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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혁신학교에서 미래학교로!

by 김현섭 2018. 10. 27.

혁신의 사전적 의미는 잘못된 것, 부패한 것, 만족스럽지 못한 것 등을 개선하거나 고치는 것을 말한다. ,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등을 바꾸어 아주 새롭게 하는 것을 말한다. 비슷한 단어로 개혁이나 개선이 있는데, 개혁이나 개선은 부족한 것을 노력하여 보완하는 것을 의미한다. 기존 틀을 유지한 채 그 안에서 부족한 부분을 변화시키는 것은 개혁이나 개선이라면 틀 자체를 바꾸어 새롭게 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혁신이라고 할 수 있다.

교육 혁신은 교육 분야에서 잘못된 관습, 조직, 방법 등을 바꾸어 새롭게 하자는 것이다. 현재 우리 교육 활동이 모든 교육 주체들이 만족하고 질 높은 교육을 하고 있다면 혁신이라는 단어가 맞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은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교육 철학은 사회적 합의가 잘 이루어져 있지 못하고, 교육 목표는 추상적이다. 교육과정은 다양한 학생들의 필요에 맞추지 못하고, 수업은 강의식 수업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하며, 평가는 입시 제도로 인하여 왜곡되어 있다. 학생도, 부모도, 교사도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교육 개혁이나 개선 노력은 끊임없이 추진되었지만 만족할 만 수준의 변화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그러기에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다양한 교육 개혁 내지 혁신 정책이 추진되었다.

교육 혁신 차원에서 대표적인 것이 혁신학교이다. 혁신학교는 처음 남한산초등학교나 서정초등학교 등의 작은 학교, 이우중고등학교 등의 학교 혁신 실험 등에서 시작되었다. 뜻있는 소수의 교사들의 헌신을 기반으로 시작되었고, 운동 방식도 아래로부터의 상향식 운동이었다. 그런데 진보 교육감이 등장하면서 혁신 학교를 제도화하고 정책적으로 적극 지원하기 시작하면서 위로부터의 하향식 운동 방식과 결합되었다. 그리하여 현재 전국에 수많은 혁신 학교들이 생겨났고, 학교마다 다양한 혁신 교육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혁신의 결과는 현재 상태보다 좋아야 한다. 교육 혁신의 결과가 현재 교육 상태보다 좋지 않다면 개악이요, 왜곡이라고 볼 수 있다. 교육 혁신을 통해 현재보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가 행복해져야 제대로 된 교육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혁신 학교도 혁신 학교 지정 이전 보다 교육 주체들의 만족도가 올라가야 성공적인 혁신학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좋아하지만 교사들이 좋아하지 않는다면 혁신학교가 유지되기 힘들 것이고, 교사들은 좋아하지만 학생과 학부모들은 좋아하지 않는다면 혁신학교라고 보길 힘들 것이다. 혁신학교는 교사, 학생, 학부모가 이전보다 모두가 만족도가 높아야 제대로 된 혁신학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융합연결을 강조한 4차 산업 혁명 시대로 이미 진입하였다. 사회적 변화와 기술 혁신의 속도는 예전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예컨대, 전화기만 하더라도 1849년에 발명되어 기계식 전화기 전자식 전화기 휴대전화기 스마트폰(2007)의 순서로 변화하는 데 약 160년이 걸렸다. 미래 사회는 우리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상황을 제공할 것이다. 농업 사회에서는 과거의 지식이 현재의 삶을 풍요롭게 하였다. 풍부한 농사 경험이 현재 농사에 큰 자산이었다. 산업 사회에서는 현재의 지식을 기반으로 공장을 운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보화 사회를 지나 4차 산업 혁명 시대에서는 과거나 현재의 지식만으로는 미래의 불확실함을 온전히 극복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영어 공부를 잘해야 해외에서 외국인들과 의사소통하기 쉬었지만 이제는 정보 기술의 발달로 인하여 구글 번역기, 파파고 등을 활용하면 쉽게 영어 문장을 해석할 수 있게 되었고, 조만간 실시간 동시번역도 가능해질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영어 시간에 학생이 왜 영어를 배우느냐고 질문한다면 무엇이라고 답변할 수 있을까? 교과서 지식을 열심히 외어서 시험 점수를 잘 받았다고 해서 새로운 문제 상황 앞에서 이를 잘 해결할 수 있을까? 기존 지식을 전수하는 것만으로는 미래 사회를 살아갈 수 있을까? 그것이 쉽지 않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지금까지의 교육 혁신 운동은 왜곡된 교육 현실을 바로 잡는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미래를 바라보고 미래 교육을 위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기이다. 과거에 얽매이거나 현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미래를 위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실제 위기가 도래하기 전에 교육 주체들이 위기 의식을 가지고 미래 사회와 교육에 대한 변화 방향을 예견하고 이에 맞는 대응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가 만족스럽다고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실제 위기가 닥쳤을 때 대처하지 못하고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치 냄비 안에 물과 개구리를 넣고 서서히 불로 달구면 개구리는 탈출하지 못하고 그 안에서 서서히 죽게 되는 것과 비슷한 일이 생길 것이다.

필자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지역 사회에서 인정받고 있는 어느 명문 고등학교를 대상으로 학교 컨설팅을 한 적이 있다. 우수한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고, 교사들은 열정이 넘치고, 재단에서도 학교 운영에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좋은 학교였다. 그런데 최근 전체 학생 수 감소로 인하여 학급수가 1학급 줄게 되면서 교사 인원수가 줄어들게 되었다. 이 학교만이 아니라 주변에 좋은 학교들이 많은 상황에서 전체적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현실 앞에서, 우리 학교가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무엇인가 노력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위기 의식이 생긴 것이다. 학교컨설팅 과정을 통해 교사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고민하고 그에 맞는 교육과정 개발에 집중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미래에도 이 학교는 지금보다 더 발전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우수한 학교일수록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진행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는 과거에 매여 교육을 하거나 현재 업무에만 모든 교육적 에너지를 쏟고,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기업도 순이익을 다 가져가지 않고, 상당 액수를 미래를 위한 연구와 제품 개발에 투자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시시각각 변화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도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 학생들은 좋은 학교를 다니고 싶어 한다. 좋은 학교에는 학생들이 입학하려고 노력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학교에는 기피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학생들이 많고 학교가 적었지만 이제부터는 인구수 급감으로 인하여 학생 수가 부족하게 되어 정반대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좋지 않은 학교에는 더 이상 학생들이 가려고 하지 않는다.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 학교는 더 이상 존속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제 교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의 100%를 현재 업무에 쓰게 하는 것이 아니라 7-80%만 쓰게 하고 나머지 여백을 통해 미래를 위한 준비와 교직 역량을 신장시키기 위한 연수와 연구에 매진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 완성 예언과 자기 부정 예언이 있다. 자기 완성 예언이란 예언 때문에 그 예언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를 말한다. 예컨대, 미래 사회는 인공지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정부나 기업이 인공지능 분야에 투자를 해서 실제 미래 사회에서도 인공 지능 사회가 되는 경우가 될 것이다. 반대로 자기 부정 예언이란 예언 때문에 그 예언대로 결과가 나타나지 않도록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여 예언과 다르게 실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예컨대, 마르크스가 자본주의 체제는 자기 모순으로 인하여 멸망할 것이라고 예언하니까 자본주의 체제 안의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수정 자본주의가 등장함으로서 자본주의가 멸망당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자본주의 체제가 발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미래 교육 담론은 자기 완성 예언과 자기 부정 예언을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미래 사회가 이렇게 변하니까 교육도 이렇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여 미리 준비하면 그것이 미래에 현실로 될 것이다. 반대로 현재의 교육 체제로 유지된다면 미래에 망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여 현재 교육 체제를 미래 지향적으로 변화시킨다면 현재 교육 현실보다는 보다 나은 결과를 현실로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 교육 담론이 사회적으로 활성화될수록 현재보다 나은 미래 교육이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도 미래 교육을 위한 다양한 실험 학교들이 운영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주관하고 있는 꿈의 학교’(http://village.goe.go.kr)는 학교 밖 학교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학생의 흥미와 관심사에 따라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학생 선택형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이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하는 학생이 만들어 가는 꿈의 학교’, 마을공동체 구성원들이 운영하는 학생이 찾아가는 꿈의 학교’, 동아리 활동 중심의 마중물 꿈의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운영 원리로 첫째. 학생 스스로 기획하고 도전하기. 2. 무학년제 운영, 셋째, 온 마을이 함께 운영하기, 넷째, 문턱이 없는 마을학교를 만들기, 다섯째, 더불어 배우고 나누며 민주주의를 실천하기를 제시하고 있다. 드론 만들기, 커피 바리스타, 보드 게임 제작, 도자기 제작, 제과 제빵 등 다양한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마을교육공동체와 미래학교의 학습 공원개념으로 연결될 것이다.


최근 대구시교육청에서는 대구형 미래수업교실인 참자람교실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참자람교실은 기존 교과서에서 벗어나 창의융합형 미래 수업 형태를 실험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평가도 객관식 평가에서 벗어나 서술형 평가, 과정 중심 평가로 운영되고 있다. 국가 수준 교육과정에서 제시하고 있는 성취 기준에 근거하여 교육과정을 재구성하여 프로젝트 기반 수업과 토의 토론 수업을 중심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대구 시내 중학생 중 희망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30명을 모집하여 위탁형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원적교가 있지만 참자람교실로 위탁되어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학기당 자유 의사에 따라 지속적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고, 자기 의사에 따라 원적교로 돌아가서 재학할 수도 있다. 현재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아서 대기자들도 있는 상황이다. 교사도 별도로 선발하여 현재 6명의 교사가 활동하고 있고, 추후 학생 수 증가에 따라 추가로 모집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참자람 교실은 교육청 주관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교육청 뿐 아니라 산하 교육연구정보원에서도 이를 연구하고 있고, 추후 일반화 과정도 염두해 두면서 진행하고 있다.

 


이제는 혁신 학교에서 미래 학교로 준비를 하는 고민과 노력이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는 수준을 넘어 교육의 본질을 바탕으로 미래를 적극적으로 준비하는 학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래는 이를 준비한 사람의 축복이 될 것이고 이를 준비하지 못한 사람의 재앙이 될 것이다. 성경의 열 처녀 비유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