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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많은 대학생들이 휴학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by 김현섭 2018. 11. 9.

요즘은 대학생들 중 상당수가 휴학을 한다. 물론 대학생들이 휴학하는 동기는 매우 다양하다. 군대를 가기 위해서,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서, 해외 단기 어학 연수나 다양한 체험 활동을 하기 위해서, 당장 취직이 쉽지 않아서, 빡빡한 학업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기 위해 등등...

그런데 많은 대학생들이 자기 전공과 자기가 잘 맞지 않아서 방황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반수나 재수, 내지 편입학하려는 학생들이 많다. 자기 정체성에 대한 혼란을 경험하고 중고등학교 십대 시절에 경험해야 할 사춘기를 대학에 와서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대학에서 사춘기를 경험하지 않고 중고등학교 시기에서 정상적으로 사춘기를 경험할 수 있는 여유를 사회 구조적으로 줄 수 없을까? 때로는 자기 진로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다양한 직업 체험 활동을 해볼 수 있고, 때로는 연애나 친구 관계를 통해 대인 관계를 키워가고, 때로는 인생의 허무감으로 인하여 수업을 빼먹기도 하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에서는 만약 어떤 학생이 이러한 행동을 한다면 정상적으로 좋은 대학을 진학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그러다보니 다른 학생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단 성적을 올리기에 모든 노력을 매진할 수 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사춘기를 유보하게 되고 그 결과 대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사춘기를 심하게 앓는 경우가 생긴다. 

이러한 문제를 개인적 문제로만 여기지 않고 사회적으로 고민하고 방황할 수 있는 배려를 해줄 수 있다면 그에 따른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고교 자유학년제 형태로 풀어가고 있다.

아일랜드의 전환학년제(TY)

1974년 리처드 버크 교육부 장관이 학생들을 시험과 과제의 압박에서 벗어나 폭넓은 학습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도입되었다. 중학교 졸업 이후 희망자들이 고1 과정에서 전환학년제를 통해 시험에 대한 압박 없이 다양한 활동 및 진로 탐색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전통적인 교과 수업 뿐 아니라 프로젝트 활동, 다양한 활동 등을 강조하여 운영하였는데, 1994년부터 더욱 활성화되었다.

 

영국의 갭 이어(Gap Year)

영국의 갭 이어는 고교 졸업 후 대학 진학 전 1년 동안 다양한 활동을 통해 쉼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진로 계발을 위해 학교를 쉬면서 다양한 활동, 교육, 체험을 할 수 있도록 일종의 유예를 주는 기간이다. 공식 학사과정이 아니라 정식학년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학생들은 이 기간에 사회봉사와 여행, 직업 체험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봉사, 여행, 진로탐색, 교육, 인턴 등의 활동을 직접 체험하고 이를 통해 향후 자신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설정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1960년대 도입되어 이후 영연방 국가들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매년 약 3만 명의 영국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갭 이어를 활용한다.

 

덴마크의 에프터스콜레 학교 운영

중학교 졸업 후 희망 학생들은 1년 과정인 진로탐색 기숙사 자유학교인 에프터스콜레에 들어가 자유롭게 공부하면서 진로를 탐색한 후 일반고 내지 직업고로 진학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의무교육인 9년 과정의 초중등학교를 졸업한 학생이 10학년 때 1년간 선택적으로 자유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인생을 설계할 시간을 제도적으로 보장해 학업 부담 없이 자신의 재능을 찾을 기회를 주자는 취지다. 정식 학사 과정으로 인정되고 교육과정은 학교별로 목공, 건축, 축구, 연극 등 다양하게 운영된다. 학생들은 관심사에 따라 학교를 선택할 수 있다. 1815년에 도입되었고, 1967년부터 활성화되었고, 에프터스콜레는 전국에 260여 개가 있다.


물론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일부에서 실험학교 형태로 고교 자유학년제 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에서는 고교 자유학년제 학교인 오딧세이학교를 운영하고 있고, 일부 교육시민단체를 중심으로 고교 자유학년제 실험 학교들이 운영 중이다. 이러한 노력인 실험 수준을 넘어 좀 더 많은 고교 자유 학년제 학교들이 생겨서 희망 학생들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운영되는 노력이 전개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딧세이 학교 비전은 삶의 의미와 방향찾기로서 이를 이루기 위해 핵심 가치로 여유와 성찰, 자율성과 시민성, 지혜와 용기를 제시하고 있다. 여유와 성찰은 현행 입시 구조에서 벗어나 여유를 누리고 그 여유 안에서 자기를 돌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고, 자율성과 시민성은 시민으로서 공공성을 지향하는 교육을 한다는 것이고, 지혜와 용기는 자기 인생을 개척하고 모험할 수 있는 힘과 결단력을 길러주겠다는 것이다. 오딧세이 학교에서는 3대 핵심 역량으로 생활 역량(자율적 성찰 능력, 삶의 기술(Social skill)과 신체적 감각), 관계역량(소통과 협력을 통해 공동체를 변화시키는 공공적 의지와 실천력), 진로역량(변화하는 미래의 직업 세계에 대처할 수 있는 생애 개척 역량)을 삼고 있다.

오딧세이 학교 교육과정은 서울시교육청과 민간 교육교육기관들의 민관협력형으로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수목 이틀은 정독도서관 교실에서, 나머지 월화금 삼일은 3개의 대안학교(공간 민들레, 꿈틀학교, 아름다운학교)에 흩어져서 공부를 한다. 공동 수업은 연극, 합창, 전체 특강, 영어, 수학, 한국사 등이 있고, 협력 기관(대안학교) 수업은 대안 학교 특색에 맞는 수업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공간 민들레에서는 공동체 학습, 구상과 표현, 생활체육, 프로젝트 학습 등을, 꿈틀학교에서는 진로 탐색, 공동체 학습, 소리와 리듬, 주제 탐구 학습 등을, 아름다운학교에서는 생활과 논리, 삶과 철학, 과제 연구, 삶과 표현 등을 운영하고 있다. 대안학교마다 특색이 다르기 때문에 각 학교가 가지고 있는 색깔있는 교육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는 지역별 거점학교를 중심으로 가지만 추후에는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교과 외 창체 활동으로 동아리, 봉사, 진로 활동 등을 하고 있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상당히 높다. 그 이유는 학생에 대한 존중이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고 학생들의 필요와 욕구를 최대한 반영하여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업 방식도 학생 참여형 수업으로 진행되고 학생 자치 활동과 각종 체험 활동이 풍성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오딧세이 학교 개교 소식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80604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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