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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혁신

학기초에 학생들을 꽉 잡아야 일년이 편하다?

by 김현섭 2013. 3. 8.

교사들이 가지고 있는 관행적 신념 중의 하나는 학기 초에 학생들을 꽉 잡아야 일년이 편하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신념은 제 교직 경험에 비추어볼 때 상당 부분 효과가 있는 원칙입니다. 학기 초에 교사가 엄격하게 학생들을 대하게 되면 학생들은 초두(初頭) 효과에 의해 무서운 선생님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교사의 지시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명제가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교육적인 명제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학기 초 사소한 잘못을 통해 교사에게 심하게 야단맞게 된 학생 입장에서는 이후 자기보다 더 큰 잘못을 한 학생에게 해당 교사가 관대하게 넘어가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육에 있어서 중요한 원칙 중의 하나가 일관성과 형평성입니다.

수업이 잘 이루어지려면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선이 잘 세워져야 합니다.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과의 경계선을 세우기 문제에 대하여 고민을 합니다. 어떤 교사는 경계선이 높아 수업 질서는 있으나 두려움이 교실을 지배하고 학생들의 관계성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어떤 교사는 경계선이 낮아 학생들의 자유로움이 지나쳐 방임 형태로 떨어져서 수업에 질서가 사라지고 학생들의 배움이 충분히 일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러므로 두려움과 방임 사이에서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선을 그어야 합니다. 그런데 교사마다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경계선을 정할 수 없습니다.

경계선을 세우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교사와 비교해서 경계선이 높은 것인가 낮은 것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교사의 가르침과 학생들의 배움이 이루어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경계선이 세워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사와 학생과의 경계선을 잘 세우기 위해서는 첫 수업 시간부터 수업 규칙을 구체적으로 정하여 제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수업 규칙은 교사가 고민해서 제시할 수도 있고 학생들과의 협의 과정을 통해 만들 수도 있습니다. 수업 규칙 세우기를 통해 교실 안에서 질서와 자유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수업 규칙이 너무 많으면 교사가 이를 지켜나가기 힘들고 학생들과의 관계성을 세우기도 힘듭니다. 수업 규칙 자체가 없거나 잘 지켜지지 않는다면 수업은 무질서 속으로 빠져들기 쉽습니다.

수업 규칙은 교사가 수업을 하는데 있어서 꼭 필요한 3-5가지 정도를 규칙으로 만들면 좋습니다. 가급적 수업 규칙의 수가 적을수록 좋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강조하는 수업 규칙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 교사는 최선을 다해 수업을 할 것이고 교사의 최선만큼 학생들도 열심히 공부하기 (수업 시간에 다른 과목을 공부하거나 숙제하지 않기, 수업 시간 안에 핸드폰을 활용하지 않기 등)

■ 교사의 권위 자체를 도전하거나 정당한 지도에 불응하는 경우, 엄하게 처리할 것임

■ 수업 안에서 거짓말하지 않기 (보고서 작성시 출처 밝히기, 수업 시간에 실수를 했는데도 그 실수를 인정하지 않고 거짓말 하지 않기 등)

■ 수업 시간에 다른 학생들을 배려하고 함께 공부하기 (협동학습이나 프로젝트 수업시 모둠원 학생들과 협력하여 과제 완성하기, 사회적 기술 실천시 보상함 등)

수업 규칙은 가급적 세부적이고 지킬 수 있는 것으로 정해야 하고 명확하게 학생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공지해야 합니다. 그래야 이에 해당하는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수업 규칙에 따라 일관성있게 지도해 나갈 수 있습니다.

수업 규칙의 핵심은 교육적인 원칙에 따라 일관성 있게 지켜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교사의 감정 상태나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수업 규칙이 운영되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