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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수준별 수업, 왜 하나?

by 김현섭 2013. 9. 25.

수준별 수업은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대부분의 학교에서 영어와 수학을 중심으로 수준별 수업을 하고 있지만 그 학습효과는 별로예요. 정기고사를 기점으로 수준별 학급을 재정비하지만 수준별 학급의 변동 학생은 거의 없어요.”

상반은 그런대로 수업을 할 만 하지만 하반의 경우,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요. 하반이라고 해도 실제 개별 학생들의 학습 수준이 큰 차이가 많이 나서 가르치기 쉽지 않고 일부 학생들은 하반에 들어왔다는 것 자체를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워해요.”

교사들 사이에서도 하반을 잘 담당하려고 하지 않아요. 일단 수업하기 쉽지 않거든요. 그러다보니 시간 강사들이 대체로 하반 수업을 하고 있는데, 수업하기 힘들어 하세요. 정교사도 감당하기 힘든 아이들이 많은데, 시간 강사 선생님들이 이러한 학생들을 지도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겠죠.”

 

[소명중고등학교 수준별 수업 장면]

 

누구를 위한 수준별 수업?

 

수준별 수업이 전면적으로 도입된 것은 참여 정부 시절이다. 그런데 당시 수준별 수업 전면 도입을 주장한 사람들은 교사도 아니고 학생도 아니었다. 당시 여당인 민주당에서 밀어붙인 교육 정책이다.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에서 고교 평준화 정책에 대하여 하향 평준화라고 강하게 비판하던 시기였다. 고교 평준화 정책의 기본 틀을 해치지 않는 범위에서 하향 평준화라는 비판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 수준별 수업이었다. 물론 그 이전에도 일부 학교에서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였다. 그런데 이를 교육 당국이 전면 실시라는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충분히 준비도 되어 있지 않는 상태에서 수준별 수업이 실시되었다. 그 이후 이명박 정부 및 박근혜 정부에서도 수준별 수업 정책은 그대로 이어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과 교실제 정책을 도입하면서 수준별 수업도 부분 교과교실제 형태로 인정하였고 학교 평가 항목에 수준별 수업 여부를 포함시켰다. 현재는 학업 성취도 향상 결과와 상관없이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수준별 수업이 거의 강제적으로 실행되고 있다.

그렇다면 수준별 수업이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물론 전혀 아니다. 왜냐하면 학생 수준에 맞추어 그에 맞는 수업을 한다는 것은 이상적인 교육 접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준별 수업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있다. 학급당 인원수가 적어야 하고 다른 접근 방식에 비해 교사와 교실이 더 많이 확보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수준별 수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먼저 조성한 후 점진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전제 조건이 잘 갖추어졌다고 해서 기대하는 만큼 학업성취도 향상으로 바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준별 수업의 학습 향상 효과는 어떠한가? 이미 1960년대 미국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별 효과가 없다는 논문들이 나왔다. 수 년전 한국교육개발원에서도 수준별 수업에 대한 학업 성취도 향상에 대한 연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는 기존 전통식 교실에 비해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준별 수업이 기대만큼 학업 성취도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첫째, 학생 입장에서 수준별 수업을 바라보면 이해가 된다. 일단 수준별 수업이 자칫 우열반처럼 운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준별 수업이 우열반이 아니라고 하지만 공부를 못하는 학생 입장에서 바라보면 우열반과 크게 다른 것이 없다. 자기 교실에 들어갔다더니 자기처럼 공부를 못하는 학생들끼리 모여있는 것을 볼 때 심리적인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정기고사에서 시험을 망쳐서 중 수준반에서 하 수준반으로 내려왔다면 그 학생의 심리적 충격은 더 클 것이다. 그리고 나름대로 하 반에서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불구하고 시험 성적 결과가 예전보다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심할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학습 무기력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둘째, 교사 입장에서 수준별 수업을 바라보면 된다. 하 수준 학급 경우, 하 수준 학급 학생들의 학습이 천차만별이라는 것이다. 2 교실인데, 어떤 학생은 중3 수준인데, 어떤 학생은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인 경우가 있다. 하 수준 학급 학생이라고 해도 비슷한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다양한 학습 수준 학생들을 어느 수준에 맞추어 수업을 해야 할지 난감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수준을 보다 세분해서 운영하려고 한다면 그에 따른 막대한 예산(교사 인건비, 교실 증축비)을 감당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

셋째, 교육과정과 평가의 문제를 이해해야 한다. 수준별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평가도 수준별로 평가해야 한다. 가르치는 내용과 평가 항목이 일치되어야 하는 것은 교육학의 기본 상식이다. 가르치는 내용과 평가 내용이 다르다면 원활한 교육 활동이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하반에서 난이도 조정을 해서 쉽게 가르쳐도 시험에서 나오는 문제들은 난이도가 높은 문제라면 성적 향상 결과를 얻기 힘든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수준별 수업에 따른 수준별 수업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이유는 현행 입시 제도 때문이다. 대학에 반영되는 학교 내신 평가는 상대 평가 체제이기 때문에 수준별 평가로 운영되기 힘들다. 상대 평가 체제에서 수준별 평가 체제가 도입된다면 대학에서도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다. 대학 입장에서 볼 때 상반의 꼴찌와 중반의 1등 학생 중 누구를 선발할 것인가? 학교별 학습 편차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학교 내 수준별 학급 차이까지 인정한다면 고교 내신을 입학 전형 자료로 활용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수준별 수업에 따른 평가가 필요하다는 것을 모두가 알면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므로 수준별 수업은 학생들의 학업 성취 향상을 위한 만병통치약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실행해야 한다. 그러므로 전국의 모든 학교가 교육 당국에 의해 강제적으로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는 것보다 단위 학교 차원에서 수준별 수업 여부를 결정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수준별 수업을 추진하는 학교에는 정부 차원에서 그에 맞는 충분한 재정적 투자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교육정책도 개별 학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 차원에서 획일적으로 추진한다고 해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수준별 수업의 대안 모색

 

그렇다면 수준별 수업의 대안은 무엇일까?

첫 번째, 수준별 수업을 하더라도 하 수준 학생을 위한 수준별 수업을 실시하는 것이다. 현행 수준별 수업은 상 수준 학생에 초점을 맞추어 진행되고 있다. 하 수준 학생들을 위한 수준별 수업을 한다는 것은 일단 우수한 교사들을 하 수준 학급에 배정하고 하 수준 학급 인원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하 수준 학생들에게 과감한 교육 투자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하 수준 학생들에게 과감한 투자를 했다고 단기적인 학업 성취도 향상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수준별 수업이나 개별 학습이 잘 이루어졌다고 학업 성취도가 향상되는 것은 별개의 문제일 수 있다. 배려라는 관점에서 접근해야지 학업 성취도 향상이라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수준별 수업은 실패할 수 밖에 없다.

두 번째, 팀 티칭 수업을 통해 하 수준 학생들을 실질적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교사 2명이 동시에 수업을 하면서 한 선생님이 설명을 하면 나머지 교사가 개별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다. 핀란드나 싱가폴 교실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수업 형태이다. 소명중고등학교의 경우, 1 수업을 원래 수준별 수업을 하려고 했으나 수준별 수업의 한계로 인하여 고민하다가 팀 티칭 형태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혼자서 수업을 하는 것보다 두 명이 동시에 수업하는 것이 배움찬찬이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고 교사도 상호 협의하면서 수업을 하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은 있지만 수업 개선의 효과가 있다. 수준별 수업을 위한 강사 배치가 이루어졌다면 별도의 교사 충원없이도 현실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

[싱가폴 팀 티칭 장면]

  

세 번째, 협동학습을 실시하는 것이다. 수준별 수업은 개별학습의 변형된 방식이다. 개별학습이란 교사가 개별 학생에 수준과 특성에 맞추어 수업을 하는 것이다. 학생 맞춤형 접근이 개별 학습인데 개별 학습은 기본적으로 1:1의 접근이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1:1 접근이 쉽지 않으면 1:소수로 접근하는 것이 수준별 수업이다. 개별학습의 특징은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방식이다. 그에 비해 협동학습은 나의 성공이 너의 성공으로만드는 수업 방식이다. 개별 학습에서는 교사가 개별 학생을 도와주는 접근이라면 협동학습은 또래 학생들이 다른 친구들을 학습을 도와주는 방식이다. 즉 이질적인 모둠 안에서 공부 잘하는 친구가 공부를 못하는 친구를 도와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생 상호 간의 역동성을 통해 학습 효과를 극대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협동학습은 개별 학습에 비해 학습 효과가 좋고, 경제적이며 교사의 수업 부담을 줄여줄 수 있다. 핀란드의 경우, 수준별 학급 편성 대신 이질적인 학급 편성을 하면서 수업 내용에 잘 따라 가지 않는 학생들을 수업 시간 안에 보조 교사가 도와주거나 별도로 방과 후에 지도하되 해당 학생이 기본적으로 원래 학급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한다. 협동학습을 기본적 체제로 운영하되, 그 안에서 개별학습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좋다. 수학과 TAI 모형처럼 기본적으로 성적 수준이 다른 학생들을 이질적으로 구성하여 수업을 진행하지만 일부 단계에서 학습 수준에 따른 과제를 부여함으로써 상 수준 학생들에게 맞는 도약 과제를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네 번째, 학점제 학교 및 무학년 단계별 교육과정을 실시하는 것이다. 고교 수학의 경우, 하 수준 학생을 위한 실용 수학이나 기초 수학을 개설하고 상 수준 학생을 위한 고급 수학 등을 개설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 고교 3년 과정을 6단계라고 가정한다면 8단계에서 10단계로 수학과 교육과정을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그래서 학생들이 자기 학습 수준에 맞추어 해당 강좌를 수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렇게 교육과정은 운영한다면 자연스럽게 무학년제로 운영될 것이다. 학생들은 간단한 테스트 과정을 통해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졸업시 7단계 이상을 이수했으면 졸업 자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학점제 및 무학년 단계별 교육과정이 현실화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존재한다. 현행 입시 제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으면 도입하기 힘들 것이다. 일단 학교 내신 체제를 절대 평가제로 전환하고 선이수 학점제(AP) 등의 보완 장치가 도입되어야 한다.

교육 당국이 교사에게 수준별 수업이라는 딜레마 상황에 밀어 넣고 그 문제점을 교사들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 수준별 수업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대안들이 모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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