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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혁신

고교학점제에 맞는 학교공간은 어떻게?

by 김현섭 2023. 11. 16.

고교 학점제

고교 학점제는 진로에 따라 다양한 과목을 선택, 이수하고, 누적 학점이 기준에 도달할 경우 졸업을 인정하는 교육과정 이수, 운영 제도이다. 쉽게 말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대학처럼 운영하는 것이다. 다만, 대학생들과 달리 고등학생들은 전공과 진로가 정해져 있지 않다. 따라서 고교 학점제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진로코칭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고교 교육과정을 진로중심 교육과정으로 운영하여, 현재보다 다양한 과목들을 개설하고 학생에게 실질적 과목 선택권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대학처럼 학교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많은 과목을 개설하는 것이 쉽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기초교과를 바탕으로 진로탐색 수준의 과목들을 선택할 수 있으면 좋다. 그리고 학점제를 뒷받침하는 교육과정, 평가제도, 졸업제도 등도 함께 구현되어야 한다.

 

고교학점제에 맞는 학교공간 디자인의 원칙과 사례

고교학점제에 맞는 학교공간 디자인의 기본 원칙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용자 중심 설계

학교 교육 주체들이 삶과 배움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배움, 교사의 업무, 학부모들의 참여 공간이 물리적으로 마련되어야 하고, 학교 공간 설계 단계에서부터 교사, 학생,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학교마다 고교학점제 운영 방식이 다르기에 공간 설계 시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다. 신설학교나 니설교실 증축의 경우,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자 중심 설계를 하면 좋고, 기존 학교의 경우, 학생수 감축으로 인한 유휴 교실 발생시 이를 리모델링할 때 이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 좋다.

 

∙교육과정 맞춤형 공간 설계

기존 전통적인 학교 공간 배치는 일제학습 등 지식 중심 수업을 교실 내부 구성과 학급중심제 기반의 학년별, 학급별 교실 배치, 생활지도상 관리 및 통제 중심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소프트웨어를 구현하기 위한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고교 학점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교과교실제로 운영하면 좋다.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지향한다면 지식과 경험을 고려하여 다양한 실천, 연습, 실험·실습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교과교실제의 경우, 학생 동선을 줄이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학년별 이동, 교과간 연계성을 고려하여 건물 배치를 하면 좋다. 예컨대, STEAM 교육을 위한 수학과, 과학과, 기술과(컴퓨터실), 미술과 교실, 학생실습실(LAB)을 한 건물에 배치하는 것이다. 국어과, 사회과 등 인문 교과와 교양 과목들을 중심으로 일반 교실을 배치하는 것이다. 음악과, 체육과 교실 등 별관으로 구성하면 좋다. 이러한 공간 배치를 잘하고 있는 학교가 충남삼성고이므로 참고하면 좋다.

불가피하게 학급중심제 교실 체제를 운영하는 경우, 기존 학급 외에 선택과목들을 수강할 수 있는 다목적실이나 교과교실을 학년 교실 부근에 설치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1학년은 공통과목이 상대적으로 많기에 학급중심제로 풀어가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겠지만 선택과목이 많은 2학년은 기존 학급 외에 다목적실을 추가로 배치할 필요가 있다.

 

∙수업 맞춤형 교실 설계

고등학교의 경우, 교과 특성에 맞는 교과교실이 필요하다. 일반 교실의 경우, 다양한 학습구조를 구현할 수 있는 교실 내부 구성이 필요하다. 한 교실 안에서 일제학습이나 개별학습에 적합한 한 줄 대형 자리 배치나 ㄷ자 형태의 자리 배치, 사각지대를 최소화한 사선형 자리 배치, 협동학습을 위한 모둠형 자리 배치, 온라인 수업을 위한 교육 기자재 설치 등 다양한 공간 연출이 가능하면 좋다. 교과 특성을 고려하여 교과 교실 내부를 구성해야 한다. 예컨대, 수학 교실은 사방에 칠판을 부착하여 문제를 풀 수 있는 공간을 만들거나, 영어 교실은 영어 교재와 어학 실습 관련 기자재를 배치하면 좋다.

 

∙학생들의 쉼과 소통을 위한 공간

학생들의 쉼과 소통을 위한 홈베이스와 학생 휴게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신설학교의 경우, 상대적으로 복도가 넓기에 해당 부분을 활용하여 학생 휴게공간으로 리모델링할 필요가 있다. 기존 학교의 경우, 유휴 교실을 학년별로 중간중간에 리모델링하여 배치할 필요가 있다. 도서관의 경우, 학생들이 찾아오기 좋은 1층 중앙에 배치하면 좋고, 도서관이 일종의 휴게공간을 겸할 수 있도록 하면 더욱 좋다.

원미고 학생휴게공간

∙ 에듀테크 활용 교실 설계 및 온라인학습관리체제(LMS)

온오프라인 수업이나 에듀테크 활용 수업을 하려면 교실에 디지털 기기를 비치하고, 인터넷망이 설치되어야 한다. 학생들의 디지털 기기를 충전하고, 관리할 수 있는 비치함이 필요하고, 교사와 학생들이 함께 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디지털 칠판이 설치되어야 한다. 디지털 교실은 여러 가지 요소가 모두 구성되고 네트워크로 연결되어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또한 무학년 학점제를 위해서 온라인학습관리체제(LMS, Learning Management System)를 구축하여 운영해야 한다. 별무리고등학교가 자체 LMS체제를 구축하여 잘 활용하고 있다.

 

∙유연한 공간 설계

교육과정은 시대와 상황에 따라 변한다. 교육과정은 사회적 요구, 학교 구성원들의 요구에 따라 창의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므로 공간 설계 시 교육과정의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한다. 특정한 목적으로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을수록 학교 공간 활용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다양한 형태의 수업이 가능할 수 있도록 다인수, 소인수 과목을 위한 공간 내지 이동식 칸막이가 있는 공간, 이동이 용이한 조합형 책걸상, 온라인 수업을 위한 공간 및 인프라 구축 등이 있어야 한다.

 

∙ 마을 협력 공간 설계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학교 강당이나 수영장 등 예술 및 체육시설 등 학교 시설 일부를 공유할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공간을 만들어 교류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을 협력 공간으로 까페를 만들거나 학부모교실, 메이커 교실 등을 만들어 공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물론 마을 협력 공간이 학생들의 교육활동에 방해되지 않고, 학생 안전 및 보호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특히 고교학점제를 위한 지역공동교육과정을 운영하거나 지역연계 교육과정을 운영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친환경 및 탄소중립학교 공간 설계

학교 건물 건축 시 자연 채광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단열 및 냉난방을 위한 벽과 창문을 설치해야 한다. 생태교육을 위한 텃밭 등을 가꾸면 좋다. 태양광 패널 설치 등 신재생에너지를 많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전기차 충전 시설 등을 통해 탄소중립을 위한 공간 구축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