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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좋은교장운동?

by 김현섭 2013. 8. 21.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은 마치 교감 선생님 같아요. 꼼꼼한 것은 좋은데, 최종 결재 받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학교 발전을 위해 외부적으로 큰 일을 추진하는 것 같지는 않아요.”

우리 학교 교장 선생님은 카리스마적 리더쉽이 있어서 업무 추진력은 뛰어나세요. 하지만 자신과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 대하여는 잘 수용하지 않아요. 그래서 일부 선생님들이 교장 선생님에게 상처를 받는 일들이 많아요.”

우리 교장 선생님은 인격적으로 참 좋으신 분인데, 업무적으로는 애매한 태도를 취할 때가 많아요. 문제가 발생하면 회피하려고 하고 문제가 생길만한 일이라고 판단하면 아예 시도하려고도 하지 않아요. 그리고 학교 안에서 갈등이 일어나면 잘 개입하시지 않아요.”

교장 선생님만 바뀌면 우리 학교도 바뀔 수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연수 내용은 교사보다는 우리 교장 선생님이 들으시면 좋겠어요. 교장 선생님이 외부 연수만 다녀오시면 교직원회의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요구하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교장 선생님이 외부 출장 연수를 가신다면 왠지 겁나요.”

교사들이 교장 선생님에게 쏟아내는 이야기들이다. 학교의 최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사람은 학교장이다. 그러므로 교장의 색깔이 학교의 색깔을 결정한다. 교사들이 아무리 의견을 모아 새로운 시도를 하려고 해도 교장이 허락하지 않으면 추진하기 힘들다. 좋은 학교들의 공통된 특징은 학교장의 좋은 리더쉽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장의 역할도 예전에는 행정적 관료로서 권위자 역할이 강조되었다면 최근 혁신학교를 중심으로 혁신적 교육 철학 및 마인드를 가지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교장의 역할을 상대적으로 강조되고 있는 추세이다. 학교 혁신에 대하여 고민하면 교장의 역할과 리더쉽에 대하여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다. 왜냐하면 교사가 바뀌면 교실이 바뀌고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뀌기 때문이다.

 

좋은 교장을 위한 5가지 역할

그렇다면 좋은 교장의 역할은 무엇인가?

첫째, 교육철학과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할 수 있는 교장이다. 교육 철학과 비전은 교장실 벽에 붙어 있는 게시판 장식의 일부가 아니다. 학교의 방향을 결정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기준점이다. 그런데 일부 교장의 경우, 자신만의 교육철학과 비전 자체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학교의 경우, 학교의 에너지가 집중되기 힘들고 현상 유지에 급급한 경우가 많다. 어떤 학교에서 일어난 일이다. 교장 선생님이 병가로 인하여 2달 동안 학교를 비웠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은 2달 동안 학교 운영에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어떤 역할의 중요성은 그 역할 부재시 드러난다. 여러 혁신학교들을 관찰해 보면 대체로 혁신학교 교장 선생님들은 교육철학과 비전과 분명하고 인격적으로도 훌륭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성공하는 학교와 실패하는 학교의 차이점은 교장 선생님의 교육 철학과 비전이 전체 학교 구성원들과 잘 공유되고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 실패하는 학교들의 특징은 교장 선생님만 훌륭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좋은 학교인지 아닌지를 평가하려면 교장 선생님만 이야기해서는 쉽게 알 수 없다. 전체 구성원들(부장 교사, 평교사, 학생, 학부모 등)을 만나 이야기해보아야 알 수 있다. 예전의 교장상은 교장의 교육철학과 비전을 교사들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측면도 있었지만 최근의 교장상은 교장이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하여 교육철학과 비전을 공유하도록 노력하거나 학교 구성원들 간의 민주적 협의과정을 통해 교육철학과 비전을 도출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사진1: 풀무학교 교훈 액자]

 

둘째,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교장이다. 예컨대, 교장이 자주 지각을 하면서 교사들에게 지각한다고 나무라기는 힘들다. 교장이 학교를 자주 비우면서 교사들이 연가 신청을 하는 것에 대하여 비난하기 힘들다. 학교 예산이 부족하다고 교수학습비 지출에 인색하면서도 크고 작은 개보수 공사가 학교에서 끊이지 않는다면 교사들이 이를 납득하기 쉽지 않다. 지금까지 수많은 학교들을 방문했지만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학교가 풀무학교와 영훈초등학교, 이우중고등학교 등이다. 풀무학교와 영훈초등학교의 공통점은 교장실이 학교 안에서 제일 누추하고 상대적으로 비좁은 공간이라는 것이다. 이우중고등학교에서는 최근 교실이 부족해서 교장실에서도 일반 수업이 이루어진다. 교장실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면 교장 선생님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여 업무를 한다. 소명중고등학교에서는 교장도 일반 교과 수업을 하고 수업 공개도 교장이 제일 먼저 하였다. 일반 학교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다. 교장이 애국조회나 교직원회의 시간을 통해 민주주의를 강조하면서 교장실을 초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최고급 소파 응접 가구를 배치했다면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교장이 삶으로 보여주지 않으면 학교 구성원들이 진심으로 최고 리더로서 교장의 리더쉽을 따르기 쉽지 않다.

 

 

셋째,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동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교장이다. 대개 일반 학교의 경우, 교장이 교사들을 동기 부여하는 방법은 근무평정 점수 부여, 부장 보직 인사, 성과급 등이다. 이러한 외적 동기 부여 방식은 교장이 교사들에게 즉각적인 동기 부여를 할 수 있도록 하지만 반대로 여러 가지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근무 평점 1등수를 받기 위해 부장들끼리 암투를 벌이기도 하고 부장 보직을 받기 위해 치열한 로비가 일어나기도 하고 성과급 문제로 인하여 교직원들끼리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성공하는 혁신학교들을 관찰해보면 교장이 시켜서 마지 못해 교사들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늦게 까지 남아서 일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사의 자발적인 동기 부여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동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학교 주요 의사결정시 교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여지를 많이 주어야 한다. 교직원회의시 어떤 교사가 교내 토론대회를 하자고 의견을 냈다면 최소한 해당 교사만큼은 자기 의견대로 교내 토론대회가 운영된다면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다. 서정초등학교를 방문해보면 늦은 밤까지 교사들이 수업 준비를 하는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서정초등학교의 경우, 교사들이 학교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수업을 한다. 수학의 경우, 교사들이 6년 과정을 12단계 단계별 교육과정을 개발하여 수학과 워크북을 자체 제작하여 수업을 한다. 교장이 시켜서 하라고 했으면 교사들의 반발이 컸겠지만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의사결정을 했기에 알아서 열심히 수업 준비를 한다. 학교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동기를 이끌어내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가 덜어내기를 잘하는 것이다. 교장이 새로 부임해서 새로운 사업을 벌이는 것보다 학교 특성이나 학교 구성원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과감하게 덜어내기 작업을 잘하는 것이 필요하다. 덜어내기를 잘해야 새로운 일을 더하기를 할 수 있다. 또한 학교 업무시 칭찬과 격려도 내적 동기 유발에 큰 도움이 된다. 최악의 교장은 교직원 회의시 실수한 교사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교장실에서 업무 수행을 잘한 교사들을 비공개적으로 칭찬하는 것이다. 칭찬과 격려는 공개적으로 하고 책망과 보완은 비공개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

넷째, 갈등 조정을 할 수 있는 교장이다. 일반 학교이든 혁신학교이든 특수목적고등학교이든 간에 학교 내 갈등이 없는 학교는 없다. 교장과 교사의 교육철학과 이해관계도 다르지만 교사마다 교육철학과 가치관이 다르고 학생이나 학부모, 지역사회의 요구와 이해관계도 다르다. 가치관과 이해 관계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있는 학교라는 조직 사회에서 갈등이 없을 수 없다. 좋은 학교는 갈등이 없는 학교가 아니라 갈등을 어떻게 성숙하게 해결하느냐에 달려있다. 갈등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이 손쉽게 선택하는 방법이 회피이다. 서로의 의견이 충돌하면 대개 힘이 있는 사람의 의견대로 의사 결정이 되기 쉽다. 상대적으로 힘이 적은 사람은 자기 의지대로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편한 마음이 들고 상처를 입기도 한다. 이때, 힘이 적은 사람이 힘이 많은 사람을 피해 다닌다. 교장과 평교사가 의견 충돌이 이루어지면 교사가 자기의 불편한 마음 때문에 교장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의도적으로 회피한다. 그런데 회피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심화시키기 때문에 나중에 또 다른 갈등이 일어날 때 어떤 형태로든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회피 다음 단계는 싸움(폭력)이다. 힘이 대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끼리 갈등이 일어나면 서로 싸운다. 점잖게 싸울 때는 말다툼이나 뒷말을 하고 치열하게 싸울 때는 고성으로 말싸움을 하거나 물리적인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학교 안에서 발생하는 갈등의 대부분은 회피나 싸움 형태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 갈등을 성숙하게 해결하는 방안은 화해이다. 화해란 갈등 당사자들이 직접 만나 대화를 통해 소통하거나 중재자가 이해관계를 조절하는 것이다. 학교 내에서 화해적 방법으로 갈등을 해결하려고 할 때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이 교장과 교감이다. 교사 간 실무적인 갈등은 교감이 해결할 수 있지만 감정적인 갈등이나 학교 구성원들 간의 갈등(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등)은 교장이 직접 나서서 중재자로서 해결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일부의 교장들은 학교 안에서 큰 갈등이 발생하면 실무 담당 부장이나 교감에게 해결을 미루는 경우가 많다. 갈등 조절자로서의 역할은 커녕 교장이 갈등 당사자로서 트러블 메이커인 경우도 있다. 갈등 조정자로서 교장의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학교 구성원들이 교장을 진심으로 신뢰하고 따를 수 있다.

다섯째, 지역 사회와 소통하며 학교 예산을 만들어낼 수 있는 교장이다. 학교는 고립된 섬이 아니라 지역사회의 일부 조직이다. 학교 내 한정된 자원으로 학교를 발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나 지역사회 및 시민단체와 소통을 하고 지역사회의 자원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능력이 필요하다. 교장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가 펀딩 능력이다. 교육청에서 주는 학교 운영비 예산으로는 현상 유지도 쉽지 않다. 학교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이를 가능할 수 있는 재원이 필수불가결이다. 예산 펀딩은 평교사나 교감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교장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교육청의 각종 프로젝트 수행이나 지자체로부터의 예산 투자, 학교 내 수익 사업, 학교 발전 기금 모금 등을 통해 예산 펀딩에 신경을 써야 한다. 돈이 없다고 교사들에게 일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 교장이 아니라 돈이 없으면 돈을 모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 바람직한 교장의 역할이라는 것이다.

좋은 교장 운동?

좋은 교사라고 해서 좋은 교장이 되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교사의 역할과 교장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교사는 자기 일(수업, 생활지도, 행정 업무)만 잘하면 되지만 교장은 학교라는 조직을 관리하고 운영할 수 있는 능력(철학, 인사관리, 예산 등)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도 좋은교사운동을 넘어 좋은교장운동을 시작할 때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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