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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함께 만드는 졸업식과 입학식, 그리고 학교세우기 활동으로서 신입생 OT

by 김현섭 2014. 1. 4.

 예전에는 졸업식하면 떠오는 단어들이 엄숙한 졸업식과 상장, 꽃다발, 졸업장, 짜장면 등이었다. 그러다가 몇 년전 일부 중고등학교에서는 짖궂은 졸업생들이 교복을 찢거나 밀가루를 뿌리고 심지어 알몸으로 학교 주변을 도는 일까지 벌어져서 경찰까지 출동하는 웃지 못할 일들이 벌어지면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기도 하였다. 졸업식날 교사들은 혹시나 일부 학생들이 교사의 자가용 차량을 훼손할까봐 일부러 차를 가져 가지 않고 출근하기도 하였다. 졸업식 당일 생활지도부 남교사들을 중심으로 일찍 졸업식장 입구에 나와 졸업생들의 물품을 검사하면서 계란이나 밀가루를 가져왔는지 소지품 검사를 하기도 하였다. 언제부터인가 졸업식 풍경을 살펴보면 아쉬움 때문에 우는 학생들을 찾아 보기 매우 힘들어졌고, 대충 빨리 졸업식을 마치고 가족끼리 기념 사진 찍고 교문을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졸업식은 학교 생활을 의미있게 마무리하고 서로 축하하는 자리라기보다는 사고없이 넘기길 바라는 형식적인 행사 정도로 전락하였다. 입학식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학교에 구성원이 되는 뜻 깊은 첫 자리이지만 설렘과 기대보다는 의례적인 행사 정도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왜 졸업식과 입학식이 뜻깊은 자리임에도 불구하고 형식적인 행사로 전락했는가? 이는 졸업식과 입학식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행사라는 형식 속에 충분히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졸업식과 입학식의 주인공인 졸업생과 신입생이 주인으로서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행사 속에서 충분히 확보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소중학교의 졸업식 이야기

경기도 덕소중학교는 지난 2013 졸업식때 ‘End 아닌 And 졸업식(Not End But And Festival)’이란 타이틀로 10시부터 1시간 동안 열린 1부 졸업식은 학교 강당에서 모두가 모인 가운데 축하공연 형식으로 진행하였다. 졸업생들의 새 출발을 위한 학교 교장의 짧은 덕담을 시작으로 재학생과 졸업생, 교사들의 축하공연까지 펼쳐지며 모두가 함께하는 흥겨운 한마당이 연출되었다. 졸업생과 재학생들의 노래와 춤에 대한 발표가 있었는데, 공연이 이어지는 동안 졸업생들은 물론 자리에 참석한 학부모들도 큰 박수를 보내며 호응을 보냈다. 졸업식 사회를 교사와 제자가 짝을 이루어 진행하였고, 3학년 담임교사들이 모두 등장해 학생들과 깜짝 공연을 펼쳐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교장 선생님도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완벽히 불러 많은 사람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졸업생 대표가 선생님과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글을 낭독하고 선생님과 부모님께 큰 절을 올렸다. 각 학급에서 제작한 영상을 상영하면서 1부를 마무리하고 2부에서 각 학급별로 진행되었다. 3학년 각 학급에 모인 담임교사와 학생들은 학부모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그들만의 미니 졸업식을 열었다. 졸업장과 앨범만 학급에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각종 상장을 모두 담임 교사가 직접 수여하는 작은 시상식도 함께 열었다.

생동중학교의 졸업식 이야기

대안학교인 생동중학교(강원도 홍천)에서는 지난 12282014학년도 졸업식이 열렸다. 생동중학교 졸업식은 모든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교사와 함께 고민하면서 졸업식을 준비하였다. 먼저 그동안의 학교 생활의 일상 생활 모습을 동영상으로 만들어 보여주었다. 졸업생들이 직접 작사 작곡한 노래를 춤으로 엮어서 일종의 뮤지컬 형식을 각자의 개성과 학교 생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노래와 춤 수준은 기대 이상이었다. 졸업식을 위해 학기말에 열심히 준비하여 발표한 것이었다. 졸업생이 한명씩 나와 졸업 소감문을 전체 참석자들에게 읽어주었다. 졸업생의 소감문이 마치면 교장 선생님이 직접 한 학생 한 학생 특성에 맞는 칭찬과 피드백을 실시하였다. 그만큼 교장 선생님이 담임 교사만큼이나 개별 학생에 대한 관심과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작년에는 졸업장을 천에 수를 놓아 한 땀 한 땀 후배들이 직접 만들었다면 올해는 졸업장을 도자기 형태로 만들어 그 속에 글과 그림을 그려 넣어서 정성껏 구워서 주었다. 학생 앨범은 3년 동안 학교 생활 속에서의 자연스러운 장면들을 사진으로 찍어 개별 맞춤형으로 만들어 배부하였다. 예식이나 선물이 하나 하나 땀과 정성이 베인 것들이었다. 졸업식의 마지막 순서는 운동장에서 졸업생들이 준비한 풍물 공연이었다. 풍물 공연을 통해서 참석자들이 함께 어울려 뒷풀이를 하였다. 추운 겨울이라 실외 온도는 매우 추었지만 학생들의 열정을 막지는 못했다.

좋은 졸업식 문화 만들기

좋은 졸업식 문화를 만든 학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첫째, 학생들이 직접 기획 과정에서부터 참여한다는 것이다. 기말고사 이후 여유있는 시간을 활용하여 학생들이 졸업식에 대하여 고민하면서 아이디어를 내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시간을 가진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기 때문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참여율이 높아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재학생, 졸업생 모두 졸업식을 자연스럽게 기대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다.

둘째, 교장 선생님의 적극적인 지원과 교사들의 창의적인 노력이 있었다는 것이다. 학교 행사는 교장 선생님의 적극적인 의지와 지원 없이는 새로운 시도를 하기 힘들다. 사실 12월에서 2월 사이는 학생들에게는 여유있는 시간일지 몰라도 교사에게는 가장 바쁜 시기이다. 기말고사 처리, 방학 준비, 생활 기록부 작성 등 할 일이 많다. 하지만 졸업식의 의미와 취지를 살리기 위해 교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기에 풍성한 졸업식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교무부에서 주관하는 의례적인 행사로 여기지 않았다.

셋째, 축제같은 형태로 졸업식 문화를 만들어갔다는 것이다. 졸업식을 통해 노래와 춤, 소감문 낭독 등 그동안의 재능과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졸업생, 재학생, 교사, 학부모 등 학교 주체들이 모여 각자의 재능을 발휘하여 작은 축제로서의 역할을 하였다.

 

입학식

입학식은 새로운 학교 구성원을 맞이하는 의미있는 자리이다. 입학식을 통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학교에 대한 첫 이미지를 가진다. 그러기에 입학식 문화는 입학 이후 펼쳐질 학교 생활에 대한 이미지를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대개 입학식은 국민의례, 신입생 선서, 교장 선생님 말씀 등으로 관행적인 순서에 따라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 일부 학교에서는 입학식에 새로운 아이디어를 넣어 입학식이 가지고 있는 환영의 의미를 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작년 용인 솔개초등학교에서는 강당 입구에 무지개 풍선으로 장식한 문을 만들어 놓고 학생들이 통과하여 입학식장에 들어올 수 있도록 하였다. 이때 선생님들이 붉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학생들을 환영해 주었다. 입학식에서 둘리와 곰돌이 인형을 입고 학생들 앞에서 선생님이 춤추며 환영하는 시간을 가졌다. 떡 케이크를 자르기 순서도 가졌고, 자기 꿈을 종이 비행기에 담아 날리는 것으로 입학식을 마무리하였다. 처음 입학하는 학생들을 학생 입장에서 다가가기 위한 시도였는데,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반응이 매우 좋았다.

서울 교동초등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왕관을 만들어 학생들에게 일일이 씌어주었다. 그리고 2학년 선배들이 사탕 목걸이를 만들어 신입생들에게 선물로 목에 걸어주었다. 공주 정안초등학교에서는 5-6학년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손가마를 만들어 태워주는 시간을 가졌다. 거제 숭덕초등학교에서는 자녀를 향한 부모의 격려를 담은 메모지를 촛불에 태우는 시간을 가졌다. 촛불의식을 통해 입학의 의미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다. 교사들은 책 날개 독서 서약을 통해 학생들에게 책읽기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을 선서하고 신입생에게는 책과 색연필을 선물로 주었다.

그밖에 입학식을 보다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입학식을 통해 신입생을 진심으로 환영하고 새로운 학교 생활에 대한 두려움을 줄여주고 기대와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입학식만큼 중요한 것이 신입생을 위한 입학 오리엔테이션이다. 많은 학교들에서 실시하고 있는 오리엔테이션에서는 학교 생활에 필요한 안내 사항을 전달 위주로 설명하듯이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오리엔테이션의 개념을 학교 생활 적응을 위한 안내하는 시간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즉 오리엔테이션 활동이 학교 구성원으로서 학교 세우기 활동(School building)의 일환으로서 발전해야 한다. 학교 세우기 활동이란 학교 구성원들이 자기가 속한 학교에 대한 애교심을 가지고 구성원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가지고 자부심을 심어주기 위한 활동을 말한다. 좋은 학교인지 아닌지를 판가름하는 것은 학교 시설이나 교사 수준이 아니라 학생들이 자기 학교에 대한 애정과 소속감이 어느 정도인지에 달려있다. 교가와 학교 상징물 만들기, 교복 착용 등도 학교 세우기 활동 중의 일부이다. 2010학년도 서울 구현고등학교에서는 23일 동안 청소년수련원을 통해서 오리엔테이션(O.T) 행사를 가졌다. 구체적인 활동으로는 학교 철학 안내, 교육과정 소개, 교가 배우기, 학교 부서별 안내 사항, 학생 생활 규칙, 학급 담임과의 시간, 학급 세우기 활동(Class building), 고교 생활 계획서 세우기, 각종 레크레이션 활동 등을 가졌다. 오리엔테이션 행사가 단순히 학교 생활 안내 자료를 전달하는 자리를 넘어 새로운 학교 구성원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하고 의미있는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학교 세우기 활동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었다. 학생들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를 하고 나서 가장 큰 변화는 우리 학교라는 공동체 의식을 가지게 되었고, 학교 생활에 있어서 인사하기가 자연스럽게 몸에 배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학교에서 강조하는 ‘5운동’(핸드폰, 수업시간에 졸기, 학교 폭력, 흡연, 지각 등)이 학생들에게 깊게 각인되었다. 이후 꾸준한 생활 지도로 인하여 주변 학교에 비해 흡연율이 최저인 학교로 발전할 수 있었다. 2011학년도 이후에는 여러 가지 사정상 학교 내에서 오리엔테이션을 약식으로 진행하였는데, 외부에서 23일 동안 수련회 형태로 진행되었을 때보다 그 효과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는 방식은 학교마다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통하여 학생들이 우리 학교라는 공동체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 매우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