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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학교에서 논서술형 확대를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by 김현섭 2023. 10. 29.

 

2028 교육부 대입개편안 시안
관련 교육부 보도자료 중 논서술형 평가 관련 질의와 응답 부분

 

교육부의 논서술형 평가 확대 방안에 대한 개인 생각

최근 교육부에서 2028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하면서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일단 논서술형 평가 확대 정책 자체는 개인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객관식 선다형 평가의 한계를 논서술형 평가가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객관식 선다형 평가는 지식과 이해 수준의 저차원적 사고력 개발에는 좋지만, 적용, 분석, 종합, 평가, 창조 등의 고차원적 사고력 개발에는 한계가 있다. 반면 논서술형 평가는 고차원적 사고력 및 확산적 사고력 개발에 큰 도움이 된다. 그래서 IB(국제바칼로레아)에서도 논서술형 평가를 강조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논서술형 평가는 학교 내신 뿐 아니라 수능에서도 출제되어야 한다. 수능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실시하면 학교 내신에서도 당연히 논서술형 평가를 확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교육부 시안처럼 학교 내신에서는 논서술형 평가 확대를 하면서, 수능에서는 실시하지 않겠다고 하면, 교육정책상 상호 모순적 상황이 발생된다. 논서술형 평가의 일관성과 연속성이 있어야 교육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학교 내신과 수능의 이원화 평가 방식은 학생들 입장에서는 내신 수업에서는 논서술형 대비를, 수능에서는 5지 선다형 대비를 해야 하는 이중의 고통이 될 수 있다. 교육부에서는 수능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반영하지 않은 이유를 사교육 증가유발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명시하였다. 학교 내신에서 논서술형 평가가 잘 이루어지고, 고교 교육과정 수준에 맞추어 논서술형 문제를 출제하고, 절대평가 방식에 따라 평가한다면, 논서술형 평가에 따른 사교육 증가 걱정은 기우(杞憂)가 될 수 있다.

논서술형 평가는 상대평가가 아니라 절대평가로 이루어져야 한다. 그 이유는 첫째, 평가의 목적상 상대평가보다 절대평가가 우선이라는 것이다. 본래적으로 평가는 학생들의 교육목표 도달 여부를 테스트 확인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피드백하는 것이다. 둘째, 논서술형 평가가 상대평가 방식으로 진행되면 교사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갈 것이다. 논서술형 평가는 타당도는 높지만, 선다형 평가에 비해 신뢰도, 객관도, 실용도가 낮을 수 있다. 특히 채점자의 변덕이 문제될 수 있는 객관도 문제가 있기에, 개방형 논서술형 평가 문항의 경우, 학부모들의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셋째, 논서술형 평가를 상대평가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예전 대학 본고사처럼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변별력을 높이려면 평가문항 난도 수준을 높일 수밖에 없고, 학생들이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주요 주제보다는 학생들이 예상하기 힘든 어려운 주제를 선택하여 평가문항을 출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학생 입장에서는 평가 부담이 현재보다 크게 늘어날 것이다.

교육부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상대평가로 진행하려는 이유는 일부 학교들의 점수 부풀리기 현상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점수 부풀리기 현상을 없애기 위해 절대평가가 아니라 상대평가로 하자는 방안은 마치 구더기가 무서워 장을 담기 힘들다는 논리와 비슷하다. 점수 부풀리기 현상을 없애기 위해서 평가방식 자체를 바꾸는 것보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할수 있는 평가 질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제바칼로레아(IB)는 평가의 질 관리를 위해 평가에 대한 교사 연수와 컨설팅, 그리고 복수 채점, 3(IBO)의 채점 확인, 문제 발생시 해당 학교에 대한 패널티 부여 등으로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했다.

 

성장중심평가를 통한 논서술형 평가 방안

기존 평가방식은 결과중심평가로 주로 진행되다 보니 수업과 평가의 분리현상이 나타났다. 결과중심평가는 교수학습의 과정보다는 교수학습의 결과만 확인하는 평가로서 진도 나가고 시험보는 방식’, 중간·기말고사 등의 일제식 지필평가가 여기에 해당된다. 지필고사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행평가가 도입되었지만, 일부 교실에서는 수업시간에 직접 다루지 않는 주제, 피드백없이 과제로 주어지는 수행평가 현상이 나타나면서 학생들의 평가 부담만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과정중심평가이다. 과정중심평가는 수업과 평가의 연계 속에서 학생들의 학습결과 뿐 아니라 과정을 확인하는 평가이다. 과정중심평가란 교육과정의 성취기준에 기반한 평가계획에 따라 교수학습과정에서 학생의 변화와 성장에 대한 자료를 다각도로 수집하여 적절한 피드백을 제공하는 평가이다. 그런데 과정중심평가는 일부 교실에서 오해와 왜곡 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부 중등학교에서는 결과중심평가를 여러 번하는 것으로 과정중심 평가를 이해하기도 했다. 일부 초등학교에서는 수업이 곧 평가라는 입장에 따라 수업과 평가의 구분이 사라져서 교수학습활동 자체를 평가로 오해하는 경우도 발생했다.(이형빈·김성수, 2022) 무엇보다 평가는 결과를 빼고, 과정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과정중심평가의 한계가 존재했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바로 성장중심평가이다. 성장중심평가는 기존 선발적 평가관을 비판하고, 학생의 전인적 성장과 발달을 추구하는 평가이다. 성장중심평가는 학생의 잠재력과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다양한 기회와 도움을 제공하여 모든 학생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평가이다. 기존 평가방식과 성장중심평가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피드백재도전이 있는 평가라는 것이다.(이형빈·김성수, 2022)

논서술형 평가도 성장중심평가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예컨대, 학생들이 책을 읽고 토론을 하고 나서 이를 논술문으로 작성하여 교사에게 제출한다. 교사는 논술문을 읽고, 수정 보완할 부분에 체크를 하고 이에 대한 피드백을 한다. 이때 동료 학생 간 피드백도 가능하다. 교사나 동료학생들이 피드백한 것을 해당 학생이 돌려받으면 이를 반영하여 학생이 최종 논술문을 완성하고, 이에 대하여 교사가 최종 평가 점수를 부여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논서술형 평가는 교육과정-수업-평가-기록의 일체화 맥락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교육과정상 논서술형 평가에 맞는 융합과목, 프로젝트형 과목 등이 개발되어야 한다. 수업에서 독서수업, 토의토론 수업, 글쓰기 수업, 융합수업 등의 활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평가에서 피드백과 재도전이 있는 방식으로 논서술형 평가를 한다. 이에 대한 세밀한 기록이 학생생활기록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조화가 있는 논서술형 평가

개방형 논서술형 평가 문항의 경우, 학부모들의 민원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논서술형 평가는 특징상 타당도는 높지만 객관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 채점자의 변덕 가능성으로 인한 객관도가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정량화된 논서술형 채점기준표(루브릭)를 제작하여 활용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의 사항을 유의해야 한다.

 

형용사보다는 동사를 주로 사용하여 행동관찰이 가능한 용어로 표현해야 한다.

) 보고서 작성을 잘했음 / 그저 그러함 / 부족함 보고서 작성시 서론, 본론, 결론, 참고자료 등 보고서 형식에 맞추어 10쪽 이상 기록함 / 제시한 형식과 분량 기준 중 한 가지만 충족함 / 두 가지 기준 모두 충족하지 못함

 

발문 자체가 명료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 민주주의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할 자세를 서술하시오.

4.19 혁명을 통해서 알 수 있는 민주 시민으로서 지켜야 할 교훈 1가지를 제시하고 그 이유를 쓰시오.

 

채점 기준이 구체적으로 제시될 수 있어야 한다.

) [평가문항] 남북한 통일시 예상되는 문제점 3가지 이상을 제시하고, 그 중에서 1가지를 선택하여 그 대안을 서술하라. 그리고 이에 대한 예상되는 반론과 재반론을 하시오.

[채점기준] 문제점 각 5, 15/ 대안 5/ 예상되는 반론 5/ 재반론5/ 35

 

루브릭 제작시 모범답안 예시도 제시해야 한다.

) 남북한 통일시 예상되는 문제점 예시 : 막대한 통일 비용 발생, 사회적 혼란 야기, 주변 국가들의 견제, 최고지도자 선출 문제 등

논서술형 채점기준표(루브릭) 예시자료

 

그런데 정량평가를 중심으로 채점기준표를 만들면 질보다 양에 초점을 맞추어 평가가 진행될 수 있다. 예컨대, 논서술형 평가 문항이 한국사회의 인구 감소 현상을 극복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3가지 이상 제시하라고 했을 때, 평가기준상 해결방안 3가지를 모두 제시해야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그래서 어떤 학생이 3가지 해결 방안을 1~2문장으로 간단하게 서술해도 평가기준에 만족하기에 만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어떤 학생이 1가지 해결 방안만을 창의적인 관점에서 심도있게 1000자 이상 서술해도 평가기준상 만점이 아니라 1/3의 점수만 받게 된다. , 질보다 양이 중요한 평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려면 정성평가 요소를 채점기준표에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창의적인 관점을 제시하거나 기준 이상으로 많은 분량 서술한 경우, 가산점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논서술형 평가 확대를 위한 학교의 준비와 노력

학교 차원에서 논서술형 평가를 잘 운영하려면 많은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 첫째, 논서술형 평가를 위한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교육과정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존 교과수업 시 논서술형 평가를 할 수 있는 고차원적 사고력에 초점을 두어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 학교자율시간 등을 활용하여 프로젝트 기반 수업이 가능한 과목이나 융합과목을 학교교과목으로 개설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둘째, 논서술형 평가를 위한 수업 혁신이 이루어져야 한다. 일상수업에서 융합수업, 토의토론수업, 독서수업, 글쓰기 수업, 문제중심수업 등이 많이 확대되어야 한다.

셋째, 논서술형 평가를 위한 교사의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교사들을 중심으로 교과별, 주제별 특성에 맞는 논서술형 평가 문항 개발 및 다양한 모델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비교대조형, 문제해결형, 융합형 등 다양한 평가유형을 개발하고 이에 맞는 루브릭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넷째, 교사의 평가 전문성을 신장할 수 있는 평가 관련 연수와 전학공 차원에서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리고 교사의 전문성과 함께 자율성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 교사의 평가 부담이 늘어난 만큼 행정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어야 한다.

다섯째, 학교의 점수 부풀리기 현상을 없애기 위한 제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집단지성을 활용한 복수 채점, 외부 기관의 평가 질 관리 체제, 문제 발생시 패널티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김현섭(2018), "철학이 살아있는 수업기술", 수업디자인연구소

이형빈, 김성수(2022), "성장중심평가", 살림터

김선, 반재천(2023), "서논술형 평가도구 개발 이론과 실제", AME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