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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미래학교, 블렌디드 스쿨?!

by 김현섭 2020. 8. 21.

코로나가 완전 해결되도 블렌디드 러닝을 할 수밖에 없는 5가지 이유

지난 84일 교육부 장관은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다 하더라도 미래교육 차원에서 블렌디드 러닝을 지속하겠다고 발표했다. 관련 신문기사에 대하여 많은 학부모들은 부정적 댓글을 달았다. 그 이유는 많은 학부모들이 현재의 부실한 온라인 수업에 대한 불만이 상대적으로 컸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블렌디드 러닝은 코로나 문제와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다음 5가지를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어도 앞으로 제2의 코로나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사스에서 메르스까지 10, 메르스에서 코로나19까지 7년이 걸렸는데, 지금 추세라면 3-5년 사이에 펜데믹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가 감염력이 더 높은 변종 바이러스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현실적인 예측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온라인 수업의 장점에 대한 모든 사람들이 경험했다는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수업이 가능하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은 온라인 수업이 오히려 유리하게 느껴질 수 있다. 교사들도 처음 수업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에 힘들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스마트 도구 활용이 익숙해지고, 콘텐츠가 쌓이게 되면 오히려 수업 준비가 편해진다. 특히 중고등학교의 경우, 한번 수업콘텐츠를 만들면 동일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가르치지 않아도 되고, 예전에 만든 수업콘텐츠를 활용하면서 업데이트만 해도 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수업 준비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셋째, 고교 학점제에 블렌디드 수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면적인 고교 학점제가 도입되면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이 이루어져야 하는데, 이때 블렌디드 수업이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고교 학점제 수업에서 소인수 과목 개설과 운영이 되어야 하는데, 작은 학교는 쉽지 않다. 그래서 인근 학교끼리 클러스터를 구성하여 옆 학교에 가서 과목을 수강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겠지만 학생 이동과 출결 관리 및 생활지도를 하는 것이 쉽지 않고, 비효율적이다. 그런데 온라인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을 쉽게 해결할 수 있고 경비를 절감할 수 있게 된다. 넷째, 정부에서 '그린 스마트 스쿨' 사업을 통해 앞으로 대대적인 투자(15)를 하겠다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학교 시설을 리모델링하고 스마트 교육 환경을 구축했는데, 학교에서 코로나 문제가 해결되었으니 더 이상 온라인수업을 하지 않겠다고 말하기 힘든 상황이 될 것이다. 다섯째, 미래교육 담론에서 블렌디드 러닝이 중요한 담론이 되었다는 것이다. 미래교육 담론에서 인공지능, 코딩 교육 등 테크놀로지 기반 교육을 강조하는데, 이번 기회에 블렌디드 수업이 정착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ICT 교육 정책 이후 이러닝, 스마트교육 등의 담론이 교육계에 영향을 미쳤지만 학교 교육에 있어서 보안 문제, 인터넷망 문제, 스마트 기기 문제 등 막대한 예산 문제로 인하여 제자리 걸음 단계에 머물러 있었는데, 코로나 19로 인하여 이러한 문제들이 상당수 해결되었다.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이란 무엇인가?

온라인 수업 환경이 이상적으로 구축되었다 하더라도 온라인 수업이 대면 수업의 장점을 100% 구현할 수 없다. 온라인 수업은 인성교육과 사회성 교육을 하기 힘들고, 학생 생활지도를 하기에 한계가 있다. 온라인 수업은 지식과 이해에 도움이 되지만 적용, 분석, 종합, 평가 등의 고차원적 사고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온라인 수업은 무엇인가를 보여줄 수는 있지만 실기, 실습, 활동을 할 수 없다. 유아, 초등학교 저학년생, 특수학생들에게는 온라인 수업으로 접근하기 힘들다. 매체를 통해 교사와 학생이 만나기 때문에 대면 수업에 비해 교사의 실재감이 떨어진다. 그러기에 온라인 수업을 강조하던 교육공학 연구자들이나 실천가들도 그 한계를 알고 있었기에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온라인 수업과 대면 수업을 결합한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 혼합형 학습)’이다.

블렌디드 러닝이란 칵테일을 블렌딩하는 것처럼 두 가지 이상의 학습 방법을 결합하여 이루어지는 학습을 말한다. 대개 온라인 수업과 대면수업을 결합한 수업 형태를 말한다. 그런데 블렌디드 러닝은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물리적으로 결합한 상태가 아니라 화학적으로 융합된 상태를 지향한다. , 온라인 수업의 장점과 대면 수업의 장점이 승(Win)-(Win) 방식으로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블렌디드 러닝의 유형에는 순환 모델, 플렉스 모델, 알라카르테 모델, 가상학습 강화 모델 등이 있다.(마이클 혼 외, 2017)

 

순환 모델

순환 모델은 교사의 통제에 따라 면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정해진 시간에 따라 운영하는 방식으로서 기존 대면 수업 입장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구현하기 좋은 것을 수용한 형태이다. 순환 모델 중 대표적인 것이 가정에서 온라인 학습을 하고 학교에서 대면 수업을 통해 지식을 익히는 플립 러닝(Flipped learning, 거꾸로 교실)’이다.

 

플렉스 모델

플렉스 모델은 방송통신고등학교처럼 기본적으로 온라인 수업으로 진행하지만 온라인 방식으로 하기 힘든 체육대회, 입학식 각종 행사, 시험 등을 대면 활동으로 진행하는 것이다.

 

알라카르테 모델

원래 알라카르텔은 일종의 일품요리를 말하는 것으로 알라카르테 모델은 학생이 일반 학교를 다니면서 대면 수업에 참여하지만 선택 과목 등 일부 과목은 온라인 과목으로만 개설하여 운영하는 것이다.

 

가상학습 강화모델

가상학습 강화모델은 필수 과목 등 일부 수업시간만 대면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온라인 수업에 참여하는 것으로서 주 2-3회 출석 수업을 하거나 오전이나 오후만 나와 출석 수업에 참여하는 것이다. 온라인 수업에 대한 비중이 플렉스 모델과 알라카르테 모델의 중간적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미래학교, 블렌디드 스쿨?!

블렌디드 러닝은 단순한 수업 방법의 개선 수준을 의미하지 않는다. 블렌디드 러닝은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을 둘 다 담고 있다. 플립 러닝(거꾸로교실)처럼 기존 수업 방식으로 유지하면서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결합한 존속적 혁신 운동으로 진행할 수도 있지만 플렉스 모델, 알라카르테 모델, 가상학습 강화모델은 파괴적 혁신 운동으로 진행할 수 있다. , 기존 학교 문화를 파괴하고 새로운 학교 문화를 만드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렌디드 러닝은 단순한 수업 방법의 개선 차원이 아니라 교육과정 재구성을 넘어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고, 혁신적인 방식으로 학교를 운영할 수 있는 접근 방식이다.

몇 년전 대안학교인 소명고교의 경우, 알라카르텔 모델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했다. 작은 대안학교이다보니 사회탐구, 과학탐구 과목을 모두 개설하여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선택과목 중 소인수 신청 과목의 경우, 학생들이 온라인 강좌를 수강하고 해당 과목 교사가 학습코칭 방식으로 학습 상태를 점검하고 피드백하고 평가를 했다. 그런데 학생들의 만족도가 대면 수업과 비교하여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학습효과도 좋았다. 적은 수의 교사로 다양한 학생들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현실적인 방법이었다.

현재 별무리고교의 경우, 전체 교육과정의 1/3은 전통적인 대면 과목, 1/3은 프로젝트 기반(PBL) 수업, 1/3은 온라인 수업과 학습코칭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상당수 과목수업은 학생들이 자기 희망 과목을 온라인 과목으로 수강하고 있는데, 이때 해당 교과 교사가 직접 가르치지 않고 수업에 대한 피드백과 관리, 평가를 하는 형태로 수업을 진행한다. 이러한 방식을 채택했기에 전체 학생수가 100명이 되지 않지만 250개가 넘는 다양한 과목을 개설하여 개인 맞춤형 교육과정을 창의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별무리고교 교육과정 특징

 

별무리고등학교 운영 특징
2020학년도 별무리고등학교 개설 과목 중 일부

현재 수원중앙기독중학교는 플립 러닝 방식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이전부터 플립 러닝 방식으로 수업을 했는데, 블록타임제 형태로 하루에 3블록 수업을 운영했었다. 그런데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한 학급을 2개로 분반하여 오전반과 오후반으로 구분하여 대면 수업을 하고 나머지는 온라인 수업을 할 수 있도록 하였다. , 3블록 시간을 3시간으로 줄이고, 대신 오전반은 그 전날에, 오후반은 당일 오전에 온라인 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하고 대면 수업시 이를 전제로 수업을 하고 있다. 코로나 상황에서 학급 내 밀집도를 낮추면서 다양한 학습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

수원중앙기독중 홍보영상 중 일부

 

블렌디드 러닝 체제는 일반학교에서도 교육과정과 수업 운영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순환모델인 플립 러닝을 도입한다면 학습의 효율성을 올릴 수 있다. 알라카르테 모델을 도입한다면 고교 학점제 수업 시 재수강 과목의 경우 보충수업이 가능하고, 소인수 과목을 개설하여 운영할 수 있다. 가상학습 강화모델로 학교 교육과정을 과감하게 운영한다면 주 3-4일 정도는 등교 수업을 하고 나머지 주 1-2일 정도는 가정에서 오전에 온라인 학습을 하고, 오후에는 동아리 활동이나 현장 체험 활동을 하고 이를 나중에 학점으로 인정할 수 있다.

미래 교육 담론에서 학습공원과 학습 조직 네트워크 개념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에서 블렌디드 러닝은 이를 현실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블렌디드 러닝을 어떻게 이해하고 활용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학교 교육과정 운영 방식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대한 논란과 토론은 앞으로 이어지겠지만 현재 블렌디드 러닝 체제가 미래학교 담론에 불을 당긴 것만큼은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