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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가까이 하기에는

by 김현섭 2013. 6. 3.

“선생님, 오늘 선생님을 만나뵈러 가고 싶어요? 괜찮겠죠?”

“아, 네... 혹시 무슨 일이시죠?”

학부모님들이 갑자기 담임 교사를 찾아뵙겠다고 연락이 오면 교사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학생이 사고를 쳐서 부모님을 만나는 것도 부담스럽지만 좋은 일로 인하여 학교를 찾아오는 것도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 교직 경력이 쌓이게 되면 다양한 학부모님들을 만나게 되는 경험을 가지게 된다. 좋은 학부모님을 만나 위로를 얻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은 학부모님들을 만나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그래서 특별한 일이 아니면 교사 입장에서는 직접 학부모님을 만나는 것을 피하게 된다. 직접 방문보다는 전화 상담을 선호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이다.

학부모와 상담을 하면 교사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학부모의 거짓말 2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우리 아이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한다”라는 것이고 “우리 아이는 착한데, 나쁜 친구를 만나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학부모가 자기 자녀를 바라보는 시각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지만 반대로 교사 입장에서는 학생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학생을 바라보는 관점의 거리가 존재한다. 그러다보니 교사 입장에서는 학부모를 만나는 것 자체가 부담이 된다. 그렇다면 교사에게 있어서 학부모는 영원히 부담스러운 존재인가?

교육의 1차적인 권리는 부모에게 있다! 하지만...

교사가 학부모들을 바라보는 관점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학교 조직을 민주적 공동체로 이해한다면 학부모는 교육의 주체로서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지원해야 할 권리와 의무가 있다고 볼 수 있다. 학교운영위원회에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성경적 관점에서 볼 때, 교육의 1차적인 권리는 부모에게 있다. 교사는 부모에게 권리를 위임받아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육에 있어서 학부모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학부모들의 관심과 참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르는 경우가 있다. 소위 말해 ‘치맛바람’으로 인하여 교사들이 학부모님들의 눈치를 보거나 학부모들의 참여 정도가 상식 정도를 넘어 월권 수준으로 교권에 침해하는 일도 있다. 반대로 학교 차원에서 학부모들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학부모가 학교 운영에 민주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협치)를 제도적으로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교사와 학부모가 상호 존중하고 신뢰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교사와 학부모와의 신뢰 관계를 어떻게 형성하는 것이 필요한 것인가?

학부모와의 신뢰 쌓기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을 교사가 적극적으로 노력하면 그 과정에서 신뢰를 얻을 수 있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원하는 것은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해주고, 수업의 전문성을 통해 잘 가르쳐주길 바란다’는 것이다. 교사가 학부모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한 몇 가지 노력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기초 학부모님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가정 방문을 하는 것이다. 학기초 학부모님들의 최대 관심사는 우리 아이 담임 교사가 누가 되느냐의 문제이다. 특히 공립학교의 경우, 좋은 담임 교사를 만나는 것을 학부모들은 일종의 로또에 비유하기도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담임 교사의 비중이 절대적이라서 더더욱 교사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학기초 담임 교사가 담임 교사 명의의 학부모 편지를 보내는 것은 매우 의미있는 일이다. 학부모 편지를 통해 담임 교사에 대한 소개를 하고 학급 운영의 원칙 등을 알려주는 편지를 작성하여 학부모들에게 보내는 일은 학부모 입장에서는 매우 고마운 일로 다가갈 것이다. 특히 학기초 가정 방문은 교사와 학부모와의 첫 대면의 자리이자 신뢰를 형성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된다. 그래서 문제 학생 위주의 가정 방문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기 위한 통로로서 가정 방문이 의미가 있다. 교사 입장에서는 힘든 일이긴 하지만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가정 방문하는 것은 매우 뜻깊은 일이다.

[학부모 편지 보내기 운동 인터뷰]

 

 

둘째, 학부모 수업 공개의 날, 학교 설명회 등 학교 차원에서의 학부모 관련 행사를 통해 좋은 관계를 맺도록 하는 것이다. 3월 학부모 총회시 대개 학교 운영 방침 소개, 담임 교사와의 상담 활동 등이 이루어진다. 이때 관행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기 보다 학부모들끼리 서로 소개하고 고민을 나눌 수 있는 형식으로 학부모 대화 모임 형태로 진행하면 좋다. 그리고 개별 상담시 대기하고 있는 학부모들에게 그동안의 학생 두레 일기나 학습과제물, 집단 상담 일지 등을 공개하는 것이 좋다. 학교 설명회도 아빠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는 저녁 시간에 개최하는 것도 학부모들의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될 것이다. 학교 측의 사소한 배려가 학부모들에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갈 수 있다.

셋째, 학부모 상담시 담임 교사가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경청하는 자세가 매우 중요하다. 새내기 담임 교사가 제일 부담스러워하는 것은 학부모를 만나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하는가의 문제이다. 학부모 상담에 있어서 학생에 대한 상담(관찰) 일지 등을 정기적으로 기록하여 학부모 상담에 있어서 기초 자료로 활용하면 좋다. 자녀의 학교 생활 이야기는 학부모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인데, 상당수 학생들이 가정 생활과 학교 생활의 모습이 다른 경우가 많다. 학부모 상담할 때에도 학부모도 알고 있는 자녀의 문제점을 늘어놓은 것보다는 문제점 너머에 숨겨있는 근본 원인에 대하여 고민하여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다. 이 과정을 통해 교사의 전문성과 사랑을 학부모들이 경험할 수 있다.

넷째, 학교 축제, 학교 교육활동 발표회 등을 통해 학교의 교육적 성과들을 정기적으로 학부모들과 공유하는 자리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예회를 개최할 수 있고 좀 더 나아가 수업 시간의 결과물 등을 학부모들 앞에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중등학교의 경우, 진로 탐색 프로젝트 수업을 실시하고 그 결과물을 학부모님들을 초청하여 발표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평택고등학교의 경우, 저녁 시간 대에 학부모님을 초청하여 진로탐색 프로젝트 결과물을 발표하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지기도 한다.

[효촌초등학교 학예회]

 

학교 행사 내용을 UCC나 사진글로 정리하여 학교 홈페이지에 적극적으로 올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학교 교육 활동에 대하여 궁금한 학부모들에게 학교 교육 활동에 대한 정보 공유는 학교에 대한 신뢰로 이어질 수 있다. 최근에는 학교 홈페이지 이외에도 SNS 서비스 등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홈피나 SNS 개설보다는 의미있는 자료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를 하는 것이다.

[소명중고등학교 SNS]

 

 

다섯째,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것이다. 형식적인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학부모들이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거나 내실있는 강사를 초청하여 학부모들의 필요에 부응하는 연수를 개최하는 것이다. 효촌초등학교의 경우, 애니어그램 연수를 교사와 희망하는 학부모들을 동시에 모집하여 진행하였다. 이러한 애니어그램 연수를 통해 교사와 학부모가 진솔하게 만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좋은 시간을 가졌다.

[효촌초 교사 학부모 공동 애니어그램 연수]

 

학부모 독서 동아리도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소명중고등학교의 경우, 희망하는 학부모들을 모아 학부모 독서 동아리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에 대한 책 뿐 아니라 일상적 삶의 문제를 다루는 책들을 선정하여 책을 읽고 서로의 삶을 나누고 있는데, 학부모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학부모 모임이 단순히 엄마 중심의 수다를 떠는 모임이 아니라 학부모 모임을 통해 부모로서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교 차원에서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소명중고등학교 학부모 독서동아리 모임]

 

학생들이 학교 생활을 통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하듯이 자녀를 학교로 보내는 과정을 통해 학부모도 학부모로서 성숙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교사도 학부모와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함께 교육 문제를 풀어가는 교육 동지로서 만남을 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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