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제 : 옛날에 동네의 짓궂은 아이들이 서리를 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것을 지었다고 합니다. 기둥 4개를 세워 짚으로 지붕을 만들고 사다리를 놓아 오르내리도록 했습니다. 옛날부터 밭을 지킨다는 구실 외에도 동네 사람들의 좋은 피서처이자 밤이면 젊은이들의 모임장소가 되었던 이곳은 어디일까요?
▪ 정답 : 원두막 (KBS 도전 골든벨 95회 프로그램 중 출제 문제 중)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은 한국방송에서 1999년 방송 시작 이후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고교생들 대상 퀴즈 프로그램이다. 그 이전에는 1973년에 시작된 문화방송의 ‘장학퀴즈’ 프로그램이 있었고, 현재 교육방송에서 이어지고 있다. ‘장학퀴즈’ 프로그램은 엘리트 학생들이 나와 다방면의 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지 퀴즈 방식으로 풀어간 것에 비해 ‘도전 골든벨’은 학교 단위로 100명의 학생들이 50문제를 서바이벌 퀴즈 형식으로 풀어간다. ‘도전 골든벨’ 프로그램은 소수 엘리트 학생들의 지식 중심 퀴즈보다는 다수 일반 학생들이 퀴즈 활동에 참여하고 퀴즈 문제 풀이 뿐 아니라 다방면의 개인기를 보여주기도 하고 고교생들이 가치와 생각을 보여주기 때문에 교육적 차원에서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도전 골든벨’이나 ‘장학 퀴즈’의 공통점은 전통 교과 및 학문적인 ‘지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학문적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한 산업화 시대에서는 의미가 있겠지만 3차 정보화 혁명 시대를 지나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전환하는 현재에 있어서 이러한 기존 퀴즈 프로그램 접근법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단순한 지식을 알아보는 것은 이미 인터넷 검색을 하면 손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인데, 이러한 지식과 이해 중심의 퀴즈가 지적 유희 활동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학력’ 저하 현상과 ‘참학력’
2019년 서울시교육청은 ‘서울 학생 기초 학력 보장 방안’을 발표하면서 초3, 중1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단 평가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으나 2020년 최근 일부 교육단체 반발로 인하여 지필고사 대신 교사의 관찰과 상담으로 대신할 수 있도록 하였다. 교육청에서 진단 평가를 추진하려고 했던 이유는 기초 학력 저하 현상에 대하여 더 이상 넘어갈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OECD 국제학업성취도 비교 연구(PISA)에서 한국은 예전에 비해 하락한 것이 사실이다. PISA 2012까지 한국은 전체 국가 중 읽기, 수학, 과학 모두에서 대부분 5위 이내 순위를 차지했으며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PISA 2015에서는 읽기 4~9위, 수학 6~9위, 과학 9~14위를 기록했으며 PISA 2018 결과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를 분석해도 기초 학력 미달 학생의 비율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고 있지 않다.
대신 학생들의 학교 생활 만족도는 높아졌다. 중학생과 고등학생의 행복도 '높음' 비율은 각각 64.4%와 64.7%였는데, 이는 같은 문항으로 조사가 시작된 2013년의 결과(중 43.6%, 고 40.4%)에 견줘 중학생이 20.8%, 고등학생이 24.3% 증가한 수치이다. 또한 행복도 ‘높음’ 비율은 2013년 이후 대체로 해마다 상승하고 있다. 중학생은 2013년 43.6%, 2015년 56.2%, 2017년 65.5%, 2019년 64.4%였다. 고교생은 2013년 40.4%, 2015년 49.2%, 2017년 56.4%, 2019년엔 64.7%였다.
학생들의 기초 학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지만 학생들의 학교 생활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는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우리에게 준다.
기초 학력 저하 현상은 앞으로 지속되거나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학생 수 감소와 디지털 원주민 증가, 구성주의 교육과정 문화 등이 있기 때문이다. 학력 저하 현상의 근본 원인에 대한 해석에 따라 다양한 해법이 등장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말하는 ‘학력’은 전통적 학력관에 기초한 학력이다. 전통적인 지식과 학문 수행 능력을 강조한 개념이다. 그래서 기존 전통적인 ‘학력’ 개념을 비판하면서 그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 바로 ‘참학력’이다.
경기, 충남, 전북교육청 등에서 미래 학력으로서 ‘참학력’이란 새로운 개념을 사용하였다. ‘참학력’이란 ‘학생이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삶의 길을 찾고, 더불어 살아가는데 필요한 힘’이다.(충남교육청, 2019) 다시 말해 ‘학교 교육의 결과를 통해 길러진 감성, 지성, 시민성이 조화롭게 발달된 결과로서 합리적으로 깊이 생각하는 힘, 타인의 처지를 공감할 줄 알고, 느낀 것을 표현할 수 있는 힘, 인간의 자유와 평등을 위해 실천하는 힘(지성, 감성, 시민성 차원)’과 ‘학교 교육을 통해 길러진 교과 학업 성취는 물론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역량과 더 좋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는 민주시민적 힘(교과지식, 역량, 실천)’이다.(성열관 외, 2017) 즉, ‘참학력’이란 역량 중심 교육과정에서 말하는 ‘역량’을 말한다.
무엇을 평가할 것인가? : 전통적인 지식 vs 학생들의 흥미 vs 미래 사회를 살아갈 역량
평가는 교육과정에 근거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다. 교육과정은 교육철학에 의해 구조화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학교에서 ‘무엇’(What)을 가르칠 것인가와 관련된 문제이다.
교육과정(지식)을 바라보는 3가지 기본 입장이 있다. 교과 중심 교육과정이나 학문 중심 교육과정은 전통적인 지식이나 학문의 기본 구조를 강조한다. 전통적인 학력관은 여기에 해당한다. 경험 중심 교육과정이나 구성주의 교육과정에서는 학생의 흥미와 경험을 강조한다. 여기에 해당하는 구성주의적 학력관은 학생의 흥미와 자기주도적인 참여에 초점을 두고, 지식 중심의 학력이란 말 자체를 부정적인 의미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다. 사회 중심 교육과정이나 역량 중심 교육과정은 사회의 필요에 초점을 맞추어져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역량 중심 학력관은 '아는 것(지식)'을 넘어 '할 수 있는 것(역량)'에 초점을 둔다.
수업에서 전통적인 지식을 강조하면 학생의 흥미가 약화되는 한계가 있다. 딱딱하고 방대한 지식을 수용한다는 것이 학생 입장에서는 그리 재미있는 행위가 아니다. 그래서 학생의 흥미를 강조하면 당연히 학생들의 배움 만족도는 올라가지만 반대로 지식 중심의 학력 수준은 저하될 수밖에 없는 문제가 생긴다. 이러한 딜레마를 극복한 것이 역량이다. 그런데 역량은 지식과 삶을 연결하고 학생의 흥미를 고려해야만 가능한 것이다.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 맥락에서 바라본 수업 문제
최근 교육계에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교육청에서도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란 ‘교사가 재구성한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배움중심 수업의 전개와 성장 중심 평가를 통해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역량의 신장을 도모하는 일련의 과정’이다.(경기도교육청, 2017) 이러한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에는 현재 교육과정 따로, 수업 따로, 평가와 기록이 따로, 이루어지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분리’의 교육 현실에 대한 반성에서 나온 것이다. 원래 교육과정대로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고, 수업한 것을 대상으로 평가하며, 그 평가 결과를 기록하는 것은 당연하고 정상적인 교육 행위인 것이다.
학문 중심 교육과정 하에서는 강의식 수업, 문제 풀이식 수업, 토의토론 수업 등을 해야 한다. 전통 교과 지식의 습득과 이해, 학문의 기본 구조와 탐구 능력을 기르는 데 초점을 맞추어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구성주의 교육과정 하에서는 발견 학습, 프로젝트 학습, 문제 중심 수업, 놀이 수업, 협력수업 등을 해야 한다. 학생 흥미 유발과 협력적 배움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 하에서는 문제 중심 수업(Problem Based Learning), 프로젝트 기반 수업(Project Based Learning), 토의토론 수업, 협동학습, 자기주도적 학습 및 학습코칭 등을 해야 한다.
2015 국가수준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표방하고 있다. 6대 핵심 역량으로 자기 관리 역량, 지식 정보 처리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심미적 감성 역량, 의사소통 역량, 공동체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2016)의 경우, 지역 수준 교육과정 차원에서 자주적 행동 역량, 비판적 성찰 역량, 창의적 사고 역량, 문화적 소양 역량, 의사소통 역량, 협력적 문제 해결 역량, 민주 시민 역량을 7개 핵심 역량을 제시하였다.
역량이란 ‘특정 맥락의 복잡한 요구를 성공적으로 충족시키는 능력’이다.(OECD, 2003) 역량은 인지적 능력 뿐 아니라 실천적 기술을 포함하며 가치, 태도, 감정, 동기 등이 포함된 총체적인 능력이다. 즉, 역량이란 ‘아는 것’을 넘어 ‘할 수 있는 것’으로서 문제 해결 능력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국가수준 및 지역수준 교육과정상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지향한다면 수업도 역량 중심 수업을 지향해야 한다. 이는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현실은 이러한 상식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현재 교육 현실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구성하고 지식 전달에 초점을 맞추어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고교 교실에서는 강의식 수업과 문제풀이식 수업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는 현재 고교 교육과정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 아니라 학문 중심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총론(역량 중심)과 각론(학문 중심)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을 분석해 보면 총론은 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제시되어 있지만 초등학교 1-4학년은 구성주의 교육과정, 초등학교 5,6 학년은 구성주의 교육과정+학문 중심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고, 중학교는 구성주의+학문 중심+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고등학교는 학문중심 교육과정+역량 중심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다 보니 실제 교실 수업 문화를 살펴보면 세 가지 입장의 수업 방식이 혼재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제는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 국가수준 교육과정으로 제시되었다면 초중고 학교급별 교육과정도 가급적 그에 맞추어 구성되어야 한다.
경기도교육청의 경우, 역량 중심 수업이라는 표현 대신 ‘배움 중심 수업’을 말하고 있다. 배움 중심 수업은 ‘삶에 필요한 역량을 그리기 위한 학생의 자발적인 배움이 일어나는 수업’으로서 ‘배움과 삶이 일치된 수업’이다. 원래 ‘배움 중심 수업’은 교육학 용어가 아니라 2010년 경기도교육청에서 혁신교육 정책 일환으로 만들어낸 정책 용어였다. 맨 처음에는 ‘배움의 공동체’라는 용어를 사용했지만 일본의 ‘배움의 공동체’ 운동과의 차별성 문제 등으로 인하여 정책 연구를 진행하여 개발된 개념이다. 학생 참여형 수업을 넘어 교육과정 재구성을 포함한 개념으로 배움 중심 수업을 만들었다. 배움 중심 수업 개념이 만들어진 시기는 구성주의 교육과정을 표방한 7차 교육과정 시기였기 때문에 구성주의적 학력관에 토대를 두어 활용되었다. 2015 교육과정 이후에 역량 중심 교육과정이 강조되면서 배움 중심 수업에 대한 정의도 역량을 포함한 개념으로 수정 보완되었다. 즉, 현재 배움 중심 수업에서의 지식관은 구성주의적 지식관(흥미)과 역량중심 지식관(역량)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것이다. 구성주의적 지식관과 역량 중심 지식관은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는데, 차이점에 초점을 맞추게 되면 교육적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학생이 좋아하는 것과 학생이 사회적으로 필요한 것을 배우는 것이 늘 일치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제시했다면 지역 수준, 학교 수준, 교사 수준 교육과정에서도 가급적 그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성장 중심 평가를 넘어 역량 중심 평가로!
교육과정과 수업한 것을 토대로 학습 목표 도달 여부를 확인하고 피드백하는 것이 평가이다. 학문 중심 교육과정에서 평가 방식은 기본적으로 지필고사 중심 학력 평가, 일제 및 경쟁 학습 평가를 선호한다. 선다형 객관식 평가와 논서술형 지필 고사를 통해 학문적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지, 알고 있는 학문적 지식의 오류가 있는지 점검하고 학문적 탐구 능력에 초점을 맞춘 논서술형 평가를 강조한다.
구성주의 교육과정에서 평가 방식은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흥미를 고려한 수행 평가 중심 평가와 학생 개인의 성장을 강조하는 성장 중심 평가, 그리고 개별 및 협동 학습 평가 방식을 지향한다. 지식과 이해에 초점을 둔 선다형 객관식 평가는 학생 흥미와 자기주도성을 측정하기 힘들기 때문에 학생의 흥미와 학습 과정에 초점을 맞춘 수행 평가를 보다 강조한다. 학습 활동 결과물을 모은 포트폴리오, 학생 관찰법, 프로젝트 과제물, 노트 필기 및 학습지 결과물 등 학습 과정에서의 산출물, 학생 상호 간 협력 자세 등으로 평가한다.
역량 중심 교육과정에서 평가 방식은 학생 역량 강화에 초점을 두고, 지식을 실천하고 적용하는 것을 강조한 실천 중심 평가이다. 또한 개별 및 협동학습 평가 방식을 선호한다. 역량 중심 평가에서는 지필 평가와 수행 평가 모두를 강조한다. 특히 학습한 지식을 심화하거나 삶 속에서 실천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가 이루어진다.
최근 교육청에서 정책적으로 과정 중심 평가를 강조하다가 올해부터 성장 중심 평가를 강조하고 있다. 사실 현장 교사들은 새로운 평가 담론이 생길 때마다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과정 중심 평가는 결과 중심 평가의 반대 개념이다. 결과 중심 평가란 학생이 교수학습이 종료된 이후에 성취 목표와 도달 정도를 확인하는 관점이다. 그에 비해 과정 중심 평가란 교수학습 과정 중에 학생을 평가하여 보다 나은 배움이 일어나도록 하는 돕고자 하는 평가 관점이다. 과정 중심 평가는 학습을 위한 평가, 성취 기준에 기반한 평가, 다양한 평가 방법, 피드백 강조, 종합적인 능력 확인, 수업과 연계된 평가이다. 그런데 평가는 과정 중심 평가와 결과 중심 평가는 상호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관계이다. 엄밀히 말하면 평가는 기본적으로 결과 중심 평가일 수밖에 없지만 현실적으로 결과 중심 평가만 강조되다 보니 과정을 무시하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평가 관점인 것이다. 과정 중심 평가는 새로운 평가 방법이 아니라 평가 관점의 전환을 의미한다. 그래서 과정 중심 평가 방법은 기존 수행평가를 강조하지만 수행평가를 위한 수행 평가는 반대하고 수업 중 수행 평가를 지향한다. 그리고 형성 평가를 상대적으로 강조하는 정도이다. 현실적으로 과정 중심 평가를 하려면 교사가 수업 활동에 전념하기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다인수 학급에서 수업 활동과 평가 활동을 동시에 수행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 중심 평가 담론의 한계가 있기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종합적인 평가 담론이 성장 중심 평가이다. 성장 중심 평가는 경쟁 중심 상대 평가의 반대 개념이다. 경쟁 중심 상대 평가는 학생 선발을 목적으로 한 규준 지향 평가 방식이다. 한 집단의 점수를 성적의 높은 순으로 배열하기 때문에 집단 내에서의 개인의 변별력 확보는 쉽게 비교할 수 있으며, 평가자의 주관적 입장이 제거하여 형평성 차원에서 공정하다고 할 수 있다. 그에 비해 성장 중심 평가란 ‘학습의 과정과 결과에 대한 피드백을 통해 학생의 성장과 발달을 돕는 평가로서 학생의 배움과 교사의 가르침을 지속적으로 성찰하고 개선하여 모두의 성장을 지원하는 평가’이다.(경기교육청, 2018) 경쟁 중심 상대 평가는 남을 비교하여 우월 여부를 따지는 평가 방식이라면 성장 중심 평가는 학생 개인의 성장과 발달에 초점을 맞춘 평가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성장 중심 평가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평가 방법은 향상 점수제이다. 자기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 해서 시험 이후 어느 정도 성적이 올랐는지, 떨어졌는지 확인하여 피드백하는 것이다. 향상 점수제의 기준은 다른 사람의 성적과 비교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진단 성적을 기준으로 향상 여부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성장 중심 평가 담론은 기본적으로 구성주의적 평가관에 해당한다. 학생을 자기주도적 존재로 여기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고, 다른 사람과 비교가 아니라 자기를 기준으로 끊임없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역량 중심 교육과정을 지향한다면 평가 방식도 구성주의적 평가관에 근거한 성장 중심 평가보다는 역량 중심 평가를 지향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역량 중심 평가란 무엇인가?
첫째, 역량 중심 평가는 역량에 초점을 맞춘 평가이다. 2015 교육과정의 경우, 6대 핵심 역량을 기준으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공동체 역량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공동체의 의미와 특징을 지필 고사로 확인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 협동학습 활동에서 동료 학생들과의 상호 협력적 태도를 관찰하고 동료 평가 등 다면 평가를 통해 협동성을 평가하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즉, 개인주의적이거나 이기적인 학생들은 나쁜 점수를 받고, 협동적인 학생들은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창의적 사고 역량을 평가한다면 논서술형으로도 평가할 수 있겠지만 프로젝트 수업 시 창의적으로 프로젝트 결과물을 산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뻔한 정답을 낸 학생보다는 새로운 해답을 제시한 학생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역량 중심 평가는 문제(Problem) 해결 중심 평가이다. 역량은 구체적인 삶의 맥락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Problem)을 해결하는 능력을 말한다. 예컨대, 문제 중심 수업(PBL)을 통해서 다양한 삶의 문제들을 교실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고 어느 정도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는지를 중점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토의토론 과정을 통해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추구하고 있는 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역량 중심 평가는 실천 중심 평가이다. 역량 중심 평가는 수업을 통해 배운 기존 지식을 바탕으로 이를 잘 활용하여 삶 속에 적용하거나 보다 심화된 지식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한다. 예컨대, 환경 보호를 주제로 학습했다면 환경 보호를 위한 실천 방안을 모색하고 직접 실천함으로서 어떠한 행동 변화가 있었는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역량 중심 평가는 말 그대로 ‘수행 평가’이다.
넷째, 역량 중심 평가는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제시한 교육과정 성취 기준에 토대를 둔 평가이다. 성취 기준이란 학생이 교육과정을 통해 도달해야 하는 구체적인 수준과 기준을 말한다. 교육 목표에 따라 교육과정이 구성되는데, 목표 도달 여부의 기준이 성취기준이다. 학습 목표는 내용적인 지식 중심으로 구성되지만 성취 기준은 내용적인 지식 뿐 아니라 과정적 지식도 포함하여 구성된다. 과정적인 지식이란 ‘제한 시간 안에 과제 완성하기’,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경청하기’ 등 내용적인 지식을 습득하기 위한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 태도, 경험 등을 말한다. 그런데 현재 2015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성취 기준은 추상적이고 모호하여 좀 더 구체적인 형태로 수정 보완될 필요가 있다.
다섯째, 역량 중심 평가는 성취평가제를 추구한다. 평가는 테스트(test)와 피드백(feedback)으로 이루어진다. 지금까지 평가 담론은 주로 테스트에 초점을 두었다면 이제는 피드백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 학습 목표와 성취 기준에 도달하지 못한 경우, 최소 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피드백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성취평가제란 학생이 수업 시간 출석 시수를 채웠다고 승급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과목의 성취 기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최소 성취 기준에 미달한 경우, 재수강 등 그 결과에 대하여 책임을 가지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성취평가제는 국민공통기본교육과정에 해당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현실적으로 도입하기는 힘들겠지만 선택교육과정에 해당하는 고등학교에서는 도입하는 것을 검토해보면 좋을 것이다. 특히 성취평가제는 고교 학점제와 연결되어 있다.
여섯째, 역량 중심 평가는 성장 중심 평가와 상호 보완적 관계이다. 지식을 활용하는 능력이 역량이므로 지식을 빼고 역량을 말할 수 없다. 성장 중심 평가에서 학생 개인의 성장과 발달을 지향하는 것이 학생 개인의 역량을 신장하고 피드백하는 역량 중심 평가와 상호 모순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성장 중심 평가를 부정하고 역량 중심 평가만 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성장 중심 평가에서 역량을 강조하는 맥락으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문제 해결 중심(PBL) 평가 TV 프로그램을 기대하며
이제는 과감하게 ‘도전 골든벨’이나 ‘장학퀴즈’를 폐지할 때가 되었다. 일반 국민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송 특성을 생각해 볼 때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전통적인 학문 ‘지식’에 초점을 과거 퀴즈 패러다임을 버리고 새로운 미래 사회의 변화에 발맞춘 새로운 패러다임의 프로그램이 나타날 때가 되었다. 그 대안으로 2016년 교육방송에 방영된 교육대기획 시험 5부 ‘누가 1등인가?’ 프로그램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10명의 청년들이 등장한다. 이 중에는 수능 1등도 있고, 꼴찌도 있다. 대학생도 있고, 작가도 있고, 청년 사업가 등 다양한 직종에서 종사하는 청년들이 참여한다. 10명의 청년들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자기 신분(?)을 감추고 제주 지역에서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어떠한 역량을 발휘하는지 테스트를 한다. 미션 수행 후 핵심 역량이 뛰어난 청년을 평가하고 나서 원래 자기 신분(?)을 공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여기에서 놀라운 반전이 일어나는데, 역량 중심 평가 결과와 수능 성적과 상관 관계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요즘 인기 예능 프로그램을 살펴보면 연예인들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는 PBL(Problem Based Learning, 문제 해결 수업)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컨대, 연예인이 다른 나라에 가서 숙박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한국 음식을 만들어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것 등이다. 다만 예능 프로그램 특성상 재미에 초점을 두어 촬영하지만 교육 프로그램이라면 교육 목표에 맞추어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면서 역량을 기르고 평가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혹시 누군가 이 글을 보고 관심이 있는 방송 관계자가 있다면 꼭 연락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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