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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디자인연구소 및 교육디자인넷 이야기

수업디자인연구소 창립 10주년 기념 비전 나누기

by 김현섭 2024. 12. 18.

안녕하세요. 수업디자인연구소의 김현섭입니다.

이번 연구소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면서 개인적으로 감회가 벅차오릅니다. 지난 10년을 돌아보며 하나님 앞에서 감사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느낍니다. 2015년 3월 처음 연구소를 시작할 때에는 1인 연구소로 출발하였기에 참 막막했었습니다. 제 인생의 청장년기(30대, 40대 중반)에 해당하는 시기 15년동안 협동학습연구회에서 개척, 활동하면서 열정을 불태웠습니다. 협동학습 운동을 전개하면서 교수학습방법 개선에 초점을 두고 활동했었습니다. 그런데 연구회 리더십을 이양하고 새롭게 수업디자인연구소를 시작할 때에는 오랫동안 함께 해왔던 협동학습연구회 선생님들과 함께 할 수 없었기에 혼자서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연구소 개척은 개인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기에 협동학습연구회 선생님들이 아닌 분들에게 연락을 드리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제가 개인적으로 연락을 드린 분들이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하나 둘 씩 연구소 모임에 함께 해주셔서 현재의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수업디자인연구소는 총 130명의 정회원과 10개 모임으로 구성되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역모임으로 경기, 서울, 대전모임 3개 모임이 있고, 직능별 모임으로 수석교사, 교육전문직(월요/수요모임), 대안학교 교사 모임 4개 모임이 있고, 주제별 모임으로 수업보드게임개발팀, 비전코칭팀, 융합독서팀 3개 모임이 있습니다. 수업디자인연구소에서 함께 활동했던 분들이 코칭디자인연구소와 특수교육디자인연구소로 개척 분립되어 잘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 감사할 뿐입니다.

수업디자인연구소의 사명선언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수업디자인연구소(www.sooupjump.org)는
∎수업 혁신과 교사들의 수업 성장을 돕기 위해
∎수업 관련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연구 개발하고,
∎연수와 출판을 통해 콘텐츠를 확산하고,
∎수업 전문가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수업공동체 운동을 지원하고 있는
교육연구실천공동체입니다.

 

수업디자인연구소가 추구하는 대상과 가치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혁신과 수업성장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처음에는 현직 초중고 교사에 초점을 두었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차츰 대상이 넓어져서 현재는 평교사 뿐 아니라 수석교사, 교장, 교감, 교육전문직, 퇴임교사, 강사 등 다양한 분들이 함께 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교사 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교육전문가(청소년지도사, 문화유산교육전문가, 문화예술강사, 경제강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교육은 교사만 하는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도 교육 분야에서 활동하는 다양한 분들과 함께 하려고 합니다.

연구소 개척 이래 다양한 수업 콘텐츠를 개발하고 확산시키는 일에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2015년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을 발간하고 나서 질문 기반 교육과정 및 수업 디자인 운동을 지금까지 전개하고 있습니다. 질문은 예전에도 중요했고, 현재에도 중요하고, 미래에도 더욱 중요할 것이기에 지속적으로 질문 기반 교육과정, 수업, 평가 운동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사실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은 수업코칭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제가 2012년 교육방송 “선생님이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에 수업코치로 참여하면서 현재까지 수업코치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수업코칭 활동을 하면서 좋은 수업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수업을 잘하는 선생님의 공통된 특징 중의 하나가 질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질문이 단순히 ‘발문법’을 넘어 ‘수업디자인’과 ‘교육과정 디자인’에서도 중요한 접근법이라는 알게 되었습니다.

최근에 여러 교육청과 함께 교육과정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교육과정 관련 연구와 수업자료집 개발을 해오고 있습니다. 교육과정과 관련하여 전북 학교자율과목 개발 실행 연구, 충북 지역연계 교육과정 운영 모델 연구, 제천 지역공동교육과정 연구 등을 수행했습니다. 그리고 ‘생태와 평화가 살아있는 김포’를 시작으로, 안산 상호문화이해교육 및 생태환경 수업 자료집, 시흥 디지털 리터러시 수업자료집, 인천 및 광명 중3 진로연계 수업자료집 개발을 해왔습니다. 또한 충남 인권감수성 및 노동인권 수업자료집, 서울 초중고 생태전환 국제공동 수업자료집을 개발했고, 비상교육과 함께 초등학교와 중학교 질문 기반 수업자료집 시리즈를 개발, 보급을 했습니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학교, 미래교육을 디자인하다” 단행본을 출간했습니다.

교사들의 수업성장을 위한 좋은 접근 중의 하나가 '수업코칭'입니다. 그래서 연구소 차원에서 여러 교육청과 학교를 대상으로 수많은 선생님들을 수업코칭하면서 수업성장을 지원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업코칭 경험을 기반으로 “수업을 바꾸다”, “수업성장”,“수업공동체” 3권의 단행본이 출간했습니다. 올해부터 수석연구원이 생기면서 저와 함께 하는 수업코치들이 세워졌고, 내년부터는 학습연구년 교사들이 연구원 형태로 수업코칭 활동을 함께 할 수 있게 되어서 참 기쁩니다. 수업코치를 양성하는 수업전문가 아카데미를 연구소 개척단계부터 꾸준하게 진행했는데, 내년부터는 민간자격증까지 부여할 수 있게 되어서 참 감사합니다. 앞으로 연구소 회원 중에서 수석교사가 많이 배출되어서 수업코치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작년 윤인선 선생님, 올해 윤지영 선생님이 수석교사가 되셨고, 내년에는 조두연 선생님이 수석교사가 될 예정인데, 참 감사하고 축하합니다. 연구소 회원 선생님들 중에서 지속적으로 수석교사들이 배출되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지난 연구소 10년을 돌아볼 때 그리 순탄한 길을 걷지는 않았습니다. 2015년부터 2019년 기간은 개척 및 성장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작은 건물을 연구소 사무실로 대여해서 시작했고, 닥치는 대로 열심히 활동했었던 시기였습니다. 이 시기에는 질문이 살아있는 수업과 수업코칭에 초점을 맞추어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처음 3년은 개척단계라서 소수 인원이 모여 힘들지만 열심히 활동했던 시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2016년 수업디자인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교육디자인넷이 시작되고, 2017년 사단법인화가 이루어졌습니다. 2018년까지는 개척단계였다면 2019년에는 어느 정도 안정되고, 성장하는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2019년 하반기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2020년부터 2022년 동안은 연구소도 매우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대면수업이 아니라 온라인 수업, 블렌디드 수업 상황이 펼쳐지게 되면서 교육계가 대혼란에 빠지면서 수업 문화 자체가 크게 변했던 시간이었습니다. 2020년 상반기에는 수업디자인연구소 활동이 거의 전면 중단되었습니다. 기존 정기 모임이 잘 이루어지지 못했고, 수업코칭이나 연수 활동, 각종 연구 프로젝트 등이 모두 중단되었습니다. 그래서 경제적으로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2020년 2학기부터 온라인 수업과 블렌디드 수업에 대한 연구를 통해 대안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블렌디드 수업 연수를 개발하여 연수과정을 개발, 보급하였습니다. 중단되었던 정기모임이 대면 모임이 아니라 온라인 모임으로 전환되어 다시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교육청 주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면서 힘든 코로나 시기를 버틸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성과들은 추후 “미래를 여는 온오프라인 수업” 단행본으로 정리하기도 했습니다.

2023년에는 코로나 기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학교 및 수업문화가 이미 많이 바뀌게 되었습니다. 연구소 정기모임을 온라인 모임에서 대면모임으로 전환하려고 했으나 쉽지 않아서 현재 블렌디드 모임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신규 회원들이 새롭게 들어오지 못한 상황이어서 현재 전체 회원 중 저경력 교사 비중이 낮아진 상태입니다. 매년 연구성과물을 단행본으로 출간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출판 시장이 정체되면서 출판 보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정부가 AIDT 사업을 추진하면서 다른 학교 예산을 대폭 삭감하고, 협동학습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면서 단행본이나 교구 보급도 예전보다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연구소에서 다양한 수업콘텐츠를 개발하고 연수과정을 개설하고 있지만 코로나 이전과 비교해 볼 때 반응이 예전과 같지는 않습니다.

2024년은 코로나 여파를 이어지면서 다시 연구소 활동을 돌아보고 정비하는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올해 완주지역 중학교 학교자율과목 개발 프로젝트를 수행했고, 비상교육과 함께 초등 5, 6학년 질문 수업자료집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학습코칭을 기반으로 자기관리코칭과 진로진학코칭을 결합한 “에듀코칭” 단행본을 출간했습니다. 이번 12월에 욕구코칭 후속편인 “크리스천 욕구코칭” 출간이 이루어졌고, 기존 질문카드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질문포토카드”를 개발했습니다. 여러 교육청과 학교와 함께 수업코칭 프로그램과 연수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번 전체회원 컨퍼런스를 통해 2024년 연구소 활동 결과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어서 참 감사할 뿐입니다.

2025년도 교육계 흐름을 다음과 같이 조심스럽게 예상해봅니다.

첫째, 2022 개정 교육과정 도입을 계기로 관련한 여러 가지 담론들이 확산될 것입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2015 교육과정과 달리 새롭게 학교자율시간이 도입되고, 진로연계 교육활동이 강조합니다. ‘깊이있는 학습’을 추구하면서 심층적 사고 개발을 위한 수업이 강조되고, 논서술형 평가 확대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고교 학점제 전면 도입과 함께 대입 제도 개편 논의도 이루어질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에 따라 정국이 급변하고 있는데, 조기 대선이 이루어지게 되면 교육 정책의 방향도 많이 달라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둘째, 저출산 및 인구감소 현상에 따른 학생 수 감소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학교 통폐합 현상이 이루어지고, 작은 학교, 작은 학급이 더 많아지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학생 생활지도는 더욱 어려워지리라 생각합니다.

셋째, 교사들의 수업 성장에 대한 관심이 예전보다 줄어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실에서 일제학습과 개별학습이 대세를 이루고 있고, 협동학습에 대한 관심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 수업 관련 자율 연수 참여자나 교사학습공동체에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교사가 그리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일부 교육청이나 학교를 중심으로 수업성장을 위한 여러 가지 정책과 연수 등이 이어지리라 생각합니다.

넷째, AIDT 정책 혼란이 가중되겠지만, 일부에서는 AIDT 활용 수업이 이루어지리라 생각합니다. 최근 민주당에서 AIDT를 교과서가 아니라 학습자료로 지위를 변경하는 법률개정안을 통과시켰습니다. 이에 바로 교육부에서는 AIDT 도입 일정을 일부 지연시키고 교과를 조정하면서 AIDT를 교과서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AIDT는 막대한 예산 소요가 이루어져야 하고, 개발 수준이 아직 미진한 부분이 있고, 중하위권 학생들에게는 효과가 그리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 의결 이후 정국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교육부의 AIDT 정책은 원안대로 추진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일부 학교와 교사들을 중심으로 인공지능 활용 수업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지리라 생각합니다.

다섯째, IB 학교가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일부에서는 KB를 모색하는 흐름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제주와 대구 뿐 아니라 경기를 비롯하여 전국적으로 IB 학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IB와 관련하여 개념기반 탐구학습와 논서술형 평가가 일반 학교에서도 많이 확산되는 경향이 나타나리라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2025년도 연구소 사업 방향은 다음과 같이 정하여 추진하고자 합니다.

첫째, 학교자율과목 개발, 깊이있는 수업, 논서술형 평가 등 미래형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 연구를 하고자 합니다. 연구하고 실천한 결과들을 연수와 단행본 형태로 출간하고자 합니다. 연구소 소모임별로 교육과정-수업-평가 연구 및 실천을 지속하면 좋겠습니다.

둘째, 에듀코칭 운동을 본격적으로 전개하고자 합니다. 학습코칭을 넘어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지원하는 에듀코칭을 확산시키고자 합니다. 비전코칭팀과 대전모임 뿐 아니라 다른 모임에서도 에듀코칭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교실에서 적용해보면 좋겠습니다.

셋째, 수업코칭을 통해 교사의 수업성장을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여러 교육청과 학교들과 함께 수업코칭 연수를 운영하고 수업코칭 프로그램을 운영하고자 합니다. 교사학습공동체을 중심으로 수업나눔 운동이 전개될 수 있도록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2025년에는 2명의 연구원이 활동하게 되었는데, 수업코치로서 역할과 기대가 큽니다.

넷째, 연구회(소모임)별 모임을 더욱 활성화하고자 합니다. 모임에서 연구하고 실천한 내용을 정리하여 자료집이나 단행본, 연수 등 다양한 형태로 산출물을 만들어 공유하고자 합니다. 그동안 연구소 내 모임별로 교류가 그리 많지 않았는데, 모임별 교류를 활성화하고 교육디자인넷 소속 다른 연구소나 다른 교육단체와도 연대 활동을 강화하고자 합니다.

다섯째, 인 발전과 공동체 발전의 조화가 이루어지면 좋겠습니다. 개인은 발전했는데, 조직은 그러하지 못하면 개인이 사익을 위해 조직을 이용한 것입니다. 공동체는 발전했는데, 개인은 그러하지 못했다면 조직이 개인을 착취(?)한 것입니다. 서로가 승(Win)-승(Win)할 수 있도록 연구소 사업을 전개하고자 합니다. 특히 외부 프로젝트의 경우, 연구소 정회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자 합니다.

그래서 2025년 사업 계획은 이러한 사업 방향에 맞추고, 2024년 연구소 사업 활동을 기반으로 지속적으로 여러 가지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먼저 “깊이있는 수업” 출간 준비를 하고 있고, 모임마다 연구주제를 정하여 연구하고 실천할 것입니다. 수업연수와 수업코칭을 통해 교사들의 수업성장을 지원할 것입니다. 교육과정과 수업과 평가를 연계하여 깊이있는 수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좋은 학교탐방을 통해 도전받을 기회를 가질 예정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해외 교류도 추진하려고 합니다.

 

미래교육 담론에서 학생주도성을 강조합니다. 그런데 학생주도성은 교사주도성 전제 속에서 구현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수업디자인연구소가 더욱 발전하려면 연구소 회원의 주도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연구소 활동은 누군가 시켜서 하거나 의무감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인 의지와 참여를 통해 풍성해질 수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지난 10년 동안 함께 해 주셔서 행복했습니다. 앞으로도 연구소와 함께 선생님들도 성장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2024년 12월 14일

수업디자인연구소 소장 김 현 섭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