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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교 자치?!

by 김현섭 2019. 1. 1.

학교마다 교육과정이 왜 비슷비슷할까?”

일반적으로 교직원 회의는 쌍방통행 문화보다는 일방통행 문화로 진행될까?”

교사에게 있어서 수업이나 생활지도 업무보다 행정 업무에 대한 부담감이 더 큰 이유는 무엇일까?”

교사들은 주어진 업무에 대하여 수동적인 반응을 보이고 능동적이고 창의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려고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교마다 학생 자치 문화를 강조해도 실질적인 자율적 학생 자치 문화가 정착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학부모 행사나 학부모 교육 프로그램에 학부모들의 참여도가 낮은 이유는 무엇인가? 학교는 지역 사회의 섬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많은 이유는?”

기존 학교 문화에 대하여 ?’라는 질문을 던져보면 쉽게 풀리지 않는 이상한 것들이 많이 있다. 관행적인 학교 문화를 비판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많이 존재한다. 이러한 학교 문화의 문제점을 비판하기는 쉽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다. 그런데 학교 자치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학교 자치란?

우리 나라 교육사를 살펴보면 일제 시대 이후 중앙 정부의 통제 가운데 학교 교육 활동이 이루어져 왔다. , 국가 수준 교육과정 중심으로 학교 교육 활동이 진행되었다. 그래서 중앙 정부가 교육의 질 관리를 하고, 정부의 교육 정책을 단위 학교에서 구현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교육의 획일화 현상이 나타나고, 시대적 요구나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 사회 등의 다양한 요구에 대하여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였다. 또한 관료주의 폐단이 나타나고, 지역 교육청이나 단위 학교의 자율성과 책무성이 약화되었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교육 자치이다. 그런데 교육 자치의 종점은 학교 자치이다. ‘학교 자치란 학교 교육을 담당하는 주체들이 교육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 교육 운영에 대한 권한을 학교가 가지고, 교사, 학부모, 학생의 교육 3주체가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학교 운영과 관련된 일을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해 나가는 것이다. 쉽게 말해 학교가 학교 교육의 방향과 내용을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그 책임도 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학교 자치의 특징은 첫째, 학교 구성원들의 민주적인 의사결정과 행정 권한 분산을 통해 교육의 질을 도모하자는 것이다. 둘째, 개별 학교의 문제는 그 학교 구성원들이 가장 잘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과 함께 학교 구성원들의 전문성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셋째, 단위 학교의 전문성과 자율권을 허용하되, 그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학교 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학교 단위 책임 경영제가 실현될 수 있어야 한다. , 단위 학교가 인사, 재정, 교육과정 등의 자율권을 가지고 책임지며 운영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자치는 협치(協治, 거버넌스) 관점에서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 중앙 정부의 통제가 아니라 교육 주체들 간의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네트워크 조직을 형성하여 교육 목적을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학교 자치는 총체적 질 관리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교육 수요자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학교장의 리더쉽 하에 교직원들이 학교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하는 경영 노력이 필요하다. 학교 자치는 학교 공동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학교 구성원들이 공동체 의식을 가지고 동등하게 참여하고, 자율성에 근거하여 운영하고 서로 헌신하고 신뢰하며, 존중해야 한다.

 

 

학교 자치의 핵심은 교육과정 자율권이다!

학교 자치는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 사회 등 학교 교육 참여자들이 실질적인 주체화를 경험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주체화의 핵심은 자기 결정력이다. , 학교 교육 활동의 주요 의사 결정을 누가 내리느냐 문제이다.

교육과정을 실질적으로 구성하고 운영하는 주체는 교사이다. 교사는 교육과정 전문성과 기획력을 기반으로 학생과 학부모들의 요구를 교육적 관점에서 파악하고 다양한 요구들을 효과적으로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활동이 조직되고 운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므로 학교 교육과정 구성 시 학생이나 학부모, 지역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교사의 교육과정 전문성이 부족하여 수준 높은 교육과정이 구현되지 못하거나 학생이나 학부모가 교사의 전문성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교육과정 자율권을 인정하지 못하는 제도적, 재정적인 한계나 외부의 부당한 간섭이 존재한다면 현실적으로 학교 자치는 불가능할 것이다.

교육과정 관점에서 학교 자치를 바라보면 학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고 교육적 가치, 공적 가치를 지향해야 한다. 학교 자치의 방향이 사적이고 이기적인 가치로 변질되거나 집단 이기주의 관점에서 결정된다면 발전이 아니라 퇴행이 될 것이다.

교육과정이 특정한 개인이나 소수의 사람들에 의하여 결정되고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주체들의 참여를 통해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과정이 되어야 한다. 일부 학교들의 경우, 특정 개인이나 소수 사람들의 철학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이 운영되다보니 학교 구성원들이 교육과정 자체에 대하여 무관심하거나 관행적으로 따르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 과정에서 일부 학생들은 특혜를 누리고 일부 학생들은 소외를 경험한다. 예컨대, 소수 상위권 학생들에게 유리하도록 교육과정을 구성하거나 각종 대회 수상 실적을 몰아주는 일이 생긴다. 반대로 하위권 학생들에 대하여 무관심 내지 방치하는 일이 생긴다. 좋은 교육 프로그램들을 짜깁기하는 방식보다 교육 주체들의 참여 가운데 함께 고민하면서 자체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 더욱 의미있는 접근이 될 것이다.

일부 학교들은 학교 철학과 교육과정과의 일관성을 잃어버린 경우가 있다. 교훈, 학교장 교육 경영 방침, 학교 철학, 교육과정이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예컨대, 전인 교육을 지향한다고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입시 교육을 지향하고, 공동체 역량을 강조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경쟁 학습 문화를 부추기는 경우가 생긴다.

교육과정은 문서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수업으로 구현되어야 한다. 최근 강조되고 있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담론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교육과정이 수업으로 나타나야 하고, 수업한 대로 평가하고 그 결과를 있는 그대로 기록하여 결과적으로 입시에도 총체적 교육 활동이 반영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교육과정의 전문성을 담보하려면 교사학습공동체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교사들이 학교 교육과정에 대하여 연구하고 다른 학교 교육과정 운영 사례를 검토하고 우리 학교에 맞는 교육과정을 구현할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 집단지성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학교 교육과정을 구성하고 운영하고 피드백 과정을 통해 지속적인 수정 보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자치란 교사 자치가 아니다!

학교 자치는 교사들만의 자치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학교 자치가 교사 자치로만 국한된다면 자칫 교사 편의주의에 따라 학교가 운영될 수 있다. 예컨대, 학생 체험 활동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놀이동산에 학생들을 풀어놓는 것(?)과 체험 활동을 교사들과 학생들이 함께 기획하여 운영하는 것 사이에서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 특히 학교 내 교사들 중 긍정 방향 교사들보다 부정 방향 교사들이 다수인 경우, 교사 편의주의에 따라 학교 의사 결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학생 배움 증진을 중심으로 교육 활동이 결정될 수 있어야 한다.

학교 자치에는 학생 자치, 학부모 자치, 지역 사회와의 소통도 포함되어 있다. 현실적으로 학생 자치가 활성화되지 않은 학교들이 많이 있다. 학생 자치가 활성화되지 않은 학교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해당 학교 교직 문화도 권위주의, 관료주의 성향을 가지고, 하향식 의사결정 구조인 경우가 많다. 대개 교직 문화가 수평적 문화, 상향식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학교는 학생 자치도 비례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다.

학생 자치는 학생의 관심사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초등학교의 경우, 학급 단위의 규칙, 놀이, 행사, 동아리 활동에 관심이 많다. 중등 학교의 경우, 교칙이나 학교 행사, 학교 매점, 교복 공동 구매 등에 관심이 있다. 학생 관심사에 초점을 맞추어 학생들이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회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 교육과정 안에 학생 자치 활동 시간을 실질적으로 보장하여야 한다. 학생회 공간을 마련하고 관련 예산도 지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교육과정 구성 및 운영에서도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자기주도형 교육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원하는 과목을 개설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학부모 자치도 활성화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계몽주의 관점에서 학부모 교육의 대상자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회가 중심으로 학부모 교육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좋다.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정기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온오프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만 학부모들이 정상적인 교육과정 운영에 대하여 제동을 걸거나 교권을 훼손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그 한계를 둘 필요는 있다. 또한 지역 사회와의 소통과 교류를 통해 학교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지역 사회가 학교 교육 활동에 기여할 수 있는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최근 우연히 교감협의회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일반 교사들이 교감의 정당한 지시에 잘 따르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이를 제재할 강력한 교육청 지침을 만들어 달라고 장학사에게 요구하였다. 이에 대하여 교육청 장학사님이 난감해 하는 장면을 바라보면서 필자도 참 당황했던 기억이 있었다. 학교 관련 모임에 가보면 교장들은 교사들 때문에, 교사들은 교장 때문에, 학부모들은 교사 때문에, 교사들은 학부들 때문에 학교가 힘들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인식은 상호 불신과 오해를 쌓고 학교 갈등을 부추긴다. 학교 자치의 핵심은 참여와 소통, 신뢰, 전문성이다.

현재 학교 자치를 위한 대표적인 제도적 장치가 학교운영위원회이다. 그런데 학교운영위원회가 잘 운영된다고 해서 학교 자치가 잘 이루어진다고 보기 힘들다. 실질적인 학교 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실질적인 학교 자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교사의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 일부 교사들은 학교 자치를 부담스러워 한다. 왜냐하면 교사들이 현재보다 해야 할 일과 그 책임이 더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학교 자치 담론을 통해 교사들의 의식이 바뀌고 점진적으로 학교 자치 역량을 기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학교 자치에 대하여 좀 더 고민하길 원하는 사람들은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에서 출간한 학교 자치를 필독서로 추천한다. 이 글의 상당 부분은 이 책을 참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