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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생 자치

by 김현섭 2013. 7. 5.

오늘 이번 시간은 학급회의 시간입니다. 학급회장이 나와서 회의를 준비하도록 하세요

선생님, 그냥 자율학습을 하면 안돼요? 특별히 이야기할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안할 수는 없으니까 대충 회의하고 빨리 마칩시다. 남는 시간은 자율학습 시간을 가지도록 해요.”

선생님, 그러면 회의 안건은 무엇으로 하죠?”

그것은 너희들이 알아서 정하면 어떨까?”

예전에는 학급회의 시간이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열렸지만 현재는 격주에 1회 정도(연간 17시간)를 개최하는 학교도 드물다. 그러다보니 학급회의가 정기적으로 개최되기도 힘들 뿐 더러 다른 학교 행사 시간에 밀려나기 쉽다. 학급회의 시간이 정기적으로 확보되더라도 담임 교사나 학생들 입장에서는 난감한 시간이 되기 쉽다. 학급회의 시간에 다루만한 의제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학급회의에서 의사 결정한 만한 중요 사안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생 자치를 위해 학급회의가 도입되었으나 정작 학급 회의 시간에 결정할 수 있는 내용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학생회도 마찬가지이다. 학급회의가 살아있지 못한 상태에서 학생회 회의도 활성화되기 힘들다. 학생회가 활성화되려면 학교차원에서 학생회에서 의사결정한 것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몇 년전 필자가 근무했던 학교에서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다. 학교 안에 매점이 설치되어 운영되고 있었는데, 교장 선생님이 학교 매점을 없애려고 했다. 그 이유는 학생들이 매점에서 간식을 사먹고 빵 봉지나 음료수 캔 등 휴지를 복도나 교실에서 함부로 버리는 일이 많기 때문이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회에서 즉각 반발했다. 많은 학생이 아침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등교하는 경우가 많은 상태에서 아침대용식이나 간식을 사먹을 수 있는 학교 매점을 폐쇄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일과 시간에는 학생들이 학교 밖을 나가지 못하게 했기 때문에 학용품이나 간식을 구입하고 싶어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학생회 지도를 맡았던 필자 입장에서는 더더욱 난감하였다. 쓰레기 줄이기라는 이유로 학교 매점을 없앤다는 것은 교사인 나조차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학생회 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하고 학생회 대표가 교장 선생님을 만나 학생들의 의사를 전달하였으나 교장 선생님은 이를 무시하려고 했다. 그래서 교사로서 나도 그냥 있을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일단 주변 동료 교사들에게 의견을 모았고 교내 교사 메신저를 통해 전체 교사들의 의견을 모 아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교장 선생님이 매점 폐지 반대 의견을 들어 주셔서 그 문제를 해결한 일이 있었다.

 

학생 자치 법정

 

 

학생 자치 활성화를 위한 좋은 방안 중의 하나가 학생 자치 법정을 개최하는 것이다. 학생 자치 법정은 지각 등 교칙 위반 사항에 대해 학생들이 직접 판사, 검사, 변호인, 배심원 역할을 맡아서 재판을 실시하고, 교칙 위반자에게 교육적 처분을 실시하는 참여형 법교육 프로그램이다.

서울 구현고등학교에서 운영되고 있는 학생자치 법정 운영 사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목적

경미한 교칙을 위반한 학생들에게 학교에서 함께 생활하는 다른 학생이 학교법정을 개최하여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긍정적인 벌을 수행하도록 하는 벌점초과자 선도하고 또한, 학교생활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학생이 상담이나 사건을 의뢰할 때 동료학생들이 조사, 변호, 판결(긍정적인 벌)까지 맡아 진행하는 법교육 프로그램이다.

2. 방침

. 기존의 학생선도규정 및 시행세칙과 병행하여 실시한다.

. 교내봉사 수준의 경미한 사안에 대해 적용하고 기존의 상벌점제와 연계하여 실시한다.

. 학생자치법정에 회부된 학생들에게 어떤 긍정적 처벌을 내릴 것인가를 사전에 충분히 고려한다.

. 학생들의 인성교육과 전인교육 프로그램, 학생 자치회 활동의 일환으로 실시한다.

 

3. 내용

. 구현학생자치법정의 구성(1학기)

(1) 구현학생자치법정운영위원의 선발 : 학생자치법정운영위원은 교내사법고시(1) 및 면접(2)을 통해 정의감과 열정이 가득한 19명의 학생을 선발함

. 사전교육

학생의 희망과 성적에 따라 판사6, 검사6, 변호사6, 사무관1명의 역할을 배정하고 임명장을 수여함. 1학기와 여름방학기간동안 4차에 걸친 10시간의 사전교육을 통해 법에 관한 전반적인 지식 및 법률토론법 등을 배움으로써 학생자치법정에 필요한 법률적 소양을 쌓음.

. 학생자치법정 모의 법정 실시

. 구현학생자치법정의 운영(2학기)

(1) 우리학교에는 처음 도입하는 프로그램으로서 새로운 상벌점 제도를 적용하여 시행한다.

(2) 학생자치법정이 열리기 2주전 벌점이 20점 이상인 교칙위반학생을 대상으로 하고, 학교생활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학생이 사건을 의뢰할 때 심의를 거쳐 자치법정이 열린다.

(3) 재판 후에는 교내봉사활동에 상응하는 긍정적 지도를 받게 된다.

(4) 매달 네 번째 금요일 방과후 시간을 이용해서 한 번씩 실시되고 1회당 4~5건의 사건을 다루며 2~3시간 정도 개최한다.

(5) 자치법정은 3층 시청각실에서 개최되고 소회의실은 배심원 대기실이다.

(6) 선발된 19명의 학생 중 법정은 판사1, 검사1, 변호사1, 서기2, 배심원 9명으로 구성되어 사건을 담당한다.

(7) 학교생활에서 억울한 일을 상담하고자 하거나 법률자문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위해서 매주 수요일 6:20~8:00 학생자치운영위원 2명을 상시 배치한다.

(8) 사건의뢰 및 문의는 학교홈페이지를 통해서 사전에 신청받고 심의를 거친 사안을 자치법정에 상정한다.

최근 법무부 주관으로 학생 자치 법정 지원 프로그램이 실시되고 있는데, 2013학년도 현재 2175개교에서 실시되고 있다. 지원 내용은 법복 및 학생자치법정 매뉴얼 지원, 교사 및 학생 연수 프로그램 실시 및 강사 파견, 온라인 원격 지원, 우수자 시상 등이다. 학생 자치 법정에 대한 세부 정보를 알고 싶으면 학생자치법정 인터넷 까페(http://cafe.daum.net/teen-court) 참고하면 좋다.

학생 자치 활성화를 위해서 필요한 것

학생 자치 활성화는 당위나 구호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생 자치 활성화를 위해 고민해야 할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생들이 학생 생활과 관련한 문제를 직접 다룰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실질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학교 주관 학생 수련활동, 교복 및 용의복장 등의 생활규정 제정 및 개정, 학급 행사, 학교 축제 등을 실질적으로 협의하고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이러한 사안들을 물론 학생들만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하지만 학생 생활과 관련한 주요 사안에 대하여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담아내고 풀어낼 수 있어야 한다. 일부 학교에서는 학교구성원 전체회의(일명 다모임)을 정기적으로 개최하여 학교구성원이 학교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서울 구현고의 경우, 미래교육대토론회를 개최하여 생활규정, 상벌점제 등 학생 생활 문제와 관련한 내용을 학교구성원들이 모여 이야기한다.

 

<구현고 미래교육토론회>

둘째, 학생회가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물리적인 자치 공간을 확보해 주어야 한다. 많은 학교들이 별도의 학생회실을 두고 있지 않다. 그에 비해 별도로 학교운영위원회 회의실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한 달에 한번 정도 개최되는 학교 운영위원회를 위한 별도의 공간이 존재하지만 상시적으로 생활하는 학생들을 위한 학생회의 공간이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셋째, 학생회가 직접 예산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 예산 중 일부를 학생회에서 독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 학교축제 등 학생회 활동과 관련한 예산을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학교회계 1% 정도 등 학교전체 예산 중 학생회 예산을 일정 부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넷째, 학생회에서 결정한 사항을 교장이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학급회의에서 결정한 사항을 담임 교사가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한다. 만약 학생회나 학급회의에서 의사결정하거나 제안한 내용을 교장이나 담임 교사가 원안 그대로 수용하기 힘든 경우, 그 이유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제안에 대한 반응은 Yes, No, Wait 세 가지가 있는데, NoWait의 경우, 제안한 당사자에게 분명한 이유를 합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만약 제안한 당사자가 이를 그대로 수용하지 못한다면 다시 한번 그 문제를 원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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