 않고, 미래 사회에 대한 고민을 가지고 교육과정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가지고 디자인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