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학교혁신

혁신학교의 오해와 진실

by 김현섭 2013. 3. 18.

 

혁신학교운동은 단위학교에서의 풀뿌리 학교 혁신운동으로 시작되었다. 경기도 남한산초등학교와 이우중고등학교에서 시작한 학교혁신 실험이 좋은 성과가 나오게 되면서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고 뜻있는 교육운동가들이 스쿨디자인21, 새학교네트워크 등 학교혁신 관련 단체를 만들어 혁신학교운동을 펼치게 되었다. 좋은교사운동에서도 2010년도부터 학교혁신위원회란 이름으로 학교혁신 운동을 펼치다가 2012년도부터는 좋은학교만들기위원회 이름으로 다양한 학교혁신 운동을 펼치고 있다.

혁신학교운동은 경기도 진보교육감 등장 이후로 운동의 성격이 바뀌게 되었다.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위로부터의 운동으로 연계되기 사작하였던 것이다. 진보교육감의 최우선 정책으로 혁신학교가 선정되면서 위로부터의 대대적인 지원 정책이 펼치게 되었다. 이를 통해 짧은 기간 동안 혁신학교가 우리나라에서 확산되었고 많은 성과가 나왔다. 폐교 직전인 학교에 학생들이 몰리고 학교 주변 땅값이 올라갔다.

하지만 그 결과 또다른 문제가 발생하였다. 예전 열린교육운동이 아래로부터의 개혁운동으로 시작하여 위로부터의 개혁운동으로 전환되면서 순수한 열정을 가진 교사들이 주변으로 밀려나고 인센티브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운동의 주체가 되면서 결과적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나중에 보수 세력의 비판을 통해 몰락한 기억이 있다. 이러한 열린교육운동의 전철을 혁신학교운동이 다시 밟아서는 안되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다. 현재의 혁신학교운동은 아래로부터의 개혁 운동과 위로부터의 지원으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열린교육운동과는 그 흐름이 다르게 전개될 것이다. 하지만 위로부터의 개혁 운동 성격이 강하게 되면 정치적인 지형에 따라 그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다.   

혁신학교의 성과는 곧 진보교육감의 성과이자 진보적 교육 운동의 성과로 인정되기 시작하자 보수적인 세력의 비판 대상이 되고 말았다. 서울의 경우, 혁신학교정책자문위원회가 생기면서 보수진영을 대표하는 교총 출신 위원들을 참여하길 바랬지만 결과적으로 교총 측에서 참여하는 것을 거부하였다. 진보교육감의 들러리로 서지 않겠다는 이유였다.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혁신학교에 대하여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취하던 문용린 교수가 보수 진영을 대표하여 교육감 후보가 되면서 혁신학교에 대한 비판적인 자세로 돌아서게 되었다. 진보진영의 대표적인 공약인 혁신학교정책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취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교육감 선거시 교총은 혁신학교 정책에 대하여 매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였다. 혁신학교는 전교조 학교라는 딱지를 만들어 공격하기 시작하였고 학업성취도가 떨어지는 학교라고 비난하였다. 혁신학교가 강조하는 자율적인 교직 문화는 교총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특히 진보진영에서 제시하는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한 내부형 교장공모제 확대 요구는 현행 교장승진제 구조에서 이익을 보고 있는 교총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이 있다. 문용린 교육감이 등장하자 서울의 경우, 기존 혁신학교 정책이 수정되고 기존 혁신학교들의 성과를 재평가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혁신학교들을 없앨 수 없는 상황에서 점진적으로 지원 축소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필자는 서울형 혁신학교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가까이 지켜보고 참여한 사람으로서 이러한 혁신학교운동의 흐름에 대하여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학교혁신운동은 정치적인 이념과 입장과 상관없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 관행에 얽매여 성과주의에 빠진 학교 문화를 학생과 학부모, 교사들의 행복을 우선하는 학교로 혁신하는 것이 과연 정치적인 문제인지 모두가 고민해야 한다. 학교혁신운동은 특정 정치 세력과 상관없이 교육 주체들이 머리를 맞대고 함께 고민하면서 풀어가야 할 과제가 아닌가? 박근혜 대통령도 후보시절 교육관련 공약으로 국가교육위원회를 제시하였다. 진보와 보수를 아우르는 국가적인 교육협의체를 만들어 교육에 대한 기본 틀과 방향을 합의해 보자는 것이다. 앞으로 국가교육위원회가 어떻게 구현될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지켜보려고 한다. 무엇보다 교육의 문제를 더 이상 정치적인 문제로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국가교육위원회 차원에서 학교혁신을 추진하되, 혁신학교든 창의경영학교든 간에 서로가 합의할 수 있는 이름으로 하여 학교혁신 정책이 추진되기를 진정으로 바란다.  

다음 신문기사(경향신문, 2013. 3.14)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혁신학교 오해와 진실에 대한 내용이다. 혁신학교에 대한 오해가 잘 극복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해당 신문 기사를 퍼올렸다.

(1) 혁신학교는 성적이 낮다?
"협동학습, 학생들 변화시켜"…
혁신 학교 지정 후 93% 대학진학

지난해 말 교육과학기술부의 '2012년도 국가수준 초·중·고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73개 혁신학교(고교 16, 중학교 58)를 표본조사한 결과 성적향상도가 일반 학교보다 떨어졌다고 언론 보도가 나왔다. 고교의 국어 성적향상도가 혁신학교는 0.64% 떨어져 해당지역 평균이 0.07% 높아진 것과 대비됐다는 것이다. 혁신학교의 국어·영어·수학 성적향상도가 해당 시·도 평균의 30%에 머물렀다는 분석도 이어졌다.

그러나 혁신학교가 있는 시·도 교육청은 사실과 다르거나 표본조사로 혁신학교의 특성을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경기도교육청은 올해 초 2년 이상 운영된 도내 혁신학교의 '2010~2012년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를 분석한 결과 혁신초등학교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은 3년 새 1.2%포인트, 혁신중학교는 2.7%포인트 줄었다고 밝혔다. 일반 초등학교 감소폭 0.9%포인트, 중학교 감소폭 2.3%포인트를 웃돈 것이다.

전북도교육청도 기초학력 미달자가 없는 혁신초등학교가 2010년 13곳에서 지난해 23곳으로 늘고, 지난해 미달률(0.85%)은 전체 평균(1%)보다 낮았다고 발표했다. 중·고교의 기초학력 미달 비율도 2010년 9.5%에서 지난해 3.5%로 낮아졌다는 것이다.

평가기준이 엇갈리고 표본조사를 둘러싼 진실공방이 이어지지만, 교육 성취도를 단순비교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 시내 혁신학교인 강명초등학교 학생들이 음악 협력수업(위 사진)과 목공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 강명초등학교 제공

김성천 경기도 교육정보연구원 연구위원은 "공교육 붕괴의 타개책으로 나온 혁신학교는 대체로 학업성적이 떨어지거나 생활지도에 어려움이 많은 열악한 지역에 지정돼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학교 내 과정중심 평가가 정착되고, 고교 시절의 성장이 잘 드러나게 대학입시가 바뀐다면 혁신학교는 경쟁력이 높다"고 말했다. 한때 비평준화지역에서 기피학교였던 경기 흥덕고는 혁신학교 지정 후 올해 졸업생 125명 중 116명이 대학에 진학했다.

학교 관계자는 "입학할 때 서울권 대학에 갈 만한 학생도 없던 학교에서 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포함해 서울 4년제대학 진학자도 10여명 나왔다"며 "아이들의 변화와 학업성취도가 주목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섭 한국협동학습연구회 전 대표(서울 구현고 교사)는 "혁신학교는 강의 중심 수업을 최소화하고 협력수업을 많이 설계한다"며 "일시적으로는 문제풀이하는 학교가 성적이 높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 교과효능감이나 자신감, 흥미도는 혁신학교가 훨씬 앞설 것"이라고 봤다.

(2) 혁신학교는 전교조 학교다?
교총 교사 31%, 전교조 교사는 14%


혁신학교에는 편향된 이념교육을 하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소속 교사들이 많을 거라는 선입견도 따라붙고 있다. 관료사회나 보수진영 일각에서 교육과정의 변화와 개혁을 실제 교사들의 노조 성향으로 보려는 시각이 있는 것이다.

진보정의당 정진후 의원이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경기도의 혁신학교 교사 교원단체 소속 현황은 지난해 8월 현재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회원 31%, 전교조 조합원 14%였다. 아무 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은 무소속 교사가 가장 많았다. 조사한 혁신학교 123곳 중 20곳은 전교조 조합원이 한 명도 없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전교조 교사들이 주도하는 일부 학교도 있지만, 중도성향의 좋은교사운동이 주도하는 학교, 교사들보다 교장이 혁신을 주도하는 학교까지 혁신학교의 모습은 다 다르다"며 "혁신학교는 정치적 편향성보다는 뭔가 다른 교육을 원하는 학교라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가 혁신학교로 지정된 것이 싫은 교사들은 다른 학교로 갈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교사들은 그렇게 하지 않고 현직을 유지했다. 도교육청에서는 흥덕고나 덕양중같이 새로운 교육이 주목받는 혁신학교는 교사들이 안 나가려 하고, 타 학교 교사들은 너무 많이 지원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초 경기도교육연구원이 낸 '혁신학교 성과분석 보고서'에서 교총 교사들의 내부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점도 '혁신학교=전교조' 이미지로 보려는 보수진영의 인식과 배치된다. 보고서는 혁신학교 149곳과 일반학교 151곳을 대상으로 교사 5개 영역(수업혁신, 생활지도 효능감, 교육과정 혁신, 학교 공동체감, 교사 집단효능감)과 학생 5개 영역(수업참여도, 학생자치활동, 교사관계 형성, 학생인권 존중, 자기효능감)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교사들의 평가에서 혁신학교의 교총 교사(756명)는 5개 영역 모두에 전교조 교사(350명)보다 높은 점수를 줬다. 교총 교사들은 교사 집단효능감과 수업혁신 항목에서 긍정적 인식이 가장 컸다.

(3) 혁신학교는 진보 교육감의 특혜 학교다?
연 1억 안팎 지원…체험·진로 교육 선도


혁신학교는 진보교육감의 '대표 브랜드'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을 필두로 진보성향 교육감들이 싹을 틔우고 확대해왔기 때문이다. 혁신학교를 두고 시·도교육청과 이명박 정부가 이견을 보이고, 곽노현 교육감에서 문용린 교육감으로 바뀐 서울에서 정치적 갈등이 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혁신학교들은 그러나 "진보만의 가치가 아니라 교육의 보편적 가치와 본질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맞선다. 혁신학교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핵심가치는 '좋은 수업과 교육과정, 평가'다. 혁신학교에 대해 말할 때 함께 언급되는 교사들의 학습연구 모임이나 민주적인 소통, 학생자치, 학부모 참여, 지역 네트워크 등은 모두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한다.

현재 교과부가 강조하는 학생들의 체험활동과 진로교육 강화, 교사 행정업무 경감은 혁신학교가 선도했고, 정부의 학교폭력 대책으로 나온 인성교육과 협동학습(프로젝트형 수업), 학생자치, 예체능교육 확대도 혁신학교의 실험과 가치가 평가받는 지점이다. 실제 초등학교 학급당 25명 이하, 중·고교 30명 이하, 한 학년에 5학급 이하의 학교에서 맞춤형 교육을 지향하는 혁신학교는 문 교육감이 힘을 싣는 소규모 학교, 자율학교 취지와 다르지 않다.

교육청의 예산 지원과 일부 학교의 성과를 연결시켜 '특혜'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규모별로 다르지만 혁신학교는 시·도별로 연간 5000만~1억4000만원을 지원받는다.

한쪽에선 교과부가 추진하는 창의경영학교도 1500만~5000만원대의 적잖은 예산을 지원받지만 혁신학교만큼 성과를 내거나 주목받지 못했다는 반론도 나온다. 경기도는 도입 4년째인 혁신학교의 가치나 시스템을 일반 학교에 전파하는 정책 방향을 짜기 시작했다. 김성천 연구위원은 "혁신학교는 별나라 교육이 아니라, 보편적인 원리가 작동하는 교육"이라며 "입시·경쟁 위주 패러다임을 바꿔가는 혁신학교의 가치를 교육현장에서 키워나갈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4) 혁신학교 때문에 부동산 값 오른다?
집값 영향, 경기는 '끄덕' 서울은 '손사래'


지난달 19일 서울시교육청은 이색적인 설명 자료를 내놨다. 혁신학교 인기로 전입생이 몰려들고 근처 집값이 오른다는 보도에 대해 "혁신학교 성과라고 볼 수 없다. 개교시 정확한 수요 예측이 안돼 과밀학급이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은 기사에 거론된 학교 근처 아파트 시세를 하나하나 비교하며, "아파트가 지어진 연도와 평형, 지리적 조건, 교통 상황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는 것으로, 혁신학교 주변이어서 가격이 강세라고 판단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혁신학교가 부동산 테마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을 혁신학교의 성과가 아니라고 부정한 것이다.

이사철과 방학 때마다 혁신학교의 부동산 파장이 회자된 것은 경기도가 먼저였다.

혁신학교 수요와 기대가 높아지면서 혁신학교에 배정받는 학군 안팎의 아파트값이 많게는 1억원 가까이 차이난다는 분석이 나온 것이다. '혁신학군'이라는 용어도 등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이 부인했지만,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혁신학교 인기는 대세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서울과 경기 지역의 혁신초등학교들은 과밀학급과 위장전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개업자들은 혁신학교의 영향력에는 평가가 엇갈리지만 부동산 시장의 변수라는 데는 시각이 모아진다.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이 혁신학교 확대가 없다고 하자 기존 혁신학교 주변 아파트의 주목도는 일단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혁신학교와 부동산 값을 연관짓는 시각에 불편함을 나타냈다. 나름 부동산 파급력이 있다 해도 혁신학교의 성과를 흐릴 수 있다고 경계한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6월 "공교육을 살리고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집값과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로, 교육청으로서는 이런 보도가 매우 당혹스럽다"고 밝혔다.

교육청은 "부동산값 상승은 혁신학교 성과에 따른 부수현상일 뿐"이라며 "혁신교육의 본질을 엉뚱한 곳으로 향하게 하는 시각에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고 우려했다.

< 송현숙 기자 song@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