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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수업 혁신 모델 비교 연구

by 김현섭 2012. 1. 26.

1. 수업 혁신을 통한 학교 혁신 전략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

최근에 이른바 진보교육감을 중심으로 혁신학교 정책이 실시되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혁신학교가 도입되면서 수업혁신을 통한 학교혁신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구체적인 수업 혁신 모델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부족하다 보니 혁신학교 운영 과정에서 많은 오해와 시행착오가 일어나기도 한다. 여기에서는 최근 혁신학교에서 논의되고 있는 주요 수업 혁신 모델을 살펴보고 각 수업 혁신 모델의 장단점을 분석하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을 토대로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의 방향을 찾아보고자 한다.

 

가. 서울형 혁신학교의 철학과 방향

서울형 혁신학교를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경기도 혁신 학교 운동에 대하여 잘 이해해야 한다. 경기도 혁신학교의 철학은 자발성, 공공성, 창의성, 지역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학교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고 성적과 상관없이 누구나 공부할 수 있는 공공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키우고, 지역 사회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기도 혁신학교 철학의 연속선 상에서 서울형 혁신학교의 철학이 계승 발전되었다.

서울형 혁신학교 철학은 다음 두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교육은 무엇보다 한 인간의 성장을 다루는 일이다. 그러므로 인간의 전면적 발달을 추구해야 한다. 이것은 그동안 수없이 강조되어 온 ‘전인교육’과 유사하지만 완성된 결과로서의 ‘전인’이 아닌 끊임없는 발달의 과정에 있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다. 인지적․정의적․심동적 영역에서의 고른 접근과 교육 활동을 통해 균형있는 성장이 필요한 것이다.

둘째, 혁신학교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이 ‘민주주의’이다. 민주주의란 자유와 평등의 두 바퀴의 축으로 소통과 협력을 이끌어내는 실천 원리이다. 구성원의 다양성이 존중되고 소외됨없이 참여하는 조화로운 공동체를 추구한다. 혁신학교는 이러한 민주주의의 원리를 생생한 삶으로써 경험하게 하는 민주시민교육의 장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혁신학교에서 민주적 운영과 다양한 학생 자치 활동의 보장은 매우 중요하다.

혁신학교는 인간의 전면적 발달을 위한 교육 철학의 정립과 교육현장에서 교육 실천의 원리로서의 민주주의 교육의 실현을 위한 시작이며 공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만들어가야 할 과제이다.

 

이러한 철학적 바탕에서 서울형 혁신학교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모두 다 행복한 학교

■ 배움(인성, 지성)과 돌봄(건강, 안전)의 책임 교육 실현

■ 학생, 학부모, 교사, 지역 사회의 요구가 서로 소통하는 참여와 협력의 새로운 교육 문화 공동체

■ 전인 교육을 추구하는 학교, 공교육의 정상화

 

서울형 혁신학교를 실행하기 위한 6대 실행 과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학교 운영의 혁신 (관료주의에서 민주적, 협력적 학교 문화로!)

■ 교육과정의 혁신 (문화․예술․체육의 르네상스, 인권․생태․노동교육 강화

■ 수업의 혁신 (참여와 소통을 통한 협력 수업 강화)

■ 학생 평가 방법의 혁신 (획일적 지필 평가 지양, 학생의 발달을 돕는 평가)

■ 생활 지도 혁신 (인권 존중과 체벌 금지, 비폭력 평화 교육 내실화)

■ 교육 복지의 혁신 (빈곤 아동, 위기 청소년 안전망 강화)

 

나. 수업 혁신을 위한 다양한 혁신 모델 비교의 필요성

학생이나 학부모에게 있어서 학교에 바라는 것은 수업을 잘하고 학생들을 사랑해 주는 학교이다. 혁신 학교 정책과 운동이 기존 학교의 잘못된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교육의 본질에 충실한 학교로 전환해보자는 것이라면 혁신 학교 추진 전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수업의 혁신 문제이다. 그런데 다른 혁신 주제와 달리 수업 혁신 문제는 단기간에 쉽게 해결될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경기도에서 혁신학교 운동의 모델이 되었던 학교가 남한산초등학교와 이우중고등학교이다. 특히 이우중고등학교의 경우, 일본의 배움의 공동체 운동 방식을 한국적 상황에 맞게 접목하려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다보니 최근에 혁신학교 운동에서 일본의 배움의 공동체 모델이 많이 알려졌다.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핀란드가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협력학습과 팀티칭 수업에 기반을 둔 핀란드 모델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프랑스에서 시작된 프레네 교육 운동은 기존 학교 교육 현실을 비판하면서 민주주의 교육을 강조하는 새로운 혁신 모델을 제시하였다. 우리나라에서는 대안학교인 성장학교 별과 전교조를 중심으로 프레네 클럽이 만들어지고 이를 통하여 현재 프레네 교육이 우리나라에서 소개되고 있다. 미국에서 1960년대 개별화수업에 기반을 둔 열린 교육 운동의 한계룰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협동학습은 1970년대 기초가 만들어지고 1980년대 이후 전세계로 협동학습이 보급되면서 많은 발전을 거듭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중반 수원중앙기독초등학교가 협동학습을 단위 학교 차원에서 실시하였고 한국협동학습연구회 창립 이후 협동학습이 전국적으로 보급되면서 수업 혁신 모델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가드너의 다중지능(MI)이론이 학교 현장에서 접목되면서 이론과 실천을 강조하는 프로젝트 수업이 새롭게 재해석이 되고 강조되고 있다.

 

2. 배움의 공동체 모델

 

가. 배움의 공동체의 철학

배움의 공동체를 주창한 사람은 일본 도쿄대 교수인 사토 마나부이다. 사토 마나부는 배움의 공동체를 ‘학교 교육이 하는 일을 사람들의 연대를 기초로 구성되고 있는 실천으로 전환하고 학교라는 장소를 사람들이 공동으로 서로 배우고 성장하며 연대하는 공공적인 공간으로 재구축하는 개혁’으로 설명한다. 일반 학교를 배움의 공동체로 재생하기 위해서는 일상의 수업을 통해 교실이 배움의 공동체로 재생되어야 한다고 본다.

배움의 공동체의 철학적 원리는 공공성, 민주주의, 탁월성이다. 첫째 공공성이란 학교가 공공적인 사명과 그 책임에 의해 조직되어 있으므로 민주주의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하며 열린 공간으로서 학교 안과 밖에서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둘째, 민주주의란 학교 교육의 목적은 민주주의 건설에 있으며 학교 자체가 민주적인 사회조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셋째, 탁월성이란 경쟁에 의한 탁월성이 아니라 스스로의 최선을 다하여 최고를 추구한다는 의미이다. 가르침과 배움에 있어서 점프가 있는 배움을 강조한다.

배움의 공동체를 건설하기 위해 선결 과제로 다음과 같은 것을 제시한다.

첫째, 교실에서의 배움을 개인적인 경험을 기반으로 하여 공동체적인실천으로 재구성하는 일이다.

둘째, 학교를 교사들이 공동으로 함께 성장하는 장소로 개혁하는 일이다.

셋째, 학부모와 시민이 교사와 협력하여 교육 활동에 참가하고 자신도 성장하는 학교를 건설하는 일이다.

넷째, 학교의 자율성을 학교 내부로부터 수립하여 학교 조직의 구조와 교육 행정과의 관계를 민주화하는 일이다.

다섯째, 학교를 자율적인 전문가조직으로 재조직하는 일이다.

여섯째, 수업 사례 연구를 중심으로 교내 연수를 정착시키는 일이다.

배움의 공동체 운동의 기본 철학은 기존 행동주의 학습론에서 벗어나 구성주의 학습론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구성주의에서 배움이란 지식이나 기능의 습득이 아니라 학습자가 사물이나 사람을 매개로 한 활동을 통해서 의미와 관계를 구성하는 일을 의미한다. 그래서 배움의 공동체에서는 행동주의 학습론에서 많이 활용하는 신호나 보상(강화)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취한다.

배움의 공동체에서는 배움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새롭게 재해석한다. 배움을 활동적인 배움, 협동적인 배움, 표현적인 배움으로 설명한다.

첫째, 활동적인 배움이란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주변 사물과의 접촉, 다양한 체험 활동 등을 통해 학습 의욕을 고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협동적인 배움이란 모둠을 중심으로 모둠원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을 강조하여 학습효과를 극대화하자는 것이다.

셋째, 표현적인 배움이란 다른 사람의 표현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생각을 비추어보도록 하고 서로 배우는 일로써 ‘모노로그(독백)’에서 ‘다이아로그(대화)’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이다.

 

나. 배움의 공동체 운동의 실천 전략

배움의 공동체에서 가장 중요한 실천 방법 중의 하나가 수업을 공개하고 피드백하는 일이다.

먼저 수업을 공개하고 관찰하는 것을 강조한다. 수업 관찰 관점이 기존 수업과는 달리 학생 중심, 경험 중심으로 관찰한다. 관찰할 때에는 교실 뒤쪽보다는 옆쪽이나 앞쪽에서 관찰한다. 수업 관찰에 있어서 교사의 행동보다는 학생의 행동에 맞추어 관찰한다. 말하는 것보다는 듣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이 진행되고 있는지를 관찰한다. 비디오 카메라 등을 활용하여 학생 활동 중심으로 수업을 촬영하여 수업 연구회의 기초 자료로 활용한다.

둘째, 수업 공개회를 진행하는 방식이 배움 중심으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이야기 대상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 것인가’에 둘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어디에서 배우고 어디에서 주춤거리고 있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또한 이야기 과정에서 참관자는 ‘수업에의 조언’이 아니라 그 수업을 관찰하고 스스로 배운 것을 이야기하고 다양성을 교류하며 항상 배울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즉, 참관자가 공개자 수업에 대하여 판단하는 방식이 아니라 참관자가 그 수업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에 대하여 나눌 수 있도록 한다. 이야기 과정에서 모든 참가자는 최소한 한마디 이상 발언해야 하며 일부 사람에 의해 지배되지 않는 민주적인 토의 과정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셋째, 수업 사례를 중심으로 한 교내 연수를 강조한다. 모든 교사가 일 년에 최소한 한번 이상 수업을 공개하고 사례 연구를 축적해야 한다. 일상의 수업을 공개하되, 사전 연구가 아니라 수업 후의 성찰에 충실할 것을 강조한다. 교육 전문가로서 개성적인 성장을 촉진하는 교내 연구에서 연구 테마는 개개인이 설정해야 할 것이며 교내의 통일적 주제는 설정하지 않던가 아니면 최소한으로 그쳐야 한다.

넷째, 학교 운영 구조를 수업 중심 구조로 재편하고 업무를 단순화해야 한다. 수업 활동 이외의 활동들을 과감하게 줄이고 단순화시킬 수 있어야 수업의 질을 올릴 수 있다.

다섯째, 교사의 말하기보다는 경청하기에 초점을 두어 수업을 진행하고, 자리 배치도 기존 배치 방식에서 벗어나 ‘ㄷ'자 형태를 추천한다. 왜냐하면 교사가 전체 학생들을 돌아보기 쉽고 학생 상호 간의 눈길을 마주칠 수 있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섯째, 교사가 학습 과제를 부여함에 있어서 학생들의 학습 수준과 비슷한 과제보다는 한 단계 높은 과제를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학생들이 스스로 과제를 도전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 배움의 공동체 모델에 대한 평가

배움의 공동체 모델은 기존 수업 방식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혁신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특히 공교육 혁신의 모델로서 좋은 방향을 제시하였고 일본의 교육 현실과 비슷한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혁신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단순한 교수 학습 방법론을 뛰어넘어 구성주의 관점에서 교실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하여 철학적 기반과 그 구체적인 수업 연구 사례를 제시하였다. 수업을 이해하는 관점을 교사 중심의 가르침에서 학생 중심의 배움으로 전환시키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또한 학생들의 협동적 배움을 뛰어넘어 교사들의 협동적 배움을 강조하여 교사들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를 강조하였다. 즉, 수업의 혁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업공개회 및 협의회 운영 혁신 등 교직 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닫게 해주었다. 도전 과제를 통해 학생들이 자기 학습 수준을 점프할 수 있도록 접근한다는 점에서 다른 대안 교육적 관점과 차별을 이루면서 학업 성취도 향상을 강조하는 한국 공교육 현실에서 적합한 혁신 모델로서 각광받게 되었다.

하지만 배움의 공동체 모델을 한국적 상황에서 적용하는데 있어서 몇 가지 한계도 있다. 첫째, 일본 학생들의 문화와 한국 학생들의 문화가 다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어렸을 때부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말아야 할 것을 철저하게 교육 받는다. 그러기에 경청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일본 문화 속에서 잘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경우, 에너지가 넘치며 역동적인 행동 특성을 가지고 자라난 학생이 많다. 그러기에 배움의 공동체에서 제시하는 철학에는 동의한다 하더라도 제시하는 방법론들이 우리 나라 학생들에게 그대로 적용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둘째, 배움의 공동체 운동이 교육철학적 반성에 시작한 운동이다 보니 이론과 철학은 있으나 교수학습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한계가 있다. 예컨대, 협동적 배움에 대하여 이야기하지만 구체적인 교수 학습 방법이나 기술을 충분히 제시해 주지는 못한다. 셋째, 배움의 공동체 운동을 전개하는데 있어서 핵심적인 주체들의 역량이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사토 마나부 교수를 중심으로 역량있는 전문가가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주도할 만한 주체의 역량이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다. 넷째, 배움의 공동체 운동의 인식론적인 기반인 구성주의가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다. 구성주의는 학생을 기본적으로 학습할 의지가 있고 교사는 학생들을 도와야 할 조력자로 본다. 구성주의적 관점은 학습의지가 있는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의미가 있지만 학습의지가 없는 하위권 학생들에게는 적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3. 협동학습 모델

 

가. 협동학습의 개념

협동학습이란 “공동의 학습 목표를 이루기 위해 이질적인 학생들이 학습 집단을 통하여 함께 학습하는 교수 전략”(Slavin)이다. 학생 간의 활발한 상호작용을 통하여 학습 효과를 극대화한 교수 전략이다. 협동학습은 쉽게 말해 ‘또래 가르치기’ 수업이다. 그런데 기존 조별학습이 ‘비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라면 협동학습은 ‘구조화된 또래 가르치기’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구조화’의 의미는 협동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이다. 조별 학습은 모둠원 모두가 협동을 해도 과제를 완성할 수 있지만 구태여 협동을 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제 자체를 완성할 수 있다. 하지만 협동학습에서는 협동을 해야만 비로소 과제를 완성할 수 있도록 한다.

협동학습을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서 기존 조별학습과의 차이점을 좀 더 자세히 비교해보도록 하자. 우선 기존 조별학습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자기 조(모둠) 활동에 별로 관심이 없다.

■ 학습 과정에서 조(모둠)끼리 경쟁이 치열하다.

■ 무임승차자나 일벌레, 방해꾼 학생 등이 나타난다.

■ 조(모둠)별 활동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 학습 시간에 비해 학생들의 모둠 과제 내용 수준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

■ 조(모둠)별 학습 편차가 많이 벌어진다.

 

이러한 조별 학습의 문제점을 보완하여 개발된 것이 협동학습인데 구체적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협동학습의 기본 원리이다. 협동학습 모형을 그대로 따라한다고 해서 협동학습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협동학습의 기본원리가 협동학습 수업 가운데 자연스럽게 나타나야 제대로 된 협동학습이라고 할 수 있다.

나. 협동학습의 기본 원리

협동학습의 기본 원리를 잘 이해해야 기존 조별 학습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잘 이해할 수 있다. 협동학습의 기본 원리는 긍정적인 상호 의존, 개인적인 책임, 동등한 참여, 동시다발적인 상호 작용이다.

첫째, 긍정적인 상호 의존이란 ‘다른 사람의 성과가 나에게 도움이 되고 나의 성과가 다른 사람에게도 도움이 되게 하여 각자가 서로 의지하는 관계로 만드는 것’이다. 협동학습은 공동의 학습 목표를 이루기 위해 함께 학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학습자가 서로 협동하지 않으면 학습 목표나 과제 자체를 이룰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구조화시킨다. 긍정적인 상호의존의 개념을 이해했다는 것은 모둠이 성공하려면 구성원 개인 모두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과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엮어서 학습에 있어서 나의 성공이 다른 사람에게 실질적인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개인적인 책임(개별적인 책무성)은 개인의 책임과 역할을 보다 분명하게 하자는 것이다. 기존 조별 학습은 학습 활동이 주로 모둠(집단) 단위로 이루어지다 보니까 모둠(집단) 속에 개인이 숨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리하여 ‘무임승차자’나 ‘일벌레’ 내지 ‘방해꾼’이 나타나는 경우가 생긴다. ‘무임 승차자’란 자신은 전혀 공동 작업을 하지 않았으면서도 모둠 점수를 덩달아 받는 사람이다. 반대로 ‘일벌레’란 자신의 분량보다 많은 과제를 하는 사람이다. ‘방해꾼’은 자기가 속한 모둠이나 다른 모둠의 과제를 수행하는 데 오히려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학습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평가에 있어서 공평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 협동학습에서는 구성원간의 협동을 중시하면서도 동시에 구성원 개인에 대한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개인적인 책임(책무성)이란 학습과정에 있어서 집단 속에 자신을 감추는 일이 없도록 개인에 대한 구체적인 역할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다. 예컨대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거나 평가에 있어서 불이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즉, 평가할 때 ‘무임 승차자’나 ‘방해꾼’은 모둠 전체 점수와 상관없이 감점 처리하거나 ‘일벌레’는 반대로 가산점을 주어 개인의 역할 기여도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셋째, 동등한 참여란 학습자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면서 일부에 의해 독점되거나 반대로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존 조별 학습의 경우를 살펴보면 발표력이 뛰어난 학생이나 외향적인 학생들이 모둠 내에서 발언을 독점하는 경우가 많고 반대로 발표력이 부족하거나 내성적인 학생들은 모둠 활동에서 쉽게 소외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려는 것이 바로 동등한 참여이다. 즉, 누구나 학습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하고 역할과 책임도 각자에게 동등하게 나누자는 것이다. 물론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능력이 다른 상황에서 동등한 기준의 행동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동등하게 부여함으로써 공동체 속에서 자신이 차지하고 있는 부분을 실질적으로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동등한 참여는 각자의 개성과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을 열어주자는 것이다.

넷째, 동시다발적인 상호 작용이란 학습 활동이 동시다발적으로 여기저기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학생들이 수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교육적 이상일 것이다. 현실적으로 제한된 수업 시간 안에 모든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학습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한 것이 동시다발적인 상호작용이다. 동시다발적인 구조의 반대는 순차적인 구조이다. 순차적 구조란 순서대로 한 명씩 나와서 학습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사람이 1분씩만 이야기해도 한 학급에 35명이라면 학생들이 움직이거나 자리 이동하는 시간을 빼더라도 35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개 기존 수업에서는 2-3명을 교사가 선정하여 발표시킨다. 그런데 이러한 방식으로 발표를 시키면 실제로 발표 기회를 가질 수 있는 학생은 2-3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순차적인 구조에서는 동등한 참여를 기대할 수 없다. 만약 순차적인 구조에서 동등한 참여를 이루려고 한다면 시간상 제한이 따르고 수업 자체도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시다발적인 구조는 이러한 순차적인 구조가 갖는 한계를 극복한다. 예컨대, 한 사람당 1분 씩 발표 기회가 주어진다면 짝 토의 방식은 2분이면 모든 학생들이 발표하고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 돌아가며 이야기 구조를 활용하면 4분이면 충분하다.

 

다. 협동학습의 수업 모형

지금까지 협동학습으로 개발된 수업 모형이나 기법들은 150개가 넘는다. 이를 유형별로 분류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수업 모형

과제 중심 모형

과제분담학습(Jigsaw), 모둠 탐구(GI) 모형, 협동을 위한 협동 모형(co-op co-op)

보상 중심 모형

모둠 성취 분담 모형(STAD), 모둠 게임 토너먼트(TGT) 모형, 과제분담학습(Jigsaw) 모형 Ⅱ 등

교과 중심 모형

언어과 읽기 쓰기 통합(CIRC) 모형, 수학과 모둠 보조 개별학습 모형, 사회과 일화를 활용한 의사결정모형 등

구조 중심 모형

플래시카드 게임, 생각-짝-나누기, 전시장 관람 등

기타 모형

함께 학습하기(LT) 모형, 찬반논쟁 모형, 온라인 협동학습 모형, 매체활용 협동학습 모형 등

 

라. 협동학습 모델에 대한 평가

협동학습이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확산되면서 교실 현장을 혁신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협동학습이 수업 혁신 모델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를 분석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협동학습의 철학이 학습공동체를 지향했다는 것이다. 나의 성공이 너의 성공이라는 협동학습은 개인보다는 공동체를 강조하는 유교적 문화 전통에 놓여 있는 한국 교육 현실에서 정서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경쟁을 비판하고 협력과 소통을 강조하는 혁신학교 운동과도 철학적으로 연결된다.

둘째, 다인수 학급이라는 열악한 한국 교육 현실에서 협동학습은 다른 교수학습방법들에 비해 적용하기 쉬었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우리나라에 소개된 새로운 교수학습 모형들은 많이 있었지만 학교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못한 이유는 다인수 학급이라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협동학습은 다인수 학급에서도 적용하기 쉬운 장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현장에서 많이 적용할 수 있었다.

셋째, 수준별 수업과 경쟁 학습의 대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성적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학습하는 것을 지향하는 수준별 수업은 소인수 학급, 교실과 강사 확보, 수준별 평가 도입 등의 한계가 있다. 학생 상호 간의 경쟁을 강조한 경쟁학습은 하위권 학생들에 대한 배려 부족, 경쟁 과열시 학생간 관계 문제 발생 등의 한계가 있다. 협동학습은 이러한 한계들을 극복해 준다.

넷째, 다양한 교수학습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주었다. 다양한 협동학습 모형과 기법들은 교실 수업을 보다 풍성하게 해주었다. 교과와 상관없이 적용할 수 있었고 학급 경영 기법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

반면 협동학습이 가지고 있는 한계도 있다. 첫째, 다양한 교수학습방법들을 제공했으나 교육과정에 대한 대안들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 협동학습은 기본적으로 교수학습방법론이 때문에 교육과정이나 교직 문화 전반을 다루기에는 한계가 있다.

둘째, 구조화된 접근이 가지고 있는 한계가 있다. 협동학습에서는 행동주의 학습론에 기반을 둔 방법(신호, 토큰 사용 등)을 많이 사용한다. 이러한 방법들에만 의존하여 학생들을 통제하려고 하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셋째, 자칫 잘못하면 집단 분위기에 휩쓸려 학습 내용을 놓칠 수 있다. 협동학습 모형이 진행되는 수업을 관찰해보면 학습 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자칫 활동 분위기에 휩쓸려 개별 학생의 배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다.

 

 

4. 프레네 교육 모델

 

가. 프레네 교육 모델의 이해

프레네는 아동이 중심이 된 자발적・협력적 교육으로 20세기 초중반까지 프랑스 초등학교 개혁을 이끈 교육실천가이자 사상가이다. 그의 교육 실천에 뿌리 둔 프레네 교육은 ‘현대학교운동’이라고도 불리운다. 프레네 교육의 특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작업(travail)에의 몰입

프레네는 성인과 아동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고 보았다. 일반적으로 신교육 운동의 이론가들은 아동에게는 놀이 욕구가 우선이라 했지만 프레네는 아동에게 있어서 작업의 욕구가 놀이의 욕구 보다 더 크다고 보았다. 아동이 작업에 대한 욕구(Travail-jeu)를 갖게 하기 위하여 마치 어린 나무가 제대로 자랄 수 있게 수분과 양분을 공급하듯이 성인은 아동 발달에 필요한 자극과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보았다. 작업에 대한 욕구로 가득찬 아동은 주변의 환경이 그의 욕구에 일치할 때 가장 바람직한 방향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업 내용이 아동의 욕구와 부합되는 경우에 완벽한 교육 효과를 거둔다고 하였다. 이런 아동관을 바탕으로 프레네는 수작업 중심의 노작교육을 중요시하는 개혁적인 교육관을 보여주게 된다.

 

(2) 학교로부터의 개혁

프레네는 학교교육을 획일적 지식의 습득에 국한시키지 않고 학생이 자발적으로 학교문화를 수용하도록 교육환경에서나 교과과정에서 학생 중심의 학교문화를 주장하였다. 학교문화의 주체는 학생이며, 기존의 학교문화가 상류계층의 것이었다면 이제는 시골 농민을 위한 문화이여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는 농촌 마을의 노동자, 농민, 가내 수공업자, 상인들의 문화를 학교에 반영해야 한다고 하였다. 그래서 교육의 내용이나 방법이 추상적인 지식보다는 실용적이며 구체적이고 수작업을 주로 하는 학교문화를 구성하고자 하였다. 프레네는 노동자와 농민을 위한 사회를 건설하기 위해 “학교로부터의 혁명”을 주장했다. 미래의 이런 사회를 위해 현재의 학교는 변화되어야 하며, 이로써 학교는 모든 사회변동의 출발점이 되야 한다고 보았다. 이런 관점에서 프레네는 “민중학교(école du peuple)”를 건설하고자 하였다.

(3) 실천 지향적 교육

프레네에게 작업의 개념이 중요한 만큼 수업내의 규율과 조직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자유와 즉흥성을 교육의 기반으로 삼는 낭만주의적 교육자와 달리 프레네는 규율과 질서를 중요시여겼다. 그것은 강요된 것이 아니라 교실에서의 활동이 아동의 작업 욕구와 일치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난다고 보았다.

프레네는 독자적인 이론과 실천을 구축하였지만 그의 입장은 항상 실천 지향적이었다. 그 예로 1924년부터 도입한 “학교인쇄”(imprimerie à l’école)와 산책하면서 자연환경을 관찰하는 “견학 수업”(classes-promenades) 또 아동의 상상력과 창의력에서 나오는 “자유로운 글쓰기”(texte libre)가 있다. 프레네는 학교를 지역사회의 한 부분으로 간주하면서 학생들은 다른 지방에 있는 학교의 학생과 편지왕래(correspondance scolaire)를 하며 서로에게 새로운 지역사회 소식을 전하기도 한다. 실천 불가능한 이론적이고 구두적 수준에 머무는 탁상공론은 교육개혁에 의미가 없다고 지적하고 교육이란 이론보다 실천이 앞서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4) 수업기술

프레네는 외부적으로 자신이 발견한 교육실천을 보급하기 위해 교육운동가로 변신한다. 내부적으로는 획일화된 교육에 반대하고 교사가 교육상황에 알맞게 도구와 수업기술, 즉 테크닉을 자율적으로 실현해야 한다고 본다. 프레네는 자신의 교육적 특성을 모든 학교와 학급에서 동일하게 적용하는 “교육방법”이 아니라 각 학교, 학급, 교사, 학생의 선택과 응용에 따라 다르게 변화하는 “수업기술”이라 정의하였다. 교재의 새로운 구성, 아동의 흥미를 끌 수 있는 올바른 교재의 활용 그리고 다양한 학습도구를 통한 학교내 환경변화의 시도가 특징적이다.

프레네 교육에 있어서 언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게 부각된다. “자유로운 글쓰기”(texte libre)” 시간에 학생들은 풍부한 상상력으로 글을 통해 창의력 계발과 감성 교육을 실천한다. 프레네 교육에 있어서 당시에 매우 독창이던 “학교인쇄”는 아동이 쓴 글, 시, 문구를 직접 손으로 글자를 배열해 잉크에 묻혀 종이에 찍는다. 이런 작업으로 아동은 철자법, 자음과 모음의 순서를 수작업을 통해 배운다. 1920년대에서 1960년대까지 성행하였던 “학교인쇄(imprimerie à l'école)”는 현재 컴퓨터 교육으로 대체되었다. “학교 인쇄”로 찍어낸 아동의 글을 타학교로 보내 “학교간의 편지왕래 (correspondance interscolaire)”를 실천한다. 또한 “학교 신문”(journal scolaire)으로 제작하여 기타 여러 학교에 우송하고 학교 내부에서는 다른 반 학생들과 상호 교환한다. 프레네는 학생의 성향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도록 장려하고 학생 스스로가 깨우치고 배우는 과정을 중요시하였다. 그는 교재의 무용성을 주장하기 보다는 “현대 학교”(école moderne)의 교육이념 아래 제작되고 개발된 작업도서목록(bibliothèque de travail)을 올바르게 사용하도록 제안하였다.

수업은 학생 스스로 학습방법을 계획, 조작, 탐구하며, 창조적으로 실험할 수 있는 분위기를 장려해야 한다. 프레네는 학교 인쇄, 자가 수정카드, 작업도서목록과 같은 수업도구를 교실 내에 비치해야 하며 학생간이나 교사와 학생 사이에 일어나는 상호작용의 교육적인 효과를 믿었다. 학교는 교수․학습과정이 전개되는 장소이므로 꾸준한 수업도구의 개발이 필요하다고 보았다.

 

(5) 학교 협동(coopération scolaire)

학교 협동을 보여주는 프레네 교육의 실례는 학급 구성원이 모두 참여하는 학급위원회(conseil de classe)에서 찾아볼 수 있다. 하루 일과에서 국어, 수학 수업시간 만큼이나 학급 위원회의 비중은 매우 크다. 학급 위원회에서는 학급의 경영, 계획의 결정과 토론, 학급의 대표자 선출, 학급 투표 등에 참여하면서 민주주의 사회에 입문하고, 사회적이고 도덕적 의식을 지닌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성장하도록 돕는다. 학급 단위의 학급위원회 회의 뿐 아니라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교생의 학급 임원이 모여 학교위원회(conseil d'école)를 개최한다. 이러한 위원회 회의를 통해 학생들은 학교생활의 개선을 위한 제안, 학교 행사 준비, 학교의 실내․외 환경, 각 학급 위원회에서 이미 결정된 사항을 발표하여 학교 위원회에 알려주기도 한다. 교사는 학생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교사위원회(conseil des maîtres)에서 상호 협의하여 학교 생활의 개선방안을 결정한다. 이런 절차를 통해 학교내의 민주적 의사결정방식을 경험하게 된다.

수업 내의 집단 조직이나 하루 일과 중에 “아뜰리에(atelier)" 중심의 노작교육을 진행하는 데에서도 발견된다. 아뜰리에의 종류가 다양하여 모형제작, 미술, 조형, 전기, 그림, 요리, 서예, 연극, 기계, 컴퓨터 등이 있다. 아뜰리에의 운영도 한 학급에 한정되어 소집단 별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5학년들과 1학년들이 협력하여 그룹을 만들어 그룹의 구성원들끼리는 연령과 학년이 달라도 서로 도와주며 활동을 진행한다. 아뜰리에 시간이 끝나면 각각 활동에서 그룹의 구성원들이 완성한 결과물들을 발표한다. 교사가 소집단별로 지도를 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학교 건물의 중앙에서 참여학생들을 모아 놓고, 그 시간 동안에 완성한 활동이나 결과를 동료 친구들에게 발표 및 전시를 하게 한다.

 

나. 현대학교현장과 30가지 불변요소

프레네 학교 정신을 잘 정리한 것이 현대학교헌장(Charte de l'Ecole Moderne)이다.

 

[1] 교육은 지식의 축적이나, 훈련, 조건화가 아니라 정신의 성장 및 발달이다.

[2] 우리는 모든 교조주의에 반대한다.

[3] 우리는 교육의 사회적 정치적 흐름 밖의 모는 교육적 환상을 배제한다.

[4] 내일의 학교는 작업학교(école du travail)가 될 것이다.

[5] 학교는 아동 중심 교육을 실천하며 교사의 도움으로 아동은 스스로 인성을 만들어간다.

[6] 실험적 연구는 학교 현대화의 첫 조건이며, 이는 협동(coopération)을 통해 이루어진다.

[7] I.C.E.M(현대학교 교사협의회)의 교사들은 협동적 노력의 방향과 탐색에 있어서 유일한 책임자이다.

[8] 현대학교의 운동은 동일한 방향을 가고 있는 여러 조직들과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고자 한다.

[9] 교육부 및 기타 행정 부처와의 관계

[10] 프레네 교육은 본질적으로 국제적인 성격을 갖는다.

 

프레네가 35년간의 교사생활에서 정리한 30가지의 불변요소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아동의 본성]

1. 아동은 성인과 동일한 본성을 지니고 있다.

2. 교사들이 크고 나이가 많다고 학생들 보다 위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3. 학생들이 학교에서 취하는 행동은 그의 생리학적, 유기체적, 체질적인 상태에 따라 다르다.

[아동의 반응]

4. 성인 만큼이나 아동도 권위적인 명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5. 어느 누구도 외부의 규율에 수동적으로 복종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6. 어느 누구도 어떠한 작업에 구속되어 완성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 작업이 특별히 싫지 않더라도 구속되어 작업하는 것은 의욕을 더욱 상실하게 한다.

7. 아동은 유익하지 않은 것이더라도 자신의 작업을 스스로 선택하는 것을 좋아한다.

8. 어느 누구도 자신이 참여하지 않는 기계적인 사고와 행동을 좋아하지 않는다.

9. 작업의 동기가 필요하다.

10. 실생활과 관련 없는 학교 만의 삶과 규칙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10bis -모든 사람은 성공하고 싶어한다. 학업 실패의 경험은 학습에 대한 에너지와 정열을 파괴한다.

10ter -아동에게 자연스럽게 나타는 것은 놀이가 아니라 작업이다.

[수업기술]

11. 학교에서 본질적으로 수행하는 지식습득의 과정은 관찰, 설명, 시범이지만 프레네 교실은 가장 자연스럽고 보편적인 방법으로 실험적 모색(tâtonnement expérimental)이 있다.

12. 학교에서 많이 강조해왔던 기억을 통한 학습은 아동의 삶과 연관이 있을 때와 실험적 모색 과정에 통합되어 이루어질 때만 유효하고 소중하다.

13. 학습은 규칙과 법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가능하다. 국어, 미술, 수학, 과학에서 규칙과 법을 연구하는 것은 소 앞에 쟁기를 놓은 것과 마찬가지이다.

14. 지능은 개인의 생명력과 분리되어 닫혀진 채 기능하는 능력이 아니다.

15. 학교는 생생한 삶의 밖에서 기억력에 묶인 단어와 고정된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지능의 추상적인 형태만을 키운다.

16. 아동은 교사의 수업만 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17. 아동은 삶의 연장에 있는 작업을 실행하는 데 피곤할 줄 모른다.

18. 아동이나 성인은 만인 앞에서 평가받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시험이나 벌은 자신의 위엄성을 손상시킨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9. 성적과 분류는 잘못된 것이다.

20. 말을 아껴야 한다.

21. 아동은 개별성이 드러나지 않는 대집단의 작업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신에 협동적 공동체 속에서 개별작업과 소집단 작업을 좋아한다.

22. 질서와 규율은 수업에서 필요하다.

23. 처벌은 항상 잘못된 것이다. 모든 학생들에게 치욕적인 것이며, 교사 원하는 목표에 이르지도 못한다.

24. 학교의 새로운 삶은 바로 학교 협동(coopération scolaire)이다. 학교 협동은 교사를 포함하여 모든 학생들의 학교 생활과 학업의 관리 및 경영이다.

25. 교실의 학생수가 많으면 교육적 실수를 범하게 된다.

26. 단위 학교의 학생수가 많아지면 교사와 학생 간의 익명성이 높아진다. 이 역시 교육적 실수이자 장애이다.

27. 내일의 민주주의는 학교 내 민주주의 실천으로 가능해진다. 학교의 권위적인 체제는 민주시민의 양성에 위반될 수 있다.

28. 학교 개혁의 첫 번째 조건은 아동을 존중하는 것이다. 존중 받는 아동은 자연스럽게 교사도 존중하게 된다.

29. 교사에 대한 학부모들의 대립적 반응은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요소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변함없는 자세를 보여주어야 한다.

30. 위에서 언급한 이 모든 불변요소는 프레네 교육의 실천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해주며 결국에는 삶의 낙관적인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다. 프레네 교육 모델에 대한 평가

프레네 교육 모델은 프랑스 공교육 혁신 모델로서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도 사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민주주의와 협력의 가치 속에서 개인의 자발성과 학습 리듬에 기초를 둔 교육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실천한 점이다. 둘째, 삶과 소통하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셋째, 구체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자유 글쓰기, 학교신문(학급문집) 만들기, 학교간 통신 교류, 집회(학급위원회), 나들이, 주간학습계획표, 자가 수정 카드, 학습 총서 만들기 등은 이미 우리나라에서 실천하고 있거나 실천하면 좋은 방법들이다.

프레네 교육 모델을 우리 나라 교육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첫째, 프랑스의 경우, 프랑스 혁명 이후 오랜 세월동안 민주주의적 전통이 삶의 바탕이 되어 있으나 우리 나라의 경우, 민주주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형식적인 민주주의 수준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는 것이다. 즉, 무늬만 프레네 교육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다. 둘째, 프레네 교육에서 제시하는 실천 전략이 오늘날 관점에서는 그리 새로운 것이 없다는 것이다. 자유 글쓰기, 학교신문만들기, 나들이 등은 이미 실천하고 있는 것들이다. 셋째, 프레네 교육을 한국적 교육 상황에 적용한 구체적인 사례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물론 프레네클럽을 중심으로 프레네 교육 연수 등이 실시되고 있지만 한국적 상황에 맞는 고민과 실천이 아직은 부족한 상황이다.

 

5. 프로젝트 수업 모델

 

가. 프로젝트 수업 모델의 이해

프로젝트 수업이란 교사의 의해 주어진 학습 목표에 따라 학습 단원 내용을 학습하는 형태가 아니라 학생들 스스로가 문제 의식을 가지고 주제를 선정하는 단계에부터 조사나 연구, 발표 및 평가에 이르기까지 학습의 전 과정에 걸쳐 학생들 스스로가 참여하는 수업 모형이다. 객관론적인 인식론에 근거하여 교사가 주도하는 수업이 아니라 주관론적 인식론에 근거하여 학생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자기주도적 학습 형태이라는 것이다. 기존 수업 모형에 비해 교사는 안내자로서 학생들과의 활발한 피드백을 통하여 학생들이 의미있는 학습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조력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프로젝트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토픽(Topic)과 테마(Theme)의 차이를 잘 알아야 한다. 토픽(Topic)이란 연구하고자 하는 구체적인 사실이라면 테마(Theme)는 토픽이 전제되고 있는 추상적인 아이디어로서 사물들을 연결하는 포괄적이고 일반적인 개념을 의미한다. 예컨대, 토픽이 해외에서 한국을 빛낸 사람들이라면, 테마는 민족애라고 볼 수 있다.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할 때, 어떤 토픽을 선정하여 연구하지만 그 토픽은 테마를 벗어나서는 안될 것이다. 프로젝트 수업의 성공 여부는 교사가 얼마나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이끌어내느냐에 달려있다. 사실 학생들 스스로 주제를 선정하고 연구, 실행하도록 이끌어 나가는 과정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하지만 프로젝트 수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되었을 때, 과정상 힘든 만큼의 보람있는 교육적 성과를 얻어낼 수 있는 수업 모형이기도 하다.

프로젝트 수업은 범교과적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 특히 다중지능이론에 근거한 프로젝트 수업의 경우, 언어적 지능과 논리수학적 지능 이외에 공간적 지능, 음악적 지능, 신체감각적 지능, 대인 지능, 자성 지능, 자연 이해 지능 등 다양한 지능 영역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교과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범교과 통합적인 접근을 할 수 있다.

프로젝트 수업은 참여자 단위에 따라 개별 프로젝트 수업과 협동 프로젝트 수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나. 프로젝트 수업의 실제

(1) 개별 프로젝트 수업

개별 프로젝트 수업은 개인이 관심있는 프로젝트 주제를 선정하여 연구하여 발표하는 수업 형태이다. 모둠이나 학급간 협동 프로젝트 수업에 비해 개인이 주도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프로젝트 수행에 대한 부담감은 크지만 상대적으로 개인의 책임감이 커지게 되므로 학습 효과가 상대적으로 높다.

개별 프로젝트 수업 모형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1. 학생 개별 프로젝트 주제 선정

2. 프로젝트 관련 자료 수집

3. 프로젝트 계획서 만들기 및 교사의 피드백

4. 프로젝트 과제 수행 및 교사의 피드백

5. 프로젝트 결과 보고서 작성

6. 프로젝트 발표

7. 프로젝트 평가

 

개별 프로젝트 수업이 성공적으로 진행되려면 교사가 개별 학생에 대한 피드백을 할 수 있는 시간과 여건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리고 개별 학생이 가지고 있는 필요나 관심, 욕구에 맞추어 프로젝트 과제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생들에게 보다 수준 높은 도전 과제를 제시함으로써 학습 동기를 유발하도록 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들에게 끊임없는 격려와 관심을 통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격려해야 한다.

 

(2) 협동 프로젝트 수업

협동 프로젝트 수업은 얼핏 보면 기존의 조별 발표식 수업 방법과 유사하다. 모둠별로 과제를 선정하여 연구하고 그 결과물을 발표한다는 기본 흐름은 같다. 하지만 학습에 대한 이해와 접근 방식이 매우 다르다. 기존 조별 발표식 수업은 과제 선정에서부터 발표 및 평가에 이르기까지 교사 주도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프로젝트 수업은 연구 활동의 주체가 교사가 아니라 학생이다. 즉, 과제 선정에서부터 평가에 이르기까지 학습의 전 과정에서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운영한다는 것이다. 프로젝트 수업에서 교사는 매니저와 같은 역할을 한다. 학생들이 자신이 선택한 학습 과제를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돕고 지원하는 역할을 주로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프로젝트 수업은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참여를 전제로 진행되는 수업이다.

단계

활동 내용

주제 선정

▪교사가 학생들을 이질적인 모둠으로 구성한다.

▪모둠 세우기 활동을 통하여 학생 상호간의 신뢰를 쌓아갈 수 있도록 한다.

▪교사가 테마를 제시한다.

▪학생들이 브레인스토밍을 통하여 마인드맵(mind map)으로 주제에 대한 다양한 생각들을 정리한다.

▪주제에 대한 질문 목록(체크리스트)을 만든다.

▪주제에 대한 핵심 질문을 만든다.

▪모둠별로 연구할 토픽을 정한다.

모둠 과제 조사

▪모둠원 각자가 영역을 나누어 관련 자료를 찾는다.

▪각자가 찾아온 1차 자료를 가지고 토의한다.

▪자료를 토대로 보고서에 대한 기본 골격을 만든다.

▪기본 골격에 따른 세부적인 자료를 보완하여 가지고 온다.

▪과제에 따라 단순한 조사 수준에서 벗어나 사회 참여 실천 등 다양한 활동을 포함시켜 실행한다.

모둠 과제 발표

▪모둠별로 과제물을 완성하여 보고서로 만든다.

▪모둠별로 과제를 프리젠테이션, 역할극, 토크쇼 등 다양한 형식으로 학급 전체에 발표한다.

평가

▪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 대한 자료와 결과물을 포트폴리오 형태로 정리하여 제출한다.

▪ 동료 평가 방식 등 다면적 평가를 통하여 종합적인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한다.

▪수행 평가시 수행평가 기준표(루브릭)를 통하여 평가할 뿐 아니라 피드백 자료로 활용한다.

 

다. 프로젝트 수업 모델의 평가

프로젝트 수업 모델의 핵심은 이론과 실천의 결합, 지식과 생활의 일치에 있다. 기존 수업 모형들은 이론이나 지식에만 치우치고 상대적으로 실천과 생활 영역이 약화될 수 있다. 그런데 프로젝트 수업은 이러한 문제점을 잘 극복한다.

프로젝트 수업은 기존 조별 발표식 수업과는 달리 과제 선정 단계부터 발표 및 평가에 이르기까지 학생들이 학습 주도권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학습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수업을 받으러 가는 것이 아니라 수업을 하러 갈 수 있도록 한다. 학생들이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적극적인 주체자로 만들어 준다.

프로젝트 수업은 범교과적인 접근을 가능해준다. 학문의 세계에서는 어떤 사물을 이해하는데 특정한 지식 분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사물은 다양한 측면을 가지고 있고 각 요소 간에 복합적인 관계로 얽혀있다. 프로젝트 수업은 분과적 지식을 극복하고 범교과적이고 통합적인 접근을 가능하게 해준다.

프로젝트 수업 모델을 적용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 한계가 있다. 첫째, 학생들이 학습할 의지나 의욕이 있거나 주제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이 어느 정도 갖추어 있어야만 한다. 학습할 의지가 없거나 기초적인 지식이 없으면 프로젝트 수업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둘째,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는 여유가 없으면 프로젝트 수업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많은 지식을 짧은 시간에 다루려고 할 때 프로젝트 수업을 적용한다면 실패하기 쉽다.

셋째, 성공적으로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할 수 있으려면 교사의 전문성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교사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만 한다. 대부분의 한국 교사들은 프로젝트 수업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현장에서 쉽게 프로젝트 수업을 적용하기 쉽지 않다. 프로젝트 수업이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교사가 학생들을 수시로 피드백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어야 하는데 아직 우리 교육 현실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6.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의 방향 모색

 

가.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의 방향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은 어떠해야 하는가? 상당히 어려운 질문이지만 매우 중요한 질문이다.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의 철학적 방향을 제시하는데 있어서 공통 분모를 찾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예컨대, 교사 중심, 지식 중심에서 학생 중심, 경험 중심으로 전환하고 경쟁학습에서 협력학습으로 전환하자는 것에 대하여 비판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각론 수준에서의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을 제시하라고 하면 그리 쉽게 답변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을 고민하는 데 있어서 몇 가지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특정한 수업 혁신 모델을 통해서 모든 수업의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인 것처럼 주장하고자 하려는 유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지금까지 우리 교육계에서는 이러한 유혹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그래서 시대적 흐름이나 정치적 이해 관계에 따라 개별화교육, 정보통신활용(ICT) 교육, e-learning, 수준별 수업, U-learning 등 특정한 수업 혁신 모델들이 정부 주도의 수업 혁신 모델로 부각되었다. 교육 개혁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수업 혁신 모델들은 나름대로의 성과도 있었지만 그 부작용도 많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교사들은 새로운 수업 혁신 모델들을 교실에서 실천할 것을 강요받았고 교사들은 마지 못해 따라갔다. 이러한 외부로부터의 수업 개혁은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럽게 잊혀져 갔다. 최근의 혁신학교 운동에서 수업 혁신 모델 문제도 마찬가지이다. 경기도 혁신학교 운동에 있어서 수업 혁신 모델로 각광받은 것이 배움의 공동체 모델이다. 그래서 혁신학교에서의 수업 혁신 모델로서 배움의 공동체 모델이 상대적으로 부각이 되고 있지만 배움의 공동체 모델이 가지고 있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어떠한 특정 수업 혁신 모델로서 수업 혁신을 추진하려고 할 때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해야 한다.

둘째, 한국형 수업 혁신 모델을 모색하는데 있어서 교육의 본질을 고민하면서 유연하게 접근해야만 한다. 우리는 흔히 미국 교육은 어떠하다, 핀란드 교육은 어떠하다라고 쉽게 말하려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로는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기’ 방식인 경우가 많다. 필자는 선진 국가들의 교육 현장을 탐방할 기회가 있었다. 여러 나라들의 학교를 탐방하면서 느낀 것은 같은 나라라 할지라도 학교마다 다양한 수업 혁신 모델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인수 대도시 학교냐 소인수 시골학교냐에 따라 수업 방식이 달랐다. 또한 같은 학교라 할지라도 과목에 따라 교사의 특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수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예컨대, 핀란드의 경우, 일반 수업을 관찰해보면 팀티칭이나 협동학습, 프로젝트 수업으로 수업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강의식 위주의 일제학습이나 학습지 활용 수업, 문답법 등 일반적인 수업 방식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필자는 핀란드 교실에서 무엇인가 차별화된 수업 방식을 기대하고 수업 관찰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특별한 그 무엇을 발견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한국 교실과 핀란드 교실에서의 가장 큰 차이점을 한 가지 발견했는데 그것은 수업 시간에 핀란드 학생들이 졸거나 떠들지 않고 교사의 지도에 따라 본 수업에 충실하게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과후 수업이나 특정한 차별화된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모두 본 수업에 충실하게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고교의 경우, 취업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직업 학교에서 직업 관련 실무 기술을 중심으로 공부하고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인문계 학교에서 학문의 기본 소양에 충실한 수업을 하고 있었다. 공부에 관심없는 학생들은 직업 학교에서 희망 직업 기술을 배우고 있기 때문에 공부에 관심있는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인문학교에서는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어 있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일이 핀란드에서는 당연하게 이루어지고 있었을 뿐이다. 교육의 본질에 충실해야만 진정한 수업 혁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셋째, 한국적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 수업 혁신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적 특수한 상황이란 수직적 대인 관계 질서를 강조하고 내용보다는 형식을 강조하는 유교주의 문화, 남북한 분단 상황에서 비롯한 열악한 교육 재정이 빚어낸 다인수 학급 문화, 좁은 땅과 한정된 자원, 그리고 많은 인구수에서 비롯된 치열한 경쟁 문화 등을 말한다. 핀란드 교육 체제가 우리 교육 체제보다 좋다고 해서 핀란드 교육 모델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인문학교를 나와 대학을 졸업한 전문직 종사자들과 직업학교를 나와 육체 노동직 종사자들의 급여 수준이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 북유럽 복지 국가(핀란드, 스웨덴, 덴마크)들과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는 우리나라 상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가 잘되어 있고 교육 방향에 대하여 진보와 보수를 떠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핀란드 교육 현실과 중앙집권제 문화와 진보와 보수간의 첨예한 대립을 하고 있는 우리의 교육 현실은 동일하지 않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나라의 수업 혁신 모델을 어설프게 적용하려고 한다면 오히려 부작용만 생길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교육 현실의 한계를 인정하고 교육 현실을 혁신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부터 한걸음씩 풀어간다면 한국적 수업 혁신 모델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교수학습방법의 경우, 내용교수법(pck)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교육과정에 근거한 교수학습방법을 개발하여 접근해야 수업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예컨대, 과학시간에 ‘부력’이라는 개념을 가르친다고 했을 때 지금까지 개발된 수많은 수업 모형이 다 의미있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부력이라는 개념을 가장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는 모형은 몇 개가 안될 것이다. 부력을 가르치기에 가장 적절한 수업 모형을 찾아 적용하거나 마땅한 수업 모형이 없다면 교사가 새롭게 개발하여 가르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단원의 특성에 따라 그에 적합한 수업 방식을 찾아 실천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겠지만 일제학습에 적용하기 쉬운 학습 단원에 일제학습을 적용하고, 개별학습이 필요한 부분에 개별학습을 적용하고, 경쟁학습을 적용하기 좋은 부분에 경쟁학습을 적용하고, 협동학습이 필요한 단원에 협동학습을 적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 예컨대, 단순한 지식이나 개념을 가르치는데 있어서 설명법 등의 일제학습 방식이 좋다. 그런데 단순한 지식이나 개념을 가르치려고 하는데 있어서 협동학습이나 프로젝트 수업 모형을 적용하려고 한다면 교사가 고생만 할 뿐 실질적인 학습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이는 학습의 효율성만 떨어뜨릴 뿐이다.

넷째, 기존의 수업 혁신 모델들의 장점들을 우리 나라 실정에 맞추어 새로운 수업 혁신 모델을 찾아 시도해 보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 어떤 사람들은 특정 수업 혁신 모델이 가지고 있는 한계에만 집중하여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정작 본인들은 아무 것도 실천하지 않고 냉소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를 발견한다. 이러한 자세를 버리고 각 수업 혁신 모델의 장점을 찾아 한국적 상황에 맞는 실천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는 각 수업 혁신 모델의 장점들을 실천을 통해 구현해나가야 한다. 즉, 배움의 공동체 모델에서는 교사의 전문적 학습 공동체 중시 및 학생의 배움 강조를 배워야 하고, 협동학습 모델에서는 학생 상호 간의 사회적 상호작용 및 다양한 교수학습모형을 배워야 하고, 프레네 교육 모델에서는 민주주의 교육 실천을 배워야 하고, 프로젝트 수업 모델에서는 이론과 실천의 조화를 배워야 한다. 각 학교마다 다양한 수업 혁신 모델들을 실천하면서 시행착오의 과정을 통해서 각 학교에 맞는 최상의 수업 혁신 모델을 찾아나갈 수 있어야 한다. 최적의 수업 혁신 모델은 ‘百校百色’, ‘百人百色’이다.

나. 교사의 수업 전문성 신장을 위한 열쇠

수업 혁신 모델을 고민하는데 있어서 핵심은 수업 모형이라기 보다는 교사의 역량이다. 교사가 자기 수업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교사의 수업 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좋은 열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기 수업에 대한 반성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교사들은 기본적으로 자기 수업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편이다. 객관적으로 수업을 잘 못하는 교사라 할지라도 교사 자신은 자신의 수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편이다. 새내기 교사 시절(초임-5년차 내외)에 교사들은 자기 수업에 대한 스타일이 어느 정도 형성되고 결정된다. 이렇게 형성된 교수 스타일은 교직 생활 동안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기에 좋은 교수 습관은 오랫동안 유지될 수 있는 좋은 장점이 있지만 반대로 나쁜 교수 습관은 특별한 계기가 없이는 쉽사리 바뀌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업 변화는 자기 수업의 장단점을 스스로 파악하고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자기 교수 스타일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성격유형(MBTI)검사나 다중지능이론(MI) 등은 유용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 자기 수업에 대한 반성을 위해서는 자기 수업에 대한 기록이 이루어져야 한다. 자기 수업을 기록하는 방법은 자기 수업을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방법과 수업 일지를 기록하는 것 등이 있다. 자기 수업을 디카나 캠코더를 이용하여 동영상으로 촬영해서 자기 수업을 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는 것은 매우 좋은 방법이다. 최근에는 몇몇 업체에서 자기 수업 자동 녹화 장치를 개발하여 보급하고 있으므로 이러한 기자재를 활용하는 것도 좋다. 수업지도안을 쓰는 것도 자기 수업에 대한 기록이 될 수 있겠지만 경험적으로 볼 때 더 좋은 방법은 수업일지를 쓰는 것이다. 자기 수업에 대한 고민, 수업 전개 방식, 학생들의 반응, 성공과 실패 등의 이야기들을 진솔하게 일기를 쓰듯이 자연스럽게 기록하는 것이다. 수업일지를 교사나 교과연구 카페에 올려 자발적으로 공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둘째, 전문적 교사 공동체 구축을 통해 자기 발전을 구조화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수업의 질을 올리기 위한 전문적 교사 공동체 구축을 위해서 다음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 첫째, 학년협의회와 교과협의회를 활성화하고 행정 중심에서 수업 중심으로 혁신시켜야 한다. 지금까지의 학년협의회나 교과협의회는 학교 행사를 추진하기 위한 일종의 행정 업무 협의체 성격이 강했다. 그러다 보니 실질적인 수업 연구나 생활 지도 연구 등이 여기에서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 학년협의회를 통해 초등의 경우, 교과별 분담 수업 연구 체제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고, 중등의 경우, 체계적인 학생 생활 지도 협의체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교과협의회를 통해 동일 교과 교사들이 교육과정을 재구성하고 수업에 대한 자료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여 실질적인 수업 개선을 이룰 수 있는 기초 단위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둘째, 수업 공개회를 기본 취지대로 회복시키는 일이다. 기존 수업 공개회는 일시적이고 전시적인 성격이 크다보니 실질적인 수업 개선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수업 공개 문화와 피드백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어야 한다. 다른 교사의 수업을 잘 볼 수 있도록 시간표를 조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우중고등학교의 경우, 수요일 오전 수업만 하고 오후 수업은 한 교사의 수업만을 공개하도록 하되, 모든 교사들이 돌아가며 공개할 수 있도록 시간표를 조정하였다. 그리하여 한 교사의 수업을 과목과 상관없이 모든 교사들이 참관할 수 있도록 구조화시켰다. 수원 중앙기독중학교의 경우, 모든 교사들의 수업을 상시적으로 개방하도록 문화를 구축했다. 그리하여 수업하는 교사들의 사전 동의없이도 언제든지 누구나 수업을 볼 수 있도록 하였다. 배움의 공동체의 수업공개회는 기존 수업 공개회와는 다른 방식으로 피드백을 실시한다. 즉, 해당 교사를 지적하는 ‘You-message'(너 전달법) 방식이 아니라 ’I-message'(나-전달법) 방식으로 피드백한다. 교사의 가르침 중심의 관찰이 아니라 학생의 배움 중심의 관찰을 강조한다. 그리하여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무엇을 배웠는지를 중심으로, 교사의 가르침에 대한 학생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수업을 관찰하고 평가한다. 셋째, 교사 수업 동아리 활동을 조직하고 활성화하는 것이다. 수업 개선에 관심있는 교사들이 모여 자발적으로 연구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학습 조직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필자의 경우, 학교 내에서 범교과적으로 수업 방법을 함께 연구하고 실천하는 교사 수업동아리를 조직하고 활동한 경험이 있다. 이를 통해 교사들의 수업 문화를 바꾸어가는 경험을 했다. 처음에는 외부 강사 중심의 연수 방식으로 진행하다가 점차 내부 교사들을 중심으로 독서 토론을 하고 자기 수업의 노하우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었다. 이처럼 자발적인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사 학습 동아리를 조직해서 활동하는 것이 좋다. 이때,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혁신학교 교사연구회나 서울시교육정보원에서 추진하는 학교단위 교실수업개선팀 등으로 응모하여 추진하면 학습 동아리 활동에 대한 지원금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에 필자는 핀란드와 덴마크 교육 탐방을 다녀올 기회가 있었다. 이때 연수 마지막날 덴마크 오덴세 교사지원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수석교사에게 다음과 같은 예민한(?) 질문을 던졌다. “핀란드 교육에 대하여 덴마크 교사로서 어떻게 평가하나요?” 핀란드와 덴마크는 이웃나라이지만 핀란드는 PISA 1위 국가이고 덴마크는 PISA 30위권 국가이기 때문에 미묘한 질문이기도 했다. 이때 수석교사는 “덴마크에 비해서 핀란드가 교육적인 측면에서 앞서간다고 생각해요. 그 비결은 교사라고 생각합니다. 핀란드 교사들은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고 교사에 대한 사회적, 경제적 대우도 매우 좋습니다. 그러다 보니 핀란드는 우수한 교사들이 매우 많습니다. 그에 비해 우리 덴마크는 핀란드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이 말에 필자는 수업 혁신의 핵심은 결국 교사의 역량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을 수 있었다. 교사의 업무를 단순화하고 교사들의 능력을 수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 수업 및 평가의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는 교육 체제를 구축해야만 진정한 수업 혁신이 가능해질 수 있을 것이다. 덴마크 선생님의 이야기를 통해서 마음 속에는 다음과 같은 오래된 명제가 떠올랐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참고도서

김성천 외, “학교를 바꾸다”, 우리교육, 2010

사토 마나부,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 에듀케어, 2006

손우정, ‘배움의 공공체를 기반으로 한 학교 개혁’, “협동학습 저널”, 2009 겨울호

황성원, ‘프랑스 공교육과 프레네 교육’, “충남교육연구(7호)”, 2005

정훈, “자발성과 협력의 프레네 교육학”, 내일을 여는 책, 2009

실비아 챠드, “프로젝트 접근법”, 창지사, 1995

후쿠타 세이지, “핀란드 교육의 성공”, 북스힐, 2008

정문성, “협동학습의 이해와 실천”, 교육과학사, 2008

케이건, “협동학습”, 디모데, 1998

김현섭 외, “아이들과 함께 하는 협동학습2”, 한국협동학습센터, 2008

서울특별시교육청 중등교육과, 혁신학교추진자문단 제2차 워크샵 자료집(2010.12)

 

참고 사이트

서울특별시교육청 www.sen.go.kr

한국협동학습연구회 cooper.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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