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을 하려고 할 때 교사의 역할은 수업에서 구체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해야 하나요?
“고등학교 사회를 담당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하부르타 연수를 받고 나서 실제 수업에서 활용해보았더니 학생들이 열심히 참여하고 많은 질문들이 나와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상당수의 질문들이 학생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였습니다. 최근 경제 분야에 대한 수업을 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우리나라의 경제적 안정성을 높이는 방안은 무엇인가?’, ‘다국적 기업의 확대로 인한 국내 산업의 약화를 막는 대책은?’, ‘론스타 같이 국제투기자본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은?’, ‘우리도 일본처럼 인위적 양적 완화로 경기를 부양할 수 없는가?’ 등등의 질문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교사인 저도 쉽게 답변하기 힘든 질문들이 베스트 질문으로 나오게 되는데, 이럴 때 교사 입장에서는 어떻게 반응해야 하는가요? 물론 학생들에게 토의를 해도 이게 맞는 말인지 학생 스스로 답답해하고 대개는 몰라서 토의 자체가 잘 이루어지지 않기도 합니다. 제가 아는 대로 전부 대답을 해도 교사 중심 수업이 되는 것 같아 고민입니다.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서울 D고등학교 교사)
우리 나라 입시 제도 상황에서 하브루타 수업을 도입을 할 때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문제는 주지만 정답을 주지 않고 학생 스스로 찾아가도록 한다면 일제 학습에 익숙한 학생들은 매우 답답해할 것입니다. 질문을 중심으로 토의는 했는데, 해결책을 없다면 토의도 잘 이루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질문이 열린 질문이라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만 닫힌 질문이라면 오개념이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교사가 이를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질문을 강조한 수업 방법 중의 대표적인 것들이 문답법과 하브루타 수업입니다. 교사가 질문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 문답법과 달리 하브루타 수업에서는 학생에게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을 강조합니다. 하브루타 수업시 학생들의 다양한 질문을 수업에서 어떻게 할 것인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입니다.
하브루타 수업에서는 답변 자체보다는 질문을 보다 중요시여깁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정답을 말해주는 것보다 질문을 통해 오히려 학생들이 스스로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하브루타 수업에서는 수업 마무리 단계에서 교사가 질문을 중심으로 마무리하는 ‘쉬우르’를 강조합니다.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질문을 통해 학생들이 그 해답을 찾아가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은 기존 전통적 수업과는 다릅니다. 전통식 수업 방식에서 교사의 역할은 ‘지식의 전달자’라면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에서 교사의 역할을 질문을 하고 학생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촉진자(facilitator)’입니다. 원래 촉진(facilitation)은 ‘용이하게 하다, 쉽게 하다, 촉진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facile’에서 유래됐습니다. 중립적인 위치에서 집단의 활동에 관여해 팀의 목적을 효율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촉진하고 지원하는 행동을 의미합니다. 촉진은 20세기 후반부터 경영, 교육, 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촉진자(facilitator)는 회의, 워크숍, 심포지엄, 교육 등에서 진행을 원활하게 하면서 합의 형성이나 상호 이해를 향해서 깊은 논의 또는 효과적인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촉진자는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고 구성원들의 협업을 활성화하여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효율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조직의 목표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촉진자로서 교사는 정답을 제시하는 사람이 아니라 학생들이 정답을 찾아갈 수 있도록 이끌고 유도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코칭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을 하려고 하는데 있어서 전통적 교사관에 근거하여 학생들의 모든 질문에 대하여 교사가 정답을 말해주려고 한다면 수업을 망칠 수밖에 없습니다. 일단 학생들의 모든 질문에 대한 정답을 교사가 다 알고 있지 못하고 교사가 박학다식하더라도 완벽하지 않기에 교사가 학생의 질문에 대하여 어설프게 답변하다가 오답을 말하면 오히려 교사의 권위만 무너지는 일이 생깁니다.
촉진자로서 교사의 역할을 고려하여 선생님의 구체적인 고민에 대하여 풀어간다면 다음과 같이 접근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브루타 수업에 통해 학생들의 베스트 질문에 대하여 토의하고 그 결과를 학급 전체에서 발표합니다. 그런데 질문에 대한 토의가 잘 이루어지지 않거나 충분히 해결되지 못한 경우, 이 질문을 PBL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으로 연결하는 것입니다. 그 질문을 가지고 학생들의 자료를 조사하고 해답을 찾아가도록 하여 발표하고 이에 대한 결과를 수행 평가로 반영하는 것입니다. 학생의 선지식을 부족한 경우, 어려운 질문에 대하여 머리를 맞댄다고 해서 당장 해결책을 찾기는 힘들 것입니다. 그러므로 학생들이 인터넷이나 책 등을 참고하여 그 해답을 찾아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하브루타에서도 많은 질문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보다 한 가지 질문이라도 깊이있게 이야기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인문계 고교는 만많은 학습 내용을 짧은 시간에 다루어야 하는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하브루타를 적용하려면 교육과정 재구성을 통하여 여백을 만들고 그 여백 안에서 중요한 질문을 한 가지라도 깊이있게 다룰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현실적으로는 모든 단원을 하브루타 수업 방식으로 도입하기는 힘든 부분이 있습니다. 하브루타 수업 모형으로 접근하기 좋은 단원에 적용해야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선생님의 수업 경우에는 하브루타 수업 모형으로만 그치지 말고 PBL 수업이나 프로젝트 수업으로 연결할 수 있어야 소기의 성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활동 결과를 학생생활기록부 교과특기사항란에 반영하여 실질적인 입시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하면 좋습니다.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은 하브루타 수업 모형 이상의 수업을 말합니다. 즉,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 디자인에서는 출발 질문, 전개 질문, 도착 질문의 3단계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브루타 수업 모형에서만 질문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수업에서 질문이 살아있어야 합니다. 질문에 대하여 고민하고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것이 참다운 공부요, 학문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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