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기술?
◾ “저경력 교사들이 주로 하는 수업 고민이다.”
새내기 교사들은 수업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으면 수업 자체가 진행이 되지 않는다. 이론적 지식은 있으나 실천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소한 문제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른다. 새내기 교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은 교육과정(무엇)보다 수업 기술(어떻게)인 경우가 많다. 일단 수업은 어떻게 시작하고, 자리 배치는 어떻게 해야 하며, 평가는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등등 산적한 과제들이 쌓여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교직 경력이 쌓이면 시행착오를 통해 생긴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노하우나 수업 기술이 생겨난다. 그래서 고경력 교사들이나 유능한 교사들은 수업 기술보다는 교육과정 재구성이나 교육 철학적 문제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 교육 철학적 바탕 위에서 체계적으로 수업 기술을 배우지 않고 개인의 경험에 따라 자연스럽게 축적된 수업 기술들은 비합리적 신념에 따라 운영되거나 잘못된 수업 기술로 인하여 학생들의 배움을 오히려 방해하는 경우가 있다. 최근 필자는 교직 10년차 중학교 국어과 교사를 수업 코칭했다. 수업을 하다가 문제 행동을 하는 학생이 있으면 그 학생을 전체 학생 앞에서 고양이 인형을 학생 어깨에 올려 놓는 이상한 행동을 통해 망신을 주는 것을 보았다. 체벌이 금지되자 그 대안으로 문제 학생을 전체 학생 앞에서 창피함을 느끼도록 한 행동이었다. 고경력 교사라도 자신의 수업 기술이 잘 형성되었는지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
◾ “기술은 철학에 비해 저급하다.”
어떤 사람들은 수업 컨설팅을 하면서 교육 철학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수업자가 교육 철학이 살아 있는 구체적인 수업 기술에 대하여 물어보면 스스로 수업 기술을 찾아보라고 권면한다. 유명한 유럽 수업 혁신가 프레네는 교육철학만큼 수업 기술도 중요하다고 주장하였다. 그 이유는 프레네 자신이 초등학교 교사 출신으로서 실제 학교에서 신교육운동을 전개하면서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 철학은 수업 시간에 교사의 언어로 표현되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수업에서 구현하는 수업 기술을 통해 나타난다. 특히 동양 사회에서는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는 유교적 사고 방식에 익숙하다. 교육교육학의 역사를 살펴보아도 교육내용학(무엇)에 비해 교과교수법(어떻게) 연구는 미진한 편이다. 그렇다고 기술이 철학보다 우선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 철학만큼 수업 기술도 동일하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 “수업 기술은 타고 나는 것이다.”
얼핏 수업 기술은 타고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어떤 교사들은 다양한 수업 기술을 잘 활용하지만 어떤 교사들은 노력을 기울여도 수업 기술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수업 기술은 선천적인 것으로 이해하면 교사가 수업 기술을 후천적으로 배울 이유가 사라지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교사라고 운명적으로 결정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꾸준한 노력과 시행착오를 통해 수업 기술을 배우고 실천하면서 유능한 단계에 이르는 것이다.
◾ “수업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다.”
이 명제가 진실이라면 저경력 교사보다 고경력 교사들이 수업 기술을 잘 구사한다고 보아야 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한가? 일부 고경력 교사들의 수업을 참관해 보면 저경력 교사들에 비해 단조롭게 수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교직 경험이 쌓일수록 수업 기술도 자연스럽게 익숙해질 수 있지만 학생들은 각자마다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특정한 수업 기술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작년에 담당한 학생들의 일반적 특성과 올해 담당한 학생들의 일반적 특성은 다르다. 학생들의 학습 수준에 따라 활용하는 수업 기술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 “수업 기술은 개인적인 문제이다.”
수업 기술을 교사의 개인적인 문제로만 생각한다면 다른 교사들이 어떤 교사의 수업 기술에 대하여 피드백하기 힘들 것이다. 교사의 교수 유형에 따라 교사 개인이 선호하는 수업 기술이 다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보편적인 수업 기술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어떤 수업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다양한 수업 기술이 존재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개인의 특성과 경험에 따라 상대적인 해결책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의 집단 지성을 활용한 수업 나눔 활동이나 공동 수업디자인 모임을 통하여 수업 문제를 공동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 예컨대, 수준별 학습 능력이 다른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서는 교사 개인의 수업 기술 뿐 아니라 학교 차원에서의 교육과정 재구성, 교육청 차원에서의 제도적, 재정적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 “교사의 철학이 살아있으면 그에 맞는 수업 기술이 자동적으로 나타난다.”
교사의 교육 철학은 어떤 계기를 통해 깨달음을 얻어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수업 기술은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되기 때문에 교사의 교육 철학이 한순간 바뀌었다고 수업 기술까지 자동적으로 바꾸어지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예컨대, 오랫동안 일제 학습에 익숙한 인문계 교사가 특성화 고교로 전근을 가서 근무한다고 할 때 교사가 특성화 고교 학생들의 특성과 학습 수준에 맞추어 수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다고 해서 그에 맞는 수업 기술을 수업 시간에 자연스럽게 구현하는 것은 아니다. 철학과 기술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의 간극이다.
수업 기술은 가치 중립적이다?
수업 기술은 가치 중립적일까? 가치 지향적일까? 대부분의 교사들은 수업 기술은 가치 중립적인 기능이나 기술로 이해한다. 과연 그러할까? 흔히 사용되고 있는 강의식 수업 방법 속에 숨어있는 전제들을 분석해 보자.
-교사는 지식을 가지고 있다. (교사관)
-지식은 객관적인 인식론에 근거하여 고정 불변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식관)
-학생은 지식을 가지고 있지 않다. 마치 백지장과 같다. (학생관)
-교사는 언어를 통해 지식을 전달할 수 있다. (인식론)
-학생은 경청을 통해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인식론)
구성주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숨어있는 전제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기 힘들 것이다.
브루스 조이스와 마샤 웨일은 다양한 수업 모형들을 다음의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한다.
◾ 정보 처리 모형(인지심리학) : 탐구 수업, 선행 조직자 모형 등
◾ 개인적 모형(정의적 발달심리학, 인격주의 심리학) : 비지시적 교수법, 창의적 문제 해결법 등
◾ 사회적 모형(사회 심리학) : 역할 놀이, 협동학습 등
◾ 행동주의 모형 (행동주의 심리학) : 직접 교수법, 완전 학습 등
모든 수업 모형 속에는 이를 뒷받침하는 전제가 들어있고 각 전제는 특정 심리학 담론과 철학적 전제들이 뒷받침하고 있다.
철학이 살아있는 수업 기술!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란 다음과 같이 정의를 내릴 수 있다.
◾ 교사가 재구성한 교육과정을 기반으로 배움 중심의 철학과 가치를 반영한 학생중심의 수업과 과정 중심의 평가를 통해 학생의 전인적 성장을 돕는 일련의 과정
◾ 국가수준의 교육과정(성취기준)을 재구성하여 수업에 적용하고 이에 근거한 평가를 실시하는 것
◾ 교사가 교육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사유에 입각하여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구체화하는 수업을 디자인하며, 배운 내용을 가장 적절하게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을 구안하는 것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연결하는 것이 교육철학이다. 교육과정과 수업과 평가가 각각 단절되었다면 그 근본 이유는 교육철학의 부재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교육이념은 '홍익인간'이다. 홍익인간이란 인간을 널리 이롭게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교육현장에서 배워서 남주자고 강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개인적으로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타주의보다는 개인주의에 기초하여 학습 동기 유발을 한다. 교육기본법에는 민주시민양성과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2차 방정식을 잘 풀면 민주시민이고, 문제를 잘 풀지 못하고 민주시민이 아닐까? 논리비약일 수 있겠지만 민주시민과 인성교육도 너무 추상적이어서 교육과정, 수업, 평가를 아우르는 데 한계가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역량중심 교육과정을 지향하지만 총론만 역량중심 교육과정일뿐 각론, 교과 교육과정은 학문중심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수업의 원리로서 깊이있는 학습을 강조하지만, 강의식 설명법과 문답법, 문제풀이식 수업으로 실제 수업이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깊이있는 학습은 논서술형 평가와 궁합이 맞지만 아직도 객관식 선다형 평가 비중이 크다. 대학 수능도 객관식 선다형 중심 평가이지, 논서술형 평가로 운영하지 않는다. 역량중심 교육과정-깊이있는 수업-논서술형 평가가 교육과정-수업-평가 일체화 맥락에 맞는 접근이다. 학문중심 교육과정-일제학습-객관식 선다형 평가가 같은 맥락이다. 둘 중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 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교육과정과 수업이 일치되지 않으면 교육과정ㆍ성취기준에 대한 검토 없이 교과서 중심의 진도 나가기 수업을 실시하는 경우가 생긴다. 수업과 평가가 일치하지 않으면 수업의 내용과 무관한 일제식 평가로 흐를 수 있다. 교육과정과 수업이 일치되어도 평가가 일치되지 않으면 교육과정 재구성에 따른 수업을 실시하였으나 이와 평가 방식이 연계되지 않은 상태가 된다. 교육과정, 수업, 평가가 일치되어도 이에 맞는 기록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교육과정 운영 과정에서 학생이 보인 학습 성과나 특성과 무관하게 학생부나 성적통지표에 학생 평가를 서술하는 경우가 생긴다.
수업을 잘 이해하려면 4차원 질문으로 접근해야 한다. 수업 속에 드러나는 ‘무엇’(교육과정)과 ‘어떻게’(수업기술) 뿐 아니라 잘 보이지 않는 영역인 ‘누가’(존재론과 관계론)와 ‘왜’(교육철학) 문제까지 다루어야 한다.
◾ 누가(존재론/관계론)
-학생 존재 이해 (학습수준과 특성, 의지, 발달 단계, 관심사 등)
-교사 존재 이해 (교사의 내면, 성장 과정, 경험, 교수 유형 등)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성 등
◾ 왜(교육 철학)
-교육관
-수업관
-교사관
-학생관
-지식관
-개인적인 신념 등
◾ 무엇(교육과정)
-지식에 대한 이해
-교육과정 재구성 문제 등
◾ 어떻게(수업 기술)
-교수학습방법
-발문법
-학습 동기 유발 방법
-학생 통제 방법 등
여기에서 말하고 있는 ‘철학이 살아있는 수업 기술’은 기본적으로 ‘존재론(관계론)-교육철학-교육과정-수업-평가의 일체화’를 전제로 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교육철학과 수업 기술의 일치를 지향한다. 각 교육 철학에 따라 강조하는 구체적인 수업 기술들이 있다.
◾ 전인(인성) 교육과 학생 성장
교사가 전인(인성) 교육의 가치를 지향한다면 지성 교육을 지식 전달 위주로 수업을 풀어가지 않고 질문과 토의 과정을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데 초점을 둘 것이다. 그리고 감성과 공감을 소중히 여길 것이고 학생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는 수업을 할 것이다. 학생들이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사회적 기술을 강조하는 수업을 진행하면서도 자기 내면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자주 가지려고 노력할 것이다.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 속에 실천하는 교육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교사 중심의 수업 방법(직접적 교수전략)보다 학생 참여 수업(참여적 교수전략), 단조로운 접근(일제학습)보다 학생의 다양성에 맞는 다양한 참여 활동(다중지능이론 수업 등)을 지향할 것이다.
학생들을 성장하는 존재로 여긴다면 행동주의적 접근이나 구성주의적 접근에서 벗어나 총체적으로 학생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현재의 학생 모습을 고정적인 전부로 이해하지 않고 발전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서 인정하고 학생이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발달과 성장의 입장에서 평가도 접근할 것이다. 즉, 객관식 평가보다 서술형 평가, 수행 평가 등을 강조할 것이다.
◾ 관계와 학습공동체
교사가 관계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학생들을 대할 때 단순한 사회적 상호 작용을 넘어 학생들과의 친밀성을 공유하려고 노력하며, 신뢰적 관계에 이를 수 있도록 힘을 기울일 것이다. 부정적인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는 경쟁 학습에서 긍정적인 상호의존성을 강조하는 협동학습으로, 교사 중심의 일제 학습에서 학생 중심의 개별 학습으로 학습 구조를 전환시키려고 노력할 것이다. 교사와 지식과 학생과의 관계에 있어서 객관론적 인식론 모델에서 벗어나 진리의 학습공동체 모델로 바꾸기 위해 수업 접근 방식과 대화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려고 노력할 것이다.
◾ 역량과 자기주도적 학습
교사가 역량 교육을 추구하면 역량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재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학생들의 역량을 기르기 위해서는 강의식 수업 방법만으로는 부족하다. 예컨대, 도구를 상호작용적으로 활용하기를 신장하려면 프로젝트 수업, 발표 수업, 실험과 실습 등을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질 집단에서 상호 작용을 위해서는 협동학습, 사회적 기술 훈련, 공감 수업 등이 좋을 것이다. 자율적인 행동을 위해서는 문제 해결(PBL) 수업, 프로젝트 수업, 토의 토론 수업 등이 좋을 것이다.
학생들의 자기 주도적 학습이 가능하게 하려면 먼저 교사가 학생들에게 왜 공부해야 하는지 학습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학습 동기 유발 방식도 외재적 동기 유발 전략보다 내재적 동기 유발 전략을 활용하는 것이 좋다. 메타 인지 능력을 향상시키고 효과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워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습 목표를 설정하고 과목별, 기능별 특성에 맞는 학습 전략을 세워서 실행하고 이를 피드백하여 원래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교육 철학은 최종적으로 수업 기술로 구현된다. 철학이 없는 수업 기술은 혼란하고, 수업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은 철학은 공허하다.

-출처 : 김현섭(2018), "철학이 살아있는 수업기술", 수업디자인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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