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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융합 수업에 도전하다

by 김현섭 2023. 5. 1.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교사? 창의융합형 교사?

2015 교육과정의 주요 방향은 창의융합형 인재 양성이다. 이번에 발표된 2022 개정 교육과정의 비전은 포용성과 창의성을 갖춘 주도적인 사람이다. 이는 OECD 교육2030에서 제시한 변혁적 역량을 기르기 위한 학생의 행위 주체성, 자기주도성 개념이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고등학교는 학점 기반 선택 교육과정으로 명시하였고, 비판적 질문, 실생활 문제 해결, 주요 문제 탐구 등을 위한 글쓰기, 주제 융합 수업 등을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진로선택과 융합선택과목을 신설하고 재구조화했다. 2015 교육과정에 이어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융합교육을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래사회에서 필요한 핵심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식을 융합하여 새로운 가치와 지식을 창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융합교육을 위해서는 기존 지식 체계를 아우르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교사가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교사들은 기존 학문적 체계의 기틀 위에서 훈련받았기에 융합 교육을 교실에서 실현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가 융합적 사고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융합 교육을 통해 학생들을 창의융합형 인재, 포용성과 창의성을 가진 주도적인 사람으로 세운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융합수업이란?

융합과 통합은 이질적인 성격을 가진 것들이 하나로 합한 것이다. 그런데 통합이 원래의 특성을 가진 상태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가졌다면, 융합은 원래 특성이 사라지고 전혀 다른 새로운 것이 창조된 상태이다. , 통합은 물리적 결합이라면, 융합은 화학적 결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통합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이 융합이다. 융합을 위한 방법론이 통섭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삶의 문제들은 학문의 경계를 뛰어넘는다. 학문 각각의 분야는 어떤 문제를 풀기 위해 여러 지식과 방법을 모아놓았던 것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분야들은 앞에 놓인 문제에 따라 각 분야끼리 헤쳐모여를 반복해야 한다. 그러므로 융합은 일상과 가장 가까운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융합 수업이란 교과 및 학문 간 경계를 넘어 주제 자체를 융합적으로 접근하는 수업이다. 융합 수업은 교과 교육과정에서 벗어난 주제를 다양하게 다룬다. 지식 습득보다는 문제 해결력과 융합적 사고력을 키워주는 게 궁극적 목표이기 때문이다. 융합 수업의 키워드는 연결, 소통, 전체와 본질에 대한 직관이다.

 

학교, 융합수업에 도전하다!

현실적으로 교사 개인 차원에서는 융합 수업이 쉽지 않다. 특히 중등 교사의 경우, 자기 담당 교과를 넘어서 수업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기에 학교 교육과정 차원에서 다른 교과 교사 간의 협업을 통해 집단지성을 발휘하면 효과적인 융합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

융합 수업의 주제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주제, 여러 가지 영역을 아우를 수 있는 주제로 정하면 좋다. 예컨대, 생태, 마을, 질병(코로나), 적정기술 등이 좋다. 융합 수업을 잘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몇 가지 사항을 잘 고려해 보면 좋다.

 

• 적절한 난이도를 설정하여 접근하기

주제가 심도 있는 전문적인 주제로 선정하면 융합 수업이 실패하기 쉽다. 융합 과목의 대표적인 사례는 초등학교 1~2학년 교과의 즐거운 생활, 슬기로운 생활 등과 고등학교 과학과 진로 선택과목으로 개설된 융합과학 등이 있다. 그런데 초등 1~2학년 교과는 지속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지만, 고교 융합과학은 내용이 어렵다 보니 일부 교사들도 담당하기 꺼리는 경우도 있었다. 융합 수업의 주제가 전문성이 높은 주제로 선택하면 여러 교과 교사들이 참여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다소 광범위한 주제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 융합 수업을 위한 융합 수업은 피하기

융합 수업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융합 수업이 부실하게 진행되면 오히려 학생의 배움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연구와 고민 없이 대충 융합 수업을 시도하면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학년별로 잘못 짜깁기 방식으로 진행하면 좋지 않다. 의미 있는 융합 수업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집단지성 안에서 교사 간 상호 피드백이 잘 이루어져야 한다.

 

• 일상적인 삶과 관련한 주제를 선정하기

학생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고, 교과 차원이나 사회적인 요구 차원에서 의미 있는 주제를 선택하면 좋다. 예컨대, 코로나19 기간에 전염병이나 팬데믹 현상을 주제로 선정할 수 있고, 마을이나 생태를 융합하여 교과 융합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 처음에는 교과 차원보다는 친한 교사들끼리 함께 준비하기

학년 차원에서 해당 교사들이 모두 함께 융합 수업을 준비하여 진행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처음부터 쉽지 않다면 2~3명의 친한 교사들끼리 융합 수업을 시도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주제에 맞추어 해당 교과 담당교사끼리 융합 수업을 시도하는 것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이질적인 교과 담당교사들이 융합 수업을 시도하면 창의적인 융합 수업을 디자인할 수 있다.

 

• 중점 교과를 정하여 융합 수업을 준비하기

뮤지컬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 음악과가 중점 교과 역할을 담당하여 음악과 교사가 전반적인 융합 수업의 진행을 하면 좋을 것이다. 주제가 코로나19라면 보건교사나 과학과 교사가 중점 교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융합 수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디렉터(학년부장이나 중점 교과 교사 등)가 없으면, 융합 수업의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고, 주제를 교사마다 각기 다르게 접근할 때 통일된 메시지가 나오지 않아 학생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 전문적 학습공동체 차원에서 공동 수업 디자인하기

정교한 융합 수업을 하려면 해당 주제에 대한 집단 연구와 토의 과정이 필요하다. 각자 수업 지도안을 작성하되, 상호 피드백을 통해 서로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과정을 가지면 좋다. 전주 덕일중의 경우, 해당 학년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함께 책을 읽고 토론하고, 공동으로 연수과정에 참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공동 수업 디자인을 하고 실천하였다.

 

• 성취기준의 재구조화와 그에 맞는 평가 방안 개발하기

기존 성취기준은 교과 교육과정의 학습 목표에 맞추어 개발되었다. 그래서 융합 수업을 시도할 때 기존 성취기준과 맞지 않을 수 있다. 이러한 경우, 해당 주제와 관련한 성취기준들을 찾고, 이를 재구조화하여 접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프로젝트 수업으로 진행되었다면 프로젝트 수업에 맞는 수행평가 채점기준표(루브릭)을 제작하여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 교과 내 재구성 ⇒ 통합(혼합) 수업(짜깁기형) ⇒ 융합 수업 순서로 단계적으로 진행하기

처음부터 융합 수업으로 수업을 디자인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기존 교과 안에서 교과 내 재구성으로 시작하여 물리적 결합 형태인 통합수업으로 발전시켜나가면 좋다. 처음 시도할 때는 짜깁기 형태라도 좋겠지만 그다음에 시도할 때는 상호 피드백 활동을 적극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융합 수업은 시행착오 과정을 통해 정교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융합 수업 운영 사례

특성화 고교인 대구 영남공고에서는 융합 수업 주제로 김광석을 주제로 진행하였다. 김광석을 주제로 삼은 이유는 대구에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이 있는데, 영남공고가 김광석 거리 인근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김광석을 주제로 4가지 실천 과제로 접근하였다.

 

김광석을 만나고 세상을 바라보라

김광석을 읽고 쓰고 말하라

김광석을 듣고 부르고 연주하라

김광석을 그리고 꾸미고 만들어라

 

국어, 사회, 영어과가 함께하여 김광석 조사하기, 김광석 노래 감상하기, 김광석 관련 토론하기, 김광석 관련 글쓰기 활동을 융합 수업으로 진행하였다. 음악과, 미술과, 국어과 등이 융합 수업으로 음악 이론 익히기, 오르곤 만들기, 김광석 노래 부르기, 김광석 노래 연주하기, 김광석 노래 공연하기 등을 하였다. 미술과와 전문교과가 중점이 되어 김광석 거리 벽화 감상하기, 김광석 관련 디자인하기, 김광석 굿즈(상품) 생산하기, 전시회 진행하기 등을 진행하였다. 특히 특성화 고교 특성상 각 전문교과 및 학과의 특성을 살려서 다양한 상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까지 진행하였다. 예컨대, 김광석을 테마로 한 가방, 필통, 텀블러 등을 제작하였다.

영남공고 융합수업 실천 사례

기존의 단편적 사실 중심의 암기학습과 정답 위주의 문제풀이 학습 방식으로는 융합교육을 할 수는 없다. 솔직히 부담스럽지만, 올해 동료 교사(교사학습공동체)와 함께 융합수업을 과감하게 도전해 보는 것은 어떨까?

 

[참고문헌]

이영만(2001), “통합교육과정”, 학지사

최재천(2007), “지식의 통섭”, 이음

한주희, ‘교과는 다르지만 하나의 주제로 공동 수업 철학적 질문 던지며 융합적 사고력 높인다’, 행복한교육 2014.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